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틸라 요제프 시선 : 일곱 번째 사람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3
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심보선 서문 / 아티초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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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당신들만 내 시를 읽어야 한다

나를 잘 알고 사랑하는 당신들만
내 시를 읽어야 한다.
당신들은 허무를 항해하면서
예언할 수 있으니까, 선지자처럼.

미래를, 이제 당신들 꿈의 침묵은
인간의 형체를 갖추게 되었고
가슴속에는 이따금 호랑이와
온순한 사슴이 나타나니까.

[119]

 


공포의 대명사였던 훈족의 아틸라(Attila the Hun)과 같은 이름. 양부모에게 스티브라는 이름을 받았지만 시인의 영혼을 가진 아이는 진짜 이름을 소중히 간직했다. 요제프 아틸라. 그의 이름은 요제프 아틸라다. (헝가리에서는 성을 이름 앞에 쓴다.)

시인 탄생 100주년인 2005년, 유네스코는 그 해를 〈아틸라 요제프의 해〉로 정했다. 같은 해 4월 11일, 헝가리의 시 축제에서는 밤을 새워 시인의 탄생을 축하하고 끊임없이 시를 낭송하였다.

헝가리라는 나라보다 더 낯선 이름. 요제프 아틸라는 평생을 가난과 싸웠다. 이불을 젖혀도 가난이 웅크리고 있는 침대, 헐벗은 손과 발. 그의 가난은 시에도 켜켜이 배어 있다. 가난의 친구는 외로움이다. 살아남기 위한 그의 투쟁은 〈자기소개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일곱 번째 사람〉은 존 버거의 책에서 〈제7의 인간〉으로 소개되었다. 번역노트에 따르면 영역본의 역자는 같으나 개고를 거듭하여, 첫 행부터 다르다 한다. 찾아본 바에 따르면, 아틸라의 시는 운율감이 살아있다고 한다. (헝가리어의) 동일모음이 반복되어 만들어내는 운율은 마치 시간을 삼켜버리는 부드러운 파도와 같아 번역하기 어렵다고..(*) 아티초크의 번역가는 원어를 여러번 낭송하여 그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다는데, 언젠가 헝가리어를 배우면 시인의 숨결을 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을런지.

 

긴즈버그가 사랑한 시인. 유럽의 비평가들이 주목한 시인. 시집의 표지를 장식한 고흐의 인생과도 통하는 바 있는, 헝가리의 정신. 그 비극적 생애를 껴안고 싶다면..


 

(*) 참고 사이트: http://www.espritsnomades.com/sitelitterature/jozsefattila/attilajozsef.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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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16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에게 감히 명령하는 어조가 있는 시, 참 마음에 들어요. 자신의 시를 읽는 독자들을 향해 ‘위선적인 독자’라고 대들던 보들레르가 생각이 납니다.

에이바 2015-07-16 21:15   좋아요 0 | URL
사실 이 시는 가장 마지막에 실렸어요. 선집이기도 하고.. 시인은 줄곧 `인간`에 대해 얘기하거든요. 저에겐 명령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바람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불역을 보니 내가 원하는 독자란, 이런 느낌이더군요.

하나 2015-07-1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시집에서 ˝나도 당신처럼 지친 한 사람˝이라는 구절이 오래 마음에 남더라구요. ^^

에이바 2015-07-16 21:16   좋아요 1 | URL
하나님도 읽으셨군요! 요제프의 시는 그토록 힘겨움을 노래하면서도 위로를 주는 것 같아요.^^

CREBBP 2015-07-16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헝가리가 그 대륙 한가운에서 독특하게 성을 앞에 썼다는 게 신기하네요.

가난과 대립되는 부 자체가 시적 영감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물론 부자면 부자 나름의 시선이 향한 곳이 있겠지만 말이죠

에이바 2015-07-16 21:21   좋아요 0 | URL
사실 헝가리 문화는 아시아에 많이 기대고 있어요. 마자르족이 조상이기도 하고 헝가리어도 우랄계이고요. 기억나는 건 이 정도인데요. 그러고보니 부 자체를 예찬하는 건 별로 못봤네요. 하지만 부에서 태동한 시각은 분명 있지요. 기네스님 말씀처럼요. 부르주아적 시각같은..
 
윤동주 시선 : 사랑스런 추억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7
윤동주 지음 / 아티초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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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홰를 치면서 맵짠 울음을 뽑아 밤을 쫓고 동쪽으로 훤-히 새벽이란 손님을 불러온다 하자.

    [별똥 떨어진 데]

 

 

 

왜 아름다운 사람들은 먼저 가는 걸까. 윤동주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늘 눈물짓게 된다.

 

나는 그를 통해 한국 시의 아름다움을 배웠지만 현대 시와는 그리 가깝지 않았다. 대학 교양수업에서 최승자 시인을 알게 되었지만 그게 다였다. 교수는 수강생들에게 시를 세 편 써서 제출하라고 했었다. 구매 목록을 뒤져보니 당시 나희덕 시인의 시집을 구매했더군. 책장에 모셔둔 한국시인의 시집은 많지 않다. 찾아보면 더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윤동주 하면 여러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그 중 하나는 세시봉 윤형주 씨가 시인의 육촌 동생이라는 것... 세시봉 특집 방송에 나온 조영남 씨가 〈서시〉에 가락을 붙여 노래를 한 곡 뽑았더니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윤형주: 아버님께 시인의 글로 노래를 만들어도 되겠느냐 여쭈었더니, 시가 이미 노래이거늘 왜 네가 망치려드느냐 하셨다는 것.

 

시인이 릴케를 좋아하는 줄은 〈별 헤는 밤〉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폴 발레리와 앙드레 지드 작품을 탐독했다는 것은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아티초크 출판은 첫 한국 시인으로 윤동주를 선정하여, 서정적이고 따스한 시집을 보내주었다. 참 오랜만에 옛 생각이 났다. 시를 접했을 때의 그 기분에 빠져들었다고 할까. 마치 홍차에 끝을 조금 적셔 입으로 가져 간 그 마들렌이 주었던 기억처럼.

 

내가 알던 중 가장 좋아하던 시는 〈참회록〉이었는데 찬찬히 읽어보니 더 좋았다. 이전엔 몰랐던 시를 함께 소개한다.

 

 

 

  

 

 

 

  흐르는 거리

 

  으스름히 안개가 흐른다. 거리가 흘러간다. 저 전차, 자동차, 모든 바퀴가 어디로 흘리워가는 것일까? 정박할 아무 항구도 없이, 가련한 많은 사람들을 싣고서, 안개 속에 잠긴 거리는,

 

  거리 모퉁이 붉은 포스트상자를 붙잡고, 섰을라면 모든 것이 흐르는 속에 어렴풋이 빛나는 가로등, 꺼지지 않는 것은 무슨 상징일까? 사랑하는 동무 박(朴)이여! 그리고 김(金)이여! 자네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끝없이 안개가 흐르는데,

 

  “새로운 날 아침 우리 다시 정답게 손목을 잡아보세” 몇 자 적어 포스트 속에 떨어트리고, 밤을 새워 기다리면 금휘장에 금단추를 삐였고 거인처럼 찬란히 나타나는 배달부, 아침과 함께 즐거운 내림(來臨),

 

  이 밤을 하염없이 안개가 흐른다.

