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고은 지음 / 발견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시집을 읽다가 못다 읽고 덮었다. 들리는 뉴스가 시집을 들고 있는 손마저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기대와 존경이 곧 실망과 좌절로 연결되고, 한편으론 분노스럽고 또는 사기당한 이노무 더러운 기분이 싫었다. 글이란 모름지기 마음의 소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글 재주가 때로는 마음에도 없이 문장 기술자의 테크닉만 요란한 경우도 있다는 걸 느낀다. 평생토록 시를 쓰며 살아온 시인의 소문치고는 왜 이때까지 이렇게 침묵으로, 숨어 있었고 내재되어 드러나지 않았던가 하는 것에서 새삼 놀라운 수치스러움이었다. 존경이 강할수록 드러나는 노시인에게서 절망을 느낀다.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 있을까라는 실망감은 삶을 침울하게 한다. 옆자리에 앉은 시인 지망생의 손도 좀 잡을 수도 있지?라는 가볍고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작태에 스스로 왜 자기 검열 정도는 없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는 결핍의 자기 위로나 했을는지는 모르나 정작 옆자리의 누구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못하는 심성으로 시를 쓴다는 것은 가식일 뿐이다. 나도 페미니즘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싫은 걸 누구에게 겪게 한다는 이중성에는 배척한다는 것쯤은 시의 테크닉이 없어도 기본적인 상식이다. 뭐 상식적이고도 보편적인 것조차 이루지 못할진대 시 나부랭이 가지고 뭘 하겠다는 건지 갑자기 내가 붕 떠버렸다.

 

명성이 곧 권력이란 것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다. 이 권력 앞에서 누가 감히 잡는 손을 뿌리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손 한 번 잡혀주고 엉덩이 한번 내밀고 모종의 점액질 오고 가고 나면 그 권력의 명성이 자신을 옆자리에 앉게 만들어주는 욕망은 몸뚱어리 하나 정도는 기꺼이 시에 바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을 거라 마음 한번 고쳐먹으면 그만이었겠지. 그런데 싫은 걸 어떡해. 요즘 책도 읽지 않는다. 사진도 찍지 않는다. 문장을 배워서 어디다 써먹을 것도 없고 사진을 찍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도 없는데 왜 문장을 읽어야 하며 사진을 찍어야 하는 건가라도 묻게 된다. 인생사 다 부질없음의 추락을 곁에 두고 인생은 데채 살아서 어쩌자는 것일까. 아마 누군가는 고통스럽고 괴로움으로 점철된 마음의 무게를 안고 사는데 권력의 명성은 또 누군가에게 욕망의 시선을 뿌려대는 꼴을 보게 된다. 증말, 시빨 조깟따.

 

어디 겁나서 시집 사서 읽겠는가? 늪에 발을 내디디는 게 아니라지만 사는 길 곳곳이 똥구덩이 웅덩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이 늪처럼 빠져들면 반드시 이렇게 된통 당하는 것은 꼭 경제적인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 돈이야 뭐 또 벌면 되련만, 이 조가튼 기분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가 될 것인가 말이다. 하물며 얼마나 슬픈 일인가. 물론 이뿐 만은 아닐 것이다. 버젓이 교과서에 실린 시인이 나중에서는 이놈이 친일파였고, 조선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고자 선동질 했던 시인을 알아버렸던 것도 이와 다르지가 않더라. 상황의 용기에 주저할 수야 있다고 치자. 그럴 수밖에 없는 강압도 작용했다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각성 안된 권력과 명성 앞에서 젊은 츠자 시인에게 추파를 던지고 몸을 만지고 그래서 젊은 츠자 시인에게 유명하게 해줄게라고 꼬실 수 있는 이 조가틈은 진짜, 시의 본질에 다가서는 일은 결코 아닌, 그저 문학도 이름도 다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인가 싶었다.

 

그런가. 어느 날마다 수시로 조모씨가 꼴렸으니까. 마음은 그렇다는데 내 몸은 이렇더란 말이지. 이성을 가진 이상은 늘 고고한데 구덩이에 머문 내 몸뚱어리는 나의 고고한 이상과는 따로 놀더란 말이지. 정말 슬프다. 구구절절 시평을 읽어도 모두가 다 겉돌아 나간다. 이시바 뭔 개뼈다귀 같은 소리나 해대는 거야. 바퀴가 헛도니 수레가 늪에 빠져나가지를 못한다. 이대로 주저앉고 말 거 같은 절망과 피폐함은 보상 없는 좌절일 뿐이다. 연극이고 영화고 노래고 대학이고 뭐 이름이란 어디 가리지를 않고 모조리 권력이 숨은 곳에서 자행되는 비리와 똥 파티들은 결국 인간의 욕망에 대한 적나라한 모습일 것이다.

 

내 마음은 진짜 내 몸의 조종자이자 지배자일까? 아니면 반대로, 내 몸이 내 마음의 지배자일까? 마음이 저러라는데 몸은 이러고 있고 몸이 저러라는데 마음은 이러고 있는 이 몸과 마음의 따로 놀기의 욕망이란 과연 얼마나 엇박자를 내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가. 삐거덕 거리는 마차에 브레이크가 없는 욕망을 싣고 어디론가 달리고 있는 셈이다.

