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2
장미셸 게나시아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 어느 날 아침 스탈린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요. 날씨가 아주 좋아요. 스탈린이 태양을 보며 말하죠. 태양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똑똑하고 가장 힘센 사람이 누군지 말해주겠니? 태양은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죠. 그건 바로 당신입니다, 오 스탈린, 우주의 빛이여! 한낮에 스탈린이 다시 물어요. 태양아, 모든 시대를 통틀어서 가장 영민하고 가장 천재적이고 가장 탁월한 인물이 누구지? 태양의 대답은 단호하죠. 그건 바로 당신입니다. 오, 위대한 스탈린이여. 저녁식사를 앞두고 스탈린은 그 즐거움을 억누를 수 없어서 태양에게 또다시 묻죠.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공산주의자가 누구지? 그러자 태양이 대답합니다. 스탈린, 당신은 한낱 병자요. 사이코패스에다 난폭한 미치광이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꼴도 보기 싫소. 이제 나는 서방으로 넘어가오!”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25쪽

 

공산주의 유머는 대체로 체제에 대한 풍자이지만, 체제 하에 살아가던 모든 이들에 대한 조롱이기도 하다. 사지를 건너온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이야기 할 때면 손으로 입을 가리는 사람들. 이들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곳에서 왔다. 낙천주의는 가혹한 현실을 견뎌내는 생존 비법이자 삶의 철학이기도 한 것이다. 이 낙천주의자들은 파리 14구에 위치한 비스트로 발토의 뒷켠에 자리한 체스 클럽에서 만날 수 있다. 12살이었던 미셸은 체스 클럽을 드나들며 16살이 되었다. 대입시험을 치르기 전까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곳 회원들과 우정을 나눈다.

 

형 프랑크는 도주자가 되었고, 피에르는 전사, 세실은 잠적한 상황에서- 미셸은 사샤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체스 클럽의 귀신과도 같은 존재. 말없이 왔다가 가곤 하는,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 세실의 부재를 슬퍼하며 찾은 메디시스 샘에서, 미셸은 사샤에게 인사한다. 그리고 우연히 사샤가 사진관에서 일하는 것을 알게 되고, 사진과 연애 등의 조언을 얻으면서 두 사람은 순식간에 가까운 친구가 된다. 그러나 체스 클럽에서 만큼은, 그의 조언대로 사샤를 모른 척 한다. 미셸은 사샤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 사샤라는 인물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출신지가 느껴지지 않는 유창한 프랑스어를 하는데 보주 지방 사투리도 할 줄 안단다. 사진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고, 아름다운 시도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낸다. 연애에도 달인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프랑스에 정착할 수 있었을 그는 왜, 흔적을 남기지 않고 뜨내기처럼 살고 있는 걸까?

 

 

▶ 배신자들의 이야기

 

이 소설은 〈배신자〉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은 출신 계급을, 프랑크는 가족과 여자친구를, 소설의 화자 미셸 또한 친구, 세실을 배신한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망명자들도 모두 누군가를 배신한 사람들이다. 어떤 이는 가족을, 어떤 이는 친구를 그리고 어떤 이는 품었던 이상과 조국을 배신했다. 그러나 마땅한 이유가 존재한다. 망명자들의 배신은 역사의 시류에 휘말린, '살아남기 위한' 배신이었다.

 

클럽의 창시자, 이고르는 회원들을 두 부류로 나눈다. 떠나온 세계와 완전히 인연을 끊은 사람들아직 미련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전자는 사회주의와 절연했고, 후자는 사회주의를 여전히 믿으며 시스템을 탓하는 사람들이다. 두 세력의 차이가 잘 드러난 대목은 바로 가가린의 우주 비행이 성공한 날이었다. 떠나지 않았다면 "자신들을 천대하고 죽였을지도 모를 나라의 진보와 승리에 환호"하는 이들과 그것을 용납할 수 없는 이들 간에는 한바탕 말다툼이 벌어진다. 그러나 말다툼이 끝나면 마음에 앙금을 남기지 않고 함께 어울린다. 이곳에서 그들은 누구나 무국적자이며 역경에 빠져있다는 점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망명자들 중에서도 특히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인물은 이고르와 레오니트, 티보르와 임레다.

