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면 길이 된다
이상헌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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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죽으면 잊히고, 살아 있으면 편리한 손가락질의 대상이다.

_ 죽음이 또 다른 죽음으로 잊히는 사회 중 - P45

남는 것은 그들의 죽음을 기록한 숫자일 뿐이다. 김훈 작가의 말은 그래서 아프다. "죽음은 무의미한 통계 숫자처럼 일상화되어서 아무런 충격이나 반성의 자료가 되지 못한다.

_ 거대한 공동의 묵인 중 - P50

만신창이 고철 덩어리 같은 배를 이리저리 기워서 바다로 내보냈다. 선원들의 걱정과 항의는 그저뱃전을 때리는 파도 소리에 불과했다. 배는 예정된 운명을 맞으러 바다로 나갔다. 울며 붉어진 친구들의 눈은 불타올랐다. 인ㆍ간이 어찌할 수 없는 바다가 저지른 ‘횡포‘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범죄‘였기 때문이다.

_ 30년의 다짐, 넌 무얼 했느냐 중 - P53

한국 노동권의 시간은 중층적이다. 노동권 보장이 남부럽지않은 노조도 있고, 억울한 일에 목소리를 합쳐 따져보는 것마저도 꿈같은 사람들도 도처에 있다. 정부와 경영계도 대기업 노조의 힘에 볼멘소리를 하면서 비정규직을 더 챙겨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사정을 살피는 첫걸음으로 그들에게 목소리를 주는 데는 아직까지 모른 척이다.
그래서 100년이 지나도 노동권은 많은 이에게 "거친 꿈"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꿈이다. 루스벨트는 오늘도 서울거리에서 서성거린다.

_ 노동권,그 100년의 거친 꿈 중 - P62

4차 산업혁명의 다른 현장은 여전히 18세기 방직 공장이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무장한 배달업체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하루12시간씩 일주일에 하루 쉬고 6일 일한다. 월 200만 원도 벌지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들은 ‘사장‘이라 불린다. 오늘날의일할 권리는 너무 편의적이다. 일자리가 필요할 때는 주지 않고,
일자리를 얻으면 내가 원하는 만큼 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오언은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8시간노동‘이라고 했다.

_ 8시간 노동의 험난한 여정 중 - P65

게다가 우리는 ‘실패한 게으름‘에는 가혹하지만 ‘성공한 게으름‘에는 얼마나 관대한가. 운이나 권세 덕분에 자신의 재능과 노력 이상으로 벌고도 몇백 억 세금을 빼돌린 사람은 모른 척하다가도, 없는 사람의 몇만원에는 서릿발 치는 눈빛을 보낸다.

_ 게으름 탓이라는 강고한 신화 중 - P69

어느 일등 대학은 노동자 파업으로 도서관의 난방이 중지되자 학생의 학습권을 주장했다. 일등학생의 학습은 쉽사리 신성한 권리가 되고, 평범한 노동의 권리는 사회의 거추장스러운 부속물이 된다.

_ 나는 되고, 너는 아니 된다? 중 - P72

일을 시킬 때는 ‘갑질‘, 일값을 치러야 할 때는 ‘운명공동체‘. 하도급 구조는 이렇게 완성된다.

_ 임금체뷸사건 중 - P82

나의 노조는 필요하지만 너의 노조는 불편하다는 생각마저 생긴다.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그 생각은 거침없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 모든 것의 결과로 노조 조직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물론 대부분 구조적 요인 때문이지만 적지 않은 부분은 ‘선택‘의 결과다.

_ 노동조합, 이로우나 허하지 말라 중 - P93

우리가 살고 있는 ‘노동의 미래‘에는 ‘어제의 노동자‘가 가득하다. 오손도손 가족이 모이는 명절을 앞두고 임금체불 소식이며 산업재해 소식은 여전하다. 날짜를 지운다면 언제 적 얘기인지 알쏭달쏭할 지경이다. 다만 그때는 기름 냄새 확 나는 신문에서 읽었고, 지금은 소파에 누워 부스스한 눈으로 스마트폰에서 읽을 뿐이다.
_ 노동의 미래와 어제의 노동자 중 - P98

또 하나, 일자리 숫자만 따지다 보니 일자리의 질을 보지 못한다. 예컨대 컴퓨터 시대의 문제는 대량실업이 아니라 좋은 중간층 일자리의 상실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는 일자리의 소멸이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다. 또 그렇게 형성된 새로운 부가 나누어지는 방식의 문제다. 현란한 신기술이 가리키는 곳이 아니라 그 현란함 때문에 그늘진 곳을 살펴야한다._ 인공지능: 인간을 인간적으로 중 - P104

많은 나라에서 ‘기회의 평등‘을 위한 첫걸음도 내딛지 못했던 1950년대에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Michael Young은 미완의 과제에 서둘러 경고음을 울렸다. 기회 평등을 통해 성장한엘리트 계급이 모든 기회를 포획하거나 독점함으로써 그 역사적진보성은 역설적으로 사회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_ 키 작은 능력주의 중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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