  

  [105]

 

 

 

 

 

함께 들으면 좋을 곡.

Alcest의 〈Souvenir d'un autre m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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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06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르는 거리`가 마치 기형도 시인의 시를 보는 것 같아요. 윤동주 특유의 우울함이 저는 좋아요. 고등학생 때 윤동주의 `자화상`을 좋아했었습니다.

에이바 2015-07-06 16:04   좋아요 0 | URL
기형도 시인요? 그런 것도 같아요. 시를 모아놓고 보니 윤동주 시인이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자기반성..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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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연구소(AFI)는 《앵무새 죽이기》의 애티커스 핀치를 역대 최고의 영웅으로 선정했다. 미국 자본으로 제작된 영화가 후보작이 되었고, 여기서의 영웅은 <극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용기와 도덕성을 보여주며,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물>을 가리킨다.

 

애티커스 핀치는 눈도 침침하고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린 남매를 키우는 홀아비 변호사다. 소도시 메이콤에 살고 있는 그가, 어떻게 초능력을 가진 영웅들을 제치고 역대 최고의 영웅이 되었을까? 아마도 애티커스가 싸운 악당은 실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져 내려온 관습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인종적 편견들. 그에 맞서는 무기는 법전 뿐이다. 한밤중 건장한 남성들에 둘러싸여 위협을 당할 때도, 모욕을 당할 때도 애티커스는 맨몸이다. 오직 법이 수호하는 가치에 기대어 약자를 보호한다.

 

스카웃과 젬 남매는 〈된 사람〉인 아버지로부터 이웃을 보살피는 마음을 배운다. 어린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하다. 그들의 순수함은 옳고 그름을 쉽게 구별하지만, 어른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재판에서 〈흑인〉이라는 이유로 톰을 가혹하게 대하는 검사에 딜은 구역질을 느낀다.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 옳지 않아. 옳지 않다고. 어느 누구도 그런 식으로 말할 권리는 없어. 그게 나를 구역질 나게 만드는 거야.」 368쪽

 

그런 딜을 불러 콜라를 나눠주는 레이먼드 아저씨는 흑인 여성과 결혼했고, 모두들 그를 주정뱅이라 생각한다. 레이먼드는 오해를 부추기며, 미움과 편견에 맞선다.

 

「난 그들에게 구실을 주려는 거야. 사람들은 구실이 생기면 기분이 좋아지지. 내가 아주 어쩌다 읍내에 나올 때, 조금 비틀거리며 이 봉지에 든 뭔가를 마시면, 사람들은 돌퍼스 레이먼드가 술의 노예가 되었다고 말하는 거야. 저러니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면서 말이야. 저자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고, 그래서 그런 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371-372쪽

 

그는 스스로 결점을 만들어 〈백인을 배신한〉 미움을 희석시킨다. 영리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혼혈아〉로 태어난 2세들은 흑인 편에도, 백인 편에도 설 수 없기 때문이다. 1930년대 미국 남부의 분위기는 그러했다. 핀치 남매와 딜은 〈흑인 피가 단 한 방울만 섞여도 흑인 취급을 받는〉 남부의 〈한방울 규칙One-drop Rule〉을 비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어른들의 사정〉으로 뭉뚱그려진 일들, 어른들은 설명하길 회피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정확히 알고 있다. 〈갈보〉가 무슨 뜻이냐는 스카웃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잭에게, 애티커스는 이렇게 말한다.

 

「잭! 어린애가 뭘 묻거든 반드시 그대로 대답해 줘, 지어내지 말고. 애들은 역시 애들이라지만 대답을 회피하는지는 어른들보다도 빨리 알아차리거든. 그리고 대답을 회피하면 애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지.」 168쪽 

 

어린애지만, 인격체로 존중하는 애티커스의 교육법은 핀치 남매가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지게 한다. 아이들에게 부끄러울 일은 절대 하지 않는 그의 도덕성은, 남매가 당장은 수긍하지 못하더라도 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도록 한다. 그래서 모두가 〈백인 여성을 강간했다는 혐의를 받는 흑인 톰을 변호한다〉고 애티커스를 비난해도, 남매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는다. 아빠를 〈깜둥이 애인〉이라 부르며 등을 돌린 지역 사회에서, 스카웃과 젬은 성장하고 있다.

 

커닝햄 집 아이와 어울려서는 안 된다는 고모의 얘기에 우울해진 스카웃. 젬은 가슴 털을 보여주며 위로하고 스카웃은 오빠를 축하한다. 중학생이 된 젬의 성장은 여러모로 확인된다. 쥐며느리를 가지고 놀다 죽이려는 순수한 잔혹을 말리는 젬, 눈꽃동백 꽃잎을 만지작거리는 젬, 법원에서 주먹을 불끈 쥐는 젬, 그리고 필사적으로 여동생을 보호하는 젬.

 

소설 초반, 여섯 살과 열 살이 된 남매는 이웃에 산다는 부 래들리를 상상하며 논다. 왜 아서 아저씨는 밖으로 나오지 않을까? 아이다운 상상으로 연극을 하며 놀리기도 하고, 담력 테스트를 하기도 하고. 그런 래들리 씨네 집 앞에 있는 나무, 그 옹이구멍에 숨겨진 선물들은 핀치 남매를 어여삐 여긴 사랑과 우정이었다. 아이들을 언제나 지켜봤던 아서의 창백한 손은 놀라울 정도로 따뜻했다.

  

하퍼 리는 《앵무새 죽이기》를 통해 진정한 용기와, 앵무새로 상징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강조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1930년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것 같지 않다.

 

얼마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시 한 흑인 교회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희생자 9명은 성경 공부를 하던 중이었다. 백인 우월주의 사상을 가진 백인 청년이 범인이었다. 또 작년 퍼거슨 사태 이후 미 경찰의 흑인 용의자에 대한 과잉 대응, 총격 사건들로 사회가 들끓고 있다. 대통령도 흑인이요,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가수들(비욘세, 제이지 등)도 흑인인데 어찌하여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1930년대 메이콤 읍에 대공황의 여파가 남았듯이, 경제위기가 사회적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화시키는 걸까? 이미 공고해진 인종적, 차별적 계급은 극복할 수 없는 걸까? 우리나라는 어떨까?

