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문장 -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이 삶의 질문을 마주하며 밑줄 그은 문학의 말들
스티븐 킹 외 지음, 조 패슬러 엮음, 홍한별 옮김 / 이일상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한한 연민이란 인물에 대해 취해야 할 마땅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연민, 곧 우월한 존재가 열등한 존재를 내려다보며 딱하게 여긴다는 뜻에서의 연민이 아니다. 보르헤스가 말하는 연민은 그런 것이 아니고 그런 연민은 여기에 필요 없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대상에 느끼는 연민에 가깝다. 인간이 지닌 비극적이고 일상적인 결함, 작품의 인물들이 스스로 정한 목표에 가닿지 못하는 모습, 바로나 자신이 미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것과 마찬가지로 좌절하는 모습들을 보며 느끼는 연민이다.

_ 무한한 세계가 펼처지는 마법의 주문 중 - P333

언어는 한계가 있고 결함이 있는 도구다. 하지만 그 말들이 저 높은 곳까지 어둠을 밝힌다. - P3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전거여행 1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순신의 칼은 인문주의로 치장되기를 원치 않는 칼이었고, 정치적 대안을 설정하지 않는 칼이었다. 그의 칼은 다만 조국의 남쪽 바다를 적의 피로 ‘물들이기 위한 칼이었다. 그의 칼은 칼로서 순결하고, 이 한없는 단순성이야말로 그의 칼의 무서움이고 그의 생애의 비극이었다. 그리고 이 삼엄한 단순성에는 굴욕을 수용하지 못하는인간의 자멸적 정서가 깔려 있다. 그는 당대 현실 속에서 정치적 여백이 없었다. 그가 남긴 시문 중의 한 절창은 이렇다.

_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중 - P191

진도대교 행어 아치 밑에서 울돌목의 물살은 거칠고 사납다. 현대식 기선들도 이 물살을 거슬러서는 나아가지 못한다. 이 물살이 이순신의 삶과 죽음이 교차하던 울돌목이다.

_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중 - P193

광화문 네거리에서 바라본 북한산과 경복궁과 그 앞으로 펼쳐진 거리는 한반도의 정치적, 이념적 정통성의 축선이다.
충무공은 이 축선의 가운데를 지킨다.
"정치란 무엇이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은 충무공의 생애와 더불어 이 축선 한가운데에서 어쩔 수 없이 떠올려지는 고통스러운 질문이다.

_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중 - P2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 문장 -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이 삶의 질문을 마주하며 밑줄 그은 문학의 말들
스티븐 킹 외 지음, 조 패슬러 엮음, 홍한별 옮김 / 이일상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조각들로 내 폐허를 버텨왔다.
-T. S. 엘리엇, 「천둥이 한 말」 - P238

『유년시절』을 읽으면 1840년대 러시아 시골 영지에서 귀족집안 아이로 사는 것이 어떠한지 정확하게 알게 된다. 머리로아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몸으로 느낀다. 어떤 그림도 어떤 음악도 그렇게는 할 수 없다. 독자는 그곳에 가 있게 된다. 그 방 안에 있다. 그 아이들과 같이 있다. 문학만이 지닌 힘이다. 지구상에 이제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친밀하게 알게 하는 힘.

_ 이 조각이 내 폐허를 떠받친다 중 - P262

나 이제 일어나 가리, 밤이고 낮이고
호숫가에 조용히 찰싹이는 물결 소리가 들리니
찻길 위에서나 잿빛 보도 위에 서 있을 때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들리니

-W. B. 예이츠, 「이니스프리 호수 섬」 - P268

문자가 생기면서 실질적으로 시의 실용적 기능은 사라진 셈이다. 그리하여 시는 다른 쓸모를 띠기 시작했다. 일종의 깨달음, 혹은 내면의 삶을 기록하는 방식이 되었다. 하지만 글이 생기기 전에 이용하던 강력한 특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 P277

피카소의 청소년 시절 작품을 보면 이때는 피카소가 소묘 화가였음을 알 수 있다. 피카소는 어떻게 그리는지를 배운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배운 것을 피카소가 잊어버릴 수 있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작가가 쓰면 안 되는 방식 혹은 지금까지는 쓰이지 않은 방식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마찬가지다. 이런 사람은 규칙을 망각하는(혹은 선택적으로 무시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일단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워서 알아야 그러기가 쉽다. 그러면 실제로 작업을 하면서 익힌 것을 벗어 버릴 수가 있다. 하지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보코프는 여러 분야에서 독학을 한 사람이고 재능이뛰어난 독학자들이 쓰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 P2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전거여행 1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겨울 영일만의 밤바다는 오징어잡이 어선들의 등불로 대낮처럼 밝다. 수평선 너머에서 노동의 불빛들은 태양보다 밝다. 아침해가 떠오르면 이 불빛은 사위어들고 만선을 이룬 어선 몇 척 포구로 돌아온다.

_ 태양보다 밝은 노동의 등불 중 - P172

허소치 말년의 화실이다.
이 초가집에서 허소치의 말년은 적막했고 단아했고 한유로웠다. 그러나 그는 유언에서 자식들에게 "고향을 떠나 도시에 가서 살아라"라고 말했다. 한유로움과 궁벽한 것은 다르다.

_ 원형의 섬 중 - P186

생명을 가진 것들의 색깔은 ‘노랑‘ 이나 ‘초록‘ 같은 개념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늘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고 있는색깔이다. 그래서 그 색깔은 정처 없고, 불안정해 보인다. 김치 담가먹은 무와 배추의 아름다움을 겨울 진도에서는 알 수 있다.

_ 원형의 섬 중 - P1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냉장의 세계 - 인류의 식탁, 문화, 건강을 지배해온 차가움의 변천사
니콜라 트윌리 지음, 김희봉 옮김 / 세종연구원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맥개빈의 요점은, 부패가 멈추면(박테리아, 곰팡이, 곤충이 식물과 동물을 분해하지 않아 필수 영양소가 순환되지 않으면) 지구는 급속히 사람이 살수 없는 곳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미생물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위한 사고 실험을 수행했고, "모든 생명체를 떠받치는 지구생화학적 재순환이 중단되어 생태계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는 암울한 장면을 보여주었다.

_ 차가움을 정복하는 사람들 중 - P54

냉장이 도입되면서 (처음에는 자연의 힘으로, 그다음에는 기계로) 수천 년에 걸친 식생활의 역사가 뒤집혔다. 어떤 면에서 냉장은 우리를 완전히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농경이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인간은 구석기 시대의 조상처럼 수백 가지의 다양한 식품 중에서 신선하고 부패방지 처리를 하지 않은 식품을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차가움을 체계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인류는 완전히 새로운 영양의 장을 열게 되었고, 부패뿐만 아니라 계절과 지리의 한계까지 극복하게 되었다.

_ 차가움을 정복하는 사람들 중 - P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