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에서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7
우다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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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의 37번째로는 미로 속에 갇혀 헤매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시는 우다영작가님의 「북해에서」입니다.
저는 북해에 가본 적도 없고 북해가 정확히 어디인지 잘 모르겠는 데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선‘이라는 인물이 군인인 아버지와 아버지의 제자들이며 역시 군인들인 남자들 사이에 있으면서 어머니와 같은 인생을 살고 싶어하지 않지만 여기에 모인 제자들 중 혹여나 나선의 결혼상대가 될수도 있으니까 어머니의 부탁으로 아버지의 의도가 담긴 질문에 자신있게 답하던 군인들에게 커피를 따라주던 중 한 사람이 나선의 신경을 쓰이게 만들었고 마침 놓여져 있던 모자를 발견해 그 모자의 주인이 아닐까하며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다가 이야기가 끝나고 일어나 나가려는 그 사람에게 모자의 주인여부를 물었지만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대답을 듣고 모자를 아무렇게나 두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끝나는 비교적 짧은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는 전쟁이 일어나 도시전체가 폐허가 되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던 중 가족들과 헤어지고 설상가상 P국의 군인에게 쫓기다 수로 속에 군인과 갇히면서 20여일 동안 비스킷을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비스킷을 독차지하며 죽어가는 군인에게 끝까지 비스킷을 주지 않고 홀로 살아남은 ‘오경‘의 이야기와 숲 속에서 태어나 숲 속에서 사냥을 하며 살다가 남편을 잃고 역병이 돌아 아들까지 잃고 마는 ‘미림‘의 이야기, 그리고 시간이 흘러 북해를 다스리고 제국을 정복하던 왕도 그 왕의 부탁을 받아 종을 만들던 장인도 병이나 죽음을 맞이하고 그렇게 지어졌던 각종 건물들과 벽들 또한 균열이 생기고 무너져 이 땅에 있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소멸된다는 당연한 이치를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한 소설안에 미로처럼 얽혀있는 「북해에서」71쪽의 ‘그것 외에 할 수 있은 없었다.‘라는 문장이 정확히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우다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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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 없는 일
김혜지 지음 / 민음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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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고 있는 편의점에서는 1+1나 2+1행사를 하는 데 1개를 반드시 구매해야 1개를 더 주고 2개를 구매해야 1개를 더 주는 거죠. 6개월 무이자 할부라든지 카드 결제시 얼마 할인 받는 것도 그 해당 카드로 결제를 해야 해주는 것이며 통신사 멤버쉽 할인도 할인된 만큼 포인트를 차감해주는 것등 세상에는 ‘대가‘없이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는 데 오늘 읽은 김혜지작가님의 첫 소설집 「대가 없는 일」에 실린 7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어떠한 것을 선택하더라도 그 것의 대한 대가가 반드시 뒤따른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언니)에서는 인플루언서인 ‘모찌하은맘‘이 물품을 협찬받으며 SNS에 올려 홍보하고 (지아튜브)의 지아와 지아의 부모님은 조회수와 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아가야, 어서오렴)에서는 간절히 아이를 갖기 위해 직장상사의 노골적인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난임 시술을 하는 등 대가를 위해 행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녀가 「오, 사랑」을 부를 때)와 (제주행)의 언니들에게 위로를 받았으나 서로 어긋나버린 모습들을, (나쁜 피)에서 암울한 현실에서 선택한 대가로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을 맞본 야간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던 9년차 인포직원과 순조롭게 교감이 되기 위한 담임의 선택을 받아들인 대가로 투명인간이 되며 억울한 학생이 그저 남일처럼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그의 따른 대가는 반드시 어떻게든 어떤 방향이든 저에게 오며 그 대가를 오롯이 받아들일지 또한 저에게 있겠죠. 그 것을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대가 없는 일」을 통해서 조금 더 뚜렷해지는 것 같아 의미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김혜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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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2021-11-10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JD님 ! 작가보다 더 높은 경지의 서평을 보게 되네요. JD님 서재에 들어있는 좋은글 잘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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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9번째로는 앞서 7월에 첫 소설집 「전자 시대의 아리아」를 내신 신종원작가님의 「고스트 프리퀀시」입니다.
이 소설집에는 손 떨림과 근육 강직, 평형감각 상실등 퇴락한 운동신경의 징후들이 신체 부위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파킨슨병으로 서서히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1938년 음력 7월 28일생 양계진씨의 꿈과 현실을 수시로 드나드는 (마그눔 오푸스)와 보드게임에 이용되는 구각 뿔 주사위 두 개를 이용하여 0부터 99까지의 수만큼 전진하며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아나툴리아의 눈), 제가 알고 있는 김태용작가님과 작가님의 친구분이자 시인인 박지일님이 등장하는 표제작 (고스트 프리퀀시), 그리고 서이제작가님과 최근 글쓰기에 짓눌려있다며 고백하신 짧은 에세이 (운명의 수렴)과 첫 소설집에 이어 해설을 맡으신 이소 문학평론가님의 (주술과 언어의 유물론)이 실려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마그눔 오푸스)의 양계진씨를 보면서 최근 체력과 나이가 듦으로 인해 그만두신 저희 편의점의 물류센터 기사님이 떠올랐습니다.
