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오랜만.

빡세 출장 일정 중에 소소하게 일어났던 일들을

허공에 사라지기 전에 남겨본다. 


1. 독일인 아저씨

비행기 보딩을 기다리면서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새하얀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초반의 흥미로운 전개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는데, 뒤로 갈 수록 조금 몰입도가 떨어지는 느낌정도. 

책은 그렇고, 한참 책을 읽다 고개를 들어보니 옆에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어디가냐..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오랜전에 미국으로 이민 오신 독일인이라는 사실과 독일에 계신 노부모를 돌봐드리러 가는 길임을 알게 되고...등등 신변잡기 이야기를 하는 중에...자연스레 내가 읽는 책에 대해서도 물어보기도 하고... 그리고 난 소설을 좋아한다. 넌 머 좋아하니? 추천하고 싶은 책은 있니? 그러더니 Heinrich Boll의  이책이란다. 전쟁시 침묵하는 교회와 크리스챤에 대한 비판이라며...읽고 나면 엄청 우울할거라며 (대부분의 독일작가들처럼)...경고까지 하면서ㅋ 한국책도 추천해달라해서 한강의 소년이 온다 (Human acts)를 알려드렸다.  이런 스몰톡은 언제나 환영이다. 
















2. 책과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


성수기가 아닌 기간에 공항에 가면 크게 두종류의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인다. 

한 종류는 비지니스 츄립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그룹은...성수기를 피해 (또는 시간의 제약없이) 움직이시는 나이드신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중에 손에 책이 있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보딩하려고 기다리는 줄에서 앞에 할아버지 손에 묵직한 책이 보인다. 세상에 남이 읽고 있는 책이 제일 궁금하다.책 제목을 보려고 도촬했는데...도대체가 알수가 없다.  실패다. 하지만 생각한다. 다리가 건강하는 한 많이 돌아다녀야 하고, 손과 눈이 멀쩡한 이상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 우리 독서가들의 일상이라는 것을....



3. 토니모리슨


출장아니면, 절대 방문하지 않을 곳을 왔다. 지치 몸을 이끌고 공항 안을 걸어다니다..

순간 아니 토니 모리슨이 왜 이곳에????? 진짜 맞나...눈을 의심하며..보니 진짜 토니 모리슨 맞네. 

일단 사진을 찍고..그분이 하셨던 말들도 찍고..

나중에 찾아보니, 80년대에 토니 모리슨이 University at Albany 에서 5년간 일하셨서.....그런 것 같다는. 그렇구나. 

이력을 다시 읽어보니..토니 모리슨도 그 유명한  Howard University  나오셨구나..."역시" 하면서 고개가 끄덕끄덕. 

토니 모리슨님 책 딱 한권 읽었는데, 이렇게나 아는 척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뻔뻔한걸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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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5-06 0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인리히 뵐도 품절, 새하얀 마음도 품절 ㅠㅠ

han22598 2022-05-13 03:09   좋아요 0 | URL
하인리히 뵐 저 책은 아마존에서 사시면 될 것 같아요.. 새하얀 마음은...기약은 없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거 드리겠습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2-05-06 1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라는 정보를 모르면 청년의 다리같아 보이는데요. 그리고 그 굵직한 책을 읽으시고~~
제가 꿈꾸는 노년의 삶입니다.
튼튼한 다리로 다니며 계속 책읽기요.
출장이 힘들지만 또한 소소한 추억이 쌓이니 좋겠어요^^

han22598 2022-05-13 03:09   좋아요 1 | URL
튼튼한 다리로 걸어다니면서...책 계속 읽기 많은 이들의 로망일 것 같아요 ^^
페넬로페님 우리도 건강한 다리를 유지해보아요 ㅎㅎ

새파랑 2022-05-06 2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새하얀 마음 읽었고, 가방속에 하인리히 뵐 작품 들어 있는데 이런 우연이~!!
저도 아는 척 하는게 좀 뻔뻔한거 같아요 😅

han22598 2022-05-13 03:10   좋아요 1 | URL
오마야..진짜 이런 우연이...ㅎㅎ
하인리히뵐 님 작품이 많더라고요. 저도 슬슬 한권씩 읽어볼까해요 ㅋ

희선 2022-05-07 0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행기에서 책 이야기를 하시다니, 저는 모르는 사람하고는 거의 말을 안 해요 책 추천도 하고 받기도 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겠습니다 눈이 괜찮을 때 책 많이 봐야 할 텐데... 저는 토니 모리슨 이름만 알아요 아는 사람은 아니어도 아는 작가를 저렇게 만나서 반가웠겠습니다


희선

han22598 2022-05-13 03:11   좋아요 1 | URL
저도 낯선 사람들과 얘기 잘 안하는데, 비행시간이 길고...좀 지루하고 그러니까
차라리 옆에 사람이랑 수다나 떨어야겠다는 생각끝에 요즘 종종 하고 있어요. ㅋㅋㅋ
항상 즐거운 건 아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함께 대화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은 것 같아요 ㅎㅎ 저의 경험상

바람돌이 2022-05-07 0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수기를 피해 책들고 여행가는 어르신. 저의 꿈과 희망입니다. ㅎㅎ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변을 볼때도 책과 관련된게 먼저 보이는군요.

han22598 2022-05-13 03:12   좋아요 0 | URL
그죠? 많은 이들의 꿈과 희망 ㅎㅎ
제가 요즘 책을 잘 못 읽고 있어서 그런지...더더욱 많이 보이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