 

이고르 마르키시는 유대계 러시아인으로 직업은 의사였다. 미셸은 이고르가 서방으로 오게 된 이유를 알고 싶어하지만 이고르는 이해하지 못할 거라며 말을 아낀다. 파리에서 환자 운반원으로 일하던 이고르는 의식이 없던 남자를 살리게 된다. 그의 이름은 베르네르. 전쟁 중에 프랑스 레지스탕스로, 반나치 투쟁을 전개했던 독일인이었고 영사 기사로 일하고 있었다. 절친한 사이가 된 두 사람은 베르네르를 기억하는 비스트로 발토에서 체스 클럽을 만든다. 이고르는 체스 클럽 회원들이 파리에 정착하기 위한 서류를 작성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으며 실질적인 리더이다. 그는 떠나온 세계에 남겨둔 아내와 아이들을 그리워한다.

 

벌라주 티보르펄루디 임레는 배우와 그 매니저로,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두 남자는 1956년 헝가리에서 일어난 공산당 혁명이 진압되자, 오스트리아로 도망쳤다가 파리로 온다. 티보르가 칸에서 환대를 받으리란 생각에서였는데, 그를 알아본 베르네르를 통해 체스 클럽을 알게 된다. 임레는 티보르를 먹여 살리기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티보르의 헝가리 억양이 섞인 프랑스어는 배역을 구하는데 큰 장애물이었다. 1962년 가을쯤, 실종되었던 티보르는 조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국민 배우로서의 명성을 되찾고 선전배우로서 활약한다. 남겨진 임레는 많이 외로워하고, 클럽 회원들은 내심 고국으로 돌아간 티보르를 부러워한다.

 

레오니트 크리보셰인은 소련의 전쟁영웅으로 전투기 조종사였다. 또한 아에로플로트 체스 챔피언이기도 했다. 그가 망명을 한 것은 목숨을 위협받아서도, 이상 실현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사랑 때문이었다. 불시착한 파리에서 만난 에어프랑스 직원, 밀렌과 불같은 사랑에 빠진 레오니트는 조국의 모든 것(아내까지도)을 남겨두고 서방으로 넘어간다. 워낙 거물이었기 때문에 스파이로 우려되었고, 소련의 눈치를 보던 민간 항공사들은 그를 채용하기를 거부한다. 레오니트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되고 결국 밀렌과 결별한다. 오직 '사랑' 때문에 조국을 등진 레오니트는 여전히 공산주의자이며, 이는 체스 클럽의 회원들과도 구별되는 점이다. 그는 체스 클럽에서 술이 가장 세고, 체스도 가장 잘 한다. 

 

그리고 체스 클럽의 망명자들이 모두 싫어하는 사람,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 바로 사샤다. 그를 배척하는 선봉에는 체스 클럽의 알파 메일인 이고르와 레오니트가 있다. 

 

사샤의 성은 마르키시, 그는 바로 이고르의 친동생이었다! 사샤 마르키시는 내무부의 가장 인기있는 부서인 제2국 선전부 소속이었다. 그의 전공은 포토몽타주, "인민의 적들을 그들이 나타나 있는 모든 사진들에서 지우는" 작업이다. 요즘으로 치면 아주 정교한 수제 포토샵이라고 할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그들'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없애는 일은 진정한 승리인 것이다. 1952년, 당에 충성하는 사샤와 당에 불만을 가진 이고르의 관계는 이미 좋지 않다. 하지만 사샤는 이고르에게 익명으로 그가 위험함을 알려, 형을 빼낸다. 그것이 문제가 되어 사샤 역시 레닌그라드를 떠난다. 사샤가 자신의 목숨을 구했음을 알지 못하는 이고르는 동생을 죽일듯이 미워한다. 그렇다면 레오니트는 왜 사샤를 미워할까? 군인이었던 레오니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 그중에서도 특히 황금별 훈장과 아에로플로트 체스 챔피언 두 가지이다. 사샤는 떠나기 직전 아에로플로트 체스 챔피언의 얼굴을 지워야했는데, 기념이자 조롱의 의미로 자신의 사진을 넣었다. 문제는 이 사진이 아에로플로트 홍보물에 실렸고, 레오니트가 봤던 것. 그는 사샤를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클럽 회원들 또한 사샤가 어떤 일을 했는지 알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파벨의 말대로 "좋아할 수 없었다."

