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상의 사진에서 추출된 언어들이 곧 시가 되었다. 그래서 시가 사진을 다시 수식한다. 언어는 언어로써 제각각의 역할이 있어도 사진에서 추출된 시각적 이미지가 시로 도출될 때, 사진은 더욱 진득해지고 끈끈해지고 접착이 강력한 점액으로 마음에 척척 달라붙는다. 붙음의 감동이란 시와 사진의 앙상블에서 만들어지는 거 같다.



2. 모처럼 주말 아침 일주일 만에 처음 아침밥을 먹으면서 거실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밥알 하나하나를 멍하니 씹고 있으면서, 거실 창밖에서 안으로 침투하는 빛을 본다. 창밖에 겨울의 나목이 아직 메마른 가지에 붙은 바싹 바른 잎사귀를 본다. 거실 안에 서 있는 커다란 화분에 나무 한 그루. 밖의 마른 잎과 안의 푸른 나뭇잎의 차이는 온도의 차이. 바로 이 세계에서 밖의 경계 너머의 세계와 대비되는 현실을 느낀다. 시와 사진이 만들어내는 창에 세워진 유리창을 투영되는 투명한 세계를 보는 거 같은 느낌이랄까 싶었다.



3. 사진시집의 제목이 변곡점이라 마음에 들었다. 현실 세계의 시와 사진이었지만 현실을 넘어의 경계 밖으로 진출된 세계는 항상 변곡점 같은 점과 선의 이상 세계를 염원하는 것처럼, 아침에 시집 안의 글이 점액질처럼 달라붙는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시집이 화두같이 던진다. 어떤 변곡점의 그 타이밍은 매 순간 결정적이었다던 앙리 브레송의 사진과 같은 결정적인 변곡점은 아니었을까라는 믿도 끝도 없는 생각을 밥을 돌돌 말아 삼키는듯하다.



4. 사진도 마찬가지지만, 책도 일종의 전달이란 수단이다. 그래 책이 목적이 아니라 단지 수단이라는 것. 책이란 도구. 책의 내용을 위해 우리 삶의 전부를 소모시킬 필요는 없다. 그래서 나는 사진 또한 수단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후회 없이 미련 없이 버려질 수 있을까라는 비움을 위한 목적. 그래서 때로는 유용하기도 하고 무용스러울 때도 있다. 삶이란 어느 단편의 조각을 시간의 구성으로 퍼즐을 조립되어 간다. 그 단편의 각각의 시간 속의 일부가 책과 마주할 따름이다. 오늘도 운동하면서 한편을 한 페이지를 읽고 또 역기를 한 세트를 들었다 놨다의 반복이다. 그래 수단을 통한 목적은 존재의 이유이다. 가끔 벽돌같이 두꺼운 책을 만날 때에 벽돌 한 장 한 장 조적하듯이 이유의 존재라는 집을 짓고 이 집에서 영혼의 안식을 만나려는 수단. 책은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5.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작년 이때쯤 어떤 마음으로 무엇으로 또 한 해는 365일의 시간이란 강을 건너왔던가. 그리고 또 앞에 놓인 시간의 강을 건너갈 것인가. 그동안 꾸준히 물에 비친 반영의 형상을 추상화처럼 찍었다. 우린 이렇게 삶에 대해 시간에 어떻게 투사되어 반영하여 무엇으로 비칠 것인가. 과거는 흡사 내가 흐려진 형상의 물상처럼 찍힌 은유나 같다. 그럼으로써 다시 앞에 놓인 강에 어떻게 비칠 것인지 시간의 USE PLANNING를 할 수 있을까.



6. 매 순간이 결정적인 순간이었듯이, 매시간이 우리 삶의 야금야금 변화하는 변곡점이다. 시간은 항상 변화의 일상이다. 변곡의 점점이 순간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지배하고 지배당한다. 10원을 은행에 예치해도 이자는 정해진 이자율만큼 불어난다지만, 시간에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 혹여 더 줄어들지도 모르는 마이너스 금리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간의 변곡점은 항상 매 순간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의 섭리이다.



7. 당신만이


때로


지치고 힘든 것이

인생이라 해도


당신만은

나에게



그 무엇이기를

-변곡점, 김상일 지음, 2019, 44P


한 해 마무리 알라딘에서 시 한 편으로 마무리한다.

"늘 누군가에게 그 무엇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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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9-12-30 0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효과로 만들고 싶을 만큼 멋진 사진이네요~ 좋은 밤 되세요~

yureka01 2019-12-30 08:55   좋아요 1 | URL
한해 마무리 멋찌기를 ..^^..

얄라알라 2019-12-30 10:32   좋아요 1 | URL
저 역시, 댓글을 우아...로 시작하려다보니 초딩님꼐서 이미..

그런데 절로 우와...이 소리가 나오는 사진들입니다.

yureka01 2019-12-30 11:55   좋아요 1 | URL
현실의 현상에서 구상으로 추상화시키는 재미..솔솔합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9-12-30 0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지난 한해 감사드립니다. 매 순간의 변곡점을 잘 포착하시는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yureka01 2019-12-30 08:56   좋아요 2 | URL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stella.K 2019-12-30 15: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사진 못 보고 새해를 맞이하나 했더니
막판에 볼 수 있게 됐네요. 올해 유레카님 사진을 보는 즐거움도 꽤 컸죠.
내년에도 좋은 작품 많이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yureka01 2019-12-30 16:48   좋아요 1 | URL
한 해도 알라딘 서재에서 글로나마 감상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강옥 2019-12-30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마이너스 금리 ㅎㅎ
갈수록 살기가 더 팍팍하고 힘들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살아오면서 후회하는 것 중 가장 큰 것이
평생 할수있는 취미를 갖지 못한것, 이라고 하더군요.
100명 중 19명이 그런 대답을 한다고.
적어도 유레카님 블친들은(저를 비롯해) 그런 류의 후회는 없을 듯합니다.
그라모 잘 사는 거 아이라예?

yureka01 2019-12-30 16:47   좋아요 1 | URL
네 적립도 예치도 못하는 시간이었지요.

맞습니다...젊어서 사진찍을 땐 돌아 나다녔으니
늙어서는 찍어 놓은 사진 평생 감상하고 품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생 토록 취급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이거 맞습니다~

2019-12-31 0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31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9-12-31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조금 있으면 2020년 새해가 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가정에 평안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엔 소원하는 것을 이루는 한 해 되시고
내년에도 좋아하시는 사진 많이 찍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yureka01 2020-01-02 09:06   좋아요 2 | URL
서니님도 새해에 늘 화이팅하입시다..
감사드립니다!!~

AgalmA 2020-01-01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이제 새 사진집 내실 때도 되신 거 같은데....^^?
최근 사진 보면 첫 책 보다 사진이 훨씬 더 좋아지신 거 같아요!
다음 책 내시면 꼭 제 돈으로 구매하겠습니다ㅎㅎ!
새해 사진 복 많이많이 깃드시길^^

yureka01 2020-01-02 09:06   좋아요 0 | URL
아고..다시 책을 낼 수 있을지....ㅎㅎㅎ
사진 책은 텍스트와 달라서...솔찍히 책내면 그 쪽팔림은 어떻게 견딜까 해서 말입니다..
새해 복많이 만나시길 바랍니다.
감사감사!~

2020-01-02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2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2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2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4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5 0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7 0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07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미 히피 로드 - 800일간의 남미 방랑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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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 로드.


