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맨드 - 제1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채기성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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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에서 빌린 5권의 책 중 마지막은 제17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신 채기성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언맨드」입니다.
요즘에는 무인편의점, 무인매장등 일하는 사람이 없어도 영업하는 곳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심지어는 패스트푸드점 매장에서는 AI 로봇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한다죠. 그만큼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인공지능의 로봇들로 대체가 되고 있는 지금보다는 약간은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에는 지금은 다소 거리감이 있지만 배달업계까지 로봇들 정확히는 인텔리전스 유니온(IU)이라는 기업이 정부의 편의를 받으면서 차지하여 배달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집회를 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규정속도를 지키며 정확하게 비대면 배달을 대행하는 로봇들, 가정에서 주인과 반려동물의 생활패턴을 파악하여 편리하게 해주는 로봇들, 창작의 고통으로 고생하는 예술가의 그림의 대부분을 똑같이 그려주는 로봇까지 그야말로 로봇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친숙하게 자리잡기 위해 IU는 천천히 그러나 치밀하게 이 세계를 침투하고 있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IU의 로봇들이 집주인이 긴출장을 간 사이 반려동물을 죽게 만들고 주인의 지시에 완전히 이행하지 않고 갑자기 사라지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면서 IU를 포함한 이 세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 데 읽을 때에는 잘 읽어졌지만 정작 느낌을 표현하려고 하니까 잘 생각나지가 않습니다.
이 소설이 별로라기보다는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이다보니 잘 실감나지 않는다는 게 맞나봅니다.
‘존재의 기억은 그 대상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지 주체의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기억은 기억의 대상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도. 기억의 대상이 없거나 감정을 가질 수 없다면 존재야말로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요.(273쪽)‘과 ‘그게 사람의 일이라구요. 기억에 감정을 갖는 것. 그건 소유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274쪽)‘라며 주인이었던 하정에게 엘비가 남긴 말들이 인상깊었고 로봇에게도 감정이 있다면 어떨지 궁금해지긴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가늠이 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채기성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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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의 이름은
조진주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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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다른 책을 읽으려고 했으나 이 책을 집어들었는 데 바로 조진주작가님의 첫 소설집 「다시 나의 이름은」입니다.
이 소설집에는 총 9편의 단편들이 있는 데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로 가득차있어서 거의 단숨에 읽은 것 같아요. 처음에 실린 (침묵의 벽)에서 같이 사고가 났지만 정한영을 죽게 만든 범인으로 혼수상태에 있는 은규로 지목이 되면서 은규의 누나는 은규가 그럴리가 없다며 항변하지만 그 진실은 그 둘만 알고 있으며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의 동수씨 또한 폭행사건에 연루되었는 데 부인인 은주씨가 동수씨의 억울함을 항변하며 부탁하지만 기간제교사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도 할 수 없고 담임을 맡은 반의 현지가 선생님으로부터 모욕적인 발언을 듣고 학교와 해당선생님을 상대로 공개사과를 요구할 때에도 그 어떤 선택을 섣불리 할 수가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이해하지만서도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란딩구바안)의 배달대행을 하는 70이 넘은 정옥씨가 길을 못찾아 헤매며 케이크를 배달하는 시간이 늦어지는 것이 안타깝게 여겨졌고 (꾸미로부터)에서는 해주의 고슴도치인 꾸미가 죽은 채로 발견 되는 데 꾸미를 죽인 사람이 따로 있을 거라며 범인색출에 열을 올리는 해주의 모습이, 주화영에서 레나로 레나에서 낸시로 마지막에는 연주황으로 불렸으나 이제는 그 이름들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된 (나의 이름은)의 트로트가수,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하여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베스트 컷)의 원호와 현기, 윤 과장을 내쫓을 명분을 만들기위해 윤 과장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역할을 열성적으로 수행했으나 결국 정규직이 되지 못한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의 소정, 언니 소은과 연인이었던 윤재와의 이별을 겪으며 한층 더 성숙해진(?) (모래의 빛)의 소진,
헝가리의 낯선 도시에 자리잡은 고모의 집에 있던 휘어진 나무를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는 인물이 스케치를 하는 (나무에 대하여)까지......
