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송세월 - 초판한정 김훈 문장 엽서 나남신서 2168
김훈 지음 / 나남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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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선생의 글은 허무하다고 힌다. 동의하지 않는다. 대신 생활과 삶 그리고 구체적이다. 교동도와 태픙전망대를 나도 다녀왔다. 유사한 장소성에 느끼는 감정이 있다. <생활은 크구나>를 철모애서 바라본다.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을 보낼 때, 빛과 볕으로 가득차다. 허송세월이 즐거움으로 진화한다. 어디 몸과 마음 둘 곳 없는 서람들에게 김훈선생의 글은 위안과 감정이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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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송세월 - 초판한정 김훈 문장 엽서 나남신서 2168
김훈 지음 / 나남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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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 야만성의 현실적 뿌리가 얼마나강력한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는 스물여섯 살이었다. 그는 순결했으므로, 순결한 만큼 세상에 분노했고, 순결한 만큼 세상물정을 몰랐다. 그는 세상물정에 아둔한 만큼 담대했고, 담대한 만큼 무모했다. 그는 기어코 일을 저질렀다. 아마도 그때 내가 동료 신앙인으로서 황사영의 곁에 있었더라면 나는 그의 행동을말렸을 것이다.
나는 그런 인간이지만, 그의 순결하고 또 거침없어서 무모한청춘의 영혼이 살아남아 이 가짜뉴스로 어수선한 시대를 향해한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_ 청춘예찬 중 - P237

남의 자식을 짓밟고 ‘내새끼‘를 밀어붙이는 이 고위층 갑질의역사가 계속되는 한, 저출산 정책에 수십 조를 퍼부어도 그 결과는 모두 헛것이다. 이미 헛것이 되었다. 이제 ‘아기가 타고 있어요‘도 점차 사라지고 ‘힘센 꼰대가 간다‘만 남을 판이다.

_ 아이들아,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보아라 1 중 - P252

사람은 지나가지만 사람됨은 지나가지 않는다. 짓밟히고 억눌린 시대에도 사람은 사람다운 표정과 체취와 온도를 지니고 있었고 억압에 매몰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의 그때‘를 ‘사람의 자금‘이라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_ 박경리, 신경림, 백낙청 그리고 강웈구 중 - P264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따뜻한 양지쪽이나 고기 잡히는 물가에 모여서 마을을 이루고 돌도끼, 돌칼을 만들어서 사냥하고 먹고 남은 식량을 비축해서 겨울에 대비하는 삶의 방식과 교동도대룡시장의 형성 과정은 근본에 있어서 아무 차이가 없다. 인간은 사상이나 이념의 노예가 아니고, 노동과 교역은 인간이 지상에서 평화와 자유를 건설하는 토대이며, 생활은 영원하다는 것을 대룡시장에서는 쉽게 알 수 있다.

_ 아날로그는 영원하다 중 - P275

기다림과 그리움은 모두 아날로그의 사업이고, 디지털의 공간 속으로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_ 아날로그는 영원하다 중 - P279

법의 적용과 집행이 법으로서 정당한 것이라 해도, 이로써 인간 세상에 정의가 구현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확실치 않다‘
는 나의 말은 그야말로 확실치 않아서 내가 듣기에도 비겁하다.
이 민망함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확실치 않은 것을 확실하다고믿을 때, 한쪽 둑을 막으면 다른 쪽 둑이 무너지고, 꿰맨 자리가계속 터지고, 터진 자리에서 또 다른 문제가 쏟아져 나온다.

_ 여덟 명의 아이들을 셍각함 중 - P283

정의 혹은 이념의 깃발을 들고 어깨를 거들먹거리며 땅 위를 걸어다니는 자들은 어리석다. 이 세계의 불완전성을 이해하는 것으로 그 불완전성을 해결할 수 없지만 그 불완전성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은 세계와 인간을 대하는 마음에서 겸손과 수줍음과 조심스러움을 갖출 수 있다. 겸손과 조심스러움을 상실한태도가 이 불완전한 세계 위에 지옥을 완성한다. 이 지옥의 이름은 파시즘이다.

여덟 명의 아이들을 생각함 중 - P283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일을 사법 영역으로 들이미는 것은 정치를 검찰권에 예속시킴으로써 정치의 영역을 스스로 폐쇄하는 결과가 될 터인데, 이러한 자폐 행위도 정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_ 말하기의 어려움, 듣기의 괴로움 중 - P294

그러므로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거대질문보다도 ‘무엇이 정의인가?‘라는 소박한 물음이 오히려 인간의 편에 가까울 것입니다.

