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 - 미국이 글로벌경제를 무기화하는 법
헨리 패럴.에이브러햄 뉴먼 지음, 박해진 옮김, 김동규 감수 / PADO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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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는 제국의 실제 업무가 지하로 상당 부분 옮겨 갔다. 미국이라는 제국은 여전히 글로벌 항로에 미 해군을 배치해 눈에 보이는 교역로를 열어둔다. 그러나 미국의 힘은 매설한 광섬유 케이블을 따라 이동하면서 인터넷망이나 은행이 글로벌 송금에 사용하는 복잡한 금융 네트워크에도 교묘하게 스며들어 있다. 글로벌무역 및 제조업을 떠받치고 있는 열린 시장 아래에는 지적재산권과 기술적 전문지식으로 이뤄진 무형의 네트워크가 놓여 있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는 미국 지도자들에게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없는 통제 수단이 된다.

_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중 - P15

미국은 더 이상 하나 남은 초강대국이 아니라 온갖초강대한 권력들로 무장한 나라가 되었다. 미국은 ‘글로벌 거미줄‘ 한가운데에 거미처럼 웅크리고 앉아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적국과 우방국이 나누는 대화의 미묘한 울림을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강철보다 강한 끈으로 적대국 경제의 숨통을 조일 수 있다.

_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중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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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꽃 - 내 마음을 환히 밝히는 명화 속 꽃 이야기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안진이 옮김 / 푸른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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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창의적인 화가에게는
장미 한송이를 그리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장미 한송이를 그리기 위해서는
지금껏 그려진 모든 장미를 잊어야만 하니까
_ 앙리 마티스

‘예술은 꽃이고, 인생은 초록 잎이다.
찰스 레니 매킨토시가 1902년에 말했다. - P19

마늘꽃의 모양은
우아하고,
마늘꽃의 향기에는
익힌 마늘 냄새가 아주 살짝 섞여 있다. - P27

털양귀비를 키우는 사람들은
절대로 봄에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 - P44

환각성분을 가진 흰독말풀은
낮에는 악취를 풍기고,
오직 밤에만 달콤한 향기가 나는
달꽃을 피운다. - P49

장미는 장미
는 장미는 장미다.
특히 백일홍 사이에
놓여 있을 때는.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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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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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정부는 엄청난예산을 들이면서도 그 흐름을 바꾸는 데 꾸준히 실패하고 있다. 한국이 유지되려면 아마도 상당 규모의 이민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제 한국의 정체성을 생각하는 방식을 바꿀 때가 오고 있다. 어쩌면 이미 왔다. 언젠가는 한국 대통령도 말할지 모른다. 한국은 하나의 관념이라고.

_ 테세우스의 배는 어디에 중 - P202

사람의 행동을 바꿀 방법은 강제, 계몽, 인센티브 중 하나다. 권력을 사용해서 특정 행동을 억지로 하게 만드는 것이 강제다. 의식화를 통해서 특정 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게끔 하는 것이 계몽이다. 특정 행동을 부추기는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인센티브다.

_ 지금과 다른 삶이 합리적이라 느껴질 때 중 - P244

아도르노는 주어진 선택지나 이야기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편끼리 놀아나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끼리끼리 모여 서로 ‘우쭈쭈‘ 해주다 보면, 자기와 다른 모든 의견은 "성가신 저항, 사보타주, 자기 밥그릇을 빼앗아갈 계략" 정도로 여겨지게 된다. 그 결과, "풍요로운 대조를 만들 능력, 모순을 감싸 안으면서 현재의 자신을 넘어설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만다.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패거리 의식은 심각한 자해행위다. 자기 심장에 박힌 치명적인 칼이다.

_ 주어진 선택지에 갇히지 말기를 기원한다 중 - P254

국가 폭력의 기억을 가진 한국의 보수우익은 과연 월트처럼 핏줄을 넘어, 인종 편견을 넘어, 구식 남성성을 넘어 자신의 후계를 찾을 수 있을까. 반공과 시장에 대한 집착을 넘어 월트처럼 세대를 넘는 가치를 발견하고 전해줄수 있을까. 그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을까. 중병에 걸린 자신을 버림으로써 공동체를 재건할 수 있을까.