 

《앵무새 죽이기》가 위대한 이유는, 소설에 나타난 문제가 단순한 인종문제가 아니라 약자에 대한 프레임으로 발전되기 때문이다. 유색인종,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여성과 어린이 그리고 노인들- 이 모든 약자들이 〈앵무새〉다. 지금 앵무새를 죽이고 있는가, 아니면 살리고 있는가? 그들의 어려움을 이성적으로 〈이해한다〉고 믿을 뿐, 제대로 된 자기 인식은 못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퍼 리의 처녀작이자 두번째 소설, 《파수꾼》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갖는 것도 그녀가 사회에 던진 화두 때문일 것이다.(물론 출판계의 불황도 있겠지만...) 일생 단 한 편의 소설로 퓰리처상을 받고, 많은 편견들을 희석시켰다는 공로를 얻은 리 여사. 《앵무새 죽이기》가 스카웃의 유년기 중 3년을 다뤘다면, 《파수꾼》에서는 성인이 된 스카웃이 등장한다고 한다.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배웠던 스카웃. 어떤 방식으로, 성숙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된다.

 

핼러윈 축제, 그레이스 메리웨더 아줌마가 쓴 연극의 제목은 『메이콤 군: 아드 아스트라 퍼 아스페라』였다. 라틴어 〈Ad astra per aspera〉는 〈고난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라는 뜻이다.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존중하는 마음, 불의에 맞설 용기... 리 여사는 어린 화자를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책장을 덮어도 교훈은 남는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거야. (...)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다니는 거지.」 65쪽

 

「아빠, 우리가 이길까요?」

「아니.」

「그렇다면 왜―」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148-149쪽

 

「난 네가 뒷마당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되겠지. 맞힐 수만 있다면 쏘고 싶은 만큼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라.」 174-175쪽

 

「...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 213쪽

  

밤공기가 더운데도 몸이 덜덜 떨렸습니다. 이런 느낌이 점점 강해지더니 마침내 법정 안의 공기가 마치 2월의 추운 아침과 똑같아졌습니다. 앵무새가 침묵을 지키고, 모디 아줌마네 새집에서 목수들이 망치질을 멈추며, 이웃에 있는 모든 나무문들이 래들리 아저씨네 집의 문처럼 굳게 닫혀 있는 바로 그런 아침 말이지요. 누구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길거리는 인적이 뚝 끊긴 채 텅 비어 있었고, 법정 안은 사람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여름밤은 한겨울 아침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389쪽

 

「스카웃, 이제 뭔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왜 부 래들리가 지금까지 내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말이야, 아저씨가 집 안에 있고 싶어 하기 때문이야.」 420쪽

    

「스카웃, 결국 우리가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멋지단다.」 5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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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07-0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읽어서(읽을 예정) 다 읽거덩 답글놀이 하러 다시 올께요. 기대됩니다

에이바 2015-07-01 23:23   좋아요 0 | URL
네! 기네스님 언제나 환영해요!!! 손가락을 꼽아보니 거의 20년만에 읽은 듯 해요.

AgalmA 2015-07-02 06:37   좋아요 0 | URL
이분들 요즘 책 싱크로율 장난 아닌 듯ㅎㅎ💘

AgalmA 2015-07-02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발레단에서 첫 흑인 수석 발레리나가 나왔다는 뉴스를 보았어요. 아픔과 차별 속에 발레밖에 없었다는 그녀는....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더군요. 우리는 모두 개인이지만 이렇게 역사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걸...

에이바 2015-07-02 10:26   좋아요 1 | URL
검색하고 왔어요. 솔리스트에서 멈추지 않고 수석 무용수가 되다니, 정말 멋집니다. 생각해보니 동양인은 종종 봐도 흑인 발레리나/발레리노는 보기 힘들었네요. 발레계도 인종의 벽이 무너질 때가 되었죠.. 한편으론 부담도 크겠어요. 처음이란 그 무게 때문에요.

라로 2015-07-0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웨스트 헐리우드라는 곳에 `애티커스`라는 예쁜 카페가 있어요. 랜드마크라는 유명한 극장 앞에 있죠. 그 카페를 볼 때마다 앵무새 죽이기를 생각하는데 에이바님이 멋진 글을 써주셨네요!!^^

에이바 2015-07-03 14:21   좋아요 0 | URL
오! 검색해보고 왔어요. 맛집이군요!! 혹시나 가게 되면 저도 <앵무새 죽이기> 생각하며 아이스크림과 파이를.. 댓글에 사진등록이 안 되는게 아쉽네요! 비비님이 말씀해주신 카페, 다른 분들을 위해 링크걸게요^^

http://www.yelp.com/biz/atticus-creamery-and-pies-los-angeles
https://instagram.com/awesomeatticus/
 
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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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울 정도로 흡입력 있고, 재밌는 소설이다. 기원전 110년의 로마를 충실히 담고 있으면서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눈에 익지 않은 이름들과 라틴어에도 불구하고 독서엔 전혀 지장이 없다. 이것이 작가의 내공일까? 더불어 몇 개의 옮긴이 주를 빼면 어떠한 각주와 미주도 찾아볼 수 없는데, 방해받지 않고 글에 집중할 수 있어 아주 좋았다. 또한 술술 읽히는 번역은 역자들의 노력을 생각하게 한다.

 

실존 인물들은 작가의 손끝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엄청난 연구에 바탕한 고증, 로마의 생활상을 충실히 재현한다. 매컬로는 20년이 가까운 세월을 투자해 《마스터스 오브 로마Masters of Rome》 7부작을 완성했다. 《로마의 일인자The First Man in Rome》는 이 시리즈의 1부이며, 도시국가 로마에서 제국 로마로 발돋움하는 시기를 다루고 있다.

 

가장 뛰어난 자가 로마의 일인자는 아니었다. 지위와 기회가 동등한 자들 사이에서 제일가는 자가 로마의 일인자였다. 34쪽

 

〈로마의 일인자〉가 되려면 정원 300명인 원로원에 들어가야 한다. 〈자격〉을 갖춘 이들- 〈지위와 기회가 동등한 자들〉만이 입회할 수 있다. 혈통과 재력을 갖췄더라도 능력까지 갖춘 인물들은 적다. 1부가 시작될 때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는 조건이 한 가지씩 부족하다.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신진 세력으로, 군 통솔력과 정치적 식견이 뛰어난 재력가지만 라티움 출신이다. 유력가문인 메텔루스에 밉보여 집정관 선거엔 출마도 못하고 있다. 그는 뼛속까지 군인으로, 군 지휘권을 위해 집정관이 되려한다.

