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욕망의 유전자 - 직립에서 정장까지, 건축으로 읽은 문화의 계보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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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농사를 시작했다.
정착 농경은 구조적, 주기적 잉여를 낳았다.
그 잉여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계급이,
교환하는 과정에서 도시가 발생했다.
각 계급은 서로 다른 자유도를 갖게 되었다. - P7

높은 자유도의 계급은
자신의 계급을 과시하고, 욕망했다.
그 과시와 욕망은 시각적으로 표현되어 왔다.
은밀히, 혹은 노골적으로,
이 책은 그 목격담이다. - P8

그 고등학생이 이런저런 책을 읽고, 나이도 먹고, 건축을 직업으로 선택하여 생각도 좀 많아졌다. 잡다한 질문들을 관통하는 답이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상은 복잡해도 답은 간단할 것이다. 간단할수록 그것이 답일 가능성은 크다. 이 책은 그런 질문들에 대해 내가 내린 가장 간단한 답이다.

_ 지도 중 - P11

그렇다면 보편성이 더 높은 다른 기준은 없을까. 중요한 건 아이스크림을 먹는 순간의 행복보다 원하는 때 먹을 수 있는 선택의 자유다. 강물의 이동을 규정하는 중력에 해당하는 그 단어로 내가 얻은 결론은 자유다. 행복뿐 아니라 자유도 절대 계량화는 어렵다.

_ 자유 중 - P13

자유는 시대에 따른 총량이 다르다. 그 자유의 총량은 생산력 증가가 큰 변수다. 생산력 증가를 이루게 해주는 것이 테크놀로지다. 테크놀로지는 지속해서 변화해 왔다. 새로운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능력을 전환적 테크놀로지, 이전과 동일한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얻게 해주는 능력을 진화적 테크놀로지라고 부를 것이다.

_ 자유 중 - P16

자유의 비대칭 소유자들이 집단으로 구획되면 이 구분선을 계급class 이라고 불렀다. 자신의 능력으로 그 구분선사이의 이동이 가능하면 계층stratum 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_ 분배 중 - P18

악법과 무법의 차이는 질서의 존재 여부다. 악법은 공정한 분배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질서는 보장하는 힘이다. 그는 무법으로 표현되는 사회 질서 붕괴 상태보다는 악법에 의한 질서 유지가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독배를 마신 철학자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_ 분배 중 - P19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설명도 필요했다. 믿는다는 것의 전제는 모른다는 것이다. 믿음 중에서 좀 더 강력한 것을 신념이라고 한다. 그래서 경험이 상상과 조합되면 신념이 된다.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신념이라면 집단 신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겠다.

_ 신념 중 - P22

유럽에서 등장한 이 사고 체계가 전 세계로 퍼졌다. 프로테스탄티즘이 종교적으로 특이한 것은 사제라는 신적 중재자 계급의 필요성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문자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혁신적이었다. 사제와 이해를 공유하는 왕과 귀족의 존립 기반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노예도 사라져야 했다. 계급 체계가 바뀌었다. 단언하건대 프로테스탄티즘은 이전의 다른 어떤 종교와도 다른 체계를 갖고 출발하였다. 그 종교의 막강한 영향력이 세상을 바꿔나갔고 그 내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_ 신념 중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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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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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래선 안 되는데………… 무의미가 :마를 타고 불안정한 몸이라는 트로이로 들어갔다. 밤이면 저렇게울부짖는 것도 다 그래서다.………… 나는 그들이 싫으면서도 그들의견딜 수 없는 슬픔과 무의미에 친밀감을 느낀다. 가끔은 그 울부짖음에 내 소리도 보태고 싶어진다. 나도 믿음직한 친구들 몇 명과 모여 있다면 분명 그들과 함께 울부짖었을 것이다. 이 도시의영원한 콘크리트 들판 한복판에서, 행복하면서도 달랠 수 없을만큼 서글프게. 그 거친 사막 한가운데에서,

_ 전 지구적 가을 중 - P318

어떻게 지내- 일상 속에서 사람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약한독. 이 질문에 솔직히 대답할 방법은 없다. 정말로 없다. 가능한 대답들은 있지만 나는 그 대답들이 역겹다 알겠는가? 정말로 역겹다..... 그렇게 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대답들. "좋아, 고마워"라든가 "뭐, 아직은 버티고 있어"
라든가 "그럭저럭 살아는 있으니까"라든가...

_ 전 지구적 가을 중 - P325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그런 슬픔...... 뱃속의 깊은 슬픔. 허기는 채워졌지만 기쁨은 끝내 오지 않았거나 이미 떠나가버렸다. 17세기로부터 오는 슬픔.

_ 전 지구적 가을 중 - P345

멜랑콜리가 세상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시간 속에서 무언가가 뒤엉켰는지 가을이 좀처럼 물러가지 않아서 모든 계절이 가을이다. 전 지구적 가을………… 여행도 슬픔을 치유하지는 못한다.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가장 슬픈 곳은 바로 세상이다.

_ 전 지구적 가을 중 - P368

나는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일인칭으로 쓴다.
나는 내가 나 자신의 투영이 아니라 삼차원의 존재이고 몸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삼인칭으로 쓴다. 가끔 유리잔을 슬쩍 밀어 그것이 바닥에 떨어지고 깨진다는 사실을 흡족하게 주시그러니 아직 존재하고 어떤 결과를 초래한다.

