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시민들
백민석 지음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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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에 꽂힌 책들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한 번 읽고 잊혀진 책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책이 있다. 아르테에서 출간되는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

이 책은 우리 시대 대표 작가 100인이 내 인생의 거장을 찾아 떠나는 특별한 여행 이야기이다.  

<클림트  × 전원경>, < 푸치니  × 유윤종>, <헤세  × 정여울>, <베토벤  × 최은규>, <루터  × 이길용> 이런 식으로 거장들의 삶과 작품세계, 학설 등을 조명해 보는 책이다.

지금까지 26권이 출간되었고, 나올 때마다 한 권, 한 권 모으고 있다.

그 책 중에 헤밍웨이의 삶과 그의 작품세계를 찾아 떠난 헤밍웨이 편의 작가는 백민석이다.

헤밍웨이의 흔적은 4대륙 20여 개의 나라에 있다. 미국 중부 소도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헤밍웨이는 20살이 되기 직전에 미국을 떠난다. 과연 '20세기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작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세계 각 지역에서 작품활동을 했다.

<헤밍웨이  × 백민석>의 저자인 백민석은 삶과 문학을 따로 생각할 수 없는 헤밍웨이의 삶의 발자취, 작품이 씌여진 발자취를 찾아서 4나라 6도시를 찾아간다.

백민석 작가는 헤밍웨이의 흔적을 좇아 거주지와 카페와 호텔들을 찾아다닌다. 그래서 완성된 책은 헤밍웨이에 대한  문학 기행이자, 초인 같은 그의 삶에 대한 하나의 전기이자, 다양한 그의 작품들에 대한 상세한 해설서 역할을 하는 책을 쓴다.

이 책을 통해서 강한 인상이 남았던 백민석 작가. 백민석이란 작가 이름만을 믿고 읽게 된 여행 산문집 <러시아의 시민들>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 작가 소개글을 찾아 보고 그의 소설들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세상의 모순을 파헤치고 분노의 감수성을 일깨워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경향을 이끌어 온 소설가. 1995년 『문학과사회』에 「내가 사랑한 캔디」를 발표하며 소설가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소설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혀끝의 남자』 『수림』,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내가 사랑한 캔디/불쌍한 꼬마 한스』 『목화밭 엽기전』 『죽은 올빼미 농장』 『공포의 세기』 『교양과 광기의 일기』 『해피 아포칼립스!』 『버스킹』 에세이 『리플릿』 『아바나의 시민들』 『헤밍웨이: 20세기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작가』가 있다. 2017년 [김현문학패]를 수상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그의 작품에는 대부분 소년이 등장한다. 어른인 등장인물 역시 심리적으로는 소년인 상태의 어른들로 보인다. 현실의 인물을 기준으로 볼 때 기괴한 인물을 등장시킨다고 평가받는 그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반사회적’ 경험으로 인해 날렵하면서도 냉소적인 문체를 구사한다. 이러한 문체는 힘 또는 권력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이해되기도 한다.  <백민석 작가 소개글 중에서>

냉전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러시아 보다는 소련이 더 익숙한 국가명이다. 또한 반공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공산주의에 대한 이미지로 러시아를 생각하게 된다.

러시아를 혼자 여행하게 된다면 치안은 괜찮을까 하는 두려움도 뒤따르게 된다. 그래서 러시아 여행은 많은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떠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작가도 역시 그런 생각을 가졌었다.

" <러시아의 시민들>은 백민석 소설가가 러시아에 대한 자신의 오랜 편견과 오해를 걷어 내기 위해 써내려 간 러시아 횡단 여행기이다"  (p. 297>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편견이 있기는 하지만 오래 전부터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이다.  지금은 에르미타슈 박물관이 된 네바강변의 바로크 양식의 겨울궁전 등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도스토옙스키를 기리는 테마 공원 같은 도시라고 한다. <죄와 벌> 소설 속의 장소를 찾기도 하고 그곳에서 소설 속의 한 장면을 기억해 보기도 하고...

백민석 작가는 2019년 8월경에 러시아로 떠나서 약 3개월간 러시아를 여행한다. '혼자 하는 여행' 즉 자기 마음과 다니는 여행, 마음과 함께 하는 여행을 한다.

