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푹, 빠져 배우고 있네요. 아치형 창문처럼 생긴 저것이 손톱이랍니다. 아치형 부분이 손톱반달 쪽이구요. 직선 부분이 손톱 끝 부분입니다. 종이 손톱을 요령있게 채우는 법을 연습 중인데요. 검은 선을 넘어서지도 않게,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채워야 됩니다. 먼저 중간선을 한 번 내리고, 오른쪽 왼쪽을 메꾼 후 손톱 끝 라인을 한번 돌려줍니다. 3번으로 나눠서 칠하는 거지요. 매니큐어 통은 다른 손으로 잡고서 사용하는 편이 편하므로, 처음부터 왼손으로 통을 잡는 연습을 했구요. 중지 이하 세 개 손가락으로 잡았어요. 엄지와 검지는 고객의 손톱을 잡아야 되기 때문에 비워둬야 합니다. 고객? 이라시니 뭔말인가 하셨나요? 하하. 이건 취업과정으로 배우는 기술 중 하나라서요. 그래서 완전 빡시게 수업을 합니다. 이 수업 듣고 네일샵 차릴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수업 분위기도 엄청 진지하구요. 일주일에 2번인데 한번에 3시간을 풀타임으로 합니다.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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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산하 평생교육원에서 진행되는 수업이라 교수진도 빵빵하고 수업도 알차고 회비도 저렴합니다. 6개월에 고작 5만원! 수강생 연령대도 다양합니다. 19살이 2명인데요. 한 명은 고딩 남자애, 한 명은 학교 안 다니고 검정고시 준비하는 여자애, 20살 대딩도 있구요, 20대 직장인들, 30대 직장인, 주부들, 40대, 심지어 50대까지. 직업도 다양하네요. 학교 샘, 증권사 직원, 개인 샾 운영, 미래에 호주에서 네일 샾을 열 계획인 사람 등등.
이제 5번 수업을 들었어요. 4번째 수업은 폭풍우 때문에 약국을 지키느라 못 들어서요, 5번째 수업에 좀 고생했네요. 당췌 용어들이 뭔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손톱 끝을 우선 사포 같은 걸로 문지르구요. 그 다음에 손톱 표면을 또 문지릅니다. 이유는 표면의 거친 부분을 정리하고 나중에 메니큐어가 잘 먹게 하기 위해서 같애요. 발톱에 바르는 무좀약도 사포로 문지른 다음에 바르니까 같은 원리겠네요. 아, 사포로 손톱을 문지를 때는 기분이 정말 안 좋았어요. 지금도 그 기분이 남아 있네요. 슥삭슥삭 소리도 듣기 싫었는데 손톱 밑 살에 전달되는 그 미묘한 불쾌감이라니.. 이제 손톱 반달 쪽의 살을 끌칼로 밀어서 작은 가위로 정리하는 일이 남았네요. 아! 단어가 하나 떠올랐어요. 큐티클. 손톱 반달 쪽 살의 이름이 큐티클인가봐요. 큐티클을 정리한다, 라는 말이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있었나봐요.
어제 큐티클을 정리하고나니 시간이 좀 남더라구요. 그래서 파트너에게 매니큐어를 좀 발라달라고 했어요. 앞으로 계속 연습을 해야되니 미리 연습하는 셈치고 발라보자구 꼬셨죠. 실은 큐티클 정리할 때 파트너가 내 손에 피를 좀 냈어요. 가위로 살을 자르는데 피가 안 날 수 없죠. 원장샘이 지혈제를 막 찾으시고, 파트너가 막 미안해하고 하는데 나는 좀 의아했어요. 약국에서는 매일 손을 다치니까, 이 정도 쯤이야 그야말로 아무 일도 아닌 일, 이었거든요. 그래서 에이~ 냅둬요! 뭐 이 정도 가지구요. 그치만, 이런 게 일상이 아닌 사람에겐 좀 그럴 수도 있는 일인가봐요. 파트너가 계속 미안해하길래 제가 분위기 전환 겸 메니큐어를 발라달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이쁘게 나왔지 뭐에요. 다들 주위에서 이쁘다고 난립니다. 제 손이 너무 이쁘다나요? 아니, 매일같이 가루약에, 박스 들고 나르는 노가다에, 수시로 씻어 제껴서 손이 거칠대로 거친대도 이쁘다고 말을 해줍니다. 기분이 좋네요. 괜히 거친 손이 좀 덜 거칠게 보이기도 하네요. 히. 씨익.
집에 와서 사진 찍고 혼자서 난리가 아닙니다. 마침 보던 책 위에 메니큐어 바른 손을 올려놔 봅니다. 섹쉬합니다! 음, 좋네요. 몇 년 만에 바르는 메니큐어인지..ㅠ.ㅠ 밑의 판때기는 웬디양님의 포스팅 꼬시김에 넘어가서 그날로 질러버린 좌식책상입니닷. 아마 한동안은 책을 읽는 용도가 아닌 메니큐어 연습용 책상이 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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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섹쉬한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졌어요. 음. 남정네의 와이셔츠에, 혹은 남정네의 가슴에 손을 얹은 사진이라면 아주 섹쉬할텐데..그런 남자모델이 집안엔 없네요. 후줄구레 아빠도 노! 술고래 형부도 노! 무럭무럭 자라는 조카...? 음..아직은 좀 어리..겠지요? 뭐 그럼 내 옷으로 하면 되지요. 마침 벗어놓은 가디건 색깔이 차분한 색깔입니다. 붉은 정열의 색 빨간색과 어울리는 색입니다. ㅎㅎ 오동통한 손이 그나마 가늘게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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