 

사샤는 십이 년 동안, 이고르의 용서를 바라며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그의 목숨을 살려줘서가 아니라, 그의 동생으로서 용서받고 싶었다. 그러나 사샤가 조국에 충성하기 위해 했던 일들은, 인민에 대한 배신이었고 범죄였다. 이고르는 마르퀴조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발토에 들린 사샤를 발견하고 심하게 구타한다. 지병을 앓고 있던 사샤는 회복하지 못할 것을 알고, 곧 사라질 체스 클럽의 닫힌 문 안에서 목을 맨다.

 

 

▶ 사샤: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변호, 구원과 기억

 

삶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기 때문일까. 사샤는 미셸에게 내내 경어를 쓰다가, 그에게 남긴 편지에서야 편한 말투를 쓴다. (프랑스어에서는 관계의 멀고 가까움에 따라 경어와 평어를 사용한다.)

 

오랜 세월, 당과 조국의 충실한 일꾼이었던 사샤마저 단번에 내칠만큼 그들의 조국은 모든 것을 의심했다. 그것을 잘 아는 사샤는 자신이 언젠가는 곤경에 빠지리라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 둔다. 외부의 전쟁과 내부의 전쟁에 압도된 채, "누군가의 삶을 지우는 작업"을 계속하던 사샤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한 시인을 두고 우리는 무엇을 비난할 수 있을까? 시인이 어떤 점에서 우리에게 해가 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그의 시들을 파괴했을까? 이제는 남은 것이 없지만 그의 시들은 훌륭하지 않았는가? 화가와 시인이 없다면 우리 세상은 무엇이란 말인가?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2》, 463~464쪽

 

시인들이 당국에 반발했던가? 아니다. 그들은 당국의 기준에 맞지 않아 총살당했다. 사샤는 어떻게 저항해야할 지 고민한다. 어떤 방법으로, 당국의 눈길을 피하여 그들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보존"할 수 있을까.

 

사샤가 증언하는- 시들을 태워버리는 불길은 《화씨 451》의 불을 연상시킨다. 《화씨 451》의 주인공 가이 몬태그가 만난 현자들의 조언처럼, 사샤는 시들을 외워버린다. 머릿속에 든 것은 누구도 찾아낼 수 없다. 볼 수 없으니 존재하는지 알 수 없고 의심할 수도 없다. 그렇게 사샤의 머릿속에 보존된 아름다운 시들은 미셸에게, 카미유에게로 흘러간다. 사라진 시인의 아내들이 시를 외워 남편의 작품을 살려낸 것처럼,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이야말로 사라진 진실과 아름다움을 살려낼 '희망'이 되는 것이다.

 

사샤는 시를 적어놓은 수첩들, 자신이 지운 사진들의 목록과 관련사진들을 남긴다. 사샤는 미셸을 믿고 '선택'한다. 그의 보물은 여섯 번이나 도둑이 든 작은 방이 아닌, 미셸에게만 알려준 비밀 장소에 숨겨져 있다. 이것들이 보물인 이유는, 알면서도 (집단적으로) 침묵했던 죄에 대한 증언이기 때문이다. 이는 '살아남는다'는 신념 하에 저질렀던 배신 그리고 타인의 삶을 지우고 날조했던 잘못들을 증언하는 속죄이며, 그렇게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변호이기도 하다.

