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면 길이 된다
이상헌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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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람들은 대부분 소작 생활을 하며 먹고살았고, 살림이 어려워지면 너른 공유지에서 방목도 하고 나무도 해오고 나물도 캐서 그럭저럭 살았다. 팍팍한 삶이었지만그럴 때마다 누구나 의지할 수 있는 나눔의 공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양모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주들은 양을 키우기 시작했다. 너른 들판이 필요하다 보니 농민들을 몽땅 쫓아내고 울타리를 쳤다. 공유지에도 울타리를 쳤다. 항의라도 해보려 하면 주먹이 먼저 날아들었다. 칼날도 뒤따랐다. 농민들은 부랑자가 됐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갔다. 저항하다가 쓰러진 이도 있었다. 민란도 빈번했다.

_ 우리 시대의 울타리치기 중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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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면 길이 된다
이상헌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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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죽으면 잊히고, 살아 있으면 편리한 손가락질의 대상이다.

_ 죽음이 또 다른 죽음으로 잊히는 사회 중 - P45

남는 것은 그들의 죽음을 기록한 숫자일 뿐이다. 김훈 작가의 말은 그래서 아프다. "죽음은 무의미한 통계 숫자처럼 일상화되어서 아무런 충격이나 반성의 자료가 되지 못한다.

_ 거대한 공동의 묵인 중 - P50

만신창이 고철 덩어리 같은 배를 이리저리 기워서 바다로 내보냈다. 선원들의 걱정과 항의는 그저뱃전을 때리는 파도 소리에 불과했다. 배는 예정된 운명을 맞으러 바다로 나갔다. 울며 붉어진 친구들의 눈은 불타올랐다. 인ㆍ간이 어찌할 수 없는 바다가 저지른 ‘횡포‘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범죄‘였기 때문이다.

_ 30년의 다짐, 넌 무얼 했느냐 중 - P53

한국 노동권의 시간은 중층적이다. 노동권 보장이 남부럽지않은 노조도 있고, 억울한 일에 목소리를 합쳐 따져보는 것마저도 꿈같은 사람들도 도처에 있다. 정부와 경영계도 대기업 노조의 힘에 볼멘소리를 하면서 비정규직을 더 챙겨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사정을 살피는 첫걸음으로 그들에게 목소리를 주는 데는 아직까지 모른 척이다.
그래서 100년이 지나도 노동권은 많은 이에게 "거친 꿈"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꿈이다. 루스벨트는 오늘도 서울거리에서 서성거린다.

_ 노동권,그 100년의 거친 꿈 중 - P62

4차 산업혁명의 다른 현장은 여전히 18세기 방직 공장이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무장한 배달업체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하루12시간씩 일주일에 하루 쉬고 6일 일한다. 월 200만 원도 벌지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들은 ‘사장‘이라 불린다. 오늘날의일할 권리는 너무 편의적이다. 일자리가 필요할 때는 주지 않고,
일자리를 얻으면 내가 원하는 만큼 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오언은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8시간노동‘이라고 했다.

_ 8시간 노동의 험난한 여정 중 - P65

게다가 우리는 ‘실패한 게으름‘에는 가혹하지만 ‘성공한 게으름‘에는 얼마나 관대한가. 운이나 권세 덕분에 자신의 재능과 노력 이상으로 벌고도 몇백 억 세금을 빼돌린 사람은 모른 척하다가도, 없는 사람의 몇만원에는 서릿발 치는 눈빛을 보낸다.

_ 게으름 탓이라는 강고한 신화 중 - P69

어느 일등 대학은 노동자 파업으로 도서관의 난방이 중지되자 학생의 학습권을 주장했다. 일등학생의 학습은 쉽사리 신성한 권리가 되고, 평범한 노동의 권리는 사회의 거추장스러운 부속물이 된다.

_ 나는 되고, 너는 아니 된다? 중 - P72

일을 시킬 때는 ‘갑질‘, 일값을 치러야 할 때는 ‘운명공동체‘. 하도급 구조는 이렇게 완성된다.