오랜만에 아주 괜찮은 여행기를 만났다.(이웃분의 책소개 감사드린다.) 모름지기 여행이란 어디로인가 이동의 수기처럼 나열이다. 이 나열 속에서 만나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사람들의 풍경이며, 여행의 풍경이란 낯선 곳에서 만나는 나의 이질감의 낯섬이다. 흔한 관광지라는 포인트, 즉 점으로의 이동이 아니라 선으로 이어지는 노매드가 여행이라는 걸 여행기를 통해서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이미 유명해진 관광지를 찾아가는 것은 여행이 아니다. 와서 보라고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얻져 먹는 것처럼, 이미 세팅된 개량된 패스트푸드나 먹는 것과 같다. 관광에 따르는 자본의 입김은 여행이라는 그럴싸한 보여주는 밥상에서 그럴싸하게 차려낸 레시피의 맛일 따름이다. 눈요기 관광을 가고서 여행 갔다고 하는 착각은, 자본이 돈벌이를 위해 만들어낸 상품이다. 푸드코드의 차림표에 보이는 사진을 보고 고르는 관광 상품을 보고서 여행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이유는 뻔하다. 관광은 정형화된 코스이고 여행은 중구난방의 바람처럼 구름 가듯 발길 닿는 선의 이음이고 보면 상수가 아니라 변수이다. 여행은 우리 삶에 있어서 X라는 변수. 낯선 곳에서 문득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라는 근본적 질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여행이다.


여행의 정의가 비정형적이라고 한다면, 그동안 나는 노매드가 아니라 정착민으로 살았다. 한 번도 여행을 떠난 적이 없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무언가 탈것으로 이동하기보다는 걸어야 하는 한계가 늘 도사리고 배낭을 메고 아픈 다리를 끌고 가야 하는 것에서 여행은 고역이라는 것과 정형화되지 않는 노동같은 이동이 여행이었으니까.


그런 점에서 보자면, 나는 평생 미결 유기수로 감옥에 갇혀 산 거나 다를 바 없다. 누군가의 고착된 정착민의 성실함과 근면함의 주장이 부지불식간에 교육이란 이름으로 사육당했을지도 모른다.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서 사회적 개인적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한자리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의 삶의 결과는 무엇이었나라고 생각해보면 참 서툴렀다는 생각이 가끔은 억울할 만도 하다. 어느 때부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떠남의 동경이 늘 상존했던 거 같다. 이름 모를 지명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낯선 풍경과 낯선 사람들의 삶을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에서 이질감에서 찾아내는 자신의 동질성에 대해 갈구하게 되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저마다의 감옥을 만들고 자발적인 구속을 시키는 게 아닐까 한다. 나이 차면 학교에 가야하고 군대를 가야하고 때가 되면 여자를 만나야 하고 결혼이 늦어지면 왜 결혼하지 안 하느냐라고 하더니 결국 결혼하고 나니 왜 아이는 안 낳나라고 오지랖들에게 속은 결과가 결국 아이 가지고 낳아 양육하고 그러다 보니 집도 얻어야 한다느니 예금도 해야 한다느니, 그런 일률적인 강제성의 교육이란 이름의 사육당한 느낌이 깨름직하다. 말로는 창조성 운운해도 일탈을 창의성으로 여물게 하지 않는 사회의 정체된 사고방식들이 그러하다. 그대로 그들 누군가의 오지랖과 권유형 강요와 협박과 모두 그렇게 사는 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자기 합리화가 덧붙여짐으로써 자의반 타의반의 구속 같다. 결국 시간만 훌쩍 건너뛰듯이 어느새 고개를 들어 보니 머리엔 흰머리가 난다. 늙었구나. 흡사 태생이 야생마로 살아갈 수 없이 우리 막사에서 태어난 말의 운명이 거의 정해져 있는 것처럼, 사육당해서 길들여진 채로 노매드를 잃어버린 채 순치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마사에 갇혀서 꼬박꼬박 때 맞혀 조련사가 주는 여물을 안 죽을 만큼 먹고, 죽을 만큼 채찍질 당하며 준비된 사로에서 죽어라 달리는 상태랑 비슷하다면 비유가 과한 걸까 싶다. 결국 마사 우리를 활짝 열어 제쳐 놓아도 나갈 수 없는 적응성 때문에 야생으로 놓아지는 것을 오히려 두려워해버린 것은 아닐까. 타의적 구속이란 권유와 강요가 자본의 안락과 편안과 확정된 여물 같은 연봉에 구속당해서 뛰쳐나갈 수도 없는 자발성은 자기 스스로의 최면을 걸고 여기서의 삶이 나름대로 나쁜 것이 아니라는 그러나 지루하고 재미없는 굴복의 굴욕만 늘어가는 건 아닐까. 흔히 월요일이 두려운 사람은 월요일에 고정적으로 갈 곳이 있다는 안도하는 등치이다. 경주마의 운명은 초원의 더 넓은 곳을 한 번도 달려 보지 못한 채로 안락사 당하는 거나 뭐가 다를까. 누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세끼 배불렀다고?, 아니야 배고파서 그래. 먹어도 허기는 왜 계속 생기는 줄 알아? 배만 부르면 잠 온다면 분명 마사 우리 속에서 스스로 자유를 의식 못하고 순응당한 자일 거야.


흔히 그렇게 갇혀 있다가 나이 들어서 그동안 못해봤던 걸 은퇴하고 마음껏 하라고 해도 못하는 이유는 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근육이 전혀 없이, 늦은 후에서야 근육을 키우려 하는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는 거다. 근육도 젊을 때나, 한창일 때 붙이고 굵게 키워서 평생 써먹어야 할 자산인데 자산도 없이 이제 자산을 모아서 하겠다는 게 얼마나 늦어버려서 한계를 들어 나는 건지 모를 일이기도 하다. 은퇴하고 늙어서 여행을 실컷 가야지, 영화라도 실컷 봐야지, 이것도 배우고 저것도 가보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등등등의 바람들을 한껏 풍선 부풀리며 불지만, 삶이란 예상치 못한 바늘 하나에도 부푼 풍선의 바람은 일시에 터져 버리고, 빈 껍데기의 잔해만 너덜너덜하게 공웡을 배회하듯 남는다. 덩그렇게 남아도는 걸레가 되어버린 시간의 조무래기나 붙들고 공원에서 하릴없이 내가 뭐하고 살았나 싶을 테니까 말이다. 직업이 만들어준 인위적인 사람과의 관계는 직업이 끊기면 이미 끈 떨어진 관계의 지나버린 미련 따위는 없는 인간관계일 뿐, 결국 누굴 만날 사람도 오라는 곳도 없이 어딜 가도 자산 없이 너덜거리는 껍데기의 시간만 가지고는 빌붙어주지를 않는다.


