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 미술 전문기자의 유럽 미술관 그랜드투어
김슬기 지음 / 마음산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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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 미술관의 티켓에는 가슴에 맹세를 하는 한 남자의 손이그려져 있다. 엘 그레코의 <가슴에 손을 얹은 귀족〉의 손을 티켓에 새겨 넣은 것이다. 1580년에 그려진 이 작품은 엘 그레코가 스페인에서 그린 초기작 중 하나이며, 함께 걸려 있는 그의 초상화 여섯 점 중 가장 독특한 작품이다.


프라도 미술관 중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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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 미술 전문기자의 유럽 미술관 그랜드투어
김슬기 지음 / 마음산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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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르네상스의 도시에 왔다. 베니스에서 기차를 타고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피렌체는 정말 그림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아름다운 도시였다. 무엇보다 음식과 와인이 맛있어서, 기대가 컸음에도 그보다 더 즐거운 여행이었다. - P87

피렌체는 『신곡』을 쓴 단테 알리기에리의 도시다. 단테는 당시지배 계급이 사용하던 신들의 언어, 즉 라틴어 대신 토스카나 방언으로 시와 산문을 썼고, 그 덕에 토스카나어는 모든 이탈리아인의 삶과 예술을 기록하는 언어로 거듭났다. 영어의 아버지가 셰익스피어라면 이탈이아어의 아버지는 단테다. - P89

위대한 예술은 절대 사진에 담기지 않는다. 우리가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다. - P111

분수를 내려다보는 조각은 그리스신화 속 물의 신 오케아노스를 중앙에, 바다의 신 트리톤과 말을 그 옆에 장엄하게 묘사했다. 두 세기에 걸쳐 완성된 이 분수는 베르니니의 바로크 미학이 잘 표현된 작품으로 손꼽힌다. - P114

카라바조의 기법적인 특징으로는 명암 대비를 통해 입체감을 극대화시키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와 후기작에서 도드라지는 테네브리즘Tenebrism이 꼽힌다.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 기법은 등장인물을 단순화하고, 배경을 칠흑 같은 검정으로 칠해 마치 연극 무대의 핀 조명 같은 효과를 만든다. - P122

예술가들은 르네상스 시대에 홀로 일하지 않았다. 거장들은 마치 요즘의 미술학교처럼 공방을 운영하며 조수를 고용해 일했다. 교회와 귀족들에게 다양한 주문을 받았고 제자들에게 작법을 가르치면서 작품 제작을 병행했다. 공방에는 남성들만 참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공방은 우아한 공간이 아니었다. 청년들의 땀과 시끄러운 말소리, 화구의 먼지로 가득한 곳이었다. - P136

낭만주의 작가 찰스 노디어와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가 왕립 예술원에서 이 그림을 보고 프랑스에 돌아가면서 반전의 계기를 맞게 됐다. 이 그림이 프랑스에서 찬사를 받고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가 되면서 유럽 전역의 풍경화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그의 자연주의적 접근과 감성적 표현은 현대 풍경화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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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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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서 나온 햇빛은 8분 20초 뒤에 우리 눈에 보이며, 더 멀리 떨어진 별을 비롯한 천체들의 빛은 훨씬 더 일찍 뿜어진 것이다.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의 빛은 훨씬 더 일찍 뿜어졌기에 우리 눈에 보인다. 별이 빛나는 하늘이 천체의 역사책인 이유가 이 때문이다. - P24

우주에서 수십억 번 일어났던 일이 다시금 일어났다. 중력이 이윽고 구름을 끌어당겨서 뜨겁고 촘촘한 덩어리를 만들었다. 바로 우리 태양이다. 성운의 수소는 대부분 태양으로 끌려들어 갔지만, 얼음과 광물 알갱이는 남아서 갓 생긴 태양 주위를 원반처럼 돌았다. 오늘날 토성 주위를 돌고 있는 미세한 알갱이로 된 고리를 떠올리게 하는 형태다. - P28