오랫동안 일 하셨기에 퇴직금을 많이 받으시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이가 듦으로 인해 체력이 저하되면서 일을 그만두시게 되는 것을 보면서 저도 언젠가 너무 나이가 들어 체력이 저하, 일을 그만 둘 수 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불안해지며 따로 준비하지 않은 그 후를 생각하면 막막해지더군요.(아나툴리아의 눈)을 읽으면서는 작가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고스트 프리퀀시)와 (운명의 수렴)과 (주술과 언어의 유물론)을 순서대로 ‘읽어‘ 나가며 앞서 출간되었으나 읽지는 읺은 「전자 시대의 아리아」를 꼭, 꼭 읽어보려고 합니다.
뒷면의 앞으로 출간될 시리즈의 작가님 라인업을 보면서 기대감이 증폭되며 이 글을 마칠까합니다.
신종원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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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
서유미 지음 / 민음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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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첫 책으로는 서유미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인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입니다.
첫 소설집이었던 「당분간 인간」에서는 2편의 단편이 실리지 못하였고 두번째 소설집이었던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에선 2편을 덜어내셔서 아쉬움이 가득남았는 데 이번 소설집에는 7편의 단편과 5편의 짧은 소설이 실려있어 기대가 되었습니다.
7편의 단편들과 5편의 짧은 소설 모두 가독성이 좋았고 결혼과 이혼, 이별과 후회로 가득차버린 과거와 불완전한 현재,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가 다가오는 것을 가감없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서 표지그림 속의 여인의 표정이 납득이 되던 소설들이었습니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달라졌을까, 지독한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이 모든 것이 다 지나가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창 밖에 행복으로 가득한 풍경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동경하고 빛바랜 추억들을 되돌아보며 한 걸음 나아가는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은 너무나도 많은 데 적절히 표현할 수가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고 내일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글을 쓰며 괜찮게 여겨지는 이 밤을 묵묵히 보내려고 합니다.
서유미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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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 산책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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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이후 6년만에 출간된 정용준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인 「선릉 산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를 읽었을 때 소설집에 실린 단편의 대부분이 제목이 변경되어서 의문을 가지기는 했지만 적절한 것 같아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바로 그 맘때쯤에 북플을 하기 시작했죠.
표제작인 (선릉 산책)을 읽었을 때는 분명 이 전에 읽은 적이 없었는 데 얼굴에 보호대를 차며 나무들의 이름을 줄줄이 읊던 한두운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시간당 1만원으로 한두운같은 사람을 돌봐주는 일을 혹여나 제안받게 되면 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잃어버린 개를 찾았으나 다시 되돌려줄수 밖에 없었던 승희이기도 한 두부(두부)와 큰지진이 나서 아수라장이 된 서울 종묘의 정전에 살포시 앉아 문화해설사인 이도와 야간 경비원인 서유성을 지긋이 바라보던 흰 눈처럼 하얀 고양이 스노우(스노우)를 저도 보고 싶었고 (사라지는 것들)의 엄마의 선택을 저 역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아요.
(이코)는 2018년에 미메시스에서 출간되어 그 때 읽어보고 두번째로 읽게 되었는 데 도리어 (선릉 산책)보다 낯설게 느껴졌어요.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고 말하는 미이에게 안 좋아하는 것이 더 슬프다고 말하는 주우의 머리통을 쓰다듬고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고 싶어졌어요. (이러면 제가 악마같나요?)
(미스터 심플)을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에는 슈퍼주니어의 동명의 노래제목이 생각이 났었는 데 전혀 상관없으며 있는 데 없는 것처럼 사는 것과 없는 데 있는 것처럼 사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봤는 데 둘 다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 사양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빨래방을 가기는 해야 하는 데 날씨 핑계, 피곤함 핑계로 계속 미루고 있어서 큰일이네요.
큰 범죄를 짓진 않았지만 제게도 (두번째 삶)이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외의 반전이 있는 (두번째 삶)의 준범처럼 꾸준히 쓰고 또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에서 혼자 걷거나 둘이서 걷거나 산책을 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해서 꼭 그런 것 때문은 아니지만 내일 아침부터 조금씩 가볍게 걷고 싶어졌습니다.
정용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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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10-27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있어요 ㅎㅎㅎ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