이런 점에서 책은 모름지기 평소에 바람대로 추구하는 삶의 근육을 키우는 기초작업에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하다. 비록 지금 당장 카메라를 매고 남미에서 떠도는 히피와 집시의 삶을 따라잡을 수는 없지만 충분히 사전 기초적 양식을 배양하는데 더없이 좋은 간접적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상상하고 여행 근육을 강화시키는 루트를 개발하는 선험적 경험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꼭 언젠가 나도 배낭 메고 여권을 챙겨서 여행, 관광이 아니라 여행을 가려 한다면 여행자가 쓴 다양한 수기를 읽어 보는 것이 유용한 이유이다. 그들의 새로운 경험과 낯선 곳의 이미지와 감상을 통해서 익히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여행기를 읽는 목적이다.


히피와 집시, 그리고 보헤미안. 이 단어만 들어도 이미 가슴부터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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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9-12-26 0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마드의 삶
이번 생엔 어려울 것 같네요
동경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다행
꿈조차 꾸지 못하며 사는 삶이 대부분이니까요
여행은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줄수 있는 큰 선물이랍니다.

yureka01 2019-12-26 08:4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ㅎㅎㅎ 꿈을 이루지 못할지라도 꿈이라도 찬란히 ^^..

2019-12-26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6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7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7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9-12-30 0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밖에 비가 오는 겨울밤이라서 그런지, 사진 속의 불빛이 따뜻해보여요.
유레카님 따뜻한 밤 되세요.^^

yureka01 2019-12-30 08:56   좋아요 2 | URL
한해 ..쓴 글 보게 되네요..엄청 많이 !서술한 글이었어요~
한해 마무리 아름답기를!~^^.
 


책은 읽기 위함이다. 그러나 가끔은 보기 위함일 수도 있는 책도 있다. 감상이란, 현상을 감각에 올려놓고 감촉의 온기로 느껴 보는 것. 이 책은 딱 감상용을 위한 책. 물론 사진이 많~아서이다. 사진도 읽기 위함일 수도 있긴 하지만 기본은 일단은 감상부터 하게 되는 감상용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꽃을 감상하고 꽃에서 늘어지는 그림자를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의 여행길에 들어서는 방랑족이 되는 듯하다. 그래서 시경이라고 했는가 한다. 책 속에서 사진과 함께하는 감상적인 시간의 방랑은 낭만스럽기도 하고, 꽃 같은 유혹의 팜 파탈의 감각의 날을 예리하게 고추 세우기도 한다. 꽃과 꽃의 그림자에 걸친 시간의 풍경이라고 정의 내린 책의 성격으로는, 그야말로 화영시경이었다.


알라디너 분들에겐 프레이야님으로도 더 잘 알려진 배혜경님의 세 번째 책. 화영시경이 나왔다. 남편분이 사진도 찍는 분이라서 그런지 사진도 추가되었다. 아마도 책을 보내준 이유가 사진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었을 만큼 사진이 수준급이었다. 몇몇 해 동안 사진을 찍어온 본새가 아니었던 느낌이랄까. 오랜 기간 동안 숙성시킨 듯한 사진이 꾹꾹 다져진 내공의 힘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미지의 언어들은 정교하고 예리하다. 역시 글을 쓰는 아내 옆에 사진을 더해주는 사진이 콜라보를 이루고 결국은 사진과 글이 조합으로 한 권의 책으로 조립 완성되었다.


한결같이 책에서 담긴 사진들이 편안하다. 감각의 날에 서서 꽃들이 춤을 주고 그림자들이 일렁이는 그 모습의 현상을 글은 구상으로 풀어내는 것 같다. 그래 미술 회화에서 나오는 그 구상은 어찌 보면 대부분 이 현상이라는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추출된 진액들을 모으고 화가들이 작가적 상상과 주장으로 가공시켜 낸 것이 구상일 것이다. 사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미 책에서 사상의 주장보다는 내레이션이 전부인 것처럼 그러면 그런 감정으로 글을 써 내려갔구나 그런 마음의 시선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받아들이는 감상에는 별 이견이 생기지 않는다. 수많은 책에서 주장의 강조는 드높아서 지식을 전달하고 정보와 데이터를 담으려 하다 보니 읽은 사람들은 시달린다. 그렇다고 대놓고 노곤노곤한 힐링이라는 위로성 멘트도 아니다. 그러면 그런대로 저러면 저런대로 공감의 그랬구나 이 한마디면 감상의 완성이 이룩될지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편안해진다는 느낌이다. 꽃이 우리들에게 주는 힘이다.


일상에서 꽃을 마주하는 일은 대부분 기념일이나 축하할 자리가 많다. 아무런 날도 아닌데 퇴근길에 불쑥 꽃다발을 내밀게 되면 꽃다발의 가치가 바래지듯이 가급적이면 무슨 기념하는 날에 꽃이 주는 기념일을 수식하게 해준다. 혹은, 그런 기념해야 할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꽃에게 말을 걸고 꽃이 전하는 언어를 만나는 일은 대부분 카메라를 들게 되면 쉽게 가능한 일이다. 평생 꽃이라고는 쳐다보지 않는 이가 카메라를 들게 되면 꽃을 찾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꽃으로 만나는 색조의 세계에서 꽃말을 알아듣고, 우리가 인생의 꽃길이란 욕망의 부러움에 투영하기 딱 좋은 이유. 간혹 누군가에게 성공가도를 기원할 때, 꽃길만 걸으라고 하는 것이며, 가시밭길을 가라 하지는 않는다. 흡사 장미꽃길을 걸을 때 장미의 가시는 이처럼 치워진 고난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어서 일 것이 테다. 이 책에서 꽃 사진이 나오고 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특별한 기념하는 것도 아니지만 꽃으로 여물어진 감성의 꽃 잔치는 아닐까 했다. 근사한 마당이 있는 집 화단에 철철마다 피어나는 꽃으로 장식하는 마음은 어쩌면 매일매일이 우리가 기념할 시간이 아닐까. 꽃과 함께 늙어가는 노년은 그래서 꽃처럼 아름다운 인생이었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꽃같이 피어난다.