 

시집을 펼치고 앞부분부터 읽어나갔지만 지금은 무슨 시였던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실망적 좌절에 빠져 버리니 백지가 되어 버린 거 같다. 뭐라 써놓은 글이 시간 속으로 휘발되어 버리고 남은 앙금엔 슬픔과 분노가 생채기를 만들어 낸다. 아고야, 아프면서도 슬픈. 상흔이 그려낸다.

 

한권의 시집을 못다 읽고 맥이 풀려 버린 것은 처음이다. (리뷰 쓸 맛도 안 나고.....) 끝으로 한마디만 더하자. 다시는 나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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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13: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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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1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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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2-20 14: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페이스북 보니까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더라구요.
그러니까 사람의 죄는 죄고 그 사람이 이루어 놓은 문학적 업적은
따로 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성추행은 아니지만 미당 얘기가 안 나올 수가 없죠.
이광수도 그렇고.
암튼 고은은 우리 대에선 제명된 사람이라고 봐야되겠죠.
한 30년 뒤에나 논의되면 모를까.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 문학적 업적을 생각해서 면죄부를 주면
성추행한 문인들 여럿있을 텐데 덩달아 묻어갈 것 아닙니까?
가을만 되면 기자들 그의 집에 진을 치고 있다던데
올해부터는 그런 일은 없겠죠?

2018-02-20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20 15: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회사 내, 문화계 내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사건이 ‘남성 특권’을 이용하여 여성을 억압한 범죄라고 생각해요. 남자들은 ‘남성 특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거예요. 결국 남성 특권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는 일에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뒤늦게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야 가해자를 욕하고 비난하는 남자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건에 분노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반응입니다. 하지만 가해자에 향해 욕한다고 해서 성추행 사건이 단절될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자들은 자신이 ‘남성 특권’을 내세워 여자를 괴롭히고 차별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어딘가에 또 이런 남자들이 활동하고 있을 테죠. 남자들이 여성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동료 남자들의 언어와 행동을 소극적으로 바라보고, 심각한 사태를 알면서도 계속 묵인하게 되면 피해자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yureka01 2018-02-20 16:12   좋아요 0 | URL
네 물론이죠..권력..특권..지위....를 이용한 폭력이 그래서 더 나쁘죠...
어쩌면 비슷한 남자들의 묵인과 방조도 한 몫했을 겁니다.
몸의 욕망이 주체할 수없을 때, 권력과 지위를 주어지면,
감당을 못하는가 봅니다.

레삭매냐 2018-02-20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양반은 사과 아니 사죄는 하셨나요? 노털상 받았으면 정말 큰 일 날 뻔했네요. 노털상의 아우라까지 입었다면 정말...

yureka01 2018-02-20 23:34   좋아요 0 | URL
뭘 잘못했는지에 대한 반성할 이성이 작동할 정도면 그런 짓 할 이유가 없겠지요...
혹시나 등떠밀려서 사죄 기자회견 따위..소용없죠..
이미 멀어진 마음 돌릴려면 피해자들에게 직접 무릎꿇고 땅에 머리를 찌어야 됩니다...
노털이 개털될뻔했죠...

페크pek0501 2018-02-21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충격적인 사건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문학과 인간의 불일치라니... 고 시인이 그게 가능함을 증명한 셈이죠. 문학이 훌륭하다고 해서 인간도 훌륭한 건 아니라는 것...

yureka01 2018-02-22 10:57   좋아요 1 | URL
예술이라는 집단의 권력이 괴물을 만들었다는게 놀랍죠....

강옥 2018-02-22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괴물이 하나 둘인가요 뭐
문단에선 오래전부터 암묵적으로 인정된 사실
힘을 가진자들은 본능적으로 약자를 짓밟고 희롱하는 게 즐거운가 봅니다.
명예로운 은퇴는 못할망정 다 늙어서 꼬라지 하고는 쯧~

yureka01 2018-02-22 10:58   좋아요 1 | URL
문학계. 연극계, 영화계, 방송계..아니 어디라도 아닌 곳이 없다는게....믿기지가 않아요..

명성이라는 권력이 만들어낸 괴물이었더군요.....

2018-02-23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3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3-06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부터 예술가, 작가들의 기행이나 범죄 행위에 대해 예술가적 기질이라 두둔하고 덮어주는 대우가 있어서 이걸 이용해먹는 이들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는 대단하겠지만 누군가에겐 똥닦을 휴지보다 못한 취급받는 그것을...(이상의 글도 어느 집 휴지로 쓰고 있는 걸 발견한 사례도 있었듯이...이상도 사생활 캐면 뭔 문제가 더 있을지;;)
예술은 기세등등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에서 치열하고 세계와 타인에게 저열하다면 마찬가지로 세상의 비난과 평가도 자업자득이죠.
어쨌거나 이번 일로 고은 시인 노털상 순위권에서 이젠 내려오실테니 정리 하나는 됐네요.

