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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 - 「메데이아」, 「힙폴뤼토스」, 「엘렉트라」, 「알케스티스」 ㅣ 인문학 클래식 4
에우리피데스 지음, 강대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평점 :
1. 메데이아
가진건 반반한 외모뿐인 남자와
술수에 능한 대범한 여자의 사랑과 복수, 치정극이다.
가진 건 반반한 외모뿐인 남편의 온갖 뒤치닥거리와 손에 피까지 묻히며 혈족을 살해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사랑없는 부부관계다.
뻔뻔하게 자식들을 위해서 공주와 결혼하겠다는 남자.
이건 완전 웹툰 제목이다.
내 남편이 공주와 결혼한다?!
자식들을 위한다지만, 메데이아의 자식들은 서자일뿐,
서자의 위치는 뻔하다.
“미리 나에게 이야기만이라도!”
메데이아가 남편에게 외친 한 마디다.
그런 메데이아를 남편은 오히려 옹졸하고 한심하다 말한다.
네 처지는 네가 만든 것인데, 내 은혜를 거절해?
그 은혜라는게 남편을 공주에게 고이 보내는 댓가로 약간의 금전을 받는 것?
“아이 한 번 낳느니 전쟁에 세 번 나가겠다.”
란 대사를 읊는 당찬 메데이아에겐 이아손의 말은 오히려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
이 시대 여성은 노예나 다름없었다. 신분이 높고 편하다 해도 결국 노예였다.
남편이 아니라 주인이었다.
침실결정도 자신이 낳은 자식들의 지위도 생명도 남편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메데이아는 스스로 원시시대의 모신, 여신처럼 생사박탈권을 쥐고 등장한다.
그래서 76페이지에서 데우스 엑스마키나 장면에서 메데이아가 신처럼 나타난다.
아이들의 목숨과 공주의 목숨을 거두고, 그녀는 떠나버리는 것.
(이거 완전 낙랑이지 않나. 그러나 낙랑은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고 호동은, 의붓어미의 모함에 억울함을 알리고자 자살한다. 그러고보면 낙랑의 출발은 메데이아를 닮았고, 호동의 죽음은 힙폴뤼토스와 파이드라를 닮았다. 훗날 김부식이 호동의 죽음을 불효라 하는데, 이것에 대한 논술문제가 서울대에서 출제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힙폴뤼토스
테세우스의 아내이면서, 의붓아들인 힙폴뤼토스(테세우스와 아마조네스여인사이에서 태어남)를 사랑하게 되고, 그런 사실을 유모가 알리지만 힙폴뤼토스는 거절한다.
결국 자신의 명예와 아이들을 위해, 거짓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다.
테세우스는 아내의 명예를 위해 아들 힙폴뤼토스를 죽여달라 신에게 부탁한다.
힙폴뤼토스는 순결한 남자며, 아르테미스를 숭배한다. 그렇기에 순결을 지키며 사냥을 즐긴다. 아프로디테를 존중하지 않았기에 그에게 벌이 내려졌고, 그런 힙폴뤼토스에 대한 복수로 아르테미스가 아프로디테가 아끼던 아도니스를 죽여버린다는 판본도 있다.
결국 신들의 옹졸함으로 인해, 의붓어미인 파이드라가 의붓아들인 힙폴뤼토스를 사랑하게 되었고, 테세우스가 아들을 죽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는 것.
후에 아폴론의 아들인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가 힙폴뤼토스를 살려낸다.
3. 엘렉트라
아가멤논과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딸 엘렉트라와 아들인 오레스테스.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와 의붓아버지를 살해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자신의 남편을 살해했을까.
먼저 아가멤논은 상의 한 마디 없이 마음대로 딸인 이피게네이아를 재물로 바쳐 죽여버린다.
거기다 카산드라란 여자까지 데려온다.
(이 남자 아킬레우스의 몫인 여자를 빼앗은 전적도 있다. 오로지 아킬레우스의 명예를 짓밟기 위해..)
자신의 딸을 죽이고 다른 여자들을 데려오는 남편을 죽일만 하지만, 정작 왕위는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자신의 정부였던 남자에게 물려준다는 것이 비극아닐까.
거기다 공주였던 엘렉트라는 농부에게 시집을 보낸다.
죄를 지은 어머니는 여전히 높은 지위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는데, 아무 죄없는 딸은 신분이 천한 농부에게, 아들은 망명의 길로 고국에 돌아올수도 없다.
이런 두 사람이 결국 어머니와 의붓아버지를 처단하는 내용이며,
어머니를 죽인 오레스테스는 복수의 신들에게 쫓기게 된다.
그 때 아폴론이 중재를 하는데,
“어머니는 자녀의 부모가 아니다.
그녀는 그녀의 것이라 부르는
진짜 부모, 남성에 의해 심어진 어린 씨앗.
자녀의 성장을 돌보는 사람이다.”(가부장제의 창조 359페이지)
4. 알케스티스
남편대신 죽겠다고 나선 유일한 사람, 아내 알케스티스
알케스티스는 이제 늙어서 대신 죽어도 될 것을 거부한 시부모를 원망하며
계모를 들이지 않을 것, 자식들을 잘 돌볼 것을 당부하며 눈을 감는다.
남편인 아드메토시는 자신 대신 죽지 않은 부모를 원망한다.
그런 아드메토시의 손님인 헤라클레스가 알케스티스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를 때려눕히고 살려낸다.
아드메토시가 아버지를 원망하자.
“나를 위해 죽지 말거라. 나도 너를 위해 죽지 앟으마.
너는 햇빛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아비는 그게 즐겁지 않으리라 생각하느냐?
사실 저승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기는 할 거라고 나도 생각한다.
반면에 삶은 짧지. 하지만 그래도 달콤하단다.
그래서 너도 뻔뻔하게 죽음에 대항해서 사웠고,
정해진 운명을 넘어 살아 있는 것이 아니냐.
이 여인을 죽게 만들고서! 그러고는 나의 비겁함을 지적하느냐.
오, 그 누구보다 더 비걱한 자여, 여자보다 못한 주제에?”
실컷 낳아주고 키워주고 재산과 영토와 왕위까지 물려줬는데, 대신 죽어주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원망하며 난 이제 부모가 없다니?!
부모를 원망할 옹졸함은 가졌지만, 아내를 지킬 용기따윈 없는 남자이야기다.
이생의 자신삶을 위해 아내를 희생기키고, 그런 아내의 희생을 칭송한들, 그의 위선은 감춰지지 않는다. 그는 아내를 사랑한다지만 이승의 달콤함만 할까싶다.
어쩌면 그 시대 남자들은 , 여성들이 남성을 위해 목숨을 바치며 스스로를 희생까지 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진 않을까.
남편의 바람을 권장하고 참아내며, 위급시 목숨도 버릴 수 있는 여인.
에우리피데스의 4편의 희곡이 담겨있다.
대부분 원본을 훼손하지 않으려 했고, 다양한 해석 중 유력한 쪽으로 담았으며, 아래엔 주석이 달려있다.
인간의 필멸, 신들이 만든 운명에 결국 휘청이는 인간, 어쩔 수 없는 한계등 오래전 이야기임에도 지금의 모습과 견주어 보며 읽을만하다.
이들의 이야기가 원형이 되어 다양한 문학작품들이 나오는데엔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