이 책에서는 일반 에세이와는 다르게 덤으로 추가된 사진들이 꽤많이 실려 있다. 물론 꽃 사진도, 바닷가 해변의 사진도,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고 소박한 사진들과 더불어 시인 수준의 감성 짙게 배어든 첨가된 시까지. 책 한 권이 갤러리이자 시집이자 에세이의 다양한 장르의 복합성이 담겼다는 게 사진 감상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없이 즐겁고 꽃같이 화사함을 동시에 읽는 감상용의 책이었다. 사회 인문학 같은 논리성보다는 감수성을 끌어올리게 하는 책은 그래서 편안하고 감상의 응어리가 슬금슬금 풀어지고 노곤해지는 효과가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에게 받은 책은 고이 모셔두고 다시 한 권 더 구입해서 줄쳐가면서 포스트잇 붙여가며 읽고 감상하는 재미가 일어나니, 겨울의 무채색 풍경에서 유화 그림 같은 사진을 만나서 연말의 무미건조한 시간에 촉촉한 가습기 같은 풍경을 만나게 한다.


PS : 책 흡족하게 감상했어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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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4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4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7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7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19-12-24 1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선정 축하드립니다~
언제나 멋지고 아름다운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yureka01 2019-12-24 21:3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연말...크리스마스..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강옥 2019-12-24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금메달 하나 추가해서 5관왕 되셨네요
클스마스 선물인가 봅니다. 축하축하요~~~
일년 헐어놓으니 어디론가 다 흩어지고
책 읽은 흔적이라도 남아있으니 다행 아닌가요.
보는 기쁨 읽는 기쁨을 선물해주셔서 감솨!

yureka01 2019-12-24 21:35   좋아요 1 | URL
일년 참 바쁘게 살았더라구요..
바빠도 소통과 교류와 글쓰기와 사진은
살아 있음의 자기 증명이라서요..
이것도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산게 산거 같지가 않아서요..
고맙습니다...~

2019-12-24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4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9-12-24 1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yureka01 2019-12-24 21:3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한해도 열심히 글쓰고 살았죠..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길~~~

프레이야 2019-12-25 1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독자로서 저자가 의도한 대로 잘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마트에세이 60편과 포토포에지 15편을 골조로 감상하기에 지루하지 않게 리드미컬한 변주를 두었어요. 정성스런 리뷰에 감동 먹네요. 이런 피드백으로 또 힘 얻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겸허하게 차근차근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또 해보게 되어요. 아직 몸이 많이 아프지만 나아지는 것만 남았겠죠. 해피크리스마스 보내시길요 ^^

yureka01 2019-12-25 11:38   좋아요 0 | URL
옆지기분에게 꼭 사진시집이나 사진에세이....내셨음 합니다..
사진 감성이 엄청난 문학적이었어요...
특별한 것도 없는 사진에 예리한 감성의 글은..쉽게 나오는게 아니라서요..
멋진 선물이었어요..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9-12-25 12:55   좋아요 1 | URL
네. 그러라고 촉구하겠습니다 ^^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사진이 많이 시적이고 좀 그래요. 매의 눈처럼 예리하게 읽어 주시니 기쁘고 고맙습니다. 해피 성탄 보내세요~

yureka01 2019-12-25 13:31   좋아요 0 | URL
와우...문학전공자였네요..그럼요..그런 바탕이 있었으니 나올수 있는 시적인 문장이었네요.
엄지척~이었다고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프레이야 2019-12-25 14:02   좋아요 1 | URL
헉! 화영시경 속 문장은 모두 제가 쓴 것이지요. 스마트에세이와 포토포에지 그리고 구석구석 단상까지요. 이번엔 사진만 제 글에 맞게 매치한 것입니다. 물론 문장을 쓰는 사람이지만 저와 문체가 좀 달라요^^ 다음에 보여드릴 기회가 있을지도요.

yureka01 2019-12-25 14:41   좋아요 0 | URL
와우..사진속에 들어간 문장은 사진 찍으신 옆지기분이 쓴줄 알았는데 모두 쓰셨다니 더 멋찝니다.ㅎㅎㅎ
크리스마스날인데 좋은 시간 되시구요..^^..
 


핸리 데이비드 소로우와 같이 시골로 내려가 오두막을 지어 놓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요즘은 간단하지 않거나와, 홀로 단독의 삶이 아니고서 가치관이 다른 가족이라도 있다면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꼭 핸리처럼 빼다 박은 삶도 좁아터진 여기 이 나라 국토에서도 어렵다. 지형이 악조건의 험악한 산지가 아닌 담에야 원시의 자연 그대로인 곳은 드물기도 하다. 또한 굉장히 디테일하게 토지의 용도 구분이 되어 있어서 아무 곳에서 마구 오두막이라도 신고를 하든 허가를 받아야 집을 지을 수 없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비슷하게나마 소로우처럼 자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가져 보기도 잠시나마 하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부질없는 짓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1800년대 미국의 미개척지나 인접한 땅이야 원시적 자연림이 무지하게 넓은 땅이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땅은 그에 비할 바는 전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젠 약간은 시무룩해졌고, "의기소침이 아니라 의지의 소침이 된 원인"은 가장 토지 확보라는 큰 난관을 넘지 못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땅과 같이 무진장 넓은 땅에 지대가 싸거나 임차료가 거의 없는 땅은 우리나라엔 없다. 강원도 오지 산골로 들어갈까라고 해도 혼자가 아닌 담에는 어렵다. 근교에 적당한 부지는 아직 확보를 못했다. 가장 큰 문제가 땅이었는데, 경매도 찾아 보고 부동산도 다녀 보고 지역이 구석구석도 답사해보기도 했다. 각종 공부를 확인해보고 마음에 드는 적당한 부지는 아직 찾지도 못했고, 설령 조금 마음에 든다 싶은 땅은 여지없이 비싸서 내가 가진 자본력으로는 턱도 없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부동산(아파트나 토지 중심으로)으로 자본적 욕심을 채우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되고 보니, 토지가의 상승은 아파트 가격의 상승과는 사뭇 양상이 전혀 다르다. 땅값은 끝없이 오르기만 했고, 내린 것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파트 가격이야 주택의 공급이나 수요나 혹은 경제적인 여러 변수에 의해서 오르기도 하고 때론 내리기도 하는 변동 폭을 보이기도 하지만, 토지는 일관되게 상승 곡선의 우상향이다. 토지시장이 얼마나 웃기냐면, 무슨 개발 계획 소문 하나만으로도 가격은 벌써 뛰기 시작하고, 이에 등달아 부동산 소개업자들이 불쏘시개에 불을 붙이는 꼴이다. 실 거래가격도 나날이 오르기만 한다.(요즘은 등기부등본을 보면 최근연도부터는 가격이 대부분 오픈되어 있다.) 그동안 열심히 저축하고 아끼고 급여의 일부분을 차후 토지 대금으로 쓰기 위해 모았으나, 오르는 가격에 도저히 따라잡을 길도 없다. 은행에 이자는 나날이 줄어들고, 토지 가격의 상승은 반비례로 오른다. 월급쟁이가 모으면 얼마나 모을 거라고 꼴랑 몇천몇 억을 가져도 원하는 위치의 땅값에는 한참 못 미친다. 아 자동적으로 우울해지려고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모자란 놈이 된거 같다. 토지는 토지 장사로 부를 축적하고 토지로써 치고 나가지 못했다는 거다. 이른바 땅투기를 하지 못한 탓이 제일 큰 실수가 아니었을까. 와이프가 "어떻게 학교에서 부동산 쪽으로 전공도 했고 평생을 건축 관련 땅에 관한 업무를 했는데 왜 미리 따져 보고 확보할 줄을 모르고 이제 와서 그러냐"라고 타박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단 속담이 나에겐 빈말도 아니다.