2018-03-06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혹시 모르겠다.


어느 여름 복날,


덧없이 몇 푼에 팔려 나가

패대기 당하여

보신탕 거리가 된 후에

환생한 것인지도....


아마도 팔려가는 차에 갖힌채

지나쳐가는 세상을 눈으로

담고 싶었던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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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2-13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 보니 따님과 헤어질 날이 곧 다가오겠네요.
슬프셔서 어쩌나...ㅠㅎ

yureka01 2018-02-13 22:00   좋아요 0 | URL
흐..와이프가 다 큰 딸아이 늘 끼고 자는데...벌써 어쩌나..훌쩍입니다..

뭐 저야 섭섭하기야 하지만 이젠 딸아이 밥달란 소리 안들어서 한편으로 내심 홀가분..ㅋ

언젠가 보내야 할 날 미리 예행연습이라 여겨야죠,,~~^^..

강옥 2018-02-13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비 대학생이 이런 시를 아빠에게?
한창 예쁜 꿈을 꿀 시기 같은데 마음이 복잡한 걸까요? 생각이 많은 걸까요?
몽골 사람들이 믿는 라마불교는 윤회사상을 신봉하지요.
사람의 바로 아래 단계가 개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죽으면 한 단계 올라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낼 모레부터 빨간 날이군요.
품에서 떠나보낼 따님 마음껏 사랑하고 안아주세요 ^^*

yureka01 2018-02-13 22:01   좋아요 0 | URL
카톡에 시한편 날리더니
아빠 시가 쩔지? 라고 톡을 날리더군요....

그래 시가 쩌네~~흐.라고 답해주었습니다....

인생이 시에 절여져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습니다.~

나와같다면 2018-02-13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가 원래 이리 슬픈건가요?
카페에서 읽는데 콧물 훌쩍..

내가 잃은건 무엇이고
사람으로 얻은 건 무엇인가..?

yureka01 2018-02-13 22:01   좋아요 1 | URL
네...윤회가 있다는게 때론 참..무슨 욕망일런가 싶은데요..^^..

나와같다면 2018-02-14 00:11   좋아요 0 | URL
전에 프란체스코 성당에서 삶과 죽음에 관한 강의를 몇달간 들었어요
한 주는 불교에서 스님이 나오셔서 강의를 하시는데, 제가 여러 질문을 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윤회가 지금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건지..

yureka01 2018-02-14 00:27   좋아요 1 | URL
억겁의 윤회라 할지라도 ...나의 본질을 관통할 수 없다면 내가 나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전생이 있다면 전생의 내가 누군지 내가 모르고 있으니 별개죠.
결국 인생은 원타임일 뿐이죠..

시간은 절대적이라서요..

2018-02-13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8-02-13 22:03   좋아요 1 | URL
아고 감사합니다..네 이미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나올지...대충 보긴했는데 말입니다..^^..

sprenown 2018-02-13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부전여전 이네요.. 시인의 감수성. 배고프긴 하지만 시인의 꿈을 가꿔 갔으면 좋겠어요!

yureka01 2018-02-13 22:03   좋아요 2 | URL
시인 안되도 시라도 읽고 감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 가지게 됩니다.^^..

yureka01 2018-02-14 09: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상가喪家에서 / 김기만



장례식장 입구 가득 세워진 조화弔花 한 무리

검은 사람들을 반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를 씹는다

삶과 죽음이 적절히 섞인 경계의 맛


결혼식장보다 더 또렷한 눈빛으로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을 비춰본다


텁텁한 상복의 빛깔처럼

생은 어느 순간 탈색되어

종이컵에 담기는 소주보다 투명하게

몸속으로 스며들어 질문을 던진다


하얀 봉투 속에 지폐처럼 누워

부의함 좁은 입구 속으로 잠기는

어느 한 사람의 마지막 날


말없이 흐리기만 하던 날의

쓸쓸한 축제


시집 <민박집에서의 며칠> 좋은땅. 2018

yureka01 2018-02-13 22:05   좋아요 2 | URL
시인은 언어가 곧 카메라처럼 찍는가 봅니다.
상가집의 문상표정을 어떻게 언어로 풀어내는 감수성..
역시 시인은 언어로 사진 찍나 봅니다..~~~~
또 며칠 전 대학 동기 친구의 부고받고 갔던 생각이 나네요..훌쩍!~

보슬비 2018-02-14 0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빠에게 시를 보내는 딸.
마음을 울리는 시만큼이나 참 고운 딸이네요.

yureka01 2018-02-14 00:40   좋아요 1 | URL
며칠 전..딸아이와 운동겸 산책중에..
아빠는 대학 1학년데 국밥 500원 짜리만 먹었다고 하니..
펑펑 울더군요,,,,,ㅎㅎㅎㅎㅎ
그래서 결핍을 알게하고 싶지 않더군요..ㄷㄷ