특히 (꾸미로부터)의 118쪽에 ‘누군가는 진실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던 때가 있었다. 그 믿음이 외면당했을 때 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배신해야만 했다.‘ 라는 문장과 (모래의 빛) 238쪽에 ‘나는 우리 딸의 예쁜 모습을 추억하고 싶었던 건데 그 사람은 그걸 큰 상처처럼 받아들이곤 했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나면 네 언니가 마치 커다란 슬픔거리가 된 기분이어서 싫었어. 소은이랑 함께했던 시간까지 불행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서. 나한테는 그 시간들이 참 기쁘고 소중했었는데, (......) 그래서 난 그날 이후 소은이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를 잃어버린 기분이었어.‘라고 엄마가 털어놓는 장면을 읽었을 때 단편들 하나 하나 허투루 쓰여지지 않았구나 싶었어요.
이렇게 멋진 문장들로 가득찬 「다시 나의 이름은」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해설을 맡아주신 안지영평론가님이 286쪽에 ‘「우리 모두를 위한 일」에서 서술자가 동수나 혜지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나......‘라고 언급하셨는 데 (우리 모두를 위한 일)에서 현지는 등장하지만 혜지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거든요. 그 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조진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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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김홍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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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의 주성치라고 책 띠지에 나와있었는 데 사실 저는 주성치님이 나오신 영화를 본 기억이 거의 없어서 재미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작년에 출간된 김홍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스모킹 오레오」를 읽으면서 확실히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여서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나 올해 4월에 출간된 첫 소설집인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를 다소 늦게 읽기 시작했는 데 처음에 실린 (실화)부터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며 친구가 남긴 개를 도맡아야하는 현실과 게르마늄 목걸이를 찬 개가 나중에 사람이 되는 허구를 왔다갔다 하더군요.
트럼펫을 분 적이 없음에도 트렘펫 연주자로 기억되고 싶은 크리스 해밀턴 아저씨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사람(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이 있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능이맛 아이스크림을 출시한 회사(신년하례), 숫자에 약해 500이 되기 전에 다시 400으로 돌아가며(699.77), 우리가 익히 아는 중국이라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싱가포르)하고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달에 있는 기계가 폭발, 정부가 자발적 해체를 선언(어쨌든 하루하루)하는 일이 생겨버리고 ‘이인제‘라는 이름을 가졌거나 비슷한 이름을 지닌 사람들이 이인제회를 만들고(이인제의 나라), 실내에 들어가면 비가 퍼붓고 밖을 나오면 신기하게도 비가 그치며 남들은 비를 쫄딱 맞고도 한 방울의 비를 맞지 않는 신통방통한 인물과 대화를 하는 소(곳에 따라 소나기)가 등장하는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의 제목처럼 벌써 저에겐 찾아오셨고 다음에 이 책을 대출하여 읽을 사람에게도 찾아가지 않을까싶습니다.
김홍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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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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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4계절이 존재하는 나라인 것을 아주 어릴때부터 알았지만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언젠가는 봄과 가을이 없어지고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만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을 때에 사랑을 이야기하는 소설들이 10편이나 실린 김기창작가님의 첫 소설집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을 읽게 되었는 데요.
김초엽작가님의 「지구 끝의 온실」에서 더스트로 황폐된 도시 속에서 빠르게 돔으로 덮은 곳들이 있었는 데 이 소설집에도 나란히 앞에 실린 세편의 연작단편 (하이 피버 프로젝트)와 (갈매기 유령과 함께한 하루),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속에서 ‘지속 가능한 생존‘이라는 전제하에 ‘돔시티‘가 세워지고 그 곳에서 인종이나 학력, 전과유무, 재산등의 조건에 해당되지 않은 사람들은 돔시티 밖으로 추방되어 돔시티 주변에서 굴을 파고 살아가며 그 굴을 군에서 발견되는 즉시 폭파시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만 굴하지 않고 계속 땅굴을 파며 돔시티를 감싸고 있는 태양광 패널을 향해 콘돔폭탄을 쏘아올리는 시위대들과 불꽃놀이의 불꽃처럼 바라보다 태양광 패널 조각들이 떨어지면서 무너져내리는 돔시티 안에 사는 사람들이 겹쳐보였어요.