 

술라는 파트리키지만, 가문이 몰락한 탓에 빈민가인 수부라에서 자라났다. 아름다운 외모의 그를 탐하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타고난 권리를 행사하게끔 도와줄 손길은 없었다. 그는 방만한 생활 중에도 야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들은 카이사르 가문과 연을 맺으며〈로마의 일인자〉가 될 기회를 잡게 된다. 모범적인 경력과 능력을 갖춘 마리우스는 〈혈통〉만이 출세의 장애물이다. 카이사르의 힘을 얻지만 이탈리아 촌놈이라는 이미지는 떨쳐낼 수 없다. 반면 술라는 〈재력〉을 갖추자 마리우스보다 유리한 출발선에 선다. 도덕적 결함과 범죄 행위, 방만한 행동을 덮을 수 있는, 고귀한 혈통이기 때문이다. 두 인물은 각각 집정관과 그 재무관으로 선출되는데 그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다.

 

카이사르 가문은 로마 건국에서부터 이어 내려온 유서 깊은 가문이다. 하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명성을 잇기는 힘든 상황. 이들이 혼인을 통해 재력과 권력을 공고히 하고 로마 최고의 가문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보면서, 익히 알려진 ‘그 카이사르’가 등장할 때를 기다리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메텔루스를 비롯한 의원들의 무능력을 <외부적 시각>으로 지켜본 마리우스가 어떤 개혁을 할지!

 

로마인들의 생활 깊숙이 관여하는 〈점술〉과 〈예언〉, 그리고 〈예감〉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술라가 율릴라로부터 〈풀잎관〉을 받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상징이다. 2부의 제목도 《풀잎관Grass Crown》이며, 마리우스도 시리아의 점술가로부터 예언을 듣는다. 카이사르와 마리우스, 마리우스와 술라가 서로에게 느낀 직감도 마찬가지다

 

1부의 주인공으로 여겨지는 마리우스와 술라는 나이차이로 보나, 정치력으로 보나 다분히 그리스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성적인 함의는 없다. 예언을 고려하면, 그들이 앞으로 정치적 라이벌로 성장할 것이 예견된다. 마리우스는 닥쳐온 아프리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그리고 술라는 마리우스 밑에서 얼마나 성장할까? 술라가 자유로운 세계를 상징하는 메트로비오스를 갈망하는 모습은, 그에게 펼쳐질 고난을 예상하게 한다.

 

마리우스가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하는 장면, 카이사르가 율릴라를 훈계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여성의 처지도 생각해볼만 하다. 또 보험 역할을 하는 <지참금>에 대한 것도 흥미롭다.

 

매컬로는 2천년을 뛰어넘어,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을 창조했다. 로마사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정치와 생활상은 문장 속에 녹아들어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등장인물들이 욕망을 이루기 위한 권모술수, 함께 보이는 개인적 면모들은 매력적이다. 탄탄한 고증 위에 쌓은 창작이 주는 매력을 지닌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읽고, 소장할 가치가 있다.

 

생각보다 열린, 또 닫힌 사회인 천년제국 로마. 《로마의 일인자》가 되려는 인물들의 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진정한 리더〉를 찾는 이 시대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위대한 운명이오, 가이우스 마리우스.” 마르타는 그의 복잡한 손금을 집어삼킬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대단한 손이야! 세상을 제 마음대로 주무르는 손이군. 두뇌선도 대단해! 두뇌선이 당신의 마음을 지배하고, 당신의 인생을 지배하고, 세월의 유린을 제외한 모든 것을 지배해. (...) 올해가 지나면, 그러니까 내년 초에 당신은 집정관이 돼……. 그리고 여섯 번 더 집정관이 될 거요……. 당신은 총 일곱 번 집정관이 되고, 사람들은 당신을 로마 제3의 건국자라고 부를 거요. 당신은 사상 최대의 위기에서 로마를 구해낼 거니까!”  398-399쪽

 

 “당신은 위대한 여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군. (...) 그녀의 조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로마인이 될 거요.” 3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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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6-3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마인에 대한 이야기는 시오노나나미 이후로는 안 읽은것 같아요. 너무 오래됐나요? 라틴어에도 불구하고 독서에 지장이 없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눈팅하고 갑니다^^

에이바 2015-06-30 14:10   좋아요 0 | URL
맥컬로가 대중소설을 쓰다 선향해서 그런지 로마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같아요. 이름이 비슷해서 좀 헷갈리긴 하는데 고비만 잘 넘기면 책장이 술술 넘어가요.ㅎㅎ 시오노보다 훨씬 재밌습니다! ^^

만병통치약 2015-06-30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막 읽었는데 소설인지 역사인지 구분이 어렵네요 ^^ 7권까지 목 내밀고 기다릴 것 같은 책이에요.

에이바 2015-06-30 14:13   좋아요 1 | URL
전 벌써 애가 타요. 2권도 너무 궁금하고요, 카이사르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기다리죠?!ㅋㅋ 적절한 막장(?)도 가미한 진짜 최고의 로마사 소설입니다. ㅠㅠ 타작품과 비교 불가...

CREBBP 2015-06-3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상품 등록할 수 있군요. 저도 애가 타요 넘 재맜는게 가시나무새를 제가 고딩때 봤거든요. 성교육을 거기서 받았죠 ㅋㅋ. 그거 쓴 작가의 감성과 드라마적 기교를 로마라는 거대 역사에 녹여냈으니 말 다했죠.

에이바 2015-06-30 21:47   좋아요 0 | URL
기네스님 말씀이 맞아요. <가시나무새>도 스케일이 좀 있지 않나요? 콜린은 될성부른 작가였다 싶어요. 엄청난 연구와 역사를 소화해서 대작을 만들어내다니... 로마사 덕후라서 글 쓰면서 즐거웠을 것 같기도 해요ㅎㅎ 예전에 HBO에서 Rome 찍다가 제작비 때문에 시즌2에서 캔슬됐는데요, 매컬로 기념해서 <마스터스 오브 로마>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7부작 중에 하나만이라도 골라서... <왕좌의 게임> 시즌 종료하고 나면 딱 좋은데 말이죠.

CREBBP 2015-06-30 21:53   좋아요 0 | URL
저도 Rome 재밌게 봤는데 제작비 땜에 계속되지 못했군요. 19금이라서 어려움이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이 책에서도 살짝살짝 19금스러운 부분이 많이 나와서 더욱 즐거워요. ㅎㅎ

에이바 2015-06-30 22:24   좋아요 0 | URL
술라가 파티 다음날 일어나는 장면에서 잠깐 멈췄었어요. 무서운 로마인들!!! 기네스님 스파르타쿠스도 보셨어요? 정말 오늘날 아낌없는 자본투자로 10부작 드라마를 찍는다면 <로마의 일인자>를 쓴 콜린의 위대함이 더욱 널리 알려질텐데요... 얼마전에 다이애나 개벌든의 역사소설 <아웃랜더>도 스타즈에서 드라마화했거든요. 스코틀랜드 자코바이트 시절로 타임슬립한 얘긴데 여기도 19금ㅎㅎ 여긴 1권이 로맨스 느낌이 있어서 팬층이 꽤 있는데 뒤로 갈수록 그냥 역사 소설이에요.