2018-02-14 07: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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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0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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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16: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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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23: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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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2-14 0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시 속에서 어쩌면 부모 곁을 떠나는 따님 심정이 녹아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상황에 맞춰 생각해 본 것이긴 합니다만. 유레카님도 따님도 변화된 상황 속에서 아름다운 관계 이어갈 것이라 믿습니다. 유레카님 가족과 함께 따뜻한 설 연휴 보내세요^^:

yureka01 2018-02-14 09:26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언젠가 떠나야할 순간이 꼭 오거든요..
미리 연습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서요..
연습이 실전에 대비하는 것이라서요....ㅎㅎㅎㅎ

겨호님도 연휴 즐거운 시간 되시길 진심 바랍니다!~~^^.. ㅋ

북프리쿠키 2018-02-14 0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5살 딸애를 키우는 아빠입장에서
유레카님의 심정이 와닿네요.
인생은 단편소설 같습니다^^

yureka01 2018-02-14 09:28   좋아요 2 | URL
아고..다섯살이면 최고로 귀염귀염할 나이..제롱도 많이 부릴테고...
딸아이 어릴 때 추억해보면 3-6살 이때가 제일 그리워요,,,,
물론 다 커버린 딸아이 보면 항상 그때가 오버랩되거든요....

네 인생은 소설처럼 영화같은 단막극!^^.

북프리쿠키 2018-02-14 09:39   좋아요 2 | URL
안 그래도 크는거 보면
아까워 죽겠어요.
다시는 볼수 없는 모습같아서.
오버랩 된다는 이야기들으니 가슴뭉클합니다.ㅠ

yureka01 2018-02-14 09:55   좋아요 2 | URL
네.맞습니다..
그래서 사진이라도 자주 ..많이 찍어 두세요...^^..
시간을 잡을 수는 없어도
사진으로나마 일부...라도 볼 수 있게요..!~~~

자랄 때 모습 지나가는게 너무 아쉽죠..

서니데이 2018-02-15 15: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yureka01 2018-02-15 17:16   좋아요 2 | URL
연휴 첫날이라서..싸우나에 뜨건 물에 푹 담그니 개운한 기분이네요..
즐거운 시간 되시길..

2018-02-16 2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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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6 23: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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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6 2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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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7 0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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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도, 쎈세도, 노오력하라고 해서

토플도 몇백 점 따고

자소설도 온갖 노력에 걸맞게 쓰고

대출받아 가며 학점 따고

이자 갚느라 꾸벅꾸벅 졸며 불며 알바하고

없는 돈에 또 어학연수가 안 가면 

이력서 한 줄 못 적을까 싶어 또 빚을 내어 

졸업도 유예시키고 가다리 왔다리.


수백 군데 남발하듯 노크한 기업들은

면접 봐도 연락 한번 없네.


지방대라서 떨어졌나 스펙이 낮아서 떨어졌나.

노오력 하라는 거 다하고도 억울하지 않네.


이도 저도 안되니 나는 공시족이나 할까?


이대로 알바만 뛰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되지가 않을 텐데.


한 번 미끄러지면

오르기 쉽지 않은 노오력 미끄럼틀.

 

그런데 막상 숨겨놓은 패 까보니

그들만의 짜고치는 고스톱 판.

노오력의 배신 미끄럼틀.

 

기울어진 운동장에 덩그러니 서 있는

미끄럼틀에 오늘도 바들바들 오르려 하고

사다리없는 자들의 미끄럼틀이라네. 

 

-------------

 

제페토 시인을 모방해서,

취직이 어려운 젊은 친구들에게 

전하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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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9 17: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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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0 0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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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0 1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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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0 1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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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9 19: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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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0 1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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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0 13: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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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1 0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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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1 1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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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1 2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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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05: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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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3 08: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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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윤리. 정말 씻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리는 현실. 그것도 검찰에서 여자 검사를 대상으로 저지른 언어적 성폭력, 신체적 가해는 참담한 수준이다. 배울 만큼 배우고 국민 세금 받아 처먹어 가며 지켜야 할 가치는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인데 헌신짝처럼 버려진다는 것이 가증스럽기만 하다. 공부만 뭐 빠지도록 하면 다가 아니다. 암기하기 좋은 머리로 고작 여자 동료에게 하는 쪽팔린지도 모르는 무감각한 짓이 수치스럽지도 않는 무수치심의 정체가 무얼까. 하물며 검사조직의 내부에서조차 각성이 없고 기억나지 않는다는 핑계를 둘러대지만 수치감과 모멸감에 당한 검사는 속을 얼마나 끓였을까?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목숨을 걸듯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괜히 어디 나가서 막힌 마음을 풀 때조차 없이 혼자 끙끙 앓았다는 게 결코 정상적이지는 않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여, 좃잡고 반성하고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라. 퇴직금도 연금도 못 준다. 그러라고 시험 처서 합격하고 내가 검사 임내 간부임네 지랄했던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그런 썩어빠진 돌대가리로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게 얼마나 조가치 우습냐. 그래 령이 안 선다는 말이 딱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조쓴 세웠냐. 니미. 어디 쪽팔려서 면상 들고 뻔뻔스럽게 자식은 어떻게 볼 것이며 아내의 얼굴은 또 어떻게 볼 것인가? 신분이 떨어지고 나면 모조리 낙동강 오리알 만도 못한 서푼 세 치짜리 인생 주제에 자리가 만든 인격으로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 존심이 있다면, 쪽팔린 줄 안다면 연탄 가스 한 장이면 충분하다.