그는 관광객이란 즐기기 위한 여행을 하는 사람으로 수동적이지만 여행자란 능동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혼자 떠난 여행은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

소설가에게 러시아는 문학의 나라이자 예술의 나라이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차이콥스키, 푸시킨 등의 예술인을 배출한 나라.

그러나 우리에게 러시아는 20세의 혁명과 전쟁,프롤레타리아 독재, 공산당, 레닌, 스탈린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러시아를 혼자 떠나는 여행을 하기에는 두렵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러시아인들은 그 어느 나라 국민들 보다 해맑고 친절하다.

그곳에서  만난 러시아인들은 그들의 언어를 알아 듣지도 못하는 작가에게 친절을 베풀고 사진을 찍게 해 주고 길을 알려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모스크바에서 시작하여 블라디보스토크까지 9,288 km를 달린다. 달리다가 내려서 쉬고 또 달리고....

" 어떤 여행이든 여행자에게 그곳은, 여행자가 다닌 만큼 새롭게 다시 생성된다. 나는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기도 했지만, 도시에 내려서는 걷고 또 걷는 식으로 도시들 또한 횡단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다른 누군가가 보여 주고 들려준 러시아가 아니라, 나만의 또 다른 새로운 러시아를 만들어 갖고 싶었다. " (p. 296)

<러시아의 시민들>은 소설가 백민석이 혼자 떠나서 시베리아를 횡단하면서 느낀 단상들과 사진들이 담겨 있는 산문집이다.

<클래식 클라우드 6 헤밍웨이>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백민석 작가의 글들은 깔끔하고 깊이가 있다. 그런데 그의 소설들은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세상의 모순을 파헤치고 분노의 감수성을 일깨워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경향을 이끌어" 왔다고 하니 그의 소설들도 읽어 봐야겠다.

그리고 코로나가 종식되어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러시아를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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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습관 -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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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공부>를 읽은 후에 다시 접하게 된 <다산의 마지막 습관>

 

다산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정조의 총애를 받았다. 그러나 다산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유배생활을  떠올리게 된다. 전라도 강진으로 유배를 가서 그곳에서 많은 저서를 남겼기 때문이다.

<경세유포>, <목민심서>, <흠흠신서>등을 통해서 정치와 사회에 대한 개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산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기를 과거를 준비하고 성공을 구가했던 때를 '나를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는 유배생활을 길고 큰 비극의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을 찾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다산이 길고 긴 유배생활을 나를 찾은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기간 동안에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가 학문에 있음을, 그리고 오직 집필을 통해서만 삶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다산은 마지막 습관은 자신을 가두고 있던 껍질을 하루 하루 내려 놓는 것이었다. 공부의 정점에서 육십 년간 쌓은 성취를 모두 내려 놓았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비워 나갔다. 꽉 찬 그릇에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담을 수 없음을 알기에....

비워진 자리에는 새로운 습관들이 채워졌다.

다산이 선택한 생의 마지막 습관은 매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다산은 귀양지에서 <소학>을 자신의 마지막 공부로 삼았다. 학자로서의 정체성을 깨닫고 진정한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 <소학>으로 외면을 다스리고 <심경>으로 내면을 다스린다면 현인의 길에 이르지 않을까"

다산은 말년에 그동안 쌓은 학문을 모두 비우고 <소학>과 <심경>만을 남겼다. 이 2권의 책은 사서삼경에서 좋은 구절을 선별한 사대부들의 필독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심경>은 유학의 가장 높은 경지에서 마음을 들여다 보는 심호한 구절을 정리한 책이다.

<소학>은 유학의 가장 낮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가장 근본적인 인간관계, 수양, 효도, 교우관계 등을 담고 있다.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를 행동으로 실천한다면 내면을 다스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산은 <소학>을 통해 스스로를 바로 세우고 큰 일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수신을 꺄닫게 된다.