CREBBP 2015-06-30 22:30   좋아요 1 | URL
앗 제가 롬이랑 스파르타쿠스를 조금 헷갈렸던 것 같아요. 19금은 스파르타쿠스에서 심했죠. Rome은 시즌 2는 못본 것 같아요. 아 2편 기다리는 마음으로 Rome을 시작해야 겠군요. 스파르타쿠스도 완전 좋았어요. 피튀기는 당면이 그래픽적인 느낌이 나서 그리 끔찍하지도 않고 ㅎㅎㅎ <아웃랜더>는 몰랐네요. 클레오파트라의 딸들 읽을 때 한동안 당시 로마에 관한 복식사를 참조할만한(순수한 상상력의 만족을 위해서) 드라마랑 영화를 뒤졌었는데 다시 뒤젹질 시작 ㅋㅋㅋ

CREBBP 2015-06-30 22:34   좋아요 1 | URL
그리고 가시나뭇는 내용은 생각 안나고 남편 처음 만났을 때 급작그런 애무에 당황하는 장면이랑 첫정사때 메기 입장에서 자세하게 내면 묘사 된 부분은 아주 비교적 잘 기억나고 신부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데 뭐 몇십년만에 다시 만나는 그런 얘기였던 것 같아요. 농장도 나오고 스케일 엄청 컸죠. 그 중에서 정사장면만 기억하다니.. 응큼기네스로 바꿔야겠네요 ㅋㅋ

에이바 2015-07-01 12:01   좋아요 1 | URL
저도 1부 다 보고나면 미드 복습하려고요. 신나요!! 스파르타쿠스 유혈 장면 씨지 느낌 동의해요ㅎㅎ 정사씬도 아름다웠고요. <아웃랜더> 무지 재밌어요. 감독이 남잔데 꽤 굵직한 이력이라면 드라마 <스타트렉> 각본도 쓰고 촬영도 했었고요. 감독 부인이 코스튬 디자인했는데 블로그 가면 자세히 설명해놨어요. 1940년대랑 1743년(날짜 수정요!) 암튼 이 때 복식 보는 재미도 있어요. 주인공들 케미도 좋고요. 특히 남주 설정은 거의 판타지예요. 여주는 시대 고려해도 무지 당차고요. 종군간호사 출신이라ㅎㅎ 미드에 영국배우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반가운 얼굴도 여럿 돼요. <가시나무새> 꼭 봐야겠어요! 원래 기억에 남는 건 중요한 장면 아니겠어요?ㅎㅎ

CREBBP 2015-06-30 22:49   좋아요 1 | URL
rome2보는중..취미를 영화와 미드에서 독서로 바꾼 이후 오랜만에 파일 공유 사이트 들어갔는데 캐쉬도 넉넉. ㅎㅎ

에이바 2015-06-30 22:52   좋아요 1 | URL
롬 캔슬은 넘 안타깝죠. 작품성도 있고 진짜 대작이었는데ㅠㅠ 콜린이 로마 열풍을 불러왔네요. 저도 동참이요!!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2
장미셸 게나시아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 어느 날 아침 스탈린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요. 날씨가 아주 좋아요. 스탈린이 태양을 보며 말하죠. 태양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똑똑하고 가장 힘센 사람이 누군지 말해주겠니? 태양은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죠. 그건 바로 당신입니다, 오 스탈린, 우주의 빛이여! 한낮에 스탈린이 다시 물어요. 태양아, 모든 시대를 통틀어서 가장 영민하고 가장 천재적이고 가장 탁월한 인물이 누구지? 태양의 대답은 단호하죠. 그건 바로 당신입니다. 오, 위대한 스탈린이여. 저녁식사를 앞두고 스탈린은 그 즐거움을 억누를 수 없어서 태양에게 또다시 묻죠.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공산주의자가 누구지? 그러자 태양이 대답합니다. 스탈린, 당신은 한낱 병자요. 사이코패스에다 난폭한 미치광이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꼴도 보기 싫소. 이제 나는 서방으로 넘어가오!”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25쪽

 

공산주의 유머는 대체로 체제에 대한 풍자이지만, 체제 하에 살아가던 모든 이들에 대한 조롱이기도 하다. 사지를 건너온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이야기 할 때면 손으로 입을 가리는 사람들. 이들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곳에서 왔다. 낙천주의는 가혹한 현실을 견뎌내는 생존 비법이자 삶의 철학이기도 한 것이다. 이 낙천주의자들은 파리 14구에 위치한 비스트로 발토의 뒷켠에 자리한 체스 클럽에서 만날 수 있다. 12살이었던 미셸은 체스 클럽을 드나들며 16살이 되었다. 대입시험을 치르기 전까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곳 회원들과 우정을 나눈다.

 

형 프랑크는 도주자가 되었고, 피에르는 전사, 세실은 잠적한 상황에서- 미셸은 사샤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체스 클럽의 귀신과도 같은 존재. 말없이 왔다가 가곤 하는,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 세실의 부재를 슬퍼하며 찾은 메디시스 샘에서, 미셸은 사샤에게 인사한다. 그리고 우연히 사샤가 사진관에서 일하는 것을 알게 되고, 사진과 연애 등의 조언을 얻으면서 두 사람은 순식간에 가까운 친구가 된다. 그러나 체스 클럽에서 만큼은, 그의 조언대로 사샤를 모른 척 한다. 미셸은 사샤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 사샤라는 인물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출신지가 느껴지지 않는 유창한 프랑스어를 하는데 보주 지방 사투리도 할 줄 안단다. 사진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고, 아름다운 시도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낸다. 연애에도 달인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프랑스에 정착할 수 있었을 그는 왜, 흔적을 남기지 않고 뜨내기처럼 살고 있는 걸까?

 

 

▶ 배신자들의 이야기

 

이 소설은 〈배신자〉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은 출신 계급을, 프랑크는 가족과 여자친구를, 소설의 화자 미셸 또한 친구, 세실을 배신한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망명자들도 모두 누군가를 배신한 사람들이다. 어떤 이는 가족을, 어떤 이는 친구를 그리고 어떤 이는 품었던 이상과 조국을 배신했다. 그러나 마땅한 이유가 존재한다. 망명자들의 배신은 역사의 시류에 휘말린, '살아남기 위한' 배신이었다.

 

클럽의 창시자, 이고르는 회원들을 두 부류로 나눈다. 떠나온 세계와 완전히 인연을 끊은 사람들아직 미련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전자는 사회주의와 절연했고, 후자는 사회주의를 여전히 믿으며 시스템을 탓하는 사람들이다. 두 세력의 차이가 잘 드러난 대목은 바로 가가린의 우주 비행이 성공한 날이었다. 떠나지 않았다면 "자신들을 천대하고 죽였을지도 모를 나라의 진보와 승리에 환호"하는 이들과 그것을 용납할 수 없는 이들 간에는 한바탕 말다툼이 벌어진다. 그러나 말다툼이 끝나면 마음에 앙금을 남기지 않고 함께 어울린다. 이곳에서 그들은 누구나 무국적자이며 역경에 빠져있다는 점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망명자들 중에서도 특히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인물은 이고르와 레오니트, 티보르와 임레다.