_<그랜 토리노>를 권한다 중 - P278

고통이란 친구가 위험하다고 해서 쾌락만 벗하면 결국권태라는 또 다른 위험한 친구가 찾아온다. 쾌락은 지속되지않으며, 이완은 무기력으로 이어지고, 휴식은 권태로워지기 시작한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사람들은 마침내 휴식하기를 멈추고 일하기를 원하며, 이완하기를 그치고 긴장하기를 원하며, 권태로운 쾌락에서 벗어나 고통받기를 원한다. 마치 달리기 운동을 결심한 사람처럼. 달리기는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운동으로서 달리기는 결국 몸에게 보다 나은 상태를 선물할 것이며, 그러기에 사람들은 달리기의 고통을 감수한다.

_ 에필로그 중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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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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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에 비행기가 닿을 때면 발생하는 통상적인 충격을 나는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바로 현재다." - P10

"21세기 한국 사회는 불시착중이며, 이제 발생할 충격을 나는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현재다." - P12

안이한 언어와게으른 상상력에 의존해온 기존 이해 방식의 실패다. 이제 한국을 다시 생각할 때가 왔다. 한국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시 숙고할 때가 왔다. 한국을 이해할 언어를 새롭게 발명할 때가 왔다. 이 책이 그러기 위한 나의 소박한 첫걸음이기를, 언젠가 쓰일 한국사상사가 그 마지막 걸음이기를 바란다. - P15

이처럼 한국의 정체성에는 아주 일찍부터이주, 식민, 제국의 시선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 한국의 정체성은 바로 그런 시선들과 길항하며 전개되었다. 단군신화는 제국을 의식한 정치신학이다.

_ 홍익인간이라니 중 - P26

새해 결심은 결국 미래의 자신을 창조하는 행위다. 작년과는 다른 올해의 나를 창조하려는 행위가 바로 새해 결심이다.

_ 단군신화를 생각한다 중 - P30

박제상의 부인이 자신의 참담함을 정말 돌로 남겼다면, 그 돌은 "바르게 살자"처럼 명랑(?)하지 않고, 겸재 정선의 그림이나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그림처럼 어둡고 침울할 것이다. 그 돌은 충성심이나 절개보다는 화해하기 어려운 가치의 충돌, 그리고 그 충돌에서 희생된 인간을 상징할 것이다.

_ 역사책을 다시 읽는다 중 - P48

그는 죽었지만 우리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을 거라고 말할 때, 혹은 어떤 나쁜기억을 머리에서 지우고 싶어 머리채를 흔들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하나의 대상에 깃든 두 개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망각할 것인가? 시공을 넘어 지속되는 한국이란 공동체는 이선택적 기억과 망각의 결과다.

_ 왕의 두 신체 중 - P65

정조의 말을 통해 그 많은 사찰은 다 나름대로 국가에 필요한 존재들이었기에 남아 있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아무리 이데올로기적으로 억불(佛)을 외쳐도 현실적 필요가 있으면 국가와 종교는 공조한다는 사실을 여기서 새삼 확인할 수 있다.

_ 역사 속의 불교 중 - P73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인간을 정치체에 비유한 것은, 일견 조화로워 보이는 인간이나 사회에도 존재의 분열이 있다는 것,
인간의 두뇌와 위장은 항상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것,
오른손에게 해로운 일을 왼손이 저지르기도 한다는 것, 계급 간, 지역 간, 젠더 간에는 갈등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 분열을 재조정하는 것이 바로 정치다. 존재의 분열을 인정하는 한 정치는 불가피하고, 정치를 긍정하는 한 존재의 분열을 인정해야 한다.

