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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에서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면도날]을 읽고 몸님을 찬양하기 시작했고
이책을 읽으면서는 (해방일지를 보지는 않았지만) 몸님을 추앙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얇은 책이 아닌데도...책장 한장 한장 넘기는게..
아쉽다.
필립의 환경이 변하고, 그러면서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고,
생각이 달라지고...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한다.
어느 드라마보다 재밌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본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은다.
그래서 요즘 잘 만든 드라마하고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ㅋㅋ
그다지 많이 특별해보이지 않은 필립의 삶의 여정가운데,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이 낯설지 않고,
대부분의 것들은 내 스스로에게도 정직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부끄러운 것들을
몸님의 필립이 대신 풀어내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라는 인간의 보편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기도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너라는 사람들 그러할텐데,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서로를 깊게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일이년 전이라면 필립은 자신의 불구 다리가 신경이 쓰여 다른 사람과 방을 같이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병적으로 불구를 의식하던 버릇이 이제 점차 덜해갔다. 파리에서는 불구가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것 같았고, 그 자신은 완전히 잊어버릴 수는 없었지만 남들이 그것을 계속 바라본다는 생각만은 갖지 않게 되었다" (358p)
얼마큼 토해내어야 내 마음이 가벼워질까.
더 이상의 불편함과 어색함이 존재하지 않게 되고,
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될까?
초1때 다리의 화상을 입고,
두 다리의 화상의 상처를 드러내지 않기 애써왔던 시간들.
나는 필립과는 다르게,
긴바지로 그 상처를 가릴 수 있기에 언제나 그것을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머리속에는 필립처럼..화상 흉터의 다리를 한번도 자리잡고 있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필립은 파리라는 다른 환경으로부터 자신의 약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처럼,
나 역시 미국 유학은 내 흉터를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 환경이 되어줬고,
마찬가지로....그 이유는 내가 변해서가 아니라 주위의 환경이 주는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흡수 되었던 것 같다.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상이함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단일민족이라는 깊은(?) 자긍심때문인지..아님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뿌리깊은 민족의식때문인지..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는 또는 비슷해야한다는 신기한 믿음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 같다. 오히려 같음을 추구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따로 없다면 닥치고 비슷해지는게...맘 편하는 일이하는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오죽하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까지 있을까 싶다. 반대로 미국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모든 질문은 그 다름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할 얘기 넘쳐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서로가 같음을 발견했을 때 매우 격렬하게 신기해 하고 기뻐한다. 모든 것들이 그렇다. 그래서 다름 간직한 사람들을 대면하는 것에 대해서 (때로는 부담스러울 수 있을 수 있을 지언정) 대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인격적이고 자연스럽다. (요즘 미국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혐오 사건에 대해서는 이와는 상반되는 사건이지만, 여전히 미국 사회에 전반적 분위기는 다름을 수용하는 사회라고 나는 인식하고 있다). 사람은 스스로도 변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 의해서 사람이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래서 사회적 동물인것인가.
사실, 웬만하면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은데,
이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두 나라를 이제 비슷한 양의 시간들을 살아가면서,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사는 사람,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과도 동일함보다는 상이함이 많은 가능성이 크고,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에서 태어난 미국에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정도로만 단순지 인식하고 싶지 않다.
물론 나의 경험과 선택 때문에 내가 변화되었고, 변화되어가는 중이겠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과 사람들. 내가 선택하지 않은 뭇 것들로 인해서도 내가 변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모든 이들은 각자의 삶속에서 서로 다른 모양으로 변화되었고 변화되어가고 있는 연속선상에 놓여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