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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평점 :
새로운 마음은 쉬이 생기지 않는다.
20대의 화려함을 여러가지로 논할 수 있겠지만,
과거의 기억이 화려하게 포장되어 버린 탓도 있겠지만,
20대의 나는 자주 새로운 마음으로 거듭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험이 부족했던 그 전의 시기와 다르게,
한꺼번에 몰려드는 자극으로 인해서 마치 내 안의 것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로 변해가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나도 새롭고, 다른 이도 새롭고,
세상이 모두 새롭고, 그래서 그 새로움이 이어져.
따분하고 고리타분한 것들을 그 새로움으로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만 것의 새로움이 존재하다고 믿었고 (?)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끔 자아도취에 빠져서..건방을 떨때도 있었고,
그리고..그 세월을 지나면서 수많은 시련과 고난의 시간들이 많았기도 했다.
세상도 나와 함께 세월을 보냈다.
그렇게나 새롭게만 보였던 그 때의 내가 본 세상은.
이제는 나의 삶 속에서 새로움이라는 틀이 보이지 않은 것처럼
새 것을 볼 능력을 상실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 너무 오랫동안 주저앉아 있어서 뻣뻣하게 굳은 다리를 펴고서 다른 곳을 향해 걸어가고 싶다. 움직이고 싶다. 다른 많은 것을 보고 싶다. 내가 아닌 다른 아름다운 것을. 썩은 웅덩이로부터 눈을 들어올리기만 하면 저 들판과 길에 나도는 수많은 아름다운 것이 내눈의 수정체 속으로 헤엄쳐 들어오고 어는 순간 엉덩이를 탈탈 털고 일어나 걷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지금 그 순간을 꿈꾸고 있다. 내가 첫발을 떠어놓는 그 순간을" (26-27p)
새직장에서 가장 의지하고 좋아했던 동료가 다음주에 그만두기로 했다.
개인적인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좋은 포지션과 조건을 위해 이직하기로 한다고 한다.
요즘 소위 핫하다. 그래서 그 핫함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세상의 이치일 수도 있다.
별 다르지 않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자격조차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은 이처럼 새로울 것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일까?
마땅히 따르고 추구해야 할 것들에 대해 거슬를 수 있는 용기와 새로움이라는 것이 나에게도 존재는 할까?
다리가 굳은 줄도 모르고, 아니면 이미 회복 불가능 상태로 푹싹 주저앉아...
앉은 자세에서 볼 수 있는 시야가 다 전부인줄 알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수많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싶다.
정다운 이웃들이여,
함께 손잡고 일어서봅시다. (나를 일으켜 봅시다)
아득히 멀리 보이는 곳을 향해 눈을 들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