조변의 코인투자 100문 100답
조성근 지음, 김동은 외 감수 / 진서원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한 건 여러 산업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원래는 코인 채굴 때문에 GPU 수요가 수직상승한 게 그 시초였습니다. p49에 보면 코인 채굴에 드는 전력량이 스웨덴 1년 전기 소비보다 많다고 하는데 사실 스웨덴은 본래가 인구 천만명밖에 안 됩니다. 코인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건 2014년 정도이지만 처음에는 반응이 미지근했다가 몇 년 후에 중국인들이 본격적으로 관심 가지면서 급격히 자산 포지션을 잡았습니다. 교환에 유리하고 불법복제 가능성만 차단되면 안 쓸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특정 정부의 변덕이나 부정한 의도에 좌우될 우려도 없겠고 말입니다. 아무튼 여기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코인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일반의 견해(p52)에 반박하는 취지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 과거에는 작업증명 방식이어서 그냥 계산량으로만 때우던 게 이제는 지분증명 방식으로 바뀌어서 전력을 무한정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을 듭니다. 다음으로, 세상에 어떤 산업이건 전력을 소비하지 않는 분야는 없습니다. 친환경 자동차 제조라든가 2차 전지 생산은 전력을 소비하지 않습니까? 다만 기업주나 이해관계자가 각성하면 넷제로(net zero) 생산으로 이행하여, 나무를 더 심는다거나 환경 친화적인 사업을 펴서 기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해악을 다른 방법으로 중화할 수 있습니다. 책에 보면 코인 산업계도 그런 수단을 써서 얼마든지 친환경에 기여할 자세가 되어 있다고 하네요. 

몇 년 전만 해도 거래소 파산이 거의 일상이었습니다. 무슨 몇 군데 되지도 않는 거래소가, 며칠 전에는 어디 파산, 오늘은 어디 파산 하는 식인...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거래도 과연 투명한 것인지 의심스럽고 출금할 때 출금이나 해 줄지도 걱정이었죠. 요즘은 실명인증도 하고 이런저런 보완 장치가 있어서 좀 안심이지만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직거래를 하면 안전한가? 두어 달 전에 직거래하러 찾아온 이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까지 뺏은 일이 있어서 큰 논란이 되었죠. 코인이 완전히 사회의 제도권으로 들어오지 못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게 정 마음에 걸리면 "대안 투자"를 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저자는 몇 가지를 소개해 줍니다(p77). 

어떻게 보면 코인이 한국에 도움을 주는 면도 있는데 이상하게 김치 프리미엄(p72)이라고 해서 한국에서만 코인이 비싸게 거레됩니다. 그래서 차익거래를 노려 중국인들이 한국시장에서 대거 이익실현을 하고 재미를 많이 봤죠. 예전에 제주도 땅 투기 바람도 그렇고 한국인들이 중국인들 호구 노릇을 참 많이 하는 느낌입니다. 뭐 세상 이치에 어둡고 머리가 둔하면 당하고 사는 거지 어쩌겠습니까. 그런데 워낙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게 유명하다 보니 코인시장에서는 달러보다 원화가 더 존재감 있다는 게 저자의 말(p74)입니다. 그런데도 환율이 이 모양이니... 여튼 한국인들의 (대체 왜인지 알 수 없는) 코인 사랑은 알아 줘야 합니다. 중국이야 정부가 개인의 사정을 워낙 잘 알고 악착같이 뜯어가서 그렇다고나 하지만. 

나카모토 사토시(일단 실존인물이라 치고)가 애초부터 지분증명 방식을 채택 않은 것은, p251에 나오는 대로 51%의 지분을 누가 점유해 버리면 그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그래서 반 우지한 측 개발자들이 또 조치를 취한 건데... 이처럼 탈중앙화 시스템의 문제점이라는 게 사실상 중앙화의 위험을 안고 산다는 겁니다. 민주주의도 중우정치에의 타락, 데마고그의 출현을 경계해야 하듯 말입니다. 앞에서 제도권으로 코인이 완전히 들어왔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하나의 가늠자가 될 수 있는 게 ETF 승인입니다. p276에서 그레이스케일, 블랙록, 피델리티(ㅋ)의 예를 듭니다. 이들 Big 3의 이름은 코인 안 하는 사람들도 들어는 봤을 것입니다. 

이더리움은 후발 주자지만 시스템이 더 우수하다는 평가가 분명 있었습니다. 저도 이더리움 출현 초창기에 이 주제를 다룬 책을 읽고 독후감을 올린 적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 p316에 나오는 대로 하드포크를 둘러싸고 잡음이 이는 바람에, 세월이 지난 지금도 어째 평판이 완전히 나아지는 기미가 안 보입니다. 자산의 신인도라는 건 엄밀한 어떤 기준이 있다기보다 참여자, 투자자들의 센티에 좌우되는 게 많습니다. 게다가 이 책에도 나오지만 스마트컨트랙트 관련 오류(?)가 터지기도 한 것이죠. 코인 관련이 아니라고 해도 스마트컨트랙트는 한국에서도 2018년에 여러 스타트업이 표준화해서 내놓았는데, 까딱 잘못해서 누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이런 일이 터질 수도 있으니 기술맹신만큼 위험한 태도가 또 없습니다. 

코인 관련해서 궁금한 토픽은 웬만해선 이 책에 다 담긴 듯합니다. 이래서 코인 책은 최신판을 읽어야 한다는 점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