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신화와 도연명의 시 같이 읽기
혼란한 시대에 무릉도원을 꿈꾼 시인 도연명,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지만 마음에는 따뜻한 인간애와 기풍이 담겨있던 시인이다.
이런 도연명이 지은 시들 중에 나이 58세에 <산해경>을 읽고 쓴 시들이 있다.
산해경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이기도 하지만, 신화와 전설 다양한 괴수들이 담겨 있다.
<산해경>을 읽고 도연명
훨훨 나는 삼청조는
털빛이 특별히 사랑스럽다.
아침에는 서왕모의 심부름꾼이 되고,
저녁에는 삼위산으로 돌아간다.
내가 바라는 것은 이 새를 통하여,
자세히 서왕모에게 말하는 것이니,
세상에 있는 동안 필요한 것은 없고,
오직 술과 오래 사는 것뿐이라고.
파랑새는 어떻게 사랑과 희망의 상징이 되었을까.
파랑새란 책 때문일까, 파랑새하면 희망을 떠올린다.
실제 파랑은 우울과 희망을 함께 갖고 있는 묘한 색이며, 한때 악마를 상징하는 색이었다가 후엔 성모를 의미하는 성스러운 색으로 쓰인다.
동양에서는 이런 파랑새가 사랑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제우스가 헤라에게 작업을 걸 때 뻐꾸기로 변해서 날아갔다는데, 그래서 뻐꾸기를 날렸다 또한 어떤 의미에선 사랑의 메신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태초엔 여신이 있었다.
창조의 신들이다.
세상을 만들고 인간을 빚어내던 여신들.
엘리아데에 의하면 “사라진 신” 이다. 친근하지 못하기에, 인간과의 삶과는 다른 창조라는 임무를 맡은 신들은 인기가 없다. 그러면서 점차 잊히고 사라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부장적 질서가 자리잡히면서, 여신들은 누군가의 아내로 혹은 누군가의 애인으로 전락했다. 산해경에 언급되는 여와(초기엔 독립된 신으로 나오나, 후에 복희와 부부가 된다.)나 서왕모가 그러했고, 그리스신화의 여신들 또한 그러하다.
거기다 독립적이며 용감하고 거친 용모의 초기 처녀 여신들이, 동양에선 음양오행설에 맞춰 짝이 맞춰지면서, 용모마저 남성들에게 어필하는 외모로 바뀐다.
서왕모는 초창기 신답게 동물과 닮아있다. 호랑이의 날카로운 이빨과 표범의 꼬리를 가진, 조금은 추하고 강한 모습의 여신이다. 주로 죽음을 관장했는데, 이것은 서왕모가 서쪽을 관장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서쪽은 예로부터 죽음을 의미하는 방위이다. 그래서 주로 처형장이나 화장터는 서쪽에 자리잡고 있으며(서대문형무소등) 골로 간다는 말의 어원이 되는 고태골 또한 서쪽에 자리한 처형장이다.
서쪽끝의 곤륜산에 살고 있으며, 곤륜산은 옥으로 만들어져 있거나 옥이 많은 산이라고 전해진다.
이런 서왕모의 취미는 휘파람 불기인데, 호랑이 이빨을 드러내고 표범꼬리를 흔들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휘파람을 부는 여신이라니, 우리가 익히 아는 여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에선 휘파람은 음악의 한 종류로 존중받았고, 휘파람과 관련된 악보인 소보도 전해진다고 한다. )
그런 서왕모의 시중꾼으로 삼청조가 있다. 주로 음식을 담당하는데 몸통은 파란색이지만 머리털은 빨갛고 검은 눈을 가진 사나운 새다. 주로 육식을 하는 서왕모를 위해 사냥을 했을 터, 파랑새의 이미지 보단 청동부리와 청동 깃털을 가지고 사람을 잡아먹는 스팀팔로스의 새들( 헤라클레스의 과업중 하나로 심벌즈같은 것으로 큰 소리를 내서, 새들이 놀란 틈을 타 화살로 잡는다.)을 더 닮지 않았을까.
죽음과 형벌을 담당하는 서왕모에게 어울리는 새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이런 씩씩하고 독립적인 서왕모가 가부장제와 음양오행설(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처녀신들에게 남편이 생기기 시작한다) 등에 의해 이빨이 빠지고 꼬리가 사라지더니 매혹적인 30대의 여신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
매혹적인 30대의 여신이 된 서왕모는, 그 아름다운 자태로 주나라의 목왕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며, 동왕공이란 짝도 생겨나게 된다.
이렇게 외모가 예뻐졌으니, 죽음과 형벌을 관장한다는 건 별로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서왕모는 죽음과 함께 불사의 여신이란 타이틀도 얻게 된다.
곤륜산에서 키운다는 서왕모의 선도, 즉 천도복숭아는 그 후 다양한 이야기에 언급된다.( 동방삭이 이 선도를 여러번 훔쳐먹어서 오래 사는 인간의 대명사가 되었고, 손오공이 이 복숭아밭을 다 털어버린 일도 있다.)
특히 영생을 꿈꿨던 한 무제는 서왕모를 추앙하여, 칠월칠석에 서왕모가 그런 한무제에 감동 후 선도를 내려주는 이야기 등도 전해진다.
그러면서 포악한 삼청조 또한 곱고 어린 시녀들로 변신해서 서왕모의 그림에 등장하게 되며, 이런 삼청조가 파랑새로 표현되며 사랑의 메신저 쯤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당나라때는 여러 시인들에 의해 서왕모와 시녀들 즉 파랑새가 오르내리며, 연애시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여기 도연명의 시 또한 그러하다.
세 마리 삼청조는 서왕모의 삼청조를 의미하며,
(훗날 시인들에 의해 파랑새로 불린다 )삼청조 즉 파랑새에게 자신의 소원을 서왕모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영생을 관장하는 서왕모에게 딱 알맞은 소원
오래 사는 것......술은 덤인가싶다.
실제 신화로 따지면, 삼청조 즉 파랑새가 나타나는 순간,
사람들은 공격당하며, 온몸이 찢기고 그렇게 고깃덩어리로 서왕모의 입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그녀는 죽음과 형벌의 신이며, 육식에 알맞은 호랑이 이빨을 가졌으니까.
( 아래 첫번째 사진이 창조신이자 독립적인 신 서왕모,
두번째는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한 서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