스트레스받을 까봐서 TV는 전혀 보지 않는다. 가급적 유튜브에 있는 노래만 듣다가 우연찮게 모방송의 실시간 중계를 봤더니 글쎄 기절할 노릇이다. 왜 이렇게 무감각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배울 만큼 배운 세 끼들이고 그런 배움을 가지고 신분을 얻고 지위를 가지고 범죄를 처벌해야 할 당사자가 오히려 동료 직원에게 못할 짓을 한다는 게 얼마나 모순적이며 가증스러운 것인가 말이다. 용기 있는 검사의 자기 고백 인터뷰를 보니 그저 놀랍다. 귀를 의심할 지경이지만 당사자의 고백이 떨리면서 인터뷰를 보니 거짓말도 아니다. 조직을 위해서 기껏 작은 말썽은 들어내지 않는 것이 발상 자체도 문제이고 설사 그걸 덮어 둔다 해서 조직의 윤리와 도덕은 세워질 수가 없다. 고통의 질환은 들어내고 상처가 덧나 조직이 괴사된 곳은 도려내야 치료를 할 수 있다. 모두 잘라라. 모조리 책임을 물어라. 스스로 정당하지 못하다면 조직은 죽는다. 아픈 곳은 들어내서 알려야 비로소 상처를 수술할 수 있는 것이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핑계를 대지만 그것도 장관을 대동하고 상갓집 문상 중이라고 하니 보는 사람 한둘은 아니었을 것이다.씨바. 기억나지 않는 대글빡으로 시험은 어떻게 치고 합격했냐. 커닝으로 합격한 거 아니냐 의심이 든다. 조까 씨바. 

 

- 글이 다소 거칠어도 양해를..!~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801301026001&code=940301&med_id=k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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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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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4: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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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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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4: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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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3: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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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4: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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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1-30 14: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피해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이와 같은 일이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 생각하면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 전반에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라봅니다.

yureka01 2018-01-30 14:54   좋아요 2 | URL
취업의 공정성도 문제고 아직도 남여이 차별도 문제고...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은 뿌리가 깊어서요..
정말 쪽팔리는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조직이 쇄신되고 구성원들이 다시는 개짓꺼리 하지 않토록 각성되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stella.K 2018-01-30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유레카님 제대로 뿔나셨군요.
오늘은 제법 수위가 꽤 높은데요?ㅋ

yureka01 2018-01-30 15:36   좋아요 1 | URL
탈탈 털어서 진공청소기로 쫙 빨아서 뭍었으믄 좋겠네요....
조선시대에도 처녀 귀신이 많았던 이유가 뭐겠습니까..
원한에 사무친 ..그 원한이 대부분 가솔로 대리고 있던 노비에게 성폭행 한게..많을 겁니다.
권력의 문제가 성적 남녀 차별의 문제로 전파 되는 꼴이라서요..

권력이 철저히 감시받아야할 이유입니다.

공수처도 만들고..비리나 성폭행 저지른 놈들 모조리 때려 잡아야 나라가 살죠....

2018-01-30 1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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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8-01-30 17:19   좋아요 1 | URL
사법시험이 암기력 테스트 끝판왕이거든요..
그런데 기억이 안난다고하면 잔머리는 잘 굴리는 놈들이거든요..

네 공수처가 세워져야죠..
권력은 감시가 필수입니다. 야비할 정도로 감시를 해야 타락하지 않습니다.
권한이 많은 조직일수록 책임도 무겁게 내려야죠..

동료 검사에게도 패악질 일삼는 놈들이 일개 국민은 보나마나 개돼지 취급할 겁니다.

국민으로 부터 나온 위임받은 권한을 가지고 사는 집단이니,
덜떨어진 놈을 국민이 심판할 수 있어야 정상입니다..

2018-01-31 0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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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1 0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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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1 0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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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1 0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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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8-01-31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터졌어야 할 일, 이제라도 밝혀져서 다행이구요.
서검사의 결연한 용기에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세상이 이렇게 밝아졌어도 여성은 약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물리적으로.

제가 오래전 귀가길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한밤에 경찰이 집에 오고 난리가 났죠.
뒷날 동네 사람들이 뭐라고 쑥덕거렸나 하면 ˝여자가 밤늦게 다니니까 그런 일을 당하지.˝
서검사의 말처럼 피해자가 죄인이 되고 손가락질 받는 일은 더 이상 없어져야 합니다.
손버릇 나쁜 인간들, 이참에 확 쓸어버려야 함!!!

yureka01 2018-02-01 09:09   좋아요 1 | URL
이미 미국에서도 미투 운동이 벌어졌더군요...
결국 이건 권력의 문제더군요.
약자에게 가해지는 각종 폭력들이 사회를 야만으로 만들거든요...