 

“내가 너를 선택한 것은 네가 새로운 세대의 일원이기 때문이야. 너희 세대는 우리가 겪은 끔찍한 일들을 경험하지 않았어. 우리는 끔찍한 일들을 피할 줄 몰랐고, 그것들을 겪으며 죄를 지었어.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 죄에 대한 용서를 바랄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너는 달라. 망각에서 구원될 가치가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너는 알아낼 거야. 아름다운 것은 기억밖에 없어. 나머지는 먼지고 바람이야.”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2》, 465쪽

 

 

▶ 프랑크와 피에르의 참전

 

주인공인 사샤 이야기를 먼저 하기 위해 프랑크의 이야기를 뒤로 뺐지만, 2권은 알제리에서 탈영한 프랑크 소식으로 시작한다.

 

미셸의 형 프랑크는 공산당원이다. 1959년 겨울, 예비역 장교 훈련을 다녀온 이후로 미셸은 형을 자주 볼 수 없다고 말하는데, 아마 당을 위한 일에 전념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새 가게 개업식을 앞두고 엘렌과 큰 말다툼을 하는 프랑크의 "당에서는 나를 필요로 한다."는 말은 엘렌에 대한 프랑크의 도전이기도 하다. 부르주아이자 우파인 들로네 집안의 과거사를 비난하며, 엘렌의 권력에 저항하는 프랑크. 그렇게 집을 나온 그가, 병(兵)으로 자원입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르트르가 주장하고 발전시킨, 프랑스의 지성인에게 요구되던 "앙가주망Engagement" 때문이 아닐까 한다.

 

"... 착취자들과 지배를 당하는 사람들 사이의 도랑은 절대로 메울 수 없을 거야.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런 거지. 우리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세상을 이대로 놔두면 지상엔 평화가 없을 것이고, 해결도 전진도 대화도 사회적 진보도 없을 거야. 행동할 때가 되었어."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281쪽

"우리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파시스트들이 날뛸 거야.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몰라. 그래도 해봐야지."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229쪽

 

입대를 결심하고 미셸과 나눈 이야기를 보면, 프랑크는 징집 연기를 취소시키고 병(兵)으로라도 알제리에 가, FLN(알제리민족해방전선)의 화력에 보탬이 되려고 했거나 아니면 그가 바라던 '혁명'을 일으키려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여러 계절이 지나가고, 혁명을 위해 떠난 프랑크는 학살을 자행하는 상관을 죽이면서 도망자 신세가 된다. 돌아온 프랑크의 발언 중 '테러'같은 이야기를 볼 때는, 그도 어느 정도 심경의 변화를 겪은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장미셸 게나시아는 프랑크의 증언을 통해 알제리 전쟁에서의 학살을 고발한다. 

 

프랑크의 친구인 피에르는 입영 연기가 불가하여 입대한다. 그리고 "파리와 알제리의 현실은 다르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는다. 파리의 고급 아파트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실제로 겪고서야 알아차린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노출된 것은 불과 몇 달, 피에르는 생쥐스트주의에 더 매달려, 엘리트주의로 시작한 혁명을 완성시키기 위한 최선이 독재(스탈린주의)라는 결과에 이른다. 벽에 부딪친 그는, 장교(엘리트)로서 부대원들에게 그의 이론을 시험하려 한다. 결과는 실패였다. 프롤레타리아 출신의 사병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로지 〈소비〉에 관심을 표한다. 따라서 〈인민은 혁명을 원한다〉는 전제가 무너지고 피에르는 그의 이론을 폐기한다.

 

 

▶ 두번의 장례식: 끝과 시작 

 

소설의 처음은 1980년 4월에 치러진 사르트르의 장례식, 소설의 마지막은 1964년 7월에 치러진 사샤의 장례식이다. 사샤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비가 퍼붓고 천둥소리가 들린다. 클럽의 모든 회원들과 사샤를 알던 사람들이 참석한다. 조촐한 장례식이다. 사샤를 냉대했던 클럽의 회원들은 "카디시(기도문)" 낭송을 통해 용서를 표현한다. 미셸은 사샤의 유품을 이고르에게 건넨다.

 

15년 뒤, 같은 몽파르나스 묘지, 사르트르의 장례식이다. 인파 때문에 미셸은 묘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는 생각한다. 오늘 묻히는 건 단지 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낡은 사상(공산주의) 그리고 종말을 맞은 한 시대를 땅에 묻는 것이라고.