_ 성군은 없다 중 - P80

유교랜드는 실제의 나라, 실제의 한국 전체가 유교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안동에 있는 것이 아닐까. 꼭 과거에 존재했던 문화라기보다는 현대 한국이 발명한 ‘유교‘의 랜드.

_ 유교랜드 중 - P98

미셸 푸코는 쿠데타 상황에서 국가이성은 "법 자체"에 명령한다고 말했다. 법을 어기고 지키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권위 자체에 도전하는 것이 쿠데타의 본질이다.

_ <서울의 봄>과 쿠데타 중 - P137

법이란 사전 재가를 목표로 한다. 어떤 일이 준법이고 어떤 일이 위법인지 사전에 공포하고, 그것을 따진다. 반면, 쿠데타는 사후 재가의 성격을 띤다. 어떤 일이 준법이고 위법인지를 소급해서라도 결정해버릴 수 있는 힘이 쿠데타에 있다. 쿠데타가 목표로 하는 것은 법을 초월하고 법을 시녀로 부리겠다는 것이므로, 사후 재가조차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최규하가 계엄사령관의 체포를 재가하면서 그것이 사후 재가임을 분명히 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 P139

《소년이 온다>의 마지막 부분, 죽은 동호의 어린 시절을 엄마는 이렇게 회상한다. 여덟살 묵었을 때 네가 그랬는디. 난 여름은 싫지만 여름밤이 좋아." (191쪽) 그렇게 말한 동호에게 나는 이렇게 화답해본다.
"난 인간은 싫지만 인간의 영혼이 좋아." 영혼은 밤처럼 서늘한 것이니까. 여름밤이 없으면 여름을 견딜 수 없고, 영혼이 없으면 인간을 견딜 수 없으니까.

_ 소년이 온다 중 - P149

근대화 과정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과 물자의 교류, 경제 여건의 개선, 외래 정치제도의 수입, 새로운 부유층의 등장 등등. 그것들은 불가피한 일들이지만, 개인과 사회의정신적 성숙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 근대화는 결국 공허한 것이다. 그 근대화의 결과, 정신적 허허벌판이 된 ‘선진국‘에 한국인이 서 있다.

_ 이것이 한국의 근대화다 중 - P174

중졸 학력 김장하의 견결한 삶은 고학력 정치인들이 보여준 정치적 퇴행과 선명하게 대조되는 안티테제다. 머슴 출신 김장하의 헌신적 삶은 화려한 학생운동 경력을 가진 일부정치인들이 불러온 환멸에 맞서는 안티테제다. 지방에서 평생을 보낸 김장하의 일관된 삶은 수도권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에 대한 안티테제다. 시민운동으로 시종한 김장하의 삶은 시민운동 경력을 발판으로 정계에 투신한 정치인들에 대한 안티테제다.

_ 환멸에 맞서는 안티테제 중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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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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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에서 직원이 나와 치매 노인의 정도를 확인해 간병인도 파견하고 지원도 한다 치매를 앓는 명자네 할머니는 매번 직원이 나오기만 하면 정신이 돌아온다 아들을 아버지라, 며느리를 엄마라 부르기를 그만두고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고 며느리를 며느리라 부르는 것이다 오래전 사복을 입고 온 군인들에게 속아 남편의 숨은 거처를 알려주었다가 혼자가 된 그녀였다

_ 기억하는 일 중 - P47

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고 끝물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입술부터 팔꿈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는 그 축농蓄膿) 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절기들을 줄줄 외워보았다

_ 환절기 중 - P49

살아 있을 때 피를 빼지 않은 민어의 살은 붉다 살아생전마음대로 죽지도 못한 아버지가 혼자 살던 파주 집, 어느 겨울날 연락도 없이 그 집을 찾아가면 얼굴이 붉은 아버지가목울대를 씰룩여가며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_ 파주 중 - P53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라고
조그맣게 적어놓았습니다

_ 낙서 중 - P77

소리 없이 죽을 수는 있어도
소리 없이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우리가 만난 고요를 두려워한다

_ 저녁 중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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