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런던 - 최고의 런던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최신판 ’24~’25 프렌즈 Friends 20
이주은.한세라.이정복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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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주은 저자 등의 프렌즈 시리즈 런던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프렌즈 시리즈는 이처럼 자주 개정이 이뤄지는 게 뭔가 독자한테 안심을 주는 느낌입니다. 장정도 깔끔하고 내용도 알차서, 이래서 스테디셀러 소리를 듣나 싶습니다. 제 솔직한 평가입니다. 

한국에 관광차 온 외국인 젊은 여성들이 올oo영을 찾듯, 혹은 중국인들이 명동을 찾듯, 우리도 외국에 가면 쇼핑 명소를 찾게 마련입니다. 관광의 기본 생리가 그렇습니다. 프렌즈 시리즈도 거의 모든 책이, 가성비 기준이건 럭셔리 레벨이건 그 나라의 쇼핑 명소들을 다룹니다. p96을 보면 테스코가 소개되는데 이 이름은 한국인들에게도 눈에 익습니다. 대략 18년 전,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형마트가 붐을 이뤘을 때, 삼성과 이 테스코가 협업하여 홈o러o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지금은 둘 다 지분철수했습니다). 뭐 간만에 런던을 들러 구태여 테스코를 찾을 일이 있을까 싶지만, 책에서 이곳을 소개한 이유는 "가성비 쇼핑" 때문입니다. 

저는 언제나 프렌즈 시리즈가 소(小) 인문서를 겸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p44 이하에서는 런던의 건축 명물들을 소개하는데, 선명한 컬러사진만 봐도 눈이 시원해지지만, 그 텍스트 설명들도 정확하고 유익합니다. 참 좋다, 다 알고 있던 내용을 다시 읽는 정도이지만 그래도 좋다, 이런 좋은 자료, 정보, 컨텐츠를 ₩22,000에 내가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 이런 느낌입니다(물론 저는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에서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공짜로 책을 제공받고 지금 쓰는 후기입니다만, 이건 뭐 돈 주고 사라고 해도 전혀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런던의 이 멋진 건물들 역사, 내력... 깨끗한 사진들과 함께 정돈된 문장으로 감상하고 나니 마음의 티끌이 저 멀리 씻겨 내려간 느낌이라 할지. 

요즘은 한국도 저기 도산대로 같은 데에서의 파인 다이닝이 하나의 트렌드를 이룹니다만(물론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하면 엄두를 내기 힘들죠), 이 책도 서유럽, 영국 상류 사회, 중산층의 오랜 전통인 파인 다이닝 명소를 여러 군데 소개합니다. p120 이하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책에도 그런 말이 나옵니다만 브레드 스트리트 키친 앤 바 같은 곳은 여행자들도 아주 큰 부담 없이 들러볼 만한 곳입니다. 사실 완전 고급인 곳은 거의 프라이빗 클럽(이 문화 자체가 영국이 원조입니다)이기 때문에 뜨내기 여행자로서는 불가능합니다. 

p176에는 세인트마거릿 성당이 소개됩니다. 영국 국교회는 이처럼 성인들을 모시고 공경하는 풍조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천주교, 정교회는 모두 구교이지만 모시는 성인의 범위가 다르며, 앙글리칸은 신교인데도 일정 범위의 성인을 자체 공경합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스코틀랜드에서 모셔 온 찰스 1세, 그를 왕관이 씌어진 상태에서(비유적 의미) 처형한 호국경 크롬웰, 이 두 사람의 동상이 경내에 나란히 세워졌다는 자체가 엄청난 아이러니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정치적으로 대척의 위치였던 두 사람을 이후 승계하는 입장의 정치인들, 백성들도 양쪽에 다 있었겠으나, 어느 한쪽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고 죽은 후에라도 강제 화해(?)를 시키는 영국인들의 저런 융통성, 합리적 처세야말로 이후 의회민주주의의 본산으로 오래 안정을 누린 비결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지금은 꼭 그렇다고 하기 힘듭니다). 

p208에는 프리메이슨 홀이 소개됩니다. 책에 나온 설명대로, 프리메이슨 조합은 18세기에 만들어져 전유럽을 범위 삼아 활동하던, 자유주의 신조 위에 활동하던 비밀조직입니다. 그런데 이후에는 이런저런 탄압도 받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소멸했다고 봐야 하며 지금 남은 조직은 그저 이름만 지닌 데 불과하죠. 간혹 인터넷상에 전지구적으로 은밀히 주요 사건을 막후 조종하는 실세 그룹이라며 음모론 비슷하게 떠도는 이름은 저 프리메이슨과는 그나마 1%의 연관도 없는, 완전한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맞은편 페이지에 나오는 서머셋 하우스는 그저 이름만 우연히 같을 뿐 20세기 대중소설가 서머셋 몸(W S Maugham)과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아아... 요즘 트리컨티넨탈로부터 유물 반환하라고 아우성에 시달리는, 우리가 대영박물관으로 알고들 있는, 더 브리티시 뮤지엄이 p216 이하에 소개됩니다. 역사적 곡절이야 안타깝지만, 무심한 여행자 입장에서는 한 장소에 모아 놓은 이런 멋진 구경거리를, 한때 세계의 수도였던 런던 관광차에 볼 수 있어 편하긴 합니다. 

영어 인명, 지명은 가끔 unconventional하게 발음되는 게 있어서 외국인을 당혹하게 만들죠. p264에 나오는 Southwark Cathedral이 그 한 예인데 이 발음은 책에도 나오듯이 [서더크]에 가깝습니다. 앙글리칸, 아메리칸 에피스코팔 모두 감독파에 속하기 때문에 이 대성당 명칭이 커시드럴, 카테드라입니다. 우리말로는 "주교좌"라고 옮기죠. 맞은편 페이지에는 런던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등장한 더 샤드(The Shard)가 소개되는데, 롯데하고 좀 닮기도 했으나 이건 현대 고층물의 특징이 두루 그럴 뿐이니 모방 시비가 일어날 성격은 아닙니다. 생긴 건 더 샤드가 먼저 생겼습니다. 

21세기 들어서는 해리포터 프랜차이즈의 세계적 히트 덕분에 런던에 볼거리가 하나 더 생겼고 그게 p368에 소개되는 해리포터 스튜디오입니다. 이래서 영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저력은 쉽게 저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대중적 인기를 끌었으나 설록 홈즈는 아직도 영화, 뮤지컬, TV 드라마로 현대인의 마음과 감성에 어필하지만, 아르센 뤼팽은 본토에서도 잊혀져가는 점과 대조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뤼팽이 더 좋지만, 이미 프랑스인들의 크리에이티브라든가 표현 양식 같은 게 화석화해서 전통(혹은 무엇이 되었든)을 현대에 되살리는 스타일이 현저하게 매력이 떨어져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뤼팽 아니라 뭐라도 프랑스 현대 컨텐츠는 재미가 없고 너무도 판에 박힌 클리셰들뿐입니다. 17세기 이래 문화강국의 위명이 무색할 만큼 말입니다. 

아름다운 런던, 배울 게 많은 런던에 대해 모든 걸 알려 주는 듯한 멋진 가이드북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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