 

사샤의 장례식이 소설의 끝을 장식하는 이유는, 그가 남긴 용서와 구원이 주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 조국을 떠나왔고, 어떤 이념을 지지하던 간에 인간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어떤 희망의 시작말이다. 마치 개인 날씨처럼.

 

사샤의 장례식이 끝난 뒤 날씨는 다시 좋아졌고 여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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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1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정이 뚝뚝. 에이바님 리뷰는 정말 그 애정에 기가 눌릴 정도; 네네, 읽을께요. 읽는다니까요ㅜㅜ;

백설공주 거울 패러디 시작부터 너무 멋져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에이바 2015-06-10 22:59   좋아요 1 | URL
트위터에 공산주의 유머만 올려주는 분도 있어요.ㅋㅋ 심지어 저 백설공주 드립은 등장인물 레오니트가 스탈린 앞에서 한 걸로 나와요. 전쟁 영웅 클라스ㄷㄷ

아갈마님 이 책 무지무지 재밌습니다. 이르긴 하지만 올해의 책이에요. `스토너`랑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이요.

네오 2015-06-1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조금은 이런글을 쓰고 싶기는 한데,,못하겠더라고요,,우선 책을 매우매우 잘 외워야하고 통찰력과 압축성이라는 재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스탈린이라는 인물이 나와서 그런데,,나 이분만 보면,,수줍은 학생이 어떻게 잔인한 독재가가 됐을까라는,,,,트윗하나봐요?

에이바 2015-06-11 14:23   좋아요 0 | URL
비약과 구구절절이 되지 않도록 했는데 좀 실패한 것 같아요.. 돌아다니는 글 중에 상관으로 모시고 싶은 정치가였나? 암튼 설명만 보고 고른 적 있는데요. 읽다보니 이거 독재자 아닌가 싶어서 괜찮은 사람이랑 짜증나도 죽진 않겠다 하는 사람 둘을 골랐거든요. 스탈린이랑 처칠이었나 그랬어요. 트윗은 좀 해보려다 그만뒀어요ㅎㅎ

네오 2015-06-11 15:50   좋아요 0 | URL
그렇쿤요,,ㅋㅋ 제가 보기에는 비약 없는데,,,단지,,,요새 논리적인 글을 많이 보는데 그것이랑 비슷한데 정도,,이정도면 합격권인데 라고 하면서 ㅋㅋㅋㅋ 그런데 왜 책제목이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입니까? 제가 이글을 읽으면서 캐치를 못했을지도,,,

에이바 2015-06-11 15:48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해요ㅎㅎ 쓰다가 에라 모르겠다 했는데 힘내야겠군요! 책소개에선 쿤데라 `농담`에 나오는 `낙천주의는 인민의 아편이다!`라는 말을 되받은 거래요. 체스 클럽에 모인 망명자들이 보스토크 호의 성공에 환호하는 걸 보면서 으이구 이 사람들아... 싶은 마음? 이론은 타락하지 않았다고 외치는 낙천주의는 고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구제불능인 낙천주의자들이 모인 클럽이요.ㅋㅋ

네오 2015-06-11 15:5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웃겼음,,하긴 그래도 구제가능 비관주의자들보다는 나아보임요^^

CREBBP 2015-06-1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고 나면 일단 등장인물들 이름부터 히미해져요. ㅎㅎ 느낌만 남죠. 그것도 곧 사라져버리기에 머리속에 있을때 얼른 옮겨놓습니다. 이런 리쥬는 책을 읽은 사람에게 더욱 유용한 것 같아요. 복습도 되고 전체적으로 정리도 되고 이해못했던 것도 짚고 넘어가게 되고.. 단지 길어서 그리고 꼼꼼히 읽을 필요가 읷는 글이라 먼저 답글부터 쓴다는

에이바 2015-06-13 20:15   좋아요 0 | URL
기네스님 프랑크랑 피에르 입대 이유는 어떻게 보셨어요? 조금 더 생각해보니 공산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낙천주의자가 아닌가 해요. 그들이 꿈꾸는 사회를 보면 말이죠. (댓글 수정했어요)