_ 말하기의 어려움, 등기의 괴로움 중 - P297

이 냄새는 똥 냄새의 대척점에 있었다. 똥 냄새는 사람의 몸이빚어낸 소화의 결과물이 갖는 평화로움이 있지만, 최루탄 냄새는 화학적으로 생산된 독극물의 공격성으로 사나웠다.
이 냄새는 말을 하려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고 모이려는사람들을 헤쳐 버릴 수 있었지만, 이 냄새에 대한 사람들의 적개심을 더욱 크게 불러일으켰다. 이 냄새는 그 시대의 앞을 철벽으로 가로막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냄새 속에서 외치고 또 외쳤고, 그 사람들 위에서 최루탄은 거듭 터졌다. 이 냄새는 정치의 냄새였고, 정치를 거부하는 냄새였다.

_ 인생의 냄새 중 - P327

참호 속에서 전사한 병사의 넋이 생활용구로 변해서 돌아온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날 집에 돌아와서 나는, 생활은 크구나, 라고 글자 여섯 개를 썼다.

_ 새와 철모 중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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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평등, 해탈, 초월 같은 개념어들이 지향하는 궁극의 상태는 형용사적 세계일 것이다. ‘가난함‘을 ‘빈곤‘으로 이해하는사람은 가난을 모른다.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겪는 삶은 빈곤 poverty이 아니라 가난함 being poor이고 차별받는 사람이 원하는세상은 평등 equality이 아니라 평등함 being equal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해탈한 도인들의 자유는 동사나 명사의 세계가 아니라 중생들은 알 수 없는 어떤 형용사적 세계일 것이다.

_ 형용사와 부사를 생각함 중 - P147

노래는 노동에 신명을 불어넣는다. 노래하면서 노동하는 사람들은 노동으로부터 소외당하지 않고 노동 안에 인격을 존시킬 수가 있었다. 이제 노동은 기계화되었고, 노동과 노래는 분리되었다. 노래는 ‘보존‘의 대상이다. 금산리민요보존회는 분단의 사이를 흐르는 강가 마을에서 섞이고 합쳐지는 삼도품의 노래를 불러서 보존하고 있다. ‘헤이리소리‘가 그 노래이다.

_노래는 산하에 스미는구나 중 - P152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저무는 저녁에 허균, 차천로, 김득신의독서를 생각하는 일은 슬프다. 독서는 쉽고 세상을 헤쳐 나가기가 더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세상살이는 어렵고, 책과 세상과의 관계를 세워 나가기는 더욱 어려운데, 책과 세상이 이어지지 않을 때 독서는 괴롭다.

_ 난세의 책읽기 중 - P157

경제학원론에서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거리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 거리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은 작동되고 있지만, 그 작동의 결과는 자유와 조화가 아니고 억압과 구속이다. 이 억압과 구속은 밥을 사 먹는 사람과 밥을 팔아서 밥을 먹는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먹기의 괴로움 중 - P163

사람은 손과 팔을 내밀어 사랑을 한다. 사랑에는 몸과 말이 모두 필요하다. 이것은 해 본 사람은 다 안다.
나는 요즘에는 연장을 사용하는 일은 하지 못하고 연장에 기름만 치고 있다.

_ 주먹도끼 중 - P176

생산과 취사에 관련된 연장들은 그 연장을 사용하는 인간의동작을 표현하는 동사를 거느리고 있다. 언어는 행위에 바탕하고, 연장이 언어와 동작을 연결시킨다.
이 동사들은 ‘빨다, 찧다, 파다, 뚫다, 훑다, 썰다, 다지다, 갈다, 짜다, 헐다, 조이다, 고르다, 까불리다, 들이다, 감다, 말다...
들인데, 연장과 더불어 살아 있는 언어다. 민속박물관은 활물로가득 차 있다.

_ 박물괌의 똥박아지 중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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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멀어져 갔지만, 나는 아직 술을 끊은 것이 아니다. 나는희망의 힘에 의지해서 살지 않고 이런 미완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_ 늙기의 즐거움 중 - P20

주어와 술어를 논리적으로 말쑥하게 연결해 놓았다고 해서문장이 성립되지는 않는다. 주어와 술어 사이의 거리는 불화로긴장되어 있다. 이 아득한 거리가 보이면, 늙은 것이다. 이 사이를 삶의 전압으로 채워 넣지 않고 말을 징검다리 삼아 다른 말로건너가려다가는 허당에 빠진다. 이 허당은 깊어서 한번 빠지면헤어나지 못한다. 허당에 자주 빠지는 자는 허당의 깊이를 모른다. 말은 고해를 건너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 주어와 술어 사이가 휑하니 비면 문장은 들떠서 촐싹거리다가 징검다리와 함께무너진다. 쭉정이들은 마땅히 제 갈 길을 가는 것이므로, 이 무너짐은 애석하지 않다. 말들아 잘 가라.

