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시민들
백민석 지음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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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에 꽂힌 책들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한 번 읽고 잊혀진 책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책이 있다. 아르테에서 출간되는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

이 책은 우리 시대 대표 작가 100인이 내 인생의 거장을 찾아 떠나는 특별한 여행 이야기이다.  

<클림트  × 전원경>, < 푸치니  × 유윤종>, <헤세  × 정여울>, <베토벤  × 최은규>, <루터  × 이길용> 이런 식으로 거장들의 삶과 작품세계, 학설 등을 조명해 보는 책이다.

지금까지 26권이 출간되었고, 나올 때마다 한 권, 한 권 모으고 있다.

그 책 중에 헤밍웨이의 삶과 그의 작품세계를 찾아 떠난 헤밍웨이 편의 작가는 백민석이다.

헤밍웨이의 흔적은 4대륙 20여 개의 나라에 있다. 미국 중부 소도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헤밍웨이는 20살이 되기 직전에 미국을 떠난다. 과연 '20세기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작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세계 각 지역에서 작품활동을 했다.

<헤밍웨이  × 백민석>의 저자인 백민석은 삶과 문학을 따로 생각할 수 없는 헤밍웨이의 삶의 발자취, 작품이 씌여진 발자취를 찾아서 4나라 6도시를 찾아간다.

백민석 작가는 헤밍웨이의 흔적을 좇아 거주지와 카페와 호텔들을 찾아다닌다. 그래서 완성된 책은 헤밍웨이에 대한  문학 기행이자, 초인 같은 그의 삶에 대한 하나의 전기이자, 다양한 그의 작품들에 대한 상세한 해설서 역할을 하는 책을 쓴다.

이 책을 통해서 강한 인상이 남았던 백민석 작가. 백민석이란 작가 이름만을 믿고 읽게 된 여행 산문집 <러시아의 시민들>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 작가 소개글을 찾아 보고 그의 소설들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세상의 모순을 파헤치고 분노의 감수성을 일깨워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경향을 이끌어 온 소설가. 1995년 『문학과사회』에 「내가 사랑한 캔디」를 발표하며 소설가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소설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혀끝의 남자』 『수림』,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내가 사랑한 캔디/불쌍한 꼬마 한스』 『목화밭 엽기전』 『죽은 올빼미 농장』 『공포의 세기』 『교양과 광기의 일기』 『해피 아포칼립스!』 『버스킹』 에세이 『리플릿』 『아바나의 시민들』 『헤밍웨이: 20세기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작가』가 있다. 2017년 [김현문학패]를 수상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그의 작품에는 대부분 소년이 등장한다. 어른인 등장인물 역시 심리적으로는 소년인 상태의 어른들로 보인다. 현실의 인물을 기준으로 볼 때 기괴한 인물을 등장시킨다고 평가받는 그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반사회적’ 경험으로 인해 날렵하면서도 냉소적인 문체를 구사한다. 이러한 문체는 힘 또는 권력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이해되기도 한다.  <백민석 작가 소개글 중에서>

냉전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러시아 보다는 소련이 더 익숙한 국가명이다. 또한 반공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공산주의에 대한 이미지로 러시아를 생각하게 된다.

러시아를 혼자 여행하게 된다면 치안은 괜찮을까 하는 두려움도 뒤따르게 된다. 그래서 러시아 여행은 많은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떠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작가도 역시 그런 생각을 가졌었다.

" <러시아의 시민들>은 백민석 소설가가 러시아에 대한 자신의 오랜 편견과 오해를 걷어 내기 위해 써내려 간 러시아 횡단 여행기이다"  (p. 297>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편견이 있기는 하지만 오래 전부터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이다.  지금은 에르미타슈 박물관이 된 네바강변의 바로크 양식의 겨울궁전 등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도스토옙스키를 기리는 테마 공원 같은 도시라고 한다. <죄와 벌> 소설 속의 장소를 찾기도 하고 그곳에서 소설 속의 한 장면을 기억해 보기도 하고...

백민석 작가는 2019년 8월경에 러시아로 떠나서 약 3개월간 러시아를 여행한다. '혼자 하는 여행' 즉 자기 마음과 다니는 여행, 마음과 함께 하는 여행을 한다.

그는 관광객이란 즐기기 위한 여행을 하는 사람으로 수동적이지만 여행자란 능동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혼자 떠난 여행은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

소설가에게 러시아는 문학의 나라이자 예술의 나라이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차이콥스키, 푸시킨 등의 예술인을 배출한 나라.

그러나 우리에게 러시아는 20세의 혁명과 전쟁,프롤레타리아 독재, 공산당, 레닌, 스탈린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러시아를 혼자 떠나는 여행을 하기에는 두렵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러시아인들은 그 어느 나라 국민들 보다 해맑고 친절하다.

그곳에서  만난 러시아인들은 그들의 언어를 알아 듣지도 못하는 작가에게 친절을 베풀고 사진을 찍게 해 주고 길을 알려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모스크바에서 시작하여 블라디보스토크까지 9,288 km를 달린다. 달리다가 내려서 쉬고 또 달리고....

" 어떤 여행이든 여행자에게 그곳은, 여행자가 다닌 만큼 새롭게 다시 생성된다. 나는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기도 했지만, 도시에 내려서는 걷고 또 걷는 식으로 도시들 또한 횡단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다른 누군가가 보여 주고 들려준 러시아가 아니라, 나만의 또 다른 새로운 러시아를 만들어 갖고 싶었다. " (p. 296)

<러시아의 시민들>은 소설가 백민석이 혼자 떠나서 시베리아를 횡단하면서 느낀 단상들과 사진들이 담겨 있는 산문집이다.

<클래식 클라우드 6 헤밍웨이>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백민석 작가의 글들은 깔끔하고 깊이가 있다. 그런데 그의 소설들은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세상의 모순을 파헤치고 분노의 감수성을 일깨워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경향을 이끌어" 왔다고 하니 그의 소설들도 읽어 봐야겠다.

그리고 코로나가 종식되어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러시아를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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