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문 테이크아웃 10
최진영 지음, 변영근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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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비상문
#미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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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0쪽

내 동생 최신우는 3년 전에 열여덟 살이었고 지금도 열여덟 살이다.

내 동생은 자살했다.
이렇게 말하기는 싫다.
내 동생은 죽었다.
이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내 동생은 없다.
정말 없나? 없다고 할 수 있나?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보고 싶다, 최신우.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최신우. 이 나쁜 자식.

✏️
소설은 그렇게 페이지를 엽니다. 소설 <비상문>은 동생이 죽은 지 3년이 지나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동생의 죽음을 찾아나선 형의 이야기라는 요약보다 소설의 시작에서 보여주는 위 2개의 짧은 단락이 더 명료합니다.

70여 쪽 밖에 되지 않는 워낙에 짧은 소설입니다. 그림과 함께 한 소설이기에 글이 차지하는 부분은 그만큼 더 짧습니다.

섣불리 내용 소개를 한답시고 주절거리다가는 소설을 다 말하게 될 것만 같아 손가락으로 입술을 여밉니다.

✏️
일전에 2024년은 최진영 작가에게 빠져드는 한해가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요즘은 매일 최진영 작가의 소설들에 빠져있습니다.

2006년에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최진영 작가가 발표한 소설 목록을 정리해뒀습니다. <구의 증명>으로 최진영 작가를 알게 되면서 두서없이 몇 권의 장편소설을 읽다보니 최진영 작가의 세계관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변화를 거듭했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순서를 두고 읽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2010년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한겨레출판사
2011년 <끝나지 않는 노래>, 한겨레출판사
2013년 <팽이>, 창비
2013년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실천문학사
2015년 📖<구의 증명>, 은행나무
2017년 <해가 지는 곳으로>, 민음사
2018년 📖<비상문>, 미메시스
2019년 <이제야 언니에게>, 창비
2019년 <겨울방학>, 민음사
2021년 <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2021년 <일주일>, 자음과모음
2022년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재출간
2023년 📖<구의 증명> 재출간
2023년 <To the Warm Horizon>, Honford Star Ltd.
2023년 📖<단 한 사람>, 한겨레출판사
2024년 📖<오로라>, 위즈덤하우스
2024년 📖<원도> :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재출간, 제목 변경
2024년 <쓰게 될 것>, 안온북스

💭
최진영 작가의 소설은 하나같이 아픕니다. 깊은 상처가 남습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답없는 질문놀이에 지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결코 놓지 않는 사랑... 전 그 사랑의 실체가 그립습니다. 쉽게 다치고 처절하게 짓밟힐지라도 끝내 살아있는 숨결을 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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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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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단한사람
#한겨레출판

✏️
최진영의 <단 한 사람>.

이 소설을 읽은 지는 꽤 됐습니다. ‘꽤‘라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한두 달 전일 뿐입니다. 읽고서 이렇다할 나름의 후기는 게으름에 밀려 끝내 포기하려 했습니다.

그럼에도......

소설 <단 한 사람>에서 제가 주목한 것은 영원의 나무가 지목한 단 한 사람만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그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다른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설정이었습니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지금까지도 받아들이기 힘든 설정입니다. 이해를 하니 못하니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상황이 밑도 끝도 없이 싫을 뿐이었습니다.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일어날 법한 일일지라도 받아들이기가 싫습니다.

그래도, 한 사람은 살렸잖아...

정작 제가 힘들어하는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지목받은 한 사람, 살릴 수 있는 그 사람. 어떠한 순간에 누구는 죽을 운명이고 누구는 살 운명이라는 그 기막힌 상황입니다. 운명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비록 우연이라 할지라도 그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운명이든 우연이든 ‘선택‘이라는 그 권리는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 걸까요? 이 선택에 의해 누구는 살아남고 누구는 죽을 뿐입니다. 그 선택이 의지적이든 의지적이지 않든 또한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인간만이 목적이나 의미를 생각하고 덫에 걸린다. 굴레에 갇힌다. 고통을 느끼고 죄책감에 빠지며 괴로워한다.‘(180쪽)

✏️
저는 모르겠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뛰는 심장이 느닷없이 멈출 것같은 세상입니다. 그런 세상에 내버려진 것같은 기분이 들 때면 살아있다는 사실이 고통입니다.

📚
소설 <단 한 사람>은 2023년에 발표된 작품입니다. 최진영 작가의 여느 소설과는 결이 다른 작품이기도 합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을 관통하는 대부분의 작품이 지극히 현실적, 사실적이라면 이 소설은 설화적인 색채를 띈다는 것이 다른 결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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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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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당신곁을스쳐간그소녀의이름은
#한겨레출판
#제15회한겨레문학상수상작

✏️
힘겹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지쳐버렸습니다. 다시는 이 소설을 또 들여다 볼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소녀가 그립고... 한 번만, 딱 한 번만은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나는 결코 소녀를 만날 수 없음을 분명하게 압니다. 소녀는,

엄마 뱃속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
진짜 엄마를 찾겠다고 스스로 버려지는 것을 선택한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오직 진짜 엄마를 찾기 위해 끝없이 세상의 모든 거짓을 태워버리려는, 어느 날 내 곁을 스쳐지나갔을 지도 모를 그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소녀의 이야기가 처절하기만 합니다. 처절. 마땅히 떠오르는 단어가 그것 뿐입니다. 달리 표현하고픈데 그럴만한 단어를 찾지 못했습니다.

나는 소녀가 한없이 불행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소녀의 삶이 그래서 처절하게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소녀도 불행하다고 느꼈을까‘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작가 최진영은 말합니다.

˝왜냐고, 묻길 좋아한다. 대답 대신 물음표로 돌아오는 또 다른 질문을 기다린다. 수많은 질문을 모아 얼개를 짜면 그 안에 평범한 진실이 있곤 했다. 답보다 흥미로운 구조의 세계. 글을 다 쓴 후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래서 소녀는 불행하냐고.
네가 말하는 불행이 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 <작가의 말> 중에서, 317쪽


📚
<당신 곁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은 2010년에 발표된 최진영 작가의 데뷔작입니다.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작가로서의 이름을 알린 장편소설이기도 합니다. 최근 저는 최진영 작가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최진영 작가를 알게 한 <구의 증명>을 시작으로 <원도>, <오로라>, <단 한 사람>을 거치면서 늦게야 작가의 첫 작품이 궁금해졌었습니다.

최진영 작가의 작품들에는 ‘죽음‘과 ‘사랑‘이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적대적일 것만 같은 이미지가 얼마나 끈덕지게 붙어있는 것인지, 그래서 그 둘이 부정할 수 없도록 진하게 닮아있음을 새삼 깨닫는 중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최진영의 작품세계 또는 작가정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만 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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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질서는 죽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니만큼, 아마 신으로서는 사람들이 자기를 믿어 주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신이 그렇게 침묵하고만 있는 하늘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있는 힘을 다해서 죽음과 싸워 주기를 더 바랄지도 모릅니다. - P172

"뭣 때문에 이런 일에 발 벗고 나서지요?"
"나도 모르죠. 아마 나의 윤리관 때문인가 봐요."
"어떤 윤리관이지요?"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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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당신 생각을 말해 주시오. 당신은 이것이 페스트라고 확신합니까?"
"질문을 잘못하셨습니다. 이건 어휘 문제가 아니고 시간 문제입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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