대부분 땅 투기하는 사람을 욕하기는 쉽고 시세 차액으로 부를 쌓는 걸 터부시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너희들은 "실컷 욕해라. 나는 투기할란다" 이런 식이다. 그래 못한 놈이 바보고 욕해봤자 무슨 소용이라도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은 훌쩍 지나버리고 가격은 나날이 오르고 자본을 모아서 땅을 구입하려니 따라잡을 수 없는 한계를 여실히 들어낸다. '나도 씨바 투기나 할걸. 뭐 잘 났다고 양심 따위에 공정함에 고민하며 투기꾼들을 비난했을까. 못한 놈이 바보'가 된 형국이다. 네가 뭐가 잘났다고 투기꾼을 욕하냐, 못했으면 못한 자신을 탓일 일이 곧 결론이 되어 버린 셈이다. 가고 싶은 지역의 부동산 중개 사무소는 더 이상 찾아가기도 싫다. 전부 도둑놈 같은 세끼들이고 어떻게 하면 복비나 수수료나 더 받아 처먹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니 까딱하다가는 뒤통수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골의 부동산에는 토지 거래 금액에 따른 중개 수수료 요율은 무의미하다는 것쯤은 상식이다. 꼴랑 법률상 정한 수수료 보고 부동산 사무소를 하는 사람은 시골엔 없다. 땅값을 비싸게 부르고 지주가 원하는 땅값의 이상의 금액은 부동산 중개자가 먹는 꼴을 심심찮게 보거나 혹은 과도한 수수료를 아예 대놓고 부르기 일쑤다. 도시 내에 아파트 거래와는 수수료가 전혀 다르다. 그러니 부동산을 거치는 게 자칫 수수료 분쟁의 소지가 될 수가 있는 이유이다. 결국 이세끼들이 부동산 가격을 들입다 올리는 꼴이 된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로 대학병원이 이전 해왔다. 대학병원이 이전 해왔는데 지역 이외의 군 소재지 땅 가격도 오르는 이유가 된다니 얼마나 웃기는 짬뽕이냔 거다. 지하철이 갈 거란 소문과 고속도로가 통과되고 내륙 철도의 역사를 억지로라도 유치하려는 이유가 다 토지 가격 상승의 지대 상승 이론에 여지없이 들어맞는 현상을 그대로 보이는 꼴이다. 그야말로 개발 소재 소문 하나만으로도 평당 몇만 원이 들썩거렸다. 4-5년 전에 가격대를 알고 있던 토지 가격이 거의 두 배가 되는 현상을 보고 있다. 특히 대도시 주변의 시군 지역은 대도시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 대도시 주변의 개발 정보는 시군 지역의 땅값의 동반 상승을 불러온다. 대구에 있던 지방 공항이 군위 의성으로 옮긴다는 소문 하나만으로 군위와 의성 땅값은 상승하고 있으며, 내륙철도와 고속도로 계획으로 성주군 땅값이 올랐다. 이 밖에 청도 영천 경산 이런 대구 주변의 땅값은 놀라울 수준이다.


이젠 거의 포기 상태가 되었다. 안 가면 그만이지 반드시 가야 할 이유보다 자본은 부족하다면 포기하는 게 맞다. 특히 토지는 대출하면 안 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을 감당할 수준이 안되면 포기하는 게 맞다. 그래 가지 말자. 땅값 상승은 기존에 거주하는 소유자들에겐 좋은 호재이겠지만 결국은 유입인구를 막는 꼴이다. 시골 한번 갈려니 몇억은 우습게 들 바에는 차라리 대구 도심 내의 환금성이 좋은 아파트를 하나 더 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시골 주변으로 인구 분포를 보면 70대 80대 노령층의 급격한 상승과 유입인구가 없이 유출인구만 있을 때 과연 시골의 땅값이 유지는 될지는 모르겠으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듦으로써 발생하는 토지이용이 되지 않을 경우 지역은 급격히 쇠락한다. 지역이 활성화되지 못할 때 유출 요인은 강력해지고 유입인구를 더 막는 꼴이 발생한다. 토지의 지대가 계속 상승할수록 역설적으로 유입인구가 차단될 때 결국 지역의 쇠락은 가속화되는 역설을 막을 방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없다. 토지공개념으로써 토지가 공공적 성격의 수단의 인식보다는 여전히 개인 사유화에 의해서 자본적 욕망의 수단이라면 답은 뻔하다. 마음 같아선 강원도 오지 산골로 찾아 들어갈 수밖에 없는 선택지가 너무 좁다는 게 답답했으나, 뭐 까짓 거 이것도 포기하면 된다. 기필코 가야 할 이유라도 있으나, 반드시 가야 할 목적도 그 가능성의 희박함에 염두에 둘 뿐이다. 자급을 위해서라는 명분도 결국은 자본의 힘 앞에서는 불가능한 시대에 1800년대의 소로우가 살았던 그 시대가 참 부럽다고 해야 할까 여기게 된다.