_ 말년 중 - P39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별으로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_ 허송세월 중 - P43

시간을 시각과 시각 사이의 흐름이라고 억지로 말하는 말을 들을 때 나는 말로부터 소외되지만, 허송세월하는 저녁에 노을을 들여다보면 나는 시간의 질감을 내 살아 있는 육신의 관능으로 느낄수 있고, 한 개의 미립자처럼 또는 한 줄기 파장처럼 시간의 흐름위에 떠서 흘러가는 내 생명을 느낄 수 있다.

_ 허송세월 중 - P48

죽으면 말길이 끊어져서 죽은 자는 산 자에게 죽음의 내용을 전할 수 없고, 죽은 자는 죽었기 때문에 죽음을 인지할 수 없다.
인간은 그저 죽을 뿐, 죽음을 경험할 수는 없다.

_ 재의 가벼움 중 - P50

가볍게 죽고, 가는 사람을 서늘하게 보내자. 단순한 장례 절차에서도 정중한 애도를 실현할 수 있다. 가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의술도 모두 가벼움으로 돌아가자. 뼛가루를 들여다보면 다알 수 있다. 이 가벼움으로 삶의 무거움을 버티어 낼 수 있다. 결국은 가볍다.

_ 재의 가벼움 중 - P54

태풍전망대에서 내려올 때 내 마음속에서 자연과 역사는 극심한 불화로 부딪힌다. 이처럼 크고 무서운 적대감의 뿌리가대체 무엇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봉우리들이 신록으로 덮이고또 백설로 덮여도 중무장한 적의의 진지들은 능선을 따라서 대치하고 있다. 인간이 자신의 언어로 자신을 설명할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으로 나의 산천예찬은 무색해진다. 이념의 깃발이 무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지층 아래 적개심은 날마다 차곡차곡 쌓여 가는 것인가.

_ 태풍전망대에서 중 - P103

과일을 먹을 때, 마주 보는 거울의 허상은 깨어지고, 그 자리에 꽃이 피어난다. 꽃을 설명해서는 꽃을 이해할 수 없고, 꽃을받아들이면 논리로는 알 수 없는 것을 몸이 안다.

_ 꽃과 과일 중 - P88

어린아이들은 길을 걸어갈 때도 몸이 리듬으로 출렁거린다. 몸속에서 기쁨이 솟구쳐서 아이들은 오른쪽으로 뛰고 왼쪽으로뛴다. 아이들의 몸속에서 새롭게 빚어지는 시간이 아이들의 몸에 리듬을 실어 준다. 호랑이나 사자의 어린것들도 스스로 기뻐하는 몸의 율동을 지니고 태어난다. 그것들은 생명을 가진 몸의즐거움으로 발랄하고 그 몸들은 신생하는 시간과 더불어 뒹굴면서 논다. 이 장난치는 어린것들의 몸의 리듬을 들여다보는 일은늙어 가는 나의 내밀한 즐거움이다.

_ 시간과 강물 중 - P95

이 시대에는 ‘말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절망감을 떨쳐 내기가어렵다. 말이 소통의 능력을 회복할 수 있을 때 이 시대는 좁은출구를 겨우 찾아갈 수 있을 터인데, 말이 적대하는 전투에 동원된 시대에 나의 말은 무력하게 들리지만, 무의미하지는 않기를나는 바란다.

_ 적대하는 언어들 중 - P110

정상적인 사유 능력과 감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이 참을 수 없이 단순한 원시성과 한 세기에 걸친 불변의 무지몽매에 절망할 수밖에 없는데, 죽음이 망각에 묻혀 일상화되면 사람들은 절망을 절망으로 인식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상실하게 된다. 이미 그렇게 되어 있다.

_ ‘세월호’는 지금도 기울어져 있다 중 - P120

공원에서 연꽃과 물고기를 들여다보면서 장자를 생각했다.
연꽃이 장자고 물고기가 책이었다. 아름다운 것은 본래 스스로그러하다. 거꾸로 써도 마찬가지다. 내년 여름에는 또 새 매미가울겠지.

_ 여름 편지 중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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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여자, 작희 - 교유서가 소설
고은규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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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어려운 말이나 중의적 표현이 없어도 멋진 글이 된다는 걸 보여준 소설이다. 그 시절(일제)와 현대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쓰는 여자, 작희 이야기는 왜 이렇게 다큐 같은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억압과 폭력, 탄압을 온 몸으로 당한 여성들이 결국 가해자들을 돌보는 현실에서 또다른 모순을 느낀다. 특히 지식인들의 위선과 가식은 시대를 초월한 시대코드인 듯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선물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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