대학자인 다산이 평생의 공부를 다 비우고 그 자리에 채워 넣은 책인 <소학>의 내용을 접하게 되니 그 내용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다산이 18년의 유배생활에도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만큼 자녀의 교육, 가정 교육이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부모는 자녀의 성공을 바라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른다. 부모의 살아가는 모습이 바로 자녀에게는 삶의 기준이 된다. 좋은 교육을 시키겠다고 이곳 저곳을 기울거리기 보다는 부모는 말과 행동으로 자녀에게 부모의 삶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책 속의 내용 중에 이 부분이 요즘의 어름들에게 일깨워주는 바가 가장 크게 느껴졌다.

다산은 다방면에 뛰어난 인물로, 의료, 과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으며 음악의 중요성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악서고존>이라는 책을 쓴다. 음악을 수양의 도구로 삼아 완성의 경지에 이르자는 조언을 남긴다.

"입으로 정의를 외치면서 정작 행동은 불의하다면, 더욱 비난받아 마땅하다. 가식과 위선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 (p. 83)

"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와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 (p. 242)

" 흰 구슬의 흠집은 갈아서 고치면 되지만 말의 잘못은 어찌할 수 없도다, 가볍게 말하지 말고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누구도 혀를 붙잡지 못하니 해버린 말 쫒아가 잡을 수 없도다. " (p. 243)

사람들은 말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말로써 그말을 했던 사람을 평가하게 된다. 바로 지금 이 사회에 만연하는 말, 말, 말....

매일같이 쏟아지는 사회지도층의 말, 말, 말. 그들의 입을 바라보는 국민들. 지금 이 순간, 이 곳에 다산이 있다면 어떤 말을

할까

 

 

<다산의 마지막 습관>에 담긴 내용들은 단 한 구절도 버릴 것이 없다. 읽고 또 읽고 마음에 새기고 그걸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겠다.  

책의 목차

입교立敎) 위학일익爲學日益 배움이란 매일 채워도 끝이 없다
명륜明倫) 자승자강自勝者强 예의란 타인이 아닌 스스로를 이겨내는 자세다
경신敬身) 독립불개獨立不改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단단한 몸가짐에서 나온다
계고稽古) 이대사소以大事小 강자는 머리를 숙여 자신의 정수리를 보여준다
가언嘉言) 붕정만리鵬程萬里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말의 내공을 갖춘다
선행善行) 일일청한一日淸閑 하루만이라도 다산처럼 살아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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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고민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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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Joy 에서 방송하는 <연애의 참견>이란 프로그램이 꽤나 인기가 있는 듯하다. 물론, 나는 본 적이 없지만...

이 프로그램은 시즌3까지 나가고 있는데, 유튜브 채녈에서는 영상이 업로드될 때마다 100만 뷰가 넘는다고 한다.  <연애의 참견>에서는 시청자들의 사연을 받아서 배우들이 재연하고 그 사연에 대해서 시청자들의 투표를 받는다. 공동 MC로는 서장훈, 김숙, 한혜진, 주우재, 곽정은 이다.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프로그램 홍보글이 기막히다.

"연애의 참견은 시종일관 외쳐왔다!
신데렐라의 구두 한 짝을 들고 전국을 헤맨 왕자는
얼빠에 스토커였고
현실 연애는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라고!"


헤어져도 죽지 않아~
커플지옥 솔로천국을 외쳤던 강려크해진 연애의 참견 시즌3! "

연애가 달달하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연애의 끝이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라면, 왠지 서글퍼질 것만 같다.

어쨌든, 나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서두가 길어진 것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저자가 <연애의 참견> 작가인 고민정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는 고민정 작가의 첫 에세이다. 에세이라고 하지만 시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오늘따라 비가 추적 추적 내리니 가을비는 을씨년스러우면서도 운치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에 딱 좋은 날이기는 해도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지나간 사랑에 대한 회한과 슬픔이 담겨 있는 글들이 많다.

" 사랑의 기쁨과 슬픔과 괴로움 사이 사이, 성성이는 마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여전히

사랑이 필요한 이유에 대하여"  (책 뒷표지 글 중에서)

두근두근 설레임에서 출발했던 사랑, 이제는 떠나간 사람에 대한 추억만 남았다고 해도 그 시간들이 먼훗날 생각해 본다면 '그래도 그 날이 참 좋았다고 말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 사랑은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할 때는 몰랐지만, 그래서  상대방에게 소홀했었는데....