 

이고르 마르키시는 유대계 러시아인으로 직업은 의사였다. 미셸은 이고르가 서방으로 오게 된 이유를 알고 싶어하지만 이고르는 이해하지 못할 거라며 말을 아낀다. 파리에서 환자 운반원으로 일하던 이고르는 의식이 없던 남자를 살리게 된다. 그의 이름은 베르네르. 전쟁 중에 프랑스 레지스탕스로, 반나치 투쟁을 전개했던 독일인이었고 영사 기사로 일하고 있었다. 절친한 사이가 된 두 사람은 베르네르를 기억하는 비스트로 발토에서 체스 클럽을 만든다. 이고르는 체스 클럽 회원들이 파리에 정착하기 위한 서류를 작성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으며 실질적인 리더이다. 그는 떠나온 세계에 남겨둔 아내와 아이들을 그리워한다.

 

벌라주 티보르펄루디 임레는 배우와 그 매니저로,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두 남자는 1956년 헝가리에서 일어난 공산당 혁명이 진압되자, 오스트리아로 도망쳤다가 파리로 온다. 티보르가 칸에서 환대를 받으리란 생각에서였는데, 그를 알아본 베르네르를 통해 체스 클럽을 알게 된다. 임레는 티보르를 먹여 살리기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티보르의 헝가리 억양이 섞인 프랑스어는 배역을 구하는데 큰 장애물이었다. 1962년 가을쯤, 실종되었던 티보르는 조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국민 배우로서의 명성을 되찾고 선전배우로서 활약한다. 남겨진 임레는 많이 외로워하고, 클럽 회원들은 내심 고국으로 돌아간 티보르를 부러워한다.

 

레오니트 크리보셰인은 소련의 전쟁영웅으로 전투기 조종사였다. 또한 아에로플로트 체스 챔피언이기도 했다. 그가 망명을 한 것은 목숨을 위협받아서도, 이상 실현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사랑 때문이었다. 불시착한 파리에서 만난 에어프랑스 직원, 밀렌과 불같은 사랑에 빠진 레오니트는 조국의 모든 것(아내까지도)을 남겨두고 서방으로 넘어간다. 워낙 거물이었기 때문에 스파이로 우려되었고, 소련의 눈치를 보던 민간 항공사들은 그를 채용하기를 거부한다. 레오니트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되고 결국 밀렌과 결별한다. 오직 '사랑' 때문에 조국을 등진 레오니트는 여전히 공산주의자이며, 이는 체스 클럽의 회원들과도 구별되는 점이다. 그는 체스 클럽에서 술이 가장 세고, 체스도 가장 잘 한다. 

 

그리고 체스 클럽의 망명자들이 모두 싫어하는 사람,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 바로 사샤다. 그를 배척하는 선봉에는 체스 클럽의 알파 메일인 이고르와 레오니트가 있다. 

 

사샤의 성은 마르키시, 그는 바로 이고르의 친동생이었다! 사샤 마르키시는 내무부의 가장 인기있는 부서인 제2국 선전부 소속이었다. 그의 전공은 포토몽타주, "인민의 적들을 그들이 나타나 있는 모든 사진들에서 지우는" 작업이다. 요즘으로 치면 아주 정교한 수제 포토샵이라고 할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그들'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없애는 일은 진정한 승리인 것이다. 1952년, 당에 충성하는 사샤와 당에 불만을 가진 이고르의 관계는 이미 좋지 않다. 하지만 사샤는 이고르에게 익명으로 그가 위험함을 알려, 형을 빼낸다. 그것이 문제가 되어 사샤 역시 레닌그라드를 떠난다. 사샤가 자신의 목숨을 구했음을 알지 못하는 이고르는 동생을 죽일듯이 미워한다. 그렇다면 레오니트는 왜 사샤를 미워할까? 군인이었던 레오니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 그중에서도 특히 황금별 훈장과 아에로플로트 체스 챔피언 두 가지이다. 사샤는 떠나기 직전 아에로플로트 체스 챔피언의 얼굴을 지워야했는데, 기념이자 조롱의 의미로 자신의 사진을 넣었다. 문제는 이 사진이 아에로플로트 홍보물에 실렸고, 레오니트가 봤던 것. 그는 사샤를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클럽 회원들 또한 사샤가 어떤 일을 했는지 알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파벨의 말대로 "좋아할 수 없었다."

 

사샤는 십이 년 동안, 이고르의 용서를 바라며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그의 목숨을 살려줘서가 아니라, 그의 동생으로서 용서받고 싶었다. 그러나 사샤가 조국에 충성하기 위해 했던 일들은, 인민에 대한 배신이었고 범죄였다. 이고르는 마르퀴조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발토에 들린 사샤를 발견하고 심하게 구타한다. 지병을 앓고 있던 사샤는 회복하지 못할 것을 알고, 곧 사라질 체스 클럽의 닫힌 문 안에서 목을 맨다.

 

 

▶ 사샤: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변호, 구원과 기억

 

삶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기 때문일까. 사샤는 미셸에게 내내 경어를 쓰다가, 그에게 남긴 편지에서야 편한 말투를 쓴다. (프랑스어에서는 관계의 멀고 가까움에 따라 경어와 평어를 사용한다.)

 

오랜 세월, 당과 조국의 충실한 일꾼이었던 사샤마저 단번에 내칠만큼 그들의 조국은 모든 것을 의심했다. 그것을 잘 아는 사샤는 자신이 언젠가는 곤경에 빠지리라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 둔다. 외부의 전쟁과 내부의 전쟁에 압도된 채, "누군가의 삶을 지우는 작업"을 계속하던 사샤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한 시인을 두고 우리는 무엇을 비난할 수 있을까? 시인이 어떤 점에서 우리에게 해가 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그의 시들을 파괴했을까? 이제는 남은 것이 없지만 그의 시들은 훌륭하지 않았는가? 화가와 시인이 없다면 우리 세상은 무엇이란 말인가?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2》, 463~464쪽

 

시인들이 당국에 반발했던가? 아니다. 그들은 당국의 기준에 맞지 않아 총살당했다. 사샤는 어떻게 저항해야할 지 고민한다. 어떤 방법으로, 당국의 눈길을 피하여 그들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보존"할 수 있을까.

