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의 검은 고양이
아라이 만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
#에펠탑의검은고양이
#아라이_만
#김석희 옮김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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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이다, ‘에릭 사티‘를 알게 된 것은.

그리고 그의 피아노 연주곡, <짐노페디>를 들으며 한동안 경이로움에 흠뻑 젖어 넋을 놓고 말았다. 짐노페디... 화려한 기교 단 1도 없이, 오히려 지극히 평범 그 이상의 평범한 음률만으로 전해지는 그 감동은 지금도 이 세상 그 무엇에도 비교되지 않을 안온함으로 언제나 내 영혼을 끌어 당긴다.

그렇게 짐노페디에 매료되어 일게 된 에릭 사티에 대한 관심으로 그에 대한 정보를 뒤적거리면서 그의 생애를 접하게 되었었는데, 그의 삶에서 관심이 크게 닿은 것은 오직 한 여인을 사랑했다는 점이다. 6개월도 채 안 되는 동안 사랑했고, 이별했고... 이후로 홀로 고독을 즐겼다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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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에 에릭 사티에 대한 지극한 관심으로 에릭 사티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던, 그래서 결국에 에릭 사티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아라이 만의 <에펠탑의 검은 고양이>를 알게 되었다. 그것이 2021년 11월의 일이다.

그런데 그 책을 읽은 것은 최근이다. 거의 1년 반이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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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에펠탑의 검은 고양이>는 나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우선 이 책이 소설이라는 점부터, 특히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해 에릭 사티의 삶이 그려졌다는 점이 작품을 읽는 내내 께름칙했다. 그러니까 전기(傳記)적 소설에서 너무 벗어나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성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타당성이 입증될 만한 요소가 중심이 되어야 에릭 사티의 삶의 실제성에 공감이 될 터인데,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나 개입되어 에릭 사티라는 실제 인물에 대한 삶의 실제성보다는 허구성으로 변질되어버리는 이상한 현상을 경험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에릭 사티의 삶이 너무 미화되었거나 왜곡되었을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으며, 비록 아라이 만이 자신이 조사한 실제 자료를 기반하여 썼다 할 지라도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작품을 읽는 내내 불편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지속적으로 ‘이것이 사실일까‘를 반문하면서 읽는다는 것은 곤혹이었다.

분명 소설이기에 허구성을 감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실제 인물에 대한 이야기임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하는 여지는 좀 덜어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는 책의 뒷부분에서 ˝이 책은 사실을 토대로 하면서 그 위에 대담한 상상을 덧붙여 한 편의 소설로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솔직한 고백을 하긴 하지만, 그렇게 대담한 상상을 덧붙일 요량이었으면 차라리 에릭 사티가 아닌 허구의 인물을 창조해 에릭 사티의 삶을 비유적으로 그려내는 게 더 나았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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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읽기는 했지만, 누군가에게 추천하거 싶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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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6
알베르 카뮈 지음, 이기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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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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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이인>은 <이방인>이라는 제목으로 더욱 잘 알려진 작품이다. 아시아 최초로 故 이휘영 교수에 의해 <이방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알려진 이래로, 특히 우리나라에서 알베르 카뮈의 작품 소개에 있어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김화영 교수조차도 <이방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오랜 세월 그렇게 익숙해져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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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은 기회, 지난 달부터 시작된 독서토론모임에서 알베르 카뮈의 <이인>을 지정했을 때 한동안 그 제목은 생소하기만 했다.

그러나...

