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에게는 못날 자유가 없었다. 유능하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이 거친 장시간 노동을 자녀 양육과 병행해 수십 년간 이어나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언니들이 버텨준 덕분에, 전사처럼 싸운 덕분에, 내가 기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_ 언니들의 어깨 중 - P73
나는 어느 날 갑자기 깨진 접시처럼 내 인생에서 떨어져나간사람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야멸차게 돌아섰던 사람들, 영문도 모른 채 내게서 멀어져간 사람들. 아마도 실금 때문이었을 것이다. 거기엔 어떤 사건이랄 것도 없었다. 우리 안에 차곡차곡 쌓여간 실금들만이 있었다.
_ 우리가 멀어져갈 때 중 - P82
우리의 상사들이 의견 반박과 복도에서 인사하지 않는 행위를 가장 견디지 못하는 것은 다 사랑받고 싶은 동물적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어에서 메시지가 아니라 뉘앙스가 의미의 팔 할인 이유다.
_ 우리가 멀어져갈 때 중 - P83
실금이다. 너는 나의 비겁이 싫고, 나는 너의대책 없는 신랄함이 버겁다. 제도 바깥으로 나올 것도 아니면서 노상 징징거리고 있는 내가 실은 나도 싫다. 그렇지만 나는, 온통 뽀족한 너도 실은 제도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한다는 것을 눈치챈다. 우리는 피차 정직하지가 않다.
_ 우리가 멀어져갈 때 중 - P84
기쁨을 좋아하는 척하며 사람들 속에 너무 오래 있었다. 허위가 보였고, 가식이 보였다. 기쁨의 통속성에, 관계의 표피성에, 행복의 피상성에, 그 형이하학적 정념에 종종 구토감을 느꼈다. 형이상학을 향한 한 줌의 비루한 욕구가 포기되질 않았다.
슬픔 수집가 중 - P96
그렇다. 나는 아직도 기쁨을 좇는 사람들을 미워하고 있다. 생의 비의를 알고 있다면 당신은 그렇게 기쁠 수 없다. 당신의 기쁨은 무지에 기반해 있다. 나는 당신이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슬픔을 더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슬픔에 대해 도란도란 더 많이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_ 슬픔 수집가 중 - P101
더 슬프고 더 현명한 사람A sadder and a wiser man. 깨달음이란기쁨과 함께 오지 않고 슬픔과 함께 온다는 것. 사람을 더 현명해지도록 만드는 것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라는 것. 더 현명한 사람은 필연적으로 더 슬픈 사람이며, 그것이 내가 그토록강렬하게 슬픔의 수집가가 되려던 이유였던 것이다. 나는 삶을잘 살고 싶다. 진짜 삶을 살고 싶다. 삶의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싶다. 삶의 폭력을 현명하게 잘 헤쳐나가고 싶다. 그러려면슬퍼야 한다. 슬픔에 귀 기울여야 한다. 슬픔만이 나를 그 길로안내할 수 있다.
_ 슬픔 수집가 중 - P106
어엿한 중산층이 된 기득권자들이 옛날의 자기연민에 빠져 스스로를 약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꼴불견이다. 자기연민은 어떤 경우에든 대체로 추하다. 지독한 자기애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_ 내가 가여울 땐 <엘리제를 위하여>중 - P119
자신의 오류를 정직하게 직시하고 끊임없이 수정하는 것도 용기요,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것도 용기다.
_ 용기의 장르들 중 - P135
정치에는 근본적으로 문학적 속성이 있어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달변가에게 유리한 점이 많지만, 정치는 문학과 달리 논픽션이라 이 서사의 주인공들은 반짝스타로 쉬이 발돋움은 해도 클래식의 주인공으로 오래 남는 경우는 드물다.
_ 고통의 속지주의 중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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