그런가하면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 땅을 파는 남자와 하늘에 닿을 때까지 탑을 쌓는 여자의 이야기(굴과 탑)나, 자신을 지긋하게 바라보던 민원인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민원인의 집에 찾아가는 사랑의 감정을 느낀 9급공무원(지구에 커튼을 쳐 줄게), 울산의 태화강 십리단숲을 배경으로 서로 대한 사랑을 확인했던 이혼 예정인 부부(1순위의 세계)와 그 반대로 신혼여행지로 새로운 몰디브를 가려고 하는 남편과 익숙하고 자주 갔던 푸켓을 가려고 하는 아내(천국의 초저녁), 산호초 밭속에 숨어있는 흰동가리를 사랑한 소년(소년만 알고 있다), 냉혈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지만 자식을 위해 기꺼이 몸을 내던지는 이누이트(약속의 땅), 청바지부터 가구, 심지어는 자기 자신까지도 접어버리는 인물(접는 나날)까지 급격한 기후변화 시대에도 사랑을 하는 인물들이 나오는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약속의 땅) 241쪽에서 ‘아푸트는 그렇게 태워났고, 자신의 어미에게 그렇게 배웠다.‘라는 문장이 있는 데 ‘태어났고‘가 맞는 것이겠죠?
아무튼 기후변화 시대에 환경을 생각하면서 당연히 해야하는 페트병의 라벨을 벗기고 내용물을 깨끗하게 비운 뒤 배출하는 것과 과자봉지또한 내용물이 남지 않게 깨끗하게 씻고 접어서 배출해야한다는 것등 분리수거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요즘에는 라벨이 없는 페트병과 정부에서 인정한 녹색기술적용 필름포장재를 사용한 제품들도 많이 있기에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야겠다는 다소 뻔한 다짐을 해보며 다음 사람이 읽을 예정(정용준작가님, 감사드립니다.)이기에 깨끗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읽고 작은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빨리 반납해야겠어요.
김기창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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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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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제가 자주 가는 작은도서관에서 빌린 5권의 책 중 첫번째로는 소설집에 아직 실리지는 않았지만 (저녁놀)과 (나뭇잎이 마르고)로 문단과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저는 아직 이 단편들을 읽지는 않았습니다.) 김멜라작가님의 첫 소설집인 「적어도 두 번」이었습니다.
‘적어도 두 번‘이라는 어감 자체가 좋았기도 했고 몽환적인 표지도 인상깊어서 읽기 시작했는 데 처음에 실린 (호르몬을 춰줘요)의 첫 부분부터 제가 접해보지 않고 잘 모르던 세계에 무턱대고 들어선 기분을 만끽하며 조금씩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표제작인 (적어도 두 번)에서의 선생님을 유파고로 부모님을 줄파추와 루피쇼로 부르고 또 ‘적어도 두 번‘이 의미하는 것을 미처 생각해보지 않아서 낯설었으며 (물질계)에서 사주를 보는 ‘레사‘가 어떤 뜻인지 또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모여 있는 녹색 점)의 미아가 남기고 간 전 애인들의 이름으로 불리던 어항 속의 물고기들, 고시 준비중인 여자의 방 옆에서 손님유무를 묻는 (에콜)의 사장님, 후쿠시마에 자원봉사하러 간 형 세준과 세준을 만나러 정확히는 어머니의 사망보험금 수령 동의를 얻기 위해 일본으로 가는 동생 세방(스프링클러), 교도소에 있는 사촌동생의 이름이었으나 한때는 과수원을 지키던 개의 이름이었고, 기르던 닭의 이름이었으며 과수원 서쪽에 위치한 산 정상의 바위 이름이기도 한 (홍이)까지......
7편의 단편을 읽는 내내 많은 의미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뒷표지에도 등장하지만 ‘차라리 인간 따윈 그만두고 로봇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호르몬을 춰줘요, 22쪽)라는 문장처럼 제가 AI같은 로봇이라면 이렇게 많은 생각도 고민도 어떠한 구분이나 구별없이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수씨와 대용씨의 딸이자 소설가이신 김멜라(김은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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