너무나 유명한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를 읽는 순간 <이인>이 그 익숙한 <이방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순간의 민망한 기분은 지금도 멋쩍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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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이기언은 소설의 주인공 뫼르소를 남들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 이상한 인간, 즉 다른 인간으로서의 異人과 여러 차원에서 두 뫼르소, 즉 二人이 공존하는 중의적 의미로써 이 소설에 <이인>이라는 제목을 달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뫼르소의 진정한 정체성과 작품 <이인>이 품고 있는 문학적 가치와 풍부한 의미를 최대한 전하려는 것 이외에 그 어떤 사사로운 의도가 없음을 부디 헤아려주시길 바란다.˝

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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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이인>은 그 유명세 만큼 굳이 따로 내용을 소개한다는 것은 별 의미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익숙한 만큼 쉬운 작품은 분명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부조리‘라는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이인>을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알고 있겠지만, <이인>은 <시지프 신화>와 <칼리귤라>로 이어지는 알베르 카뮈의 부조리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인>은 부조리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철저하게 관여하는 작품인 만큼 부조리에 대한 이해는 <이인>을 읽기 전의 선행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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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나는 ‘부조리‘를 명징하게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다. 대략적인 철학적 개념은 잡고 있지만 그 개념을 누구에게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을 만큼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지적능력의 한계랄까... 돌아서면 흐려지는 기억력의 문제랄까... 아무튼 <이방인>이 되었든, 또는 <이인>이 되었는 뫼르소의 그 무심함을 부조리와 연결지어 설명하기가 쉽지 않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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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
#나보코프
#블라디미르_나보코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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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절망>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입에서 터져나온 말이다. 솔직히 난해하다기 보다는 ‘복잡다단하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언어빈곤이 만들어낸 표현이 그랬다.

소설의 사건적 내용만 따지자면 그리 복잡할 것도 다단할 것도 없다. <절망>은 ‘보험사기살인사건‘이 주된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 왜 복잡다단할까?

그것은 화자의 중복성이다. 1차적으로 소설에는 주인공인 게르만의 목소리가 있다. 그리고 2차적으로 작가 나보코프의 목소리 또한 개입한다. 이 두 목소리가 하나이면서 둘인 듯, 갈라지고 합쳐지거나 따로이거나 같은 것으로 지속적인 혼선을 야기한다.

사건만 따라가자면, 게르만이 보험사기살인사건을 계획하고 행동으로 옮기면서 그 일련의 과정을 자신이 직접 소설로 구성하여 자신이 벌인 일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다. 그리고 결국에 그 행동에 대한 결과가 빚어낸 절망적 상황으로 인해 게르만 스스로가 ‘절망‘에 빠진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절망‘의 실체는 꼭 <절망>을 읽으면서 스스로 발견하시길 바란다.)

그런데 그 이야기 과정에서 작가 나보코프는 자신이 창조한 게르만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러시아 문학에 대해서, 대문호로 평가받는 숱한 작가들에 대해서, 더 나아가 인간성 본질에 대해서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빚어 넣는다.

바로 이 부분이 소설 <절망>을 복잡다단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 결국 나보코프의 <절망>을 통해 나 스스로에 대한 비루한 독서력에 절망을 느껴야만 했다.

<절망>은 할 말이 참 많은 소설이다. 다만, 그 많은 것을 여기에 다 쏟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오늘은 긴 호흡으로 피드를 작성할 에너지가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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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절망>은 한 번 읽는 것으로 독서적 만족을 누릴 수 있을 만한 소설이 결코 아니라는 판단이다. 족히 몇 번의 탐독은 거쳐야만 그나마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을, 그만큼 소설 속에 담겨진 담론이 폭넓다 하겠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소설 <롤리타>로 내게 각인이 된 바 있는 작가이다. 그렇다고 소설 <롤리타>을 읽은 것도 아니다. 이번 소설 <절망>을 통해 나보코프를 처음 접한 것일 뿐. 다만, 영화 <로리타>의 인지도가 높은 탓에 나보코프를 알아온 것같은 착각을 할 뿐이다.