이런 이유로, 행성계 원반이 식을 때 물질마다 결정이 되어 고체를 형성하는 시기와 지점이 다르며, 모두 태양의 열기로부터 얼마나떨어져 있느냐와 관련이 있다. 칼슘, 알루미늄, 티타늄의 산화물이 가장 먼저 형성되었고 이어서 철, 니켈, 코발트 같은 금속 산화물이 생겨났다. 태양에서 더 먼 이른바 결빙선 너머에는 얼음, 이산화탄소002, 일산화탄소, 메테인CH4, 암모니아NH3가 생겼다. 바다, 대기, 생명의 구성 성분들이다. 광물과 얼음 알갱이들은 충돌하여 더 큰알갱이가 되었고, 그것들은 다시 들러붙어서 더욱 큰 물체가 되었다.
수백만 년이 흐르자, 한때 원반이 있던 곳에는 커다란 공 모양의 구조물 몇 개만 남아 있었다. 그중 ‘태양에서 세 번째로 떨어진 암석‘이바로 지구다. 지구는 태양에서 약 1억 5,000만 킬로미터 떨어진 궤도를 도는 돌덩어리였다. - P30

종합하자면, 이런 암석들은 지구의 유년기에서 성숙기에 이르기까지의 발달 과정, 세균에서 우리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진화라는 장엄한 이야기뿐 아니라, 아마 가장 원대한 이야기일 지구의 물리적 측면과 생물학적 측면이 서로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쳐 왔는지도 들려준다. 지질학자로서 40년을 보냈음에도, 나는 여전히 영국 남부 도싯 해안의 절벽을 볼 때면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1억 8,000만 년 전의 지구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하곤 한다. 뒤에서 알게 되겠지만, 더욱 놀라운 점은 수십억 년 전에 살았던 지구와 생명의 모습을 알려주는 암석도 있다는 것이다. - P31

자기장은 태양풍(태양에서 뿜어지는 강력한 하전입자 흐름)에 대기가 휩쓸려 나가지않게 보호하고, 나침반의 바늘을 북쪽(대략적으로)으로 향하게 하는 유용한 일을 해주기 때문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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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 미술 전문기자의 유럽 미술관 그랜드투어
김슬기 지음 / 마음산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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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너무 거창한 감상을 늘어놓는 것 같지만 그만큼 나에게는 특별한 여행이었다. 『어스』의 더글러스에게서 내가 배운 건 ‘인생도, 여행도, 사랑도 우리 뜻대로 순조로울 순 없다‘는 교훈이었다. 나도 이 단순한 세상의 이치를 다시 한번 배웠다. 예측불허의 사건이 이어졌던 여행, 미술관에 걸린 명작들 속 인생과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

_ 프롤로그 중 - P11

초상화를 주로 그렸던 조플링은 자신을 드러낸 적이 드물었다.
미술사가들은 거울 안의 이젤을 통해 이 그림이 단순한 신데렐라의 그림이 아닌 자화상이 아닐지 추측한다. 마침내 주인공이 된여성 화가로는 루이스 조플링도 있었다.

_ 국립 초상화 미술관 중 - P27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이미지로는 뭐가 있을까. 하일랜드의 광활한 자연과 이곳에서만 자생하는 거대한 붉은 사슴이나 소 같은 동물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위스키 이름에 단골로 등장하는 글렌glen이라는 단어는 스코틀랜드 언어인 게일어로 ‘계곡‘을 뜻한다.

_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 중 - P36

스코틀랜드가 배출한 가장 유명한 화파는 ‘글래스고 보이스Glasgow Boys‘다. 1880년대 초, 스코틀랜드 모더니즘 미술이 태동했다. 미술계가 역사화를 강조하는 것에 환멸을 느낀 동시대 젊은 작가들은 실외로 뛰쳐나갔다. 시골 생활과 자연 환경을 기록하며 야외에서 작업했다. 이들은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사실주의, 미국화가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그림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 P37

의자에 앉으니 경탄과 경외와 매혹의 표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지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반 고흐의 힘은 그림이나 미술에 관심이 전혀 없는 이들조차도 빠져들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들 중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물론 화려한 복장의 관광객도많았다. <해바라기>는 자석처럼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그들이 마치 난생처음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감동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0월의 런던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면 아쉬울 것이 분명하다.