이별 후에 그걸 깨달았다면 그땐 이미 늦었겠지.

자신은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 보다 더 많이 참고 더많이 기다리고 더 많이 베풀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자신의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 이제 그녀는 없다. 사랑 하나 잃은 줄 알았는데

세상을 전부 잃은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 (p. 20)

" 미안해, 사랑을 제대로 꾸지 못했던 그 시절 너에게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던 그 시절 나에게 " (p. 83)

만약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이렇게 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그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로 끝나겠지...

셀 수 없는 숱은 이유로, 표현할 수 없는 숱한 감정들로 그와 그녀는 그렇게 지나간 사랑, 돌아 선 사람이 됐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으니까 사랑은 참 어려운가보다.

그래서 사랑이 끝난 후에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가슴 아픈 사연들도 있다.

이런 사랑을 겪은 사람들이 너무 아파하지 말았으면 한다.

책 속의 그림 중에 노부부의 뒷모습이 너무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왠지 이런 가을날에는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사랑이야기>가 입가에 맴돈다.

훗날 이런 노래가 가슴에 와닿을 수 있으려면 사랑이 아픔으로 남지 말고 행복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저자는 <연애의 참견>을 통해서 접한 많은 사연에서 '사랑이란 무엇일까'하는 생각을 많이 한 듯하다.

" 따듯함이 묻어난 작가님의 글들이

나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나는 이제 충분히 보통의 사랑을 할 수 있다. " (모델 주우재)

" 그때는 그때로 놓아둬

네가 슬픈 건

그 사람을 잃어서가 아냐

그 사람과 사랑했던 그때를 잃어서지.

 

그러니,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잡지 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때를,

다시 지펴지지 않는 사랑을 확인하며

아픔을 반복할 뿐이야.

 

그때는 그때로 놓아둬.

지나가게 그저 놓아줘."  (p.p. 155~156)

" 꽃이 지고 다시 피어나는 것처럼

황황한 표정으로

3년의 연애가 끝났다고 말하던 네 모습이 눈에 밟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던 말도

누군가에게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까 불안하다는 말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난 시간을 곱씹던 말도

다시 돌아오진 않을까 지푸라기 끝에 매달린 말들도

 

내 앞에서만 마지막으로 울겠다던 말이.

끝내 애처럼 엉엉 울던 표정이

마음에 앙금으로 남아 이렇게 글을 써

 

어느핸가

길바닥에 목련 잎이 떨어져 있는데

봄에는 늘 떨어져 있던 꽃잎이고 익숙한 그림인데

어쩐 일인지 그게 꼭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얗게 눈부시던 잎은 어디로 가고

애초에 꽃잎이었다고는 믿을 수도 없게 추해져서는

한때라도 찬란했던 꽃이라고

누가 알아줄까 싶게 그다지도 초라할 수 없었지.

 

그게 곡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랑이 끝난 다음이었거든 " (p.p. 206~207)


<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나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는 
 수많은 사랑의 감정에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에 절절히 박히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시로 읊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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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 영국 보수당 300년, 몰락과 재기의 역사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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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라는 책제목은 얼핏 봤을 때는 우리나라의 정치에 관한 내용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부제목이 ' 영국 보수당 300년, 몰락과 재기의 역사)'라는 것을 알고 영국의 정치사에 관련된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책은 서울대 정차학 교수인 '강원택'이 2008년에 출간한 책의 개정증보판이다. 영국 보수당의 300년 역사와 함께 2008년 이후 현재 '포스트 브렉시트'에 이르기 까지의 영국 정치사가 담겨 있다.

영국의 보수당의 역사를 어느 싯점부터 보느냐에 따라서 보수당의 역사를 200년~300년으로 보고 있다.

독자들에게는 민주주의가 싹튼 나라이기에 영국의 정당정치는 관심이 가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보수당이란 기존의 질서와 이해관계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당이다.

저자가 이 책을 개정증보판으로 출간하게 된 이유 중에는 2008년 책이 출간될 당시의 영국은 보수당이 11년째 야당이었다.그런데 2010년 총선에서 13년 만에 승리한 후에 계속 집권을 하고 있다.

