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선 : 사랑스런 추억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7
윤동주 지음 / 아티초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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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닭이 홰를 치면서 맵짠 울음을 뽑아 밤을 쫓고 동쪽으로 훤-히 새벽이란 손님을 불러온다 하자.

    [별똥 떨어진 데]

 

 

 

왜 아름다운 사람들은 먼저 가는 걸까. 윤동주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늘 눈물짓게 된다.

 

나는 그를 통해 한국 시의 아름다움을 배웠지만 현대 시와는 그리 가깝지 않았다. 대학 교양수업에서 최승자 시인을 알게 되었지만 그게 다였다. 교수는 수강생들에게 시를 세 편 써서 제출하라고 했었다. 구매 목록을 뒤져보니 당시 나희덕 시인의 시집을 구매했더군. 책장에 모셔둔 한국시인의 시집은 많지 않다. 찾아보면 더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윤동주 하면 여러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그 중 하나는 세시봉 윤형주 씨가 시인의 육촌 동생이라는 것... 세시봉 특집 방송에 나온 조영남 씨가 〈서시〉에 가락을 붙여 노래를 한 곡 뽑았더니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윤형주: 아버님께 시인의 글로 노래를 만들어도 되겠느냐 여쭈었더니, 시가 이미 노래이거늘 왜 네가 망치려드느냐 하셨다는 것.

 

시인이 릴케를 좋아하는 줄은 〈별 헤는 밤〉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폴 발레리와 앙드레 지드 작품을 탐독했다는 것은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아티초크 출판은 첫 한국 시인으로 윤동주를 선정하여, 서정적이고 따스한 시집을 보내주었다. 참 오랜만에 옛 생각이 났다. 시를 접했을 때의 그 기분에 빠져들었다고 할까. 마치 홍차에 끝을 조금 적셔 입으로 가져 간 그 마들렌이 주었던 기억처럼.

 

내가 알던 중 가장 좋아하던 시는 〈참회록〉이었는데 찬찬히 읽어보니 더 좋았다. 이전엔 몰랐던 시를 함께 소개한다.

 

 

 

  

 

 

 

  흐르는 거리

 

  으스름히 안개가 흐른다. 거리가 흘러간다. 저 전차, 자동차, 모든 바퀴가 어디로 흘리워가는 것일까? 정박할 아무 항구도 없이, 가련한 많은 사람들을 싣고서, 안개 속에 잠긴 거리는,

 

  거리 모퉁이 붉은 포스트상자를 붙잡고, 섰을라면 모든 것이 흐르는 속에 어렴풋이 빛나는 가로등, 꺼지지 않는 것은 무슨 상징일까? 사랑하는 동무 박(朴)이여! 그리고 김(金)이여! 자네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끝없이 안개가 흐르는데,

 

  “새로운 날 아침 우리 다시 정답게 손목을 잡아보세” 몇 자 적어 포스트 속에 떨어트리고, 밤을 새워 기다리면 금휘장에 금단추를 삐였고 거인처럼 찬란히 나타나는 배달부, 아침과 함께 즐거운 내림(來臨),

 

  이 밤을 하염없이 안개가 흐른다.

  

  [105]

 

 

 

 

 

함께 들으면 좋을 곡.

Alcest의 〈Souvenir d'un autre m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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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06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르는 거리`가 마치 기형도 시인의 시를 보는 것 같아요. 윤동주 특유의 우울함이 저는 좋아요. 고등학생 때 윤동주의 `자화상`을 좋아했었습니다.

에이바 2015-07-06 16:04   좋아요 0 | URL
기형도 시인요? 그런 것도 같아요. 시를 모아놓고 보니 윤동주 시인이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자기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