땅값이 올랐다고 해서, 원하는 땅값이 올랐다고 해서 무지하게 화날 것도 없다. 인간의 욕망에 열난다 해서 뭐 달라질 것도 없다. 아무리 툰베리가 트럼프에게 불화살 같은 눈빛을 쏜다 한들, 다수의 자본은 눈도 끔쩍하지 않을 뿐이다. 지구가 망해서 흡사 봄베이 화산이 터져서 불덩어리가 떨어져서 그제서야 화들짝 놀랄 때까지는 인간의 욕망은 거침이 없고 멈춤이 없을 따름이다. 시골 땅이 아무리 올랐다 해서 내가 화나지 않는 이유이다. 안 가면 그만이고 갈수 없어서 포기하면 그만일 뿐이다. 안 간다 해도 내려놓음 되고 갈 수 없음에 애달파 복장 터져 죽을 일도 아니다. 못 가면 안 갈 것이고 안 가면 여기서 또다른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찾으면 그만이다. 인생이란 의외로 짧다. 못해서 애걸복걸한 마음 따위 아무것도 아니다 생각하면 편하다. 인생 뭐 별거 없다. 여기가 거기라면 된 거라 생각하면 된다. 인간은 욕망으로 현대에까지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결국 이 욕망으로 발전된 지금의 문명으로 종말을 맞이할지는 알 수도 없다. 방사능이 아무리 뿜뿜해도 사소한 것에 호들갑 떨어도 치밀어 오르는 암덩어리에는 감각을 못 찾다가 더 이상 손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화들짝하는 게 우매한 욕망의 몽매일 뿐이다. 아무리 선구자 같은 혜안을 가진 선지자 같은 작가들이 죽어라 부르짖어도 욕망의 터닝 포인트는 못 찾을 따름이다. 각성이란 어디까지나 자신의 종말을 감지할 순간에서 찾아오더라도 올 때까지 신호등은 켜지지 않는다. 후회와 각성은 항상 늦게 찾아오는 뒤늦음의 후회만 남길 따름이다. 희망은 늘 있는 착각으로 사는 것이라 믿는다. 내일이 또 있다고 여겼기에 오늘이 있다. 우리는 스피노자처럼 위대한 인간은 결코 아니다. 그러니까 졸지 마. 소주나 한잔 콸!~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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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12-14 0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곳도 몇년 전 도로명 주소 이름지을 때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지역 이름이 도로명에 나와야 집값이 오른다는 주장에 결국 주소도 바뀌는 것이 현실인 듯 합니다...

yureka01 2019-12-14 09:07   좋아요 2 | URL
가격 올리고 싶어서 하는 주장이 때론 터무니없는 경우도 있죠..
무슨 꼬투리 하나라도 잡으면 오를 심리..

결국 소유한 것만으로도 이익을 보는,
불로소득이 토지시장입니다.

2019-12-15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5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7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7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빵굽는건축가 2019-12-15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로우의 삶이 우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으니 다행이에요.
저도 즐겨읽는 다부치 요시오의 숲에서 생활하다에도 월든이 잠시동안 숲에서 기거한 것과는 달리 수십년을 사는 이야기도 아주 리얼하고 즐거워요. ^^

지금사는 우리들 집이 월든이 되도록 해야겠어요. ^^

yureka01 2019-12-15 11:50   좋아요 2 | URL
소박하게 주변의 자연에 파뭍혀 살면 너무 좋을듯합니다....

빵굽는건축가 2019-12-15 1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박한 환경에 한표 추천드려요. ^^

yureka01 2019-12-15 12:21   좋아요 2 | URL
소박함과 더불어 하나 더 추가하면 ...단순함도 포함입니다...^^..

syo 2019-12-15 1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전셋방 하나 구하러 다니면서도 온갖 설움 다 당하는데, 월든이 제일 먼저 생각나더라구요....

yureka01 2019-12-15 20:11   좋아요 1 | URL
복작복작하고 요란한 도시는 숨이 막히는데서 언제까지 살아야 하나 싶어요..ㅎㅎㅎㅎ

강옥 2019-12-16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기 2100년쯤 되면 우리나라 인구가 지금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도권에 몰려 살게 될 거라고 하더군요.
작금의 부동산 광풍이 언젠가는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전원주택 꿈꾸지 말고 전원주택 가진 친구 하나 있으면 좋은데요.....
저도 한때는 시골에 작은 집필실을 꿈꾼적이 있었는데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요즘 지자체마다 인구를 늘이는 게 관건이라 외지인이 들어오는 걸 반기긴 하는데
지역민들의 보이지 않는 텃세는 여전하다고 하더군요. 적응 못하고 되돌아오는 사람도 많아요.
부동산은 여자 말을 들어야 된다는데 어부인과 잘 상의해보세요.
미우나 고우나 내 곁에 끝까지 남아줄 사람은 아내밖에 없잖아요 ㅎㅎ

주말 대구 갔다가 대명동 친구집에서 자고 구미 샛강에 고니 보러 갔었어요.
남들 새 찍는데 나는 서리 내린 풀대기나 찍고.... ㅎㅎ
지례에서 점심 먹고 김천 수도암까지 갔다 왔네요. 간만에 장거리 뛰고 왔더니 허리가 ㅠ.ㅠ
고로, 나이 들수록 도시에 살아야 됩니다. 촌에서 다치면 바로 사망입니다(라고 누군가 말해줬어요)



yureka01 2019-12-16 08:51   좋아요 1 | URL
네..저도 시골에 사진 작업실과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아고..그렇다고 아무데나 지을 수도 없어서 무척 고민이었고
땅값이 너무 비싸고.. ㅎㅎㅎㅎ
지금은 거의 반은 포기 상태입니다...
지우당님 대구 오셨으면 연락 좀 주시지 그랬어요..ㅎㅎㅎㅎㅎ

2019-12-16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6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9-12-17 1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에도 최근에 산 월든이 있는 것 같은데, 사고 나서는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유레카님, 따뜻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yureka01 2019-12-17 20:32   좋아요 2 | URL
번접스럽지 않고 고요한 한적한 그런 곳...
어쩌다 오가는 인적 없는 곳...

민가가 드문드문있는 시골이 그립네요..ㅎㅎㅎㅎㅎ

AgalmA 2019-12-20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착하게 살자, 돕고 살자 해도 선행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은 늘 소수고, 욕망의 엔트로피가 다수인 상태로 이런 삶의 모습은 인류 종말까지 막을 수 없을 겁니다ㅜㅜ... 전쟁 터지고 극한의 삶이 이어진들 그 극복 속에서도 친일파가 있었듯 계속 이런 식이겠죠.
사람이 아무리 죽어나간들 인구증가가 계속되는 한 잘 살아보자 아비규환이 끝날 리 있겠습니까. 에효.
평화 시대라고는 하지만 세대를 거칠수록 현실의 이런 문제에 대한 극복의욕은 날로 떨어져 가는 게 아닌가 안타까워요.

yureka01 2019-12-21 09:50   좋아요 1 | URL
자본주의 시대에 인간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 욕망에 브레이크가 없다는 거죠.
절제의 미덕은 말씀처럼 늘 소수일 뿐이거든요.
아마 이대로 나가다간, 지구가 더이상 버티질 못할 듯....
올해 지난해보다 겨울이 더워졌더군요.
자원의 소비가 결국 환경제앙으로 되돌아 오는 걸 누구나 다 알지만,
막상 내 삶에서 얼마나 편리를 위해서 또 당장 닥친게 아니니까요.
작고 소박하게 자급적 시스템이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건데 참 어렵습니다.