유럽 여러나라의  경우를 보면 영국의 보수당처럼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건재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보수정당이 2016년 국회의원 선거, 2017년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 선거에서 진보 정당에게 패배하였다. 특히, 2020년 국회의원 선거는 참혹하리만큼 패배를 했다.

한국의 보수의 무기력과 몰락, 그 이유를 영국의 보수당의 강한 생명력에서 착을 수는 없을까?

영국의 보수와 한국의 보수는 어떻게 다를까?

시대적 흐름 속에서 무기력해진 우리나라의 보수의 갈 길을 영국 정치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기존의 것을 지키려는 보수 정치 세력은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어떤 변화를 모색하여야 할까?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은 보수와 진보가 진영 논리에 갇혀서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배척하고 자신들이 지켜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두둔하고 감싸고 있다.

영국 보수당의 역사는 영국 의회정치의 역사이다. 영국 보수당이 걸어 온 다양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은 우리나라 모든 정당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은 의회정치가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수당이 생겨났고 300년이란 세월은 영국 의회 민주주의를 엿 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그래서 이 책 속에는 300년 영국의 정치사가 담겨 있어서 영국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다.

영국의 보수당은 국왕과 세습귀족, 국교회 성공회 그리고 농업에 기반한 대지주의 이익을 지켜야 했다. 그런데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사회 졍제적 변화와 선거권의 대규모 확대가 있었고, 1,2차 세계 대전, 대영제국의 몰락 등의 급격한 사회 변화가 있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정치적 경쟁력을 잃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세기의 보수당의 집권시기를 보면,

1905~1915년, 1945년~1951년, 1964년~ 1970년, 1974년~ 1979년 그리고 1977년 이후에는 30년 정도를 제외하고는 집권당이었다.

★★ 영국의 보수 정치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비결

1. 보수당은 권력에 대한 열망이 매우 강한 정당이다. 선거 승리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보수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현실과 타협해야 했다.

수구 반동적 태도 보다는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가려 했다. 이념에 집착하지 않는 실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를 가져야 했다.

2. 보수당이 성공적인 역사를 가질 수 있었던 까닭은 유연함 때문이다.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였다. 현재의 이익을 있는 그대로 지키고자 하기 보다는 양보할 것은 양보함으로써 자신들의 기득권이 뿌리째 위협받지 않도록 했다.

3. 보수당은 당의 외연을 넓혀 왔다. 배타적인 집단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의 역사를 들여다 보면 보수당은 당내 갈등과 분열 그리고 당 지도자의 리더십 부족 등의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브렉시트 과정을 거치면서 생겨난 당 내 분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난제가 앞을 가로 막고 있다.

저자가 책 속에서 꼼꼼하게 정리해 놓은 영국 보수당이 살아 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우리나라의 보수당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빼아프게 반성하고 숙고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기존의  질서와 이해관계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면서 새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당명만 바꾼다고 보수가 혁신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보수, 진보가 이념을 떠나서 상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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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건 - 내게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야생에 대하여
김산하 지음 / 갈라파고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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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살아있음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야생에 대하여'라는 소제목이 붙은  <살아있다는 건>은 야생 동식물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에세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산하>는 인도네시아 구눙할라문 국립공원에서 자바 긴팔 원숭이를 연구한 우리나라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제인 구달' 연구소의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 한국 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물을 친구처럼 사랑했던 '제인 구달'의 저서을 여러 권을 읽었기에 이 책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살아있다는 건>은 저자가 직접 그림까지 그렸는데 그 그림 속에는 동물이 함께 있다. 김산하의 그림 사랑에 관한 에피소드도 소개된다.

저자는 학창시절에 항상 책가방 속에 연습장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연습장?

학생이라면 필수품이 아닐까 하는데 그의 연습장은 그림책이자 일종의 스케치북이었다. 수업 시간에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기를 즐겼는데, 그림 그리기는 훗날 사람과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고 봄으로써 세상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림 속의 세계는 더 다정하고, 더 온화하고, 더 단순하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그림들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간다.

김산하의 산문집인 <살아있다는 건>은 다양한 야생 동식물과 자연 속에서 그가 느낀 생각들이 담겨 있다. 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그들의 행동으로부터 '살아있다는 건 이런 것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들이다.