 

사샤가 증언하는- 시들을 태워버리는 불길은 《화씨 451》의 불을 연상시킨다. 《화씨 451》의 주인공 가이 몬태그가 만난 현자들의 조언처럼, 사샤는 시들을 외워버린다. 머릿속에 든 것은 누구도 찾아낼 수 없다. 볼 수 없으니 존재하는지 알 수 없고 의심할 수도 없다. 그렇게 사샤의 머릿속에 보존된 아름다운 시들은 미셸에게, 카미유에게로 흘러간다. 사라진 시인의 아내들이 시를 외워 남편의 작품을 살려낸 것처럼,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이야말로 사라진 진실과 아름다움을 살려낼 '희망'이 되는 것이다.

 

사샤는 시를 적어놓은 수첩들, 자신이 지운 사진들의 목록과 관련사진들을 남긴다. 사샤는 미셸을 믿고 '선택'한다. 그의 보물은 여섯 번이나 도둑이 든 작은 방이 아닌, 미셸에게만 알려준 비밀 장소에 숨겨져 있다. 이것들이 보물인 이유는, 알면서도 (집단적으로) 침묵했던 죄에 대한 증언이기 때문이다. 이는 '살아남는다'는 신념 하에 저질렀던 배신 그리고 타인의 삶을 지우고 날조했던 잘못들을 증언하는 속죄이며, 그렇게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변호이기도 하다.

 

“내가 너를 선택한 것은 네가 새로운 세대의 일원이기 때문이야. 너희 세대는 우리가 겪은 끔찍한 일들을 경험하지 않았어. 우리는 끔찍한 일들을 피할 줄 몰랐고, 그것들을 겪으며 죄를 지었어.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 죄에 대한 용서를 바랄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너는 달라. 망각에서 구원될 가치가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너는 알아낼 거야. 아름다운 것은 기억밖에 없어. 나머지는 먼지고 바람이야.”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2》, 465쪽

 

 

▶ 프랑크와 피에르의 참전

 

주인공인 사샤 이야기를 먼저 하기 위해 프랑크의 이야기를 뒤로 뺐지만, 2권은 알제리에서 탈영한 프랑크 소식으로 시작한다.

 

미셸의 형 프랑크는 공산당원이다. 1959년 겨울, 예비역 장교 훈련을 다녀온 이후로 미셸은 형을 자주 볼 수 없다고 말하는데, 아마 당을 위한 일에 전념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새 가게 개업식을 앞두고 엘렌과 큰 말다툼을 하는 프랑크의 "당에서는 나를 필요로 한다."는 말은 엘렌에 대한 프랑크의 도전이기도 하다. 부르주아이자 우파인 들로네 집안의 과거사를 비난하며, 엘렌의 권력에 저항하는 프랑크. 그렇게 집을 나온 그가, 병(兵)으로 자원입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르트르가 주장하고 발전시킨, 프랑스의 지성인에게 요구되던 "앙가주망Engagement" 때문이 아닐까 한다.

 

"... 착취자들과 지배를 당하는 사람들 사이의 도랑은 절대로 메울 수 없을 거야.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런 거지. 우리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세상을 이대로 놔두면 지상엔 평화가 없을 것이고, 해결도 전진도 대화도 사회적 진보도 없을 거야. 행동할 때가 되었어."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281쪽

"우리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파시스트들이 날뛸 거야.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몰라. 그래도 해봐야지."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229쪽

 

입대를 결심하고 미셸과 나눈 이야기를 보면, 프랑크는 징집 연기를 취소시키고 병(兵)으로라도 알제리에 가, FLN(알제리민족해방전선)의 화력에 보탬이 되려고 했거나 아니면 그가 바라던 '혁명'을 일으키려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여러 계절이 지나가고, 혁명을 위해 떠난 프랑크는 학살을 자행하는 상관을 죽이면서 도망자 신세가 된다. 돌아온 프랑크의 발언 중 '테러'같은 이야기를 볼 때는, 그도 어느 정도 심경의 변화를 겪은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장미셸 게나시아는 프랑크의 증언을 통해 알제리 전쟁에서의 학살을 고발한다. 

 

프랑크의 친구인 피에르는 입영 연기가 불가하여 입대한다. 그리고 "파리와 알제리의 현실은 다르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는다. 파리의 고급 아파트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실제로 겪고서야 알아차린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노출된 것은 불과 몇 달, 피에르는 생쥐스트주의에 더 매달려, 엘리트주의로 시작한 혁명을 완성시키기 위한 최선이 독재(스탈린주의)라는 결과에 이른다. 벽에 부딪친 그는, 장교(엘리트)로서 부대원들에게 그의 이론을 시험하려 한다. 결과는 실패였다. 프롤레타리아 출신의 사병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로지 〈소비〉에 관심을 표한다. 따라서 〈인민은 혁명을 원한다〉는 전제가 무너지고 피에르는 그의 이론을 폐기한다.

 

 

▶ 두번의 장례식: 끝과 시작 

 

소설의 처음은 1980년 4월에 치러진 사르트르의 장례식, 소설의 마지막은 1964년 7월에 치러진 사샤의 장례식이다. 사샤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비가 퍼붓고 천둥소리가 들린다. 클럽의 모든 회원들과 사샤를 알던 사람들이 참석한다. 조촐한 장례식이다. 사샤를 냉대했던 클럽의 회원들은 "카디시(기도문)" 낭송을 통해 용서를 표현한다. 미셸은 사샤의 유품을 이고르에게 건넨다.

 

15년 뒤, 같은 몽파르나스 묘지, 사르트르의 장례식이다. 인파 때문에 미셸은 묘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는 생각한다. 오늘 묻히는 건 단지 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낡은 사상(공산주의) 그리고 종말을 맞은 한 시대를 땅에 묻는 것이라고.

 

사샤의 장례식이 소설의 끝을 장식하는 이유는, 그가 남긴 용서와 구원이 주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 조국을 떠나왔고, 어떤 이념을 지지하던 간에 인간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어떤 희망의 시작말이다. 마치 개인 날씨처럼.

 

사샤의 장례식이 끝난 뒤 날씨는 다시 좋아졌고 여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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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1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정이 뚝뚝. 에이바님 리뷰는 정말 그 애정에 기가 눌릴 정도; 네네, 읽을께요. 읽는다니까요ㅜㅜ;

백설공주 거울 패러디 시작부터 너무 멋져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에이바 2015-06-10 22:59   좋아요 1 | URL
트위터에 공산주의 유머만 올려주는 분도 있어요.ㅋㅋ 심지어 저 백설공주 드립은 등장인물 레오니트가 스탈린 앞에서 한 걸로 나와요. 전쟁 영웅 클라스ㄷㄷ

아갈마님 이 책 무지무지 재밌습니다. 이르긴 하지만 올해의 책이에요. `스토너`랑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이요.