서니데이 2019-12-21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좋은 주말 보내고 계신가요. 여긴 오후에 눈이 내리다가 조금 전에 그쳤습니다.
다음주에는 크리스마스도 있고 이제 12월의 남은 날도 많지 않네요.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yureka01 2019-12-21 23:49   좋아요 2 | URL
네./// 주말밤도 편안하시고요...
여긴 잔득 찌뿌린 날씨였답니다..ㅎㅎㅎ
 
나는 본다, 사진이 나를 자유케 하는 것들
이광수 지음 / 알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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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처럼 직장 다니면서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다가, 무슨 바람 불어 오지랖같이 평범하지 않게 사진을 찍으며 살아온지 햇수로 꽤 지났다. 그동안 밥 먹고 일하며 월급 받으며 주어진 업무와 지시에 어김도 없을 정도로만 살았으나, 이 삶에서 특별히 차별화되는 비범은 전혀! 없었다. 다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허기와 결핍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운을 타고난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 부족함을 다른 무언가로 채우려 했던 이유였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삶이란 시작부터 일정 부분의 운과, 이 영향과 놓여진 상황에 따라 선택이 종속된 채로, 시간과 공간은 떠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사진은 바로 그 가운데에서 내 삶의 일정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누군 그게 전부가 돈의 목표를 삼았을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적어도 그 대열에서 열외자이거나 낙오자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주류의 낙오이거나 메이저에 끼지 못한 마이너였다.



사진을 시작하고부터 너무나도 잘못 알아버렸다. 이 책에서도 밝혔듯이, 사진의 초보 시절에는 한 번쯤 격는 오류라든가 불합리부터 배우게 되는 게 많았다. 일면 사진이나 일류 사진을 쫓고자 했던 의욕의 과잉과, 아무것도 모르면서 남들이 기존에 작가들처럼 떠들었던 것이 사진인양, 인문학적 바탕이 미천한 채로 시작된 얄팍한 명성과 칭송에 눈이 돌아갔던 잘못됨이었으며, 그리고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이 마치 자신의 실력 인양 착각하던 철부지 같은 사진을 찍겠다고 설레발을 쳤던 과오가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부끄럽고도 수치스러워진다. 사진은 특히 예술이란 사진은 소위 사진 협회류의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그런 게 사진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 버렸다는 점이다. 늘 오류는 항상 늦게 발견되는구나 싶었다.



예술로서의 사진을 찍겠다는 사람이 서재에 변변한 사진 책이나 사진 작품집 하나 없거나 감성을 쫓는다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시집 한번 보려 하지 않는, 그 인문적인 얇음과 깊이없는 피상적인 것들의 사진에서, 명예욕과 돈독이 잔득 들어간 목적의 사진을 사진 예술인 것처럼 호도하는, 소위 주류들의 사진 추종에 대해 알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일 년에 통틀어 사진 에세이집을 비롯한 사진적 인문학에 대한 책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카메라 회사가 매출을 걱정할 정도로 사진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소비하지도 않는다. 다 한때의 바람같이 유행가 가사처럼 사라져 버린 사진가들은 카메라를 내려놓았고 사라져 버리고 사진을 버렸다. 사진의 인문적인 심성 발달없이, 소위 일면 사진을 바라던 사람들의 사진은 더 이상 흥미도 없다. 그렇게 많았던 동호회도 폐업했고 유행처럼 번졌던 사진 갤러리 사이트들도 빛바랜 추억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방문객이 없는 빈 사진 갤러리는 그렇게 문을 닫았던 것도 사진이 유행으로 번진 후의 쓸쓸함만 남았다.