반드시 바꿔야만 합니다. 그래야 살 수 있죠..
지옥으로 만들면 누구라도 지옥에서 살게 되거든요..

2018-02-01 14: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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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1 1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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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복기해보면, 70년대 80년대 90년대까지 30년 동안 한해 평균 GDP 성장률이 7%의 고도기. 자산은 나날이 늘어나고 장사는 잘되고 소비는 늘어난다.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고 자고 나면 몇백을 벌었던 시절. 공급은 늘 딸리고 수요는 늘어나니 인플레이션도 심했다. 어떻게 보면 한반도 역사 이래로 그렇게 호황인 시절이 없었다. 6.25 전쟁 후 정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던 나라에 돈에 대한 열망은 무엇보다도 강했고 잘 먹고 잘 살아 보세의 새마을 운동은 시골까지 번졌다. 다시는 가난해서 굶기를 밥 먹듯 했던 때를 사무치도록 복수하고 싶었던 민족이었으니 먹고 잘 살자는 욕망의 생존이란 어떤 불법도 용납하고 독재도 타협하고 수긍하는, 먹고살기 위한 것에 비하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둘러대던 시절이었다. 그런 욕망의 열정은 자산에 거품을 끼이하였고 때가 끼이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돈으로 살 수 있는 사회로 변하는 시절이었다. 맥주와 샴페인은 마구 흔들고 욕망이 흔들리듯이 거품을 일으켰다. 흥청망청 쓰고도 다시 채워지는 물 같은 것인 줄 알았다. 사업하던 사람들은 차입에 차입을 거듭한다. 차입해서 비싼 이자를 지불해도 매출에는 꺼떡없었다. 은행도 부동산과 사업에 비싼 이자 받아먹느라 마구 빌려줬다. 국제적 투기자본 해지펀드도 마구 들어오고 투자 자유화조치는 밀물처럼 외국 자금이 몰려든다. 성장률을 보니 빌려 줘도 남는 돈놀이가 최고였다.

 

1997년 11월, 이전부터 동남아 발 외환 위기의 여파였던가. 해지펀드(외국계 은행들 포함)란 놈들이 일시에 외채를 상환하라는 압력이 들어온다. 수출로 벌어들인 상환으로 달러가 빠져나간다. 은행은 달러가 없다. 한국은행에 달러를 빌려 달라고 해도 한국은행도 달러가 없다. 상환할 돈이 없으니 파산에 놓인 상황이다. 아 디폴트. 디폴트. 이 부족분을 비싼 이자를 주고 국제 공공 금융기금에게 빌려야겠다. 그게 인터네쇼날 머너트러니 펀드, 즉 국제통화기금이란 곳(IMF). 선진국들이 돈을 갹출해서 빚진 놈들에게 고리로 빚을 다시 내줘서 자기들 은행에 손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든 기금. 물론 빌려주면 공짜로 빌려주나. 무슨 담보를 조건을 내걸고 그 담보대로 이행하면 빌려 줄께라고 했거든. 이 돈이라도 빌려서 메꿀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으니까. 안 그러면 디폴트, 파산이라. 그럼 국내은행은 빌려 준 대출금을 일시에 회수하려 하지만 기업들은 현금이 당장에 없다. 연체에 또 연체. 제일 돈을 많이 끌어다 쓴 대기업이 파산하고 딸려 있는 협력업체 중소기업 모조리 은행 압류이었다. 제 돈으로 사업하는 놈 하나도 없이 모조리 차입에 의존해서 기업이 먹고살았는데 돈이 돌고 돌았는데 일시에 빌려 준돈 내놔. 다시 재대출 승인 못해.라고 하니 망할 수밖에 없었고 어음은 휴지조각처럼 나부 겼다. 은행에 어음 결제를 못하니까 부도난 어음은 휴지로도 못쓴다. 은행들이 워낙 때인 돈이 많으니 은행의 자산 부실은 천문학적인 돈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은행은 통폐합하고 망한 은행 직원들 구조조정당한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사표를 내고 쫓겨 나야만 했다. 기업의 직원들은 망한 회사의 치맛자락을 붙잡아도 회사 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대량 실업의 나라가 되었다. 이른바 소위 말하는 IMF 체제를 맞이했던 거다. 일시에 담보 잡은 대출금 상황이 들어오면 연체가 된다. 현금이 없었으니 상환은 하지 못한다. 아파트 담보가 경매로 나오고 매물이 쏟아진다. 자산 하락이 홍수를 이룬다. 실직에 자산 가치 하락의 이중고였던 거다.

 

국가 전체가 맥주컵이라고 가정해보자. 컵에 맥주가 차오르니 부글부글 거품이 먼저 차오른다. 네 거품. 이걸 보고 버블경제라고도 했다. 이 거품이 일시에 꺼져 버리고 실제 담긴 건 반도 안찬 맥이 다 빠져버린 맥주 맛만 쓰게 남았던 거. 이게 고도성장의 허상이었다.

