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려면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리베카 솔닛은가부장제가 가족을 지배하는 곳은 어디든 침묵이 존재한다고 했다. 나는 침묵에서 도망치는 방법으로 독립을 꿈꿨다. 독립의 마땅한 이유로 공부를 선택했다. - P13
"돈 없이 공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뭐,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단 낫지만." - P17
한 여성이 최소한의 자유와 행복을 가지려면 자기만의 방과 연간 5백 파운드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고. 당시 연간 5백파운드는 지금의 값어치로 환산하면 약 4천만 원이 넘는 돈이다. 돈의 액수보다 생활 유지가 가능한 고정적 수입을 의미한다. 자기만의 방이란 타인의 방해를 벗어나 원하는 일을 할수 있는 곳이다. 울프에게는 글쓰기였고, 그때의 나에게는 미래를 위한 공부였다. - P20
생물학에 ‘혼잡성 스트레스 증후군(CrowdingStress Syndrome)은 동물 무리 내 밀도가 높아지고 혼잡도가 증가할 경우, 무기력해지고 번식력과 면역력까지 약화하는 반응을 말한다. 동물만이 아니라 인간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밀도가 극도로 높은 곳에선 과민해지고,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극단적 폭력성마저 나올 수 있다. - P36
이제 고시원은 ‘고시원이 아니다. 대학원생, 사회 초년생, 일용노동자나 외국인 노동자, 노인이 머문다. 각자의 사정과 상황이 있을 테다. 그 방에 사는 이유는 달라도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이들에게는 잠을 잘 방이 필요했다는 것. 고시원 풍경이 바뀌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고시원은 가난의 방이다. 돈이 없거나 돈이 벌리지 않는 이들이 산다. - P39
집(home)은 개인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편안함을 준다. 안락함 이상의 자유와 독립을 느끼게 한다. 혼자 생활하더라도가족이나 친구를 자유롭게 초대하고 환영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개인의 사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집은 집밖의 커뮤니티와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 P44
동네는 분명 장소로서 특수성을 가진다. 특정한 시간 속에서 켜켜이 쌓아온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관계가 공간을 장소로 바꾼다. - P45
원룸이 효율적인 주거 형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가늠해본다. 미래에는 나도 당신도 원룸에 살 수 있다. 원룸을 사회 초년생을 위한 값싼 집으로만 보지 않아야 한다. 청년부터 노인까지 필요한 주거 규모이자 대안일 수 있다. 사회 시스템이 이를 보완하면서 협력할 공적 공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 P56
사람이 사물과 가장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건 소유라고 나도 ‘나와 집‘의 깊은 관계를 위해 집을 소유해야 했다. - P65
어린 시절 살았던 주공아파트에서 나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었고, 내 가족도 행복한 가족으로 보였던 것처럼. 이처럼 아파트는 착시를 만든다. 경제력과 생활이 닮은 사람들끼리 모여 있기 때문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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