왜 이런 책이 이제서야 나왔을까 너무나도 아쉽다. 카메라가 유행처럼 번질 때 너도 나도 큰 D-slr 카메라를 매고 작가들이 된 것처럼, 사진을 찍을 무렵에 이런 사진 인문학적인 책이 나왔더라면 사진의 유행을 사뭇 달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도 물론 나조차 사진의 인문적 사색과 존재의 모색에 깊이가 없었던 이유였다. 그런 이유에서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사진을 잘못 배운 탓도 크다. 그래서 살롱에나 걸린 사진이라며 비하하는 식의 사진을 그것도 못 찍어서 안달 내던 구태적이고 진보없이 알려주는 거짓된 정보를 통해 교과서처럼 받아먹었던 탓도 크다. 그래서일까 일러준 대로 그게 다인 줄 알았는데 그런데도 사진을 찍어도 허기지는 이유도 몰랐으며, 사유할 계기를 마련할 책도 부족했다. 사진 책은 나오기 힘드니 누가 책을 낼 엄두도 못 냈을 테고 차라리 지금과 같이 사진 책부터 찾았더라면 아무래도 사진을 대하는 자세가 사뭇 달랐을 것이다. 사진 책이라는 게 겨우 카메라 작동법이라는 사용법의 교과서로 배운 사진은 그저 기계적이고 기술적인 잘 찍은 사진들만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사진도 모르면서 사진을 찍겠다고 몇 백만 원씩 카메라와 사진 장비에 투자하도록 만든 장비 제조업체들과, 장비 제조업체의 스폰서가 된 영업맨의 작가들이 사진의 소비와 생산 방식을 천박하게 만든 원인이었고 깊이 없이 부화뇌동한 호기심의 아마추어 작가들의 사진의 권력의 반론 없는 추동과 설레발이었다. 하루에 500킬로 이상 달리며 전국 방방곡곡의 풍경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며 자기 자랑과 사진 사랑이 고작 이동 거리와 비례한다고 떠들어 대던 그들은, 대체 지금도 500킬로를 달리며 일면 사진을 찍겠다고 다니지는 않는다. 사진은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분야이지 물리적인 스포츠가 아니다. 운동경기와 예술이 특별한 재능을 요구하지만 그 양상과 방식과 대하는 태도는 방법이 다르다. 스포츠처럼 등수를 매기려 했던 많은 사람들의 사진 예술관은 지금 이 책에 나오는 사진인 문과 관해 대비해 보면 얼마나 사진을 터무니없고 어처구니 없이 사진을 호도 시켜 버린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두렵다. 그 책임이 바로, 사진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질 따름이고 단순한 흥미의 인구는 언젠가 줄어들기 마련이고, 사진의 소비층을 없애 버린 현상을 만들어 냈던 것이 아닐까 한다. 문학이 아무리 불모지같이 황무지라고는 하나 일 년에 신춘문예에 투고하는 작품 수만 보더라도 사진보다는 낫다. 그런데 사진을 그렇게 찍어 대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야무야 한때의 사진에 대한 추억으로 전락한 사람들이 많았다. 유행은 변했고 다들 카메라를 잡을 때는 카메라 작동법이란 책이 나왔듯이,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게 되니 스마트폰으로 사진 잘 찍는 법이란 책이 나오기까지 한다. 사진이 겨우 작동법같은 사용설명서를 책으로 접한 그런 사진은 과연 잘 찍기야 하겠지만, 그 또한 역시 오래가지는 못하는 걸 너무나도 쉽게 예측되고도 남는다. 남들이 카메라 메고 자구촌 오지를 돌아 나니는 여행작가를 하니 너도나도 배낭에 커다란 카메라를 매고 돌아다니며 스쳐가는 피상적 풍경이 진실인 양 사진을 보여주기 바쁜 것도 유행이었다. 그래서 나온 여행 책이 얼마나 될 것인지 그것도 한때의 광풍처럼 번졌다. 인도를 가니 인도 여행이 유행이 되고 일본을 가니 일본 관광지의 풍경이 일면 사진이 되는 것도 그런 이유와 다를 바는 없었다. 낯선 풍경도 계속되면 익숙에 젖어 들게 되고 흔해 빠지게 되는 것도 인간의 심리적 지루함이 가져다주는 상수이다.  익숙한 것에서 자신의 낯선 시선은 찾기가 어려운 만큼 낯선 풍경의 새로움도 다들 그렇게 찾는다. 사진 한 장을 찍어도 그 한 장에 인문학적인 자신의 고뇌를 담겠다는 사진 철학적인 자세의 확립 없이, 일부 예술가들의 전유물처럼 소수에 국한될 뿐이고 그래서 사진 이력은 단명으로 그쳐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런 유행병처럼 흘러가버린 사진가들에게 무어라 할 말은 없다. 인간의 사유는 여전히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바다를 향할 뿐이고 멈추지 않는 지긋한 열정은 땅속에서 고요히 흐르는 지하수처럼 단비는 내리는 것이다. 한때의 유행이 지났다고 해서 슬퍼할 일은 아니다. 사람의 기호 식품으로 전락한 것도 수요는 늘 변하기 마련이라 사진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다만, 왜 사진으로 자신의 삶에 인문을 결합하고 나아가 자신의 삶에 사진을 통해서 사유의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의 시간을 끊임없이 진행시켜 나가는 것. 사실 인문이란 결국 인간성의 문제로 귀결되는 분야가 아니겠는가. 인간다움의 이 다움이란 결국 자신이 속해버린 이 세계의 시선의 관조를 이루는 작업일 것이다. 사람의 고통과 즐거움과 기쁨과 슬픔의 본질을 추구하는 인간다움의 그 다움이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시선. 그게 우리는 보려 하는 과정이 사진이 매게가 된다면 도구란 좀 더 이용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것. 이게 사진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한다. 삶이란 늘 유한하다. 유한성은 결국 유한적인 변화의 하나하나의 과정의 연결된 끝없는 사슬을 이루는 속에 내가 있다. 무언가 더 특별할 것도 없이 장구한 시간 속에서 일정 부분에 걸친 이 공간에서 잠시나마 머물고 또다시 그 어떤 물질로 분해되고 흩어져 가는 연속성의 과정만 있을 뿐이다. 이 과정이 무위 무상 같은 삶의 유한적 의미를 찾는 것. 그럼으로써 지금 나와 나의 관계된 모든 것들의 정렬과 질서를 찾아가는 것. 진정 이 우주의 카오스가 어떤 작은 우연적 관계에서 필연이란 의미를 가질 때, 나의 존재적 본질을 사색하고 삶을 모색하는 것이라면 더 이상 사진이 사진의 보는 것으로써 그 임무를 다했다 해도 슬퍼할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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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1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2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12-02 06: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전혀 모르지만 사진에 대한 애정과 그 하나 만으로도 긴 마음 생각 풀어놓으실 만큼 인 것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yureka01 2019-12-02 08:50   좋아요 2 | URL
애증의 교차라고나 할까요..^^... 감사합니다~

빵굽는건축가 2019-12-02 09: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진에 결이 있어요. ^^ 먹어도 배고픈 결핍과 허기 때문인가봐요. 사진 좋아요.

yureka01 2019-12-02 10:17   좋아요 2 | URL
상황과 맥락이었으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19-12-02 1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맨 위 사진 보니까 엊그제 본 영화 <와호장룡>이 생각나네요.
대나무숲에서 주윤발과 장쯔이가 대결을 펼치는데 가히 압권이죠.
사람 같지는 않지만.ㅎ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사진 정말 쥑여요.^^

yureka01 2019-12-02 16:20   좋아요 2 | URL
맨 위 사진은 청송에 유명한 저수지인 주산지입니다.
10년전쯤 되니..이젠 저런 풍경 담기 어렵더군요.
많이 변했어요..
물도 줄어 들었고, 나무들도 줄었고..

세월이 변하는건 시간만이 아닌가 봅니다....^^..

강옥 2019-12-02 16: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읽다 나간 글을 오후에 돌아와 다시 읽네요
컴터 켜놓고 나갔더니 까만 모니터 속에서 이 글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네요
유레카님만큼 사진을 진지하게 철학적으로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저같은 막샷꾼들은 그 심정 모를 겁니다
나름 사진을 배운다고 배웠어도 테크닉 혹은 메카니즘만 알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아요.
비싼 카메라로 돈지랄하는 것만 보고 배워서 무엇이 될꼬 하니, 입니다 ㅎㅎ

yureka01 2019-12-02 16:55   좋아요 1 | URL
사람에겐 변해야 하는 것과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잖아요..
유열의 노래가 떠 오르더군요.

˝사랑하는 그대
더이상의 말도
더이상의 눈길도
원하지 않아
내겐 필요치 않아

바로 지금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에게 남아주오.

저도 그 사랑에 사진도 포함되었으면 합니다.^^..

지금 그대로의 사진으로 남았으면 하거든요~~~^^..

2019-12-04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6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9-12-06 22: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차가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yureka01 2019-12-07 08:43   좋아요 2 | URL
추울땐 그저 따습한게 감기예방이죠..
그래도 운동은 꼭 !~^^.ㅎㅎㅎㅎ

프레이야 2019-12-14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레카 님 사진 좋아요. 특히 주산지 사진이 황홀하네요. 늘 고민하고 자문하며 나아가는 모습도 좋습니다. 우리를 응원하며^^

yureka01 2019-12-15 11:51   좋아요 1 | URL
보내주신 책 잘 보고 있어요..
특히 사진이 아주 좋더군요...
언제 다 읽고 리뷰 글 올리도록하겠습니다..
꽃그림자 풍경..시편이었어요 ~

AgalmA 2019-12-20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예술가가 늘 어느 분야든 있으니 다행이라고...^^;
본문에 있는 사진 다 yureka01님 사진이신거죠? 😍👍👍👍

yureka01 2019-12-21 09:52   좋아요 1 | URL
아마도 사진으로 밥먹고 살았더라면 사진은 또 고역이었을테니까요..
네..다른 사람 사진은 가져 오면 도둑질되니까 모든 사진은 제가 생산한 사진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