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의 이름은
조진주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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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다른 책을 읽으려고 했으나 이 책을 집어들었는 데 바로 조진주작가님의 첫 소설집 「다시 나의 이름은」입니다.
이 소설집에는 총 9편의 단편들이 있는 데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로 가득차있어서 거의 단숨에 읽은 것 같아요. 처음에 실린 (침묵의 벽)에서 같이 사고가 났지만 정한영을 죽게 만든 범인으로 혼수상태에 있는 은규로 지목이 되면서 은규의 누나는 은규가 그럴리가 없다며 항변하지만 그 진실은 그 둘만 알고 있으며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의 동수씨 또한 폭행사건에 연루되었는 데 부인인 은주씨가 동수씨의 억울함을 항변하며 부탁하지만 기간제교사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도 할 수 없고 담임을 맡은 반의 현지가 선생님으로부터 모욕적인 발언을 듣고 학교와 해당선생님을 상대로 공개사과를 요구할 때에도 그 어떤 선택을 섣불리 할 수가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이해하지만서도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란딩구바안)의 배달대행을 하는 70이 넘은 정옥씨가 길을 못찾아 헤매며 케이크를 배달하는 시간이 늦어지는 것이 안타깝게 여겨졌고 (꾸미로부터)에서는 해주의 고슴도치인 꾸미가 죽은 채로 발견 되는 데 꾸미를 죽인 사람이 따로 있을 거라며 범인색출에 열을 올리는 해주의 모습이, 주화영에서 레나로 레나에서 낸시로 마지막에는 연주황으로 불렸으나 이제는 그 이름들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된 (나의 이름은)의 트로트가수,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하여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베스트 컷)의 원호와 현기, 윤 과장을 내쫓을 명분을 만들기위해 윤 과장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역할을 열성적으로 수행했으나 결국 정규직이 되지 못한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의 소정, 언니 소은과 연인이었던 윤재와의 이별을 겪으며 한층 더 성숙해진(?) (모래의 빛)의 소진,
헝가리의 낯선 도시에 자리잡은 고모의 집에 있던 휘어진 나무를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는 인물이 스케치를 하는 (나무에 대하여)까지......
특히 (꾸미로부터)의 118쪽에 ‘누군가는 진실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던 때가 있었다. 그 믿음이 외면당했을 때 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배신해야만 했다.‘ 라는 문장과 (모래의 빛) 238쪽에 ‘나는 우리 딸의 예쁜 모습을 추억하고 싶었던 건데 그 사람은 그걸 큰 상처처럼 받아들이곤 했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나면 네 언니가 마치 커다란 슬픔거리가 된 기분이어서 싫었어. 소은이랑 함께했던 시간까지 불행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서. 나한테는 그 시간들이 참 기쁘고 소중했었는데, (......) 그래서 난 그날 이후 소은이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를 잃어버린 기분이었어.‘라고 엄마가 털어놓는 장면을 읽었을 때 단편들 하나 하나 허투루 쓰여지지 않았구나 싶었어요.
이렇게 멋진 문장들로 가득찬 「다시 나의 이름은」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해설을 맡아주신 안지영평론가님이 286쪽에 ‘「우리 모두를 위한 일」에서 서술자가 동수나 혜지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나......‘라고 언급하셨는 데 (우리 모두를 위한 일)에서 현지는 등장하지만 혜지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거든요. 그 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조진주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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