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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나의 사회적인 위치가 어디 쯤인가 가늠하는데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무리 지어 경쟁의 구조에서 살아가는 인간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일 수도 있겠구나 하며 수용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정말 나라는 인간은 나 홀로서는 받아들여지는 생물체일까 하는 도전적인 질문을 내 스스로 던져 볼때가 많다.
가까운 지인, 또는 가족, 그리고 때론 나 스스로도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지 않나 하는 자조적인 위로를 건내며서. 아이러니하게도. 남들이 올려놓은 sns 사진들을 다 거짓이라고 그들의 자조를 폄하한다. 인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치 없이 자기 위주다.
그래서, 나름 품위있고 격조 높은 자조를 보내기 위해 사회적 인정, 재력, 능력 , 명예을 획득하기에 애쓰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너무 시니컬한 생각들이 계속된다. 아니 어쩌면 그런 나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덜 시니컬하지 않은 생각이지 않나 싶다. 나는 매 순간 퓨어한 자존감의 소유자이고, 남의 행복을 온전히 축복하는 인간이 되지 못하는 거. 때로는 남이 가진 것을 가지지 못한 질투심에 그들이 갖지 못한 것들을 나는 넘치게 가지고 있는 것들을 떠오르면서 마음의 위안를 갖고 상대적 우위를 확인시키는 작업들. 이러면서 고군분투하는 나.
"수십 년 동안 그녀를 동정해왔노라 꼭 말을 해야 했다면 낙심한 인생이라는 걸 그녀는 이해했다. 보스턴을 향해, 함께 아이 셋을 낳아 기른 아내를 향해 해안을 따라 운전해 내려가면서, 오늘 그녀를 지켜본 그가 어떤 만족감을 느끼라는 걸 앤지는 알았고, 다른 많은 사람들 역시 이런 위안을 필요로 하리라는 걸 알았다. 맬컴이 월터 돌턴을 한심한 호모라고 부르면서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이런 자양분은 묽은 우유와 같다." [올리브 키터리지,ebook 20% 지점]
<피아노 연주자> 에서 사이먼은 옛 애인 앤지를 불현듯 찾아와 피아노 연주곡을 신청한다. 지금의 애인 돌턴은 동성애를 비난한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이먼은 선택하지 못한 과거를 스스로 설득하고 현재의 조건들을 만족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불륜남 맬컴은 남을 깔아뭉면서 상대적인 우월감을 드러내는 비겁한 짓일지도... 앤지는...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는 해주는 것 같지만, 결국 이루고자 하는 것들 (예를 들어, 행복감, 자존감 등)을 지켜나가는데 일시적인 또는 미묘한 효과만 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그저 묽은 우유일뿐.
"나의 우월함을 드러내는 연민이 아니라,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 바치는 아부가 아니라, 나에게도 있고 타인에게도 있는 외로움의 가능성을 보살피는 마음이 있어 우리는 작은 원을 그렸다." [시와 산책, 55p]
인간은 본성과 의지의 혼합체라서 다행이다. 나의 욕망과 본성을 직시하고 인정하면 할 수록, 이것은 나만 가지는 유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수록, 때로는 타인이 곧 내가 되고 내가 곧 타인이 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인간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을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여전히 들기는 하지만, 의지적으로 나와 타인을 분리하며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행복은 그렇게 빤하고 획일적이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고 설명하기도 어려우며 저마다 손금처럼 달라야 한다. 행복을 말하는 것은 서로에게 손바닥을 보여주는 일처럼 은밀해야 한다." [시와 산책, 30p]
인간, 인생은 서로 비슷하면서 다르다. 마치 번역된 책은 원본과 같으면서 다르다고 한 것처럼. 그래서 남을 나처럼 여기면서 존중하고 대하지만, 동시에 각자의 삶은 같지 않다. 잘 보이지도 않고, 쉽게 이해도 안되고 설명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런 것 같다. 참 오묘하다. 인간.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