_ 슬픔의 기초 물리학 중 - P373

안타까워라, 이야기는 선형적이라서 매번 우회로를 없애고 벽을 세워 옆길을 막아야 한다. 고전적인 서사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가능성을 소거해나가는 것이다. 경계를 확정하기 전, 세상은평행한 버전들과 옆길로 가득하다. 오직 망설이고 주저하는 상태에서만 모든 출구가 이리저리 이동하며 열려 있다. 불확정성과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양자물리학은 이를 증명해왔다.

_ 슬픔의 기초 물리학 중 - P376

다행히도 내가 관심을 쏟는 것들은 무게가 없다. 과거, 슬픔,
문학이 무게 없는 세 고래만이 나의 흥미를 끈다. 하지만 양자물리학과 자연과학은 그들을 외면해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물리학과 형이상학의 형식적 구분으로 인해 지식의 우주가 명확하고 인위적으로 분할되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아마 자신의 저작을 손수 불살라버렸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그 안의 여러 부분을 합쳐놓았으리라.

_ 슬픔의 기초 물리학 중 - P377

어떤 이들에게 공감은 고통을 통해 열리는데 내 경우는 슬픔을통해 열릴 때가 더 많다. 슬픔의 물리학-시작은 슬픔의 고전물리학은 수년 동안 나의 탐구 주제였다. 슬픔은 가스와 증기처럼 자체의 형태나 부피가 없고, 그것이 담기는 그릇이나 차지하는 공간의 형태와 부피를 따른다. 그것은 비활성기체와 비슷할까? 이름은 그럴듯하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비활성기체는 균질하고 순수하고 단원자 구조를 띠며 무색무취하다. 아니, 슬픔은 헬륨이나 크립톤, 아르곤, 제논, 라돈이 아니다...... 슬픔에는 냄새도 색도 있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색과 냄새로 갈아입을 수 있는 카멜레온 가스 같은 것이다.

_ 슬픔의 기초 물리학 중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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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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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스틴은 왜 지금까지도 내게 중요한 걸까? 나는 친구가 거의 없다. 공감은 사람들과 가까워지게 해주지만, 타인의 슬픔이질병처럼 나를 무겁게 내리누르던 내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여자도 없고 연애도 없고 우정도 없었다. 하지만 가우스틴은 다른 시간과 다른 물질로 이루어진 존재 같았다. 그런 사람-반투명하면서도 불투명한을 나는 만난 적이 없다. 나는 그를 희박한 공기처럼 뚫고 지나가기도 했고 유리벽처럼 들이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니 어쩌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는 내가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_ 노란 집 중 - P171

무언가가 영속적이고 기념비적이라면 그것을 왜 굳이 캡슐에넣어야 하나? 정말로 보존해야 하는 것은 죽는 것, 썩는 것, 부서지기 쉬운 것, 어둠 속에서 훌쩍거리며 성냥을 켜는 것...... 이책의 지하실에 있는 모든 상자에는 바로 그런 것들이 담길 것이다.

_ 시한폭탄 중 - P220

"바로 그거지, 인간은 만물의 척도야. 그리고 이 척도를 초월해 더 오래 지속되고 인간이 죽은 뒤에도 남는 모든 것은 본질상비인간적이며, 원칙적으로 슬픔과 불화의 원천이야." (지금말 듣고 있어? 듣고 있군. 그걸 하라고 만들어낸 인물이니까.)

_ 초록색 상자 중 - P270

이야기하는 행위는 최후의 심판에서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은이야기를 통해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무슨소용이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나는 이 이야기들도 상자에넣는다.

_ 이야기를 사는 사람 중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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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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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지루함의 역사‘가 기록되어야 한다. 1980년대는 지루함을 가장 많이 생산한 십 년이다. 디스코도 이때 나왔다. 한세기의 오후.

_ 노란 집 중 - P129

세상은 단순하고 질서정연했다. 단순하게 질서정연했다. 수요일에는 생선, 금요일에는 러시아 방송.

_ 노란 법 중 - P131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그들이 늘이긴다. 작은 위안이 있다면 머지않아 나 역시 그들 곁으로 가리라는 것. 먼지는 먼지로 돌아가리니…………… - P145

어째서어린 제비가 파리 유충보다 더 소중한가? 파리를 죽이든 코끼리를 죽이든, 둘 다 똑같은 살해가 아닌가?

_ 노란 집 중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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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물리학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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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후 귀에 끈질긴 이명이 생겼을 때, 나는 그 울부짖고 고함치고 외치는 무엇인가가 이제 거기 영원히 자리잡았다는 것을 알았다. 귓속 한가운데, 두개골의 동굴 속, 거기서 고막과 추골과 침골을 거쳐 의사들이 내이의 미로라고 이르는 그곳으로 침투해 들어갔다고.

_ 노란 집 중 - P117

유년 시절 장악했던 ‘입‘에 대해 연상인 의사 친구에게 용기를 내어 말해보았다. 그는 오래 생각하더니 마침내 희귀한 진단명을 내놓았다. 어쩌면 그 자리에서 지어냈는지도 모를 그 진단명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병적 공감, 혹은 강박적 공감-신체화 증후군. 의사는 이 병이 극히 드물고 완치는 어렵지만 유년기에 가장 극심했다가 이후 완화된다고 했다. 시간이 갈수록 발작을 통제하기가 쉬워지고 급성 증세는 사라지지만 발작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뇌전증처럼 말이야, 그는 말했다. 발작을 일으키면 그 사람이 어디를 배회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_ 노란 집 중 - P117

때로는 동굴 속에 있고 때로는 자궁 속에 있다. 그 둘은 본질적으로 같은 곳이다(시간으로부터) 보호받는 장소.

_ 노란 집 중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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