소설 <롤리타>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로리타>는 1962년에 스탠리 큐브릭에 의해 각색되어 영화화된 바 있다. 그리고 1997년에는 아드리안 라인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전자는 흑백영화였고, 후자는 컬러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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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모처럼 참여하게 된 독서토론모임 덕분에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3월은 내게 잔인한 달이었다. 무기력에 젖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서 읽어내야만 하는, 그래서 <절망>을 펼쳐든 독서는 하나의 의무였다. 그래서 억지스럽게 읽은 탓에 소설이 그리 달갑지 않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독서가 의무가 되는 순간, 독서는 절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독서가 아닌 마치 공부를 하는 듯한... 아니, 어쨌든 미룰 수 없는 숙제를 하는 듯한... 그래서 참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더라도 독서는 역시 나를 바로 세워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비록 의무 같은 감정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반성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다행스럽게 무기력증을 벗어낼 수는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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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탐한 대가 한국희곡명작선 89
김성진 지음 / 평민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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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탐한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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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평민사
#한국희곡명작선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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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줍잖은 수식어로 미화하기에 미안할 만큼 잘 쓴 작품을 만날 때면 간혹 일종의 시기와 질투의 감정이 불끈 솟아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 탓에 잘 쓰는 작가에게 미운 마음으로 존경심을 대신하는 아이러니한 경험을 치르게 된다.


극작가 김성진은 내게 그러한 작가가 되었다. 그의 모든 작품을 섭렵한 것은 아니지만, 평민사의 한국희곡명작선을 통해 만난 <가족死진>도 그렇고, <소년공작원>도 그랬듯이 그의 작품에서 애써 지적할 만한 군더더기를 찾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헛수고이자 속된 말로 뻘짓에 불과할 뿐이다.


유독 극작가 김성진 뿐이겠는가 마는... 요즘 젊은 작가들은 글을 잘 써도 너무 잘 쓴다. 그들이 훗날 중년이 되고 노년에 이르러 철학적 깊이가 제대로 곰삭으면 얼마나 찬란한 작품이 탄생하게 될까? 그런 날을 함께 누릴 수 없을 것 같은 아쉬움이 못내 속이 쓰리다.



✏️
희곡 <이를 탐한 대가>는 SF적인 작품이다. 단 두 명만 등장하는 에 작품에서 32세의 이수한과 45세의 탐은 냉동인간 실험 제의에 응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냉동인간으로 100년의 시간을 보낸 후 깨어나는데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테이블 위의 페이퍼 뿐이다. 그리고 그 페이퍼에 적힌 내용을 이수한이 읽는다.


📖 13쪽
이수한
(읽으며) 2121년, 잠깐만 2121년? 그렇지. 튜링테스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입니다. 주어진 시간 내로 토론을 통해 두 존재 가운데 인공지능을 찾아내시오. 15분마다 시련이 있을 예정이오니... 폭력과 살인을 포함한 모든 행동이 용인됩니다. 단, 본인을 해할 수는 없습니다. 자해와 동시에 실험은 종료되며, 두 존재 모두 사회로 나갈 수 없습니다. (탐을 보며) 이게 무슨 소리야.


둘 중에 하나는 인간이고 하나는 AI인데, 둘이 토론을 해서 AI를 찾아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며, 결국 살 길을 찾으라는 말이다.


참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냉동인간으로 100년을 보내고 눈을 떠보니 느닷없는 실험체가 되어 난감한 시험과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게 목숨을 좌지우지한다니...


이수한과 탐, 이 둘이 펼치는 토론이 이 작품의 주요 흐름을 장식한다. 그 토론을 보고 듣는 재미는 두 인물의 개인적, 상호적 양가감정이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 서로를 속이는 과정 속의 긴박함이다.


과연 누가 인간이며 누가 AI인가? 그 둘의 정체를 무엇으로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
인간적?
사전적 의미 : 마음이나 됨됨이, 하는 행동이 사람으로서의 도리에 맞는 것

‘인간적‘이라는 의미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단어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적‘이 따라 붙으면 비범함으로 바뀌는 묘한 법칙이 있다.

국문학(특히 문법)적 이해를 해야할 지, 철학적 이해를 해야할 지... 아니면...?

자주 경험하는 바이지만, 우리말은 사실 알면 알수록 어렵다.


무튼, 희곡 <이를 탐한 대가>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살펴볼 것은 바로 ‘인간적‘이다.


당신에게 있어 ‘인간적‘이란 과연 어떠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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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문화는 자신이 일정한 정신적 기반을 대여해주려 애쓰는 대상인 바로 그 문명이 만들어낸 피조물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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