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틸라 요제프 시선 : 일곱 번째 사람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3
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심보선 서문 / 아티초크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들만 내 시를 읽어야 한다

나를 잘 알고 사랑하는 당신들만
내 시를 읽어야 한다.
당신들은 허무를 항해하면서
예언할 수 있으니까, 선지자처럼.

미래를, 이제 당신들 꿈의 침묵은
인간의 형체를 갖추게 되었고
가슴속에는 이따금 호랑이와
온순한 사슴이 나타나니까.

[119]

 


공포의 대명사였던 훈족의 아틸라(Attila the Hun)과 같은 이름. 양부모에게 스티브라는 이름을 받았지만 시인의 영혼을 가진 아이는 진짜 이름을 소중히 간직했다. 요제프 아틸라. 그의 이름은 요제프 아틸라다. (헝가리에서는 성을 이름 앞에 쓴다.)

시인 탄생 100주년인 2005년, 유네스코는 그 해를 〈아틸라 요제프의 해〉로 정했다. 같은 해 4월 11일, 헝가리의 시 축제에서는 밤을 새워 시인의 탄생을 축하하고 끊임없이 시를 낭송하였다.

헝가리라는 나라보다 더 낯선 이름. 요제프 아틸라는 평생을 가난과 싸웠다. 이불을 젖혀도 가난이 웅크리고 있는 침대, 헐벗은 손과 발. 그의 가난은 시에도 켜켜이 배어 있다. 가난의 친구는 외로움이다. 살아남기 위한 그의 투쟁은 〈자기소개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일곱 번째 사람〉은 존 버거의 책에서 〈제7의 인간〉으로 소개되었다. 번역노트에 따르면 영역본의 역자는 같으나 개고를 거듭하여, 첫 행부터 다르다 한다. 찾아본 바에 따르면, 아틸라의 시는 운율감이 살아있다고 한다. (헝가리어의) 동일모음이 반복되어 만들어내는 운율은 마치 시간을 삼켜버리는 부드러운 파도와 같아 번역하기 어렵다고..(*) 아티초크의 번역가는 원어를 여러번 낭송하여 그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다는데, 언젠가 헝가리어를 배우면 시인의 숨결을 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을런지.

 

긴즈버그가 사랑한 시인. 유럽의 비평가들이 주목한 시인. 시집의 표지를 장식한 고흐의 인생과도 통하는 바 있는, 헝가리의 정신. 그 비극적 생애를 껴안고 싶다면..


 

(*) 참고 사이트: http://www.espritsnomades.com/sitelitterature/jozsefattila/attilajozsef.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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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16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자에게 감히 명령하는 어조가 있는 시, 참 마음에 들어요. 자신의 시를 읽는 독자들을 향해 ‘위선적인 독자’라고 대들던 보들레르가 생각이 납니다.

에이바 2015-07-16 21:15   좋아요 0 | URL
사실 이 시는 가장 마지막에 실렸어요. 선집이기도 하고.. 시인은 줄곧 `인간`에 대해 얘기하거든요. 저에겐 명령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바람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불역을 보니 내가 원하는 독자란, 이런 느낌이더군요.

하나 2015-07-16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시집에서 ˝나도 당신처럼 지친 한 사람˝이라는 구절이 오래 마음에 남더라구요. ^^

에이바 2015-07-16 21:16   좋아요 1 | URL
하나님도 읽으셨군요! 요제프의 시는 그토록 힘겨움을 노래하면서도 위로를 주는 것 같아요.^^

CREBBP 2015-07-16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헝가리가 그 대륙 한가운에서 독특하게 성을 앞에 썼다는 게 신기하네요.

가난과 대립되는 부 자체가 시적 영감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물론 부자면 부자 나름의 시선이 향한 곳이 있겠지만 말이죠

에이바 2015-07-16 21:21   좋아요 0 | URL
사실 헝가리 문화는 아시아에 많이 기대고 있어요. 마자르족이 조상이기도 하고 헝가리어도 우랄계이고요. 기억나는 건 이 정도인데요. 그러고보니 부 자체를 예찬하는 건 별로 못봤네요. 하지만 부에서 태동한 시각은 분명 있지요. 기네스님 말씀처럼요. 부르주아적 시각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