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들의 노래는 세계의 근본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 노래가 ‘본풀이‘이다. 제주도 무당들의 본풀이는 대하소설처럼 웅장한 구도를 갖는다. 본풀이는 설명할 수 없는 세계를 마침내 설명하고 거기에 언어를 부여한다. 그래서 그 노래는 신들의 노래가 아니라 인간의 노래다. 경북 지방 무당들의 본풀이는 흙의 근본을 이렇게 풀어낸다.
_ 흙의 노래를 들어라 중 - P30
모든 석양은 장엄하다. 그것은 생을 껴안고 간다. 큰 것이 아닌 보다 작고 하찮은 생들까지. 산의 석양은 우리들 상처입은 생을 장엄 속에서 위로한다. 괜찮다. 다 괜찮다고.
_ 지옥 속의 낙원 중 - P40
소쇄원 · 식영정뿐 아니라, 다른 많은 정자들도 그 불우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불우한 자들이 낙원을 만들고 모든 낙원은지옥 속의 낙원이다. 소쇄원에는 산수유가 피었다.
_ 지옥 속의 낙원 중 - P43
삶은 소설이나 연극과는 많이 다르다. 삶속에서는 언제나 밥과 사랑이 원한과 치욕보다 먼저다.
_ 망월동의 봄 중 - P50
대동강은 어떤가. 가보지 못해서 알 수 없지만, 서해의 힘은 더욱크게 하구로 파고들고 연안으로 안겨올 것이 틀림없다. 서해와 달의 당기고 끌리는 모습이 저러하므로 조국의 서쪽 강들은 서해에닿는 하구에서 저마다의 사랑과 저마다의 소멸의 표정을 따로따로 갖는다.
_ 만경강에서 중 - P53
갈대는 빈약한 풀이다. 바람 속으로 씨앗을 퍼뜨리는 풀은 화려한 꽃을 피우지 않는다. 그것들은 태어날 때부터 늙음을 간직한다. 그것들은 바람인 것처럼 바람에 포개진다. 그러나 그 뿌리는 완강하게도 땅에 들러붙어 있다.
_ 도요새에 바친다 중 - P65
이승의 연안에 내리는 다윈의 배고픈 새들은 멸절과 멸절 사이의 시공을 울면서 통과하는 필멸의 존재로서 장엄하다. 저무는 만경강 하구 갯벌 위로, 새들은 돌아오고 또 돌아온다. 새들은 살아서 돌아온다.
_. 도요새에 바친다 중 - P66
바람 속으로 씨앗을 퍼뜨리는 풀들은 빛나는 꽃을 피우지 않고, 영롱한 열매를 맺지 않는다. 갈대나 억새가 그러하다. 갈대는 곤충을 부르지 않고, 봄의 꽃들처럼 사람을 유혹하지도 않는다.
_ 도요새는 바친다 중 - P67
4월의 빛나는 산하에서는 겨울을 난 갈대숲이 가장 적막하다.
_ 도요새에 바친다 중 - P67
숲의 힘은 오래된 것들을 새롭게 살려내는 것이어서, 숲 속에서 시간은 낡지 않고 시간은 병들지 않는다.
_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중 - P69
숲의 신성은 마을 가까이에 있고,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 오대산의 전나무숲과 가리왕산의 단풍나무숲과 점봉산의 자작나무숲들도 일제히 깨어나고 있을 것이었다.
_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중 - P73
퇴계의 산행은, 돌아서서 산과 함께, 산을 데리고 마을로 내려오기 위한 산행이고 인간의 마을을 새롭게 하기 위한 산행이다. 마음속으로 산을 품고 내려오려 해도 산은 좀처럼 따라오지 않는다. 휴일의 날이 저물고 사람들 틈에 섞여 산을 내려올 때, 성인은 벌써 산을 다 내려가서 마을에 계신다. 천하에 무릉도원은 없다. ㅡ_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중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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