_ 임금체뷸사건 중 - P82

나의 노조는 필요하지만 너의 노조는 불편하다는 생각마저 생긴다.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그 생각은 거침없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 모든 것의 결과로 노조 조직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물론 대부분 구조적 요인 때문이지만 적지 않은 부분은 ‘선택‘의 결과다.

_ 노동조합, 이로우나 허하지 말라 중 - P93

우리가 살고 있는 ‘노동의 미래‘에는 ‘어제의 노동자‘가 가득하다. 오손도손 가족이 모이는 명절을 앞두고 임금체불 소식이며 산업재해 소식은 여전하다. 날짜를 지운다면 언제 적 얘기인지 알쏭달쏭할 지경이다. 다만 그때는 기름 냄새 확 나는 신문에서 읽었고, 지금은 소파에 누워 부스스한 눈으로 스마트폰에서 읽을 뿐이다.
_ 노동의 미래와 어제의 노동자 중 - P98

또 하나, 일자리 숫자만 따지다 보니 일자리의 질을 보지 못한다. 예컨대 컴퓨터 시대의 문제는 대량실업이 아니라 좋은 중간층 일자리의 상실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는 일자리의 소멸이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다. 또 그렇게 형성된 새로운 부가 나누어지는 방식의 문제다. 현란한 신기술이 가리키는 곳이 아니라 그 현란함 때문에 그늘진 곳을 살펴야한다._ 인공지능: 인간을 인간적으로 중 - P104

많은 나라에서 ‘기회의 평등‘을 위한 첫걸음도 내딛지 못했던 1950년대에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Michael Young은 미완의 과제에 서둘러 경고음을 울렸다. 기회 평등을 통해 성장한엘리트 계급이 모든 기회를 포획하거나 독점함으로써 그 역사적진보성은 역설적으로 사회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_ 키 작은 능력주의 중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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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층계급에게는냄새가 난다." 오웰은 기득권층이 이 세 마디 무시무시한 단어로 하위계층을 제압한다고 했다.

_ 이모 집의 냄새 중 - P29

2019년 11월 <경향신문>이 그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분들1,200명을 모두 호명해 내었다. 40~50대가 50퍼센트를 넘고, 대부분 50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셨다. 우리 이모부 같은 사람들이다. 나는 저 많은 분들이 세상에 남겨둔 가족들이 궁금했다. 그들이 견디어 냈을 팍팍한 삶이 그들의 이름 밑에서 훌쩍거리고 있을 것 같았다.

_ 이모 집의 냄새 중 - P31

(다시 날짜 불명)이 모든 것들이 참으로 기괴하여 내 한번 따지려 하니, 나도 숨어 있는 자요, 저 죽음에 기대어 사는 자다.
나도 저 당당한 식인의 풍습에서 평온한 것이다. 그래서 콜럼버스처럼, 나도 편지에 적어 알리지 않고 여기에 홀로 적어둔다. 설마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겠는가.

_ 광인일기, 식인의 풍습을 보았다 중 - P37

따라서 죽을 각오는 비대칭적이다. 죽을 각오를 하거나 권하는 사람 중 죽은 사람은 드물고, 그런 각오의 압력 속에 선택의 여지 없이 묵묵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은 죽는다. 죽을 각오로 일 하라고 해서 ‘죽을 만큼‘ 일하면 소리 내기도 힘들기 때문에 소리 없이 죽는다.

_ ‘죽을 사회‘를 권하는 사회 중 - P42

명량해전에서 시퍼런 칼날을 세우던 "사즉생"은 오늘날 시뻘건 탐욕과 뻔뻔한 무책임을 감추는 방패가 되었다. 하릴없이 충무공에게 불평한다.

_ "죽을 각오"를 권하는 사회 중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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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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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 <고향〉(1921년 1월) - P5

‘옳음‘을 말하는 우리가
실상
길을 막고 서 있다.

-본문에서 - P7

기업이 노동을 죽이는 것은 불가피함이고, 노동이 기업에 죽을듯 달려드는 것은 곧 범죄다.