살아있는 것들을 보면서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함께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한 권의 산문집이 되었다.

" 누군가 정성 들여 꾸민 꽃밭을 헤아리고, 회색빛 도심에서 푸른 오아시스 같은 나무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다사다난했던 하루와 세월을 돌아보고, 너무 늦기 전에 정말 소중한 것들을 챙긴다.

이런 것들을 원천봉쇄한 채 모든 끈을 차단한다면, 다시 말해 살아있다 할 수 없으리라. 살아있다는 건 지금, 여기, 내 삶에 충실하다는 것이니까. " (p. 58)

우리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어도 자연을 살펴보면 작은 풀 한 포기, 작은 새 한 마리에서 삶의 소중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인간은 동물에 비해서 자연에 순응하지 못하고 사는 듯하다. 계절이나 환경의 일부가 되지 못하고 움츠려 든다. 그러나 자연 속의 동식물들은 의연하게 견뎌 내고 있다.

내가 자주 가는 공원에는 언제부턴가 고양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 도대체 이 넓은 공원에서 고양이가 무얼 먹고 살까 의문이 생긴다.

코로나 이전에는 공원에 오는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니 버린 음식물을 먹겠거니 했지만 지금은 어디를 봐도 먹이를 구하기 힘들다.

그래도 고양이들은 공원 속에서 순응하고 살고 있다.

봄이 되면 추운 겨울을 견딘 꽃과 풀들이 아주 작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씩 꿈틀거리면서 움이 트는 모습, 나는 그 모습을 좋아한다.

저자는 이렇듯 우리도 계절의 일부가 되어 산다면 자연과 훨씬 평화로운 관계로 살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자연 속의 동식물을 보면서 그들의 작은 움직임을 통해서 소박하지만 강한 삶의 의지를 우리들에게 전달해 준다.

버림의 미학, 기다림의 미학....

책을 통해서 소소하고 순수한 자연을 닮은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책 속에는 '존재의 빈자리를 남겨 두기'라는 글이 있다. 그림을 보니 떠난 반려견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반려견을 보낸 지 13개월, 그 후의 삶을 생각해 본다. 가슴 한 복판을 무겁게 차지하고 있는 반려견과의 추억들 그리고 아쉬움, 보고싶음, 핸드폰 속의 700여 장의 사진들....

" 오늘이 첫 날이다. 헤어진 건 바로 어제의 일이다. 간밤은 어떻게 넘겼지만 앞으로 시작될 삶이 문제다. 이제는 없이 살아가야 한다. 함께 만들고 나눴던 우리만의 세계는 하루아침에 허공에 지은 모래성처럼 사라지고 없다. 겉으로 보이는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검은 심연과 같은 금이 생긴 걸 아는 것은 나뿐이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이 닥치면 마음의 준비는 쓸모없었다는 걸 알게 된다. 헤어짐은 완화 또는 둔화되지 않는다. 이별은 확실한 실체로 엄숙하게 당도한다. " (p. 99)

" 한때 채워졌던 자리는 언젠가 비워진다. 그때부터는 빈자리가 된다. 빈자리, 참 재미있는 말이다. 아무 것도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인 것이니까. 세상 모든 이들이 모르지만, 나만이 안다. 그저 없는 것이 아니라 비어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곳은 나만의 빈자리가 된다. 사시사철 강아지 밥그릇이 놓여있던 그 부엌 한 구석은 지금도 남아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미 잔뜩 짐이 쌓여있겠지, 그렇게 꽉 막아놓으면 안 돼. 지나갈 길을 만들어놔야지, 저쪽에 밥그릇, 그 옆에 물그릇을 놔야 한단 망이야. 거긴 바로 그 자리거든. " (p.p. 103~104)

저자는 야생 동물, 식물 그리고 자연을 관찰하면서 그 속에서 우리들의 삶을 본다.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저자의 깊이있는 삶의 철학이 글과 그림에 녹아있다. 그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제각각 자신의 모습이 있으니 이를 존중하고 이 순간을 소중하고 빛나는 시간으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하루가 다르게 가을빛이 짙어지는 요즘, 생활 속 거리두기로 힘겹고 재미없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세상 속으로 뛰쳐 나갈 그 날을 기다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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