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 앞에 매번 우는 의사입니다 - 작고 여린 생의 반짝임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스텔라 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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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사람을 낫우는(=치료하는) 본분을 천직(天職)으로 아는 의사야말로 활인지불(活人之佛)이라 할 만합니다. p26을 보면 소아과병동에 들어서서 저자께서 하시는 첫마디가 "아름다웠다"입니다. 저자는 버니 시걸(예일대 의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고칠 수 없는 병이란 없고, 다만 치유할 수 없는 사람만 있다."고도 합니다. 뭐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말이긴 하나 이를 문언대로 받아들일 건 아니고, 저자처럼 어머니의 마음으로 환자를 봐 왔던 분의 입에서는 과연 나올 만한 말씀입니다. 

벨라, 브라이언. 저자의 두 자녀 이름입니다. 어느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봐 주었으면 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마치 저자처럼, 진정성으로 아이를 대하는 책임감있는 교사의 자세입니다. 어머니의 답도 비슷하게 진정성 가득하고, 사람 냄새가 풍기는 그런 답변입니다. 읽기, 산수(수학)를 당부하는 다른 학부형들의 반응 부분을 읽으며 순간 여기가 미국 아닌 한국이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뭐 교육열이 높고 환경이 윤택한 곳에서는 어디서나 비슷한 반응이기는 합니다. 

시골 외양간에서는 암소가 낳은 몸집 큰 송아지가 태어난지 얼마 안되었는데도 잘만 뛰어다니는 풍경을 보며 생명의 신비에 새삼 경탄하게도 됩니다. 그러나 사람은 어떻습니까? 너무나 취약한 겉모습이며, 누가 옆에서 숨만 잘못 쉬어도 저 작고 약한 생명체에 큰 해라도 입히지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p83에서 저자가 말씀하듯, 신생아는 알 수 없는 어떤 원인 때문에 돌연사하기도 합니다. 어떤 아기는 건강하다가 갑자기 아파지고 목숨을 잃으며, 어떤 아기는 미숙하게 태어나서 모두의 걱정을 사다가도 건강하게 회복합니다. 이처럼 생명의 이치는 인간이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우며, 그만큼 부모의 정성어린 돌봄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도 팬데믹 때 의사분들, 또 간호사분들이 일선에서 엄청난 수고를 하셨고 어떤 분들은 순직하기도 했습니다. 꼭 팬데믹 같은 비상사태가 아니라도, 의료진은 사람의 생명을 최일선에서 다루는 통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p64에는 로나 브린 법이 미국에서 어떻게 제정되었는지 그 경위가 설명됩니다. 사랑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저자도 p66에서, 아이를 키우던 엄마로서 자신도 육아 번아웃(burnout)을 겪었다고도 합니다. "누군가의 비일상이 나에게는 일상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불행은 나의 절망으로 바뀌기도 한다.(p77)."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말씀입니다. 

의사는 그저 지식만 많다고 그 직무가 수행가능한 그런 직종이 아닙니다. 이 책 중반부에는 신생아에게 응급 싱황이 생겼을 때 저자 같은 의사들이 어떻게 현장에서 대처하는지 아주 상세하게 서술됩니다. 이 과정을 보면 의사란 정말, 순간적인 판단력, 과감한 실행력, 무엇보다 저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최선의 조치가 무엇인지를 우선 생각하는 양심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우리는 과연 수고하는 의사들에게 그에 합당한 존중, 사의(謝意)를 갖고 살아가는 중일까요? 그들이 받는 수가가 그들의 노고에 비추어 정당한 수준이 맞을까요? 그들의 서비스가 과연 타 직역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성격일까요? 

신생아들의 상태는 다양합니다. 수십 년 전에는 신체 상태 어디가 결손되면 영양 상태가 안 좋거나 환경의 비위생 상태에 기인한다고 알았습니다. 그러나 p172에 한 예로 나오듯 21세기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 벤저민은 항문 없이 세상에 나와 많은 이들을 걱정하게 합니다. 엄마가 이름난 외과의사였는데도 태어난지 이틀이 지나서야 겨우 알았다고 하니 더 놀랍습니다. 설마 했겠지요. 예전 같으면 꼼짝없이 목숨을 잃었겠으나(유명한 예로 고종황제와 민자영 사이의 원자가 있습니다) 현재는 수술법이 있어서 해결이 됩니다. 책에도 간단한 수술 후 퇴원이 가능했다고 나옵니다. 제3자 입장에서도 휴 하고 안도가 되는 장면입니다. 

어느 문화권이라 해도 죽음을 상서롭지 못하게 생각하는 건 똑같습니다. 그래서 We lost him(her)라든가, He(She) didn't make it 같은 우회적인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나 p207에 나오듯, 의사에게는 심지어 그럴 자유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죽음은 그저 죽음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해야 제 할 일을 다하는 것입니다. 의사의 본분이 무엇이며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엿볼 수 있었고, 저자께서 의사이시면서도 한국의 평범한 워킹맘들이 공유하는 소박한 정서를 갖고 계신 분이라서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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