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섬사이 > 사랑法 -강은교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
아이들 키우다보면 자꾸만 이 시가 생각난다. 아마 아이들과 부딪칠 때마다 화를 못이기고 터져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후회스럽기 때문인가 보다.
대학시절에 읽던 <사랑법>이라는 시가 연애하던 시절보다 더 절절히 다가오다니.. 부모자식간의 사랑법에도 때론 침묵이 더 나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을 실눈으로 바라보며 말없이 웃어나 줄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