CREBBP 2015-06-13 20:19   좋아요 0 | URL
일단 알제리로 가려고 했던 것 같기는 해요. 드런데 그렇다고 쳐도 입대하면 자신의 가치를 배반하는 일을 해야 하는 건데 이상하지요. 게다가 칼영과 살인 모두 어처구니없는 이유때문에 그랬으니 어딘가로 가서 살더라도 낙천주의클럽 같은 공통점을 가진 망명자들 같이 섞여 살게 될 것 같지도 않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프랭크와 피에로의 입대 및 죽음 망명에 큰 상징성을 부여했으리라믄 생각이 계속 들어요

에이바 2015-06-13 22:51   좋아요 0 | URL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전쟁에 참가한 부르주아들이 현실의 벽앞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게 아닐까요. 파리에서 머리 맞대고 트로츠키니 혁명이니 해봤자 현실은 달라 그런거요. 피에르가 마오쩌둥 얘기하면서 생쥐스트주의 실패를 인정 않으려하는 것도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요. 공산주의는 실패라는 걸 인정하란 느낌..

프랑크 탈영 후 동료들이 신고하려 하잖아요. 1.당에 대한 배신:목적달성 실패 2.살인사유 믿지않음:프랑스가 학살을 했을리 없다. 근데 1의 이유라 해도, 프랑크는 알제리 전쟁 결과를 예상했단 말이죠. 민족자결주의 얘기도 하고요. 앙가주망을 위한 앙가주망이었나? 어렵네요.. 프랑크가 좌우익 모두 똑같다면서 제3국으로 가는건 최인훈의 ˝광장˝에서 중립국을 반복하는 장면도 생각나요.

좀 비약인가 싶어서 리뷰엔 안썼는데요. 프랑스 국론 분열, 세대갈등을 통해 68혁명의 배경도 보였어요. 프랑크는 40년생인데 그 후배들도 마오의 중국에 대한 환상을 좀 가진달까 그런게 있거든요. 프랑스 근현대사를 좀 더 공부해야할 것 같습니다.ㅠㅠ

CREBBP 2015-06-13 23:44   좋아요 0 | URL
많은 걸 배우네요. 기회가 있으면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네요. 저는 역사적 지삭이 없어서 그냥 잘 모르겠다는 생각만.. 크.. 요즘 1984를 읽었는데 골드스타인이 트로츠키를 뜻한다고.. 계속 허망하게 끝난 공산주의와 러시아 혁명에 대해 궁금점이 많아지네요. 48년에 오웰이 그 소설을 내놓았으면 당시 공산주의가 세계의 패권을 갖게될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었을거라는 가정이 생기는데 당시 사상은 그토록 청춘을 지배하는 가치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트로츠키 평전을 들고 앉아서 읽을까말까 고민했다는.. 리모노프 읽을 때도 러시아의 격동기가 그대로 기록돼있어서 정말 푹 빠져 읽었었는데.. 공산주의가 허망하지만은 않은게 위대한 문학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냉소적인걸까요 ㅎㅎ

에이바 2015-06-15 22:4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 리모노프 재밌게 봤어요. 한 사람의 삶을 적나라하게 해체하는게 참~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라고 소련의 조지 오웰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기네스님 안 보셨으면 추천해요! 《코틀로반》은 200여쪽으로 얇아요. 아직 시도도 못 했는데 같은 작가의 《체벤구르》도 위대한 러시아 문학이라고 해요. 러시아가 주는 이미지가 극단적이면서도 낭만적인건 공산주의의 실패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눈 나리는 시베리아 평원이라니, 게임이 안 되잖아요.ㅠㅠ 그 눈 속에서 공산주의는 위대한 문학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그만큼 묻어버리기도 했다는 걸 보면- 냉소적이라기 보다는 옳은 말씀 같아요. 아 그리고 이번에 아고라에서 출간된 《사회주의는 실패했는가》도 괜찮아 보여요. 러시아 혁명/이념이 궁금해지니 눈에 들어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