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나그네 신세를 면치 못하는 나는..
여전히 또 다시 한번
떠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떠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고,
시작은 대략 설레임이지만
끝은 설레임과 다른 모양을 띄는 경우가 매우 많다.
떠나는 여정가운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크고 작은 마음과 뜻을 나누었던 일들이
어느 것보다 가장 크게 남는다.
가장 큰 설레임으로 향했던 그곳에서,
목표했던 꿈이 실현되는 그곳에서..나는 다른 것을 보았다.
이른 나이에 주어진 행운이었지만,
사람이란, (사회적)꿈이 실현되었다는 것만으로 잘 살아가는 것이 아니구나..그런 것였다.
세워진 꿈이 잘 못 된 건지, 아니면, 그저 운으로 이뤄낸 꿈이여서 그런 것이였지만,
쉽게 정의되지 않은 그런 상황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사람은 사회적 성취, 성공 같은 것만으로
만족하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던 같다. (...어설픈 성공이라서..그런가 싶기도 하다... ㅎ)
예상되었던 기대감은 비록 사라졌지만,
예상치 못했던 기쁨이 그곳에 있었다.
내 마음이 부시시해져가는 그 시간에,
플렛 메이트인 미카엘이 있었다.
원래 세명이 사는 하우스인데,
한명 아이는 본가인 이탈리아에 방문중이어서,
내가 그곳에 있는동안에는 미카엘과 둘이서 지냈다.
스위스 시골에서 나고 자라고 도시로 대학을 온 미카엘은,
대부분 스위스 사람들이 그러하듯 4개인지 5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갠적으로 매우 선호하는 꼬부랑 밝은 갈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양한 음식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남자아이었다.
어느 한 주말에는, 가족들이 미카엘을 보러 온 적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아시안을 봤다면서,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그리고 한국 음식이 궁금하다 해서,
가지고 간 고추장으로 닭도리탕 (닭볶음탕)을 해준적이 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솜씨로 ㅎㅎ)..
먹을때는 연신 맛있다고 했지만, 밤새 내내 화장실 들락날락 거리는 소리에...미카엘도 그렇고 나도 잠을 설쳤다.
대학생이었지만 여름에는 밴드활동도 해서,
한번은 2주동안 빠리로...공연을 떠났다.
떠남을 알리는 그의 메세지는...
내가 떠나와 머물던 곳을 정답게 만들어 주었다.
빌려준 그의 자전거로 너무나도 열심히 돌아다녔고,
결국 바퀴가 터져버렸다.
방안 있었던 해먹에 누우면
퀴퀴한 시가 냄새와 함께 마음이 차분해졌던 그때의 그 시간.
신기하게, 새로운 떠남에 앞서.
매번 떠오르는 이미지.
그래서,
이번에도 그 떠남을 잊지 못해 이 노트를 버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