_ 들어가며 중 - P14

정의와 범죄 간의 차이는 과연 멀지 않고, 우린 여전히 로마원형 경기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로지 몸으로만 싸우는 사자가 칼날에 휘청거릴 때, 경기장에 빽빽이 들어선 인간은 환호한다. 죽여라, 죽여라. 그렇게 죽은 사자에게 인간은 잠시 미안해할 뿐, 곧 다음 사자를 찾아 나선다.

_ 들어가며 중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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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 2014-2018 황현산의 트위터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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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uor1 2014년 11월 22일 오전 4:06

젊어서는 번역은 했는데 무슨 소린지 모를 때 황당하고, 늙어서는 무슨 소린지는 아는데 번역이 안 될 때 괴롭다. 번역가의 일생이다. - P24

@septuor1 2014년 11월 25일 오전 11:38

사람과 관련된 일에서 어떤 목표에 몰두하다보면 잔인성이 생겨난다. 그 잔인성이 사람을 흥분 상태에 집어넣고 영웅심 같은 것을 부추긴다. 그때 사람은 못할 일이 없게 된다. - P28

@septuor1 2014년 11월 25일 오후 11:00

이러다 유신 시대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고 어느 젊은 문인이 말했다. 애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 한번 일어선 아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기지 않는다. 무릎이 자주 다치긴 하지만. - P29

@septuor1 2014년 11월 29일 오후 7:59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은 큰 미덕이다. 충고질하지 않고, 괜히 말했네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게 이야기를 들어주려면 끈기도 필요하고 사람에 대한 사랑과 이해도 있어야 하는 것 같다. - P37

@septuor1 2014년 12월 6일 오후 3:06

편견은 무지에 잘난체가 합쳐진 것이니 인간을 괴물로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정신상태다. 그런데 대개는 똘마니 괴물이 만들어진다. - P47

@septuor1 2014년 12월 6일 오후 9:13

은유는 보통 자기에게는 확실하나 다른 사람은 아직 감지하기 어려운 것을표현한다. 환유는 자기도 알지 못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 뭉크가 불안한사람을 그릴 때 그 불안이 무엇인지 알았겠는가. 고로 모든 것을 다 알은체하는 사람들이 싫어한다.


@septuor1 2014년 12월 6일 오후 10:59

은유는 의미를 내포한다. 환유에는 의미가 들어 있지 않다. 좋은 환유는 사실상 아무것도 담지 않는다. 환유에서 의미에 해당하는 것을 찾는다면 그환유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 전체다. 그래서 환유를 읽기 위해서는 좋은 감각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 P50

@septuor1 2014년 12월 9일 오후 12:03

혐오 표현은 어떤 사람들을 사회로부터 제외하고 변두리화한다. 인격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혐오표현은 민주적 원칙에 어긋나는 말이며 따라서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옹호될 수 없다. - P54

BADER@septuor1 2014년 12월 11일 오후 1:21

고급문화에 대한 좌파의 의혹이 보통 편견에서 비롯하듯이, 좌파의 문화적 견해에 대한 그 반대편의 몰이해는 물론 오만에서 나오는데, 이 경우 몰이해는 의도적인 왜곡일 때도 있다. - P56

@septuor1 2014년 12월 23일 오후 11:56

비행기에서, 백화점에서, 횡포를 부리는 고객들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의부자들은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부자다, 나는 발광할 권리가 있다, 고로 나는 행복하다, 이런 확인을 날마다 해야 하다니. 행복이 좀 가만히 내려앉게 두질 못하고. - P71

@septuor1 2014년 12월 28일 오전 10:14

루소는 어느 나이나 다 불행하다고 말했다. 그 나이에 채워지지 않는 욕망때문에, 그러나 어느 나이에나 욕망이 있다는 것은 어느 나이에나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는 말, 늙어가며 제 나이의 즐거움을 발견하지 못하면 젊은 세대를 욕하게 되는 듯도, - P78

@septuor1 2015년 1월 4일 오전 10:57

충성이 죽음과 연결되면 종종 시적일 때가 있다. 황매천, 최익현, 충성이 늙음과 연결되면 대부분 더러운 산문이 된다. 늙어서 갑자기 충성을 말하는자는 세상이 멈춰 있기를 바라고, 그래서 하루라도 더 구차한 목숨을 연명하는 것밖에 더 바라는 게 없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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