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을 정확하게 던지기 위해 짚어봐야 할 개념이 있다. 우리는 가족family과 가구household를 자주 같은 뜻으로 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서로 다른 용어다. 먼저 가구는 행정적인 용어로 ‘한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단위‘를 말한다. 반면 가족은 보통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를 뜻한다. 만약 1인가구로 사는 사람이 한 집에서 홀로 생활하지만 부모와 형제자매가 있고 그들과 여전히 교류하고 있다면, 그를 ‘가족이 없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다. - P272

조카에게 향하는 정성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학자 로버트 밀라도 Robert Milardo 『잊혀진 친족: 이모와 삼촌 The Forgotten Kin: Aunts andUncles』에서 현재의 가족 연구가 부모-자녀 관계만을 조명하면서,
부모의 형제자매인 이모. 고모와 삼촌의 존재를 간과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모 · 고모와 삼촌은 두 번째 부모second parents로서 조카를돌보고, 조카와 그 부모를 중재하며, 이들 가족과 가까이서 삶을 공유하는 매우 중요한 가족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 P287

가족사회학자들은 가족을 역할과 의무의 교환관계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1인가구는 형제자매 가족에게 돌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돌봄의 의무를 요구하기는 어려운 주변부 가족구성원peripheral family member일 뿐이다. 로버트 밀라도의 책 제목 그대로‘잊혀진 친족‘인 것이다. 1인가구들이 1인가족이 되기까지, 그 흐름을 좇아가다 보니 이들은 본래 탈가족적인 존재라기보다 핵가족 중심의 가족관계와 문화가 이들을 밀어내면서 주변부로 이탈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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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 씨의 이런 욕구는 부르디외가 말한, 자신의 가치관을 사회적 기준으로 만들고 이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려는 상류층의 욕구와 닮아 있다. 자신들의 생활양식이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것‘, ‘교양 있는 것‘으로 인정받을수록 상류층의 사회적 지위는 더욱 공고해진다. 도영 씨가 바라는 것도 결국 자신의 가치관이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갖는 것"이었다. - P144

나는 오늘날 1인가구라는 사회집단에게 가장 가치가 높은 체화된 문화자본은 생활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생활역량이란, 사람이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요리, 빨래, 청소를 능숙히 해내는 살림역량이 대표적이다. 오늘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는 필요한 지식을 빠르게 얻어내는 정보력도 빠질 수없는 생활역량이다. 생활역량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1인가구에게는 더욱 필수적이다. - P147

주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일상적인 유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를 구별 짓지 않고 받아들이는 이 느슨한 개방성 속에서, 이제 도시에서는 사라져 가는 1차 집단의 정서를 느꼈다. 생활세계를 매개로 한 자연스러운 연대가 이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 P169

이처럼 연령, 성별, 직업의 차이를 막론하고 1인가구에게 살림은 생활이 아니라 생존에 가깝다. 요리는 ‘누군가를 먹이는 일‘에서‘배를 채우는 일‘로, 청소는 ‘함께 사는 공간을 돌보는 일‘에서 ‘견딜만한 수준의 정돈‘으로 바뀐다. 살림은 생명을 살리는 행위에서 생명을 겨우 붙드는 행위가 된다. - P198

 돌봄관계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서로를 향한 관심, 상대를책임지려는 마음, 기꺼이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을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돌봄의 이런 속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기계적 소셜 네트워킹은 1인가구에게는 오히려 비인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가까운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 가능한 돌봄공동체를 형성하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1인가구가 외발자전거로 서커스하듯 살림을 이어가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 가능해진다. - P217

다만 그 층위가 다를 뿐이다. 저소득층에게 가성비가 비용 절감이라면, 고소득층에게는 시간 절약이다. 시간을 아끼려고 직장 근처에 살고, 배달 음식을 시키고, 세탁을 맡긴다. 어느 쪽이든 윤택함이나 건강함과는 거리가 멀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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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풋 대비 아웃풋이 불분명한 영역에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은 기업가적 자아에게 비합리적인 선택이다.  - P65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클로디아 골딘Claudia Goldin은 이런 직종을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라고 불렀다. 금융, 법률, 컨설팅, 연구직처럼 높은 보상과 지위를 제공하는 대신 노동자의 시간과 헌신을 무제한으로 요구하는 직종이다. 이런 일자리들은 물먹는 하마처럼 인간의 시간을 빨아들이며 성장한다. 야근이 일상이고, 개인의 커리어 개발이 생존과 직결되며, 언제든 일을 최우선에 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 P67

울리히 벡은 노동의 멋진 신세계The Brave New World of Work』에서 이런 변화를 날카롭게 포착한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 노동자들이 ‘노동자 계급‘이라는 연대감 속에서 일했다면 서비스업중심으로 재편된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나 자신이 집단보다 우선이다. 집단의 탑이 무너진 자리에 자아의 탑이 우뚝 솟아올랐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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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논의를 가능케하려면 우리는 먼저, 출산율 저하를 특정 집단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개인의 선택을 비난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인구와 가구변동의 근본 원인인 산업구조의 전환을 간과하게 된다. 지금은 누군가를 비판하기보다는 이미 도래한 새로운 시대에 함께 대응해 나가기 위한 대화가 필요한 때다. - P42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 재생산 메커니즘이 가족 중심에서자기 중심으로 전환된 것이다. 나는 이를 자기생산-자기재생산 메커니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 P51

커리어 개발에 관해 연구해 온 심리학자 장 기샤르Jean Guichard의 말처럼, 현대사회의 개인은 일평생 자기를 디자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자기 커리어를 구축하는 과업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결혼해 가족을 만드는 과업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린다. 비혼 직장인의 커리어 중심적 삶은 경쟁적인 노동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연적인 결과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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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결핍이 아니라 관계적 결핍이 이들이 겪는 공통의 위험이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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