 

그럼 개인들은 어떻게 실직의 시절을 건너왔을까? 나의 경력증명서(건설 기술자 경력관리하는 기술자 협회 발행)에 보면 98년에서 99년 사이동안 아무런 경력이 없이 비어있다. 소속이 없었다는 증명이다. 자영업자로 있었고 98년에 회사는 문을 닫고 이력서 넣을 곳도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장사를 했다. 잘 될 리도 없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 테고, 보기 좋게 떨어 먹었다. 그나마 짜내고 짜낸 채무로 만든 자산조차 다 사라지고 죽어라 직장을 얻으러 이력서를 남발했다. 말이 남발이지 남발할 만한 곳도 많이 없었고 조건을 살피고 자시고 가 없었다. (이하 구체적인 이야기는 생략하기로!~사연이야 없을 수는 없으나 무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라서. 줄이기로 하고.)

 

이 책은 그 IMF 시절을 거쳐온 한 개인이 갑자기 직장에서 퇴직하고 난 후, 산사로 출가하는듯한 수기를 적은 이야기이다. 산사를 찾아서 시름을 달래고자 했던 목적에서 나온 이야기들이었으니 왜 공감이 되지 않겠는가. 아마 나도 그 시절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고 책의 저자는 출가처럼 다녔고 나는 사진으로 출사를 나갔던 일체감이었다. 공허의 시련을 출사와 출가로 풀었던 것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어느 시대이든 십자가의 무게가 다 하나씩 있다. 전쟁통에는 생존의 무게가, IMF 시절에는 파산의 무게가, 요즘처럼 젊은 후배들은 취직의 무게 등등 시대를 관통해가면서 저마다의 삶에서 무게의 부대끼는 고역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무게를 어떻게 감당하고 어떻게 짐을 덜어낼 자기 합리화가 무엇이라야 할까? 누가 더 무겁고 덜 무겁고의 문제가 아니라 저마다의 짐은 다 무겁거든.

 

문득 하나의 문장이 떠오른다.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내가 네 짐을 대신 덜어 줄게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을 것이다.) 삶이란 어쨌거나 완벽한 제로의 무게는 없다. 어떤 것이든 무거움은 따라다닌다. 물리적으로는 중력의 작용일 것이고 심리적으로는 부담감일 테다. 관건은 어떻게 덜어낼 수 있게 저마다 감당할 무게만 가진 채로 시간에 놓인 인생의 고갯길을 가뿐하게 넘을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산행을 해보면 안다. 꼭 필요한 것들만 챙기고 욕심부려서 배낭에 이것저것 다 때려 넣고 짊어지고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어깨는 처지고 숨은 가쁘다. 우리 삶에서 왜 꼭 덜어내야 할, 그리고 꼭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가야 할는지 스스로에게 죽는 날 배낭을 내려놓을 때까지 끝없이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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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화에서도 화풍이라는 것이 있고 음악에서도 지향하는 음악 스타일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사진에서도 제각각의 사진 스타일이 있다. 어떤 피사체를 가지고 표현하고자 하는 지향점이 추구하는 모티브이자 추임새이며 사진의 스타일을 규정하고 이를 작가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고 이 표현이 곧 작가의 주장이나 다름없다. 작가마다 제각각의 개성과 취향. 피사체의 느낌은 같은 것은 없겠으나, 어떤 스타일로 수렴되는 추임새와 장단과 고저는 있기 마련이다. 오랫만에 발견한 스타일이 비슷한 사진 산문집이다. 비슷하면 공감이 쉽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일치할 수는 없더라도 동질성의 성격이 수렴되고 모아진다. 그래서 사진에서 스타일이 비슷해도 추구하는 아이덴티티가 없다면 그 사진은 가치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봐도 재미조차 없다.

 

