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각들로 내 폐허를 버텨왔다. -T. S. 엘리엇, 「천둥이 한 말」 - P238
『유년시절』을 읽으면 1840년대 러시아 시골 영지에서 귀족집안 아이로 사는 것이 어떠한지 정확하게 알게 된다. 머리로아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몸으로 느낀다. 어떤 그림도 어떤 음악도 그렇게는 할 수 없다. 독자는 그곳에 가 있게 된다. 그 방 안에 있다. 그 아이들과 같이 있다. 문학만이 지닌 힘이다. 지구상에 이제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친밀하게 알게 하는 힘.
_ 이 조각이 내 폐허를 떠받친다 중 - P262
나 이제 일어나 가리, 밤이고 낮이고 호숫가에 조용히 찰싹이는 물결 소리가 들리니 찻길 위에서나 잿빛 보도 위에 서 있을 때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들리니
-W. B. 예이츠, 「이니스프리 호수 섬」 - P268
문자가 생기면서 실질적으로 시의 실용적 기능은 사라진 셈이다. 그리하여 시는 다른 쓸모를 띠기 시작했다. 일종의 깨달음, 혹은 내면의 삶을 기록하는 방식이 되었다. 하지만 글이 생기기 전에 이용하던 강력한 특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 P277
피카소의 청소년 시절 작품을 보면 이때는 피카소가 소묘 화가였음을 알 수 있다. 피카소는 어떻게 그리는지를 배운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배운 것을 피카소가 잊어버릴 수 있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작가가 쓰면 안 되는 방식 혹은 지금까지는 쓰이지 않은 방식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마찬가지다. 이런 사람은 규칙을 망각하는(혹은 선택적으로 무시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일단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워서 알아야 그러기가 쉽다. 그러면 실제로 작업을 하면서 익힌 것을 벗어 버릴 수가 있다. 하지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보코프는 여러 분야에서 독학을 한 사람이고 재능이뛰어난 독학자들이 쓰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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