네오 2015-06-1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조금은 이런글을 쓰고 싶기는 한데,,못하겠더라고요,,우선 책을 매우매우 잘 외워야하고 통찰력과 압축성이라는 재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스탈린이라는 인물이 나와서 그런데,,나 이분만 보면,,수줍은 학생이 어떻게 잔인한 독재가가 됐을까라는,,,,트윗하나봐요?

에이바 2015-06-11 14:23   좋아요 0 | URL
비약과 구구절절이 되지 않도록 했는데 좀 실패한 것 같아요.. 돌아다니는 글 중에 상관으로 모시고 싶은 정치가였나? 암튼 설명만 보고 고른 적 있는데요. 읽다보니 이거 독재자 아닌가 싶어서 괜찮은 사람이랑 짜증나도 죽진 않겠다 하는 사람 둘을 골랐거든요. 스탈린이랑 처칠이었나 그랬어요. 트윗은 좀 해보려다 그만뒀어요ㅎㅎ

네오 2015-06-11 15:50   좋아요 0 | URL
그렇쿤요,,ㅋㅋ 제가 보기에는 비약 없는데,,,단지,,,요새 논리적인 글을 많이 보는데 그것이랑 비슷한데 정도,,이정도면 합격권인데 라고 하면서 ㅋㅋㅋㅋ 그런데 왜 책제목이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입니까? 제가 이글을 읽으면서 캐치를 못했을지도,,,

에이바 2015-06-11 15:48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해요ㅎㅎ 쓰다가 에라 모르겠다 했는데 힘내야겠군요! 책소개에선 쿤데라 `농담`에 나오는 `낙천주의는 인민의 아편이다!`라는 말을 되받은 거래요. 체스 클럽에 모인 망명자들이 보스토크 호의 성공에 환호하는 걸 보면서 으이구 이 사람들아... 싶은 마음? 이론은 타락하지 않았다고 외치는 낙천주의는 고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구제불능인 낙천주의자들이 모인 클럽이요.ㅋㅋ

네오 2015-06-11 15:5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웃겼음,,하긴 그래도 구제가능 비관주의자들보다는 나아보임요^^

CREBBP 2015-06-1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고 나면 일단 등장인물들 이름부터 히미해져요. ㅎㅎ 느낌만 남죠. 그것도 곧 사라져버리기에 머리속에 있을때 얼른 옮겨놓습니다. 이런 리쥬는 책을 읽은 사람에게 더욱 유용한 것 같아요. 복습도 되고 전체적으로 정리도 되고 이해못했던 것도 짚고 넘어가게 되고.. 단지 길어서 그리고 꼼꼼히 읽을 필요가 읷는 글이라 먼저 답글부터 쓴다는

에이바 2015-06-13 20:15   좋아요 0 | URL
기네스님 프랑크랑 피에르 입대 이유는 어떻게 보셨어요? 조금 더 생각해보니 공산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낙천주의자가 아닌가 해요. 그들이 꿈꾸는 사회를 보면 말이죠. (댓글 수정했어요)

CREBBP 2015-06-13 20:19   좋아요 0 | URL
일단 알제리로 가려고 했던 것 같기는 해요. 드런데 그렇다고 쳐도 입대하면 자신의 가치를 배반하는 일을 해야 하는 건데 이상하지요. 게다가 칼영과 살인 모두 어처구니없는 이유때문에 그랬으니 어딘가로 가서 살더라도 낙천주의클럽 같은 공통점을 가진 망명자들 같이 섞여 살게 될 것 같지도 않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프랭크와 피에로의 입대 및 죽음 망명에 큰 상징성을 부여했으리라믄 생각이 계속 들어요

에이바 2015-06-13 22:51   좋아요 0 | URL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전쟁에 참가한 부르주아들이 현실의 벽앞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게 아닐까요. 파리에서 머리 맞대고 트로츠키니 혁명이니 해봤자 현실은 달라 그런거요. 피에르가 마오쩌둥 얘기하면서 생쥐스트주의 실패를 인정 않으려하는 것도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요. 공산주의는 실패라는 걸 인정하란 느낌..

프랑크 탈영 후 동료들이 신고하려 하잖아요. 1.당에 대한 배신:목적달성 실패 2.살인사유 믿지않음:프랑스가 학살을 했을리 없다. 근데 1의 이유라 해도, 프랑크는 알제리 전쟁 결과를 예상했단 말이죠. 민족자결주의 얘기도 하고요. 앙가주망을 위한 앙가주망이었나? 어렵네요.. 프랑크가 좌우익 모두 똑같다면서 제3국으로 가는건 최인훈의 ˝광장˝에서 중립국을 반복하는 장면도 생각나요.

좀 비약인가 싶어서 리뷰엔 안썼는데요. 프랑스 국론 분열, 세대갈등을 통해 68혁명의 배경도 보였어요. 프랑크는 40년생인데 그 후배들도 마오의 중국에 대한 환상을 좀 가진달까 그런게 있거든요. 프랑스 근현대사를 좀 더 공부해야할 것 같습니다.ㅠㅠ

CREBBP 2015-06-13 23:44   좋아요 0 | URL
많은 걸 배우네요. 기회가 있으면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네요. 저는 역사적 지삭이 없어서 그냥 잘 모르겠다는 생각만.. 크.. 요즘 1984를 읽었는데 골드스타인이 트로츠키를 뜻한다고.. 계속 허망하게 끝난 공산주의와 러시아 혁명에 대해 궁금점이 많아지네요. 48년에 오웰이 그 소설을 내놓았으면 당시 공산주의가 세계의 패권을 갖게될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었을거라는 가정이 생기는데 당시 사상은 그토록 청춘을 지배하는 가치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트로츠키 평전을 들고 앉아서 읽을까말까 고민했다는.. 리모노프 읽을 때도 러시아의 격동기가 그대로 기록돼있어서 정말 푹 빠져 읽었었는데.. 공산주의가 허망하지만은 않은게 위대한 문학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냉소적인걸까요 ㅎㅎ

에이바 2015-06-15 22:4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 리모노프 재밌게 봤어요. 한 사람의 삶을 적나라하게 해체하는게 참~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라고 소련의 조지 오웰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기네스님 안 보셨으면 추천해요! 《코틀로반》은 200여쪽으로 얇아요. 아직 시도도 못 했는데 같은 작가의 《체벤구르》도 위대한 러시아 문학이라고 해요. 러시아가 주는 이미지가 극단적이면서도 낭만적인건 공산주의의 실패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눈 나리는 시베리아 평원이라니, 게임이 안 되잖아요.ㅠㅠ 그 눈 속에서 공산주의는 위대한 문학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그만큼 묻어버리기도 했다는 걸 보면- 냉소적이라기 보다는 옳은 말씀 같아요. 아 그리고 이번에 아고라에서 출간된 《사회주의는 실패했는가》도 괜찮아 보여요. 러시아 혁명/이념이 궁금해지니 눈에 들어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