이 책에 나오는 한 장의 사진에서 나오는 작가의 사유가 깊고도 풍부하다. 다른 것도 물론 마찬가지겠지만 사진도 더더욱 보는 만큼 찍고(보이는 것이 아니라) 찍은 만큼 보고서 생각한다. 어떤 감성의 시선이 마음을 움직였으며 셔터를 누르게 된 것인지 또 사진으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심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마음의 직결 스위치인 셈이다. 감성은 심성이고 심성이 곧 감성이 아니겠는가. 책에 실려 있는 사진들이 하나같이 정갈하다. 정갈하니 사진이 깔끔하고 단순하다. 그러나 이 단순한 스타일에 생각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깊다. 표현의 방식이 단순성과 정갈함에서 깊이가 나온다. 들뜬 느낌이 아니라 차분히 가라앉았다. 사색을 깊이 하려면 자세부터가 차분해지듯이 작가의 사진 자세가 차분할 것임을 유추할 수 있고 한편 역설적으로 차분할수록 사유의 앙금은 짙게 피어오른다. 사진은 이래야 하는 것이라고 예시로 보여주는 것처럼 멋지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스티브 잡스의 단순한 디자인이 왜 나온 것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심플함이 곧 미려함으로 표현되는 세련미는 난삽한 것에서는 나오지 않는 것들이다. 사진이 뺄셈의 미학이라는 말이 아주 딱 들어맞는 군더더기가 없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사진에 붙은 산문은 길지 않다. 운문처럼 짧고 간결하지만 핵심도 둘러 가지도 않는다. 하고자 하는 표현이 그래서 간추렸으니 깔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사진과 글이 좋다. 구구절절 긴 글도 물론 있어야겠지만 사진은 포인트를 담는 작업이니 글 또한 그런 스타일에 초점과 궁합을 이룬다. 사진의 골격 즉 프레임과 글의 골격이 오버랩된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는 전혀 아는 바 없지만 적어도 10년 이상 자기의 사진을 발견했다는 걸 추측하게 된다. 사진이 그랬으니까. 하루 이틀 찍어서는 스타일이 뭉쳐지지도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한 장을 찍어서는 실수로도 찍을 수 있는 게 사진이지만 이는 아무도 모른다. 실수인지 의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장에 두 장에 수백수천 장을 찍다 보면 그제서야 뭉쳐지는 생각의 응어리가 뭉쳐진 덩어리로 나온다. 그래야 의도라는 의미와 뜻이 사진에 문신같이 새겨지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들이 흔히 보는 눈으로 보이는 것들을 뽑아낼 안목을 가졌고 이 안목에 짧은 글은 사유를 덩어리의 글로 풀어낸다. 사진들이 나와 죽이 잘 맞다. 이 정도의 사진과 글이면 앞으로도 주목하게 될 작가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된다. 아주 마음에 드는 책 하나 발견했다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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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끔 우리가 사는 걸 연극에 비유할 때가 있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혹은 영화 같은 극적으로 은유된 세계에서 제각각의 역할분담극이 아닐까. 이게 게임으로 치면 롤 플레잉이다. 그러니 사는 게 꼭 게임 같은 느낌도 난다. 나의 역할. 당신의 역할. 제각각에 설정된 우리가 가진 역할에 따라 플레이하는 모든 것, 이것이 삶이라고 해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정도이다.

 

가정을 해보자. 선사 시대에 어디 어디에서 태어났더라면? 혹은 고대 어느 시대에 어떤 지역에서 살았더라면? 아니면 중세 시대 영주의 아들로 태어났더라면?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아, 혹은 나라는 인식을 하고 보니 현재라는 이곳에서 살고 모종의 어떤 역할 중이었더라는 이야기이다. 지금을 의식하고 알아차리고 보니 글쎄 여기였고 이곳에서 내가 가진 모양과 크기와 깊이로 살고 있더란 거다.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가 사는 우리 세대의 서사는 무엇일까. 호메로스와 일리아드가 살았던 시대의 서사는 무엇이고 중세의 십자군의 일개 병사는 대체 어떤 시대의 서사로 살았을까? 아니라면 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 어느 지방에서 출병한 병사는 유럽의 어느 전선 참호에서 호각소리에 돌격 앞으로 달리며 독일군의 기총소사를 받으며 쓰러져 갔던 그 서사는 대체 무엇일까. 역할과 서사의 구조에 각 시대마다의 아우르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서  삶이 게임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은 직장인 스트레스 구조의 서사 게임 중은 아닐까. 경력을 쌓는 것은 레벨을 올리고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무언가 열심히 몹을 때려잡듯이 돈을 벌어 필요한 게임 아이템을 사고 장구류를 사고 집도 사고 자동차도 사고 그래서 레벨을 더더 올려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은 아닐까. 흡사 가상의 매트릭스의 세계에서처럼 만들어진 이 세계의 서사적 맵 구조에서 과연 나는 무엇으로 정의되는 것이 역할로써 규정 지워지는 것은 아닐까? 이게 곧 자신의 자아와 세계관의 서사가 아닌가 싶다. 오늘을 사는 모든 자들의 게이밍 세계에서 각각의 규정된 시대의 모습 속에서 자신은 무슨 캐릭터이며 어떤 레벨로 시간을 달리고 있을까?

 

산다는 것이 마치 게임 속에서의 가공된 체제와 닮았다. 그래서일까. 현실은 게임의 반영이고 게임은 현실의 투영이다. 여기에 시대의 문명과 문화가 결합된 이야기가 결합된다. 따라서 문학이란 이 서사의 골격이나 다름없다. 게임의 뼈는 서사이고 이야기이다. 어떤 스토리로 세계관을 규정할 것인지 마치 우리가 소속한 이 현실의 게이밍 룰인 것처럼 우린 게임하듯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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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6 2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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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8 2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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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0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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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7 0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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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8 22: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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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8 2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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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8-01-29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많은 책을 언제 다 읽으신대요???
저는 딱 한권만 고르겠습니다.
1장1단. 제가 볼만한 책 같네요 ^^*

yureka01 2018-01-29 09:31   좋아요 1 | URL
네 1장1단..이 책은 단행본이지만 글이 많지 않고 사진이 많아요.
읽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다만 역시 사진 책이라서 여운이 좀 오래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