_ 내셔널 갤러리 중 - P55

왜 두 그림에 이런 공통점이 있을까. 유다의 배신을 강조하기 위해 두 작가는 충성심의 상징인 개를 그린 것이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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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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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건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사귀게 되면 만족감도 더 커진다. 갑자기 당신이 있는 곳에 완전히 신선하고 익숙하지 않은 삶이 나타난다. 발견되지 않은 과거와 아직 탐험해야 할 미래가 눈앞에 있다. 따라서 지금 이야기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것이 ‘새로운 새‘ 친구의 즐거움이다. 반면 ‘새로운 오랜‘ 친구를 실제로 사귈 수 있다면, 자족감과 사내들만의 편견에 젖어들기 십상일 게 분명하다. 감상에 푹 젖어 코르덴 바지를 입고 파이프를 씹으며 맺는 유대감 비슷한 것.

_ 이야기의 끝 중 - P144

"감정을 보여주는 것과 감정을 표현하는 건 달라." - P150

"노력은 한다. 그래, 내가 그냥 넘어가 주느라 노력하고 있지." - P152

"사랑에는 늘 키스하는 쪽과 뺨을 내미는 쪽이 있다" - P174

그리고 더 유명한 말. "사랑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면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게 역사적으로 꽤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와 소셜미디어로 꽉 찬 오늘날의 세상에서 사랑에 관해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사실 그래서 지금은 모두가 사랑이 자기가 마땅히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_ 이야기의 끝 중 - P175

더 심각한 것은, 마치 어떤 고대 희곡 속의 불운한 운명의 피조물들처럼, 자신들이그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거나 이해하지도 못한 채 자기 삶을 반복해야 하는 저주에 걸려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마지막 문장은, 인정하거니와, 어느 정신의학 저널에서 가져온 게 아니라 내가 쓴 거다. - P173

그의 비극은 사랑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의 비극은 사랑을 할 수는 없는데 그녀가 주고자 하는것이 사랑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 P182

사람들 말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잊고 있던 어린 시절 기억이 자주 돌아온다. 동시에 중간에 낀 세월을 쥐는 힘이 약해진다. 아직 나한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노쇠가 자리를 잡으면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상상할 수는있다. 우리의 정신적 공간은 생생한 초기 장면들, 그다음에는 긴 공백, 그다음에는 반복되는 나날, 그리고 반복되는 혼란이 구름처럼 흐릿하게 지나가고 있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무가치한 현재가 점령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삶은, 다시 말해서, 중간에 커다란 구멍이 있는 이야기로 축소될 것이다.

_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중 - P219

나는 병과 노쇠를 생각할 때 가끔 이 사건을 떠올린다. 그냥 우주가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뿐이야, 당신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그러니까 씨발 어서 안으로 꺼져, 알았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나? - P240

대신 나는 어딘지 모르는 어느 나라의 어딘지 모르는 어느 소도시의 한 카페 실외석에 앉아 있는 작가와 독자의 이미지를 좋아한다. 따뜻한 날씨고 우리 앞에는 시원한 음료가 있다. - P262

그러므로 내용에 대해서도 나는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이 기나긴 작별의 글이 2022년부터 2025년에 걸쳐 아주 느리게 쓰였으며,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는 사실만 밝혀두고 싶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당신이 우리의 관계를 기쁘게 여겼기를 바란다. 나는 분명히 그랬다." 오랜 세월. 우리의 관계, 기쁨, 돌이켜 보니 오랜 세월, 우리의 관계... 그건 기쁨이 맞았다. 그 기쁨에 감사한다.

_ 김연가(소설가) 중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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