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를 탐한 대가 ㅣ 한국희곡명작선 89
김성진 지음 / 평민사 / 2021년 11월
평점 :
⭐️⭐️⭐️⭐️
#이를탐한대가
#이를_탐한_대가
#김성진
#평민사
#한국희곡명작선89
......
✏️
어줍잖은 수식어로 미화하기에 미안할 만큼 잘 쓴 작품을 만날 때면 간혹 일종의 시기와 질투의 감정이 불끈 솟아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 탓에 잘 쓰는 작가에게 미운 마음으로 존경심을 대신하는 아이러니한 경험을 치르게 된다.
극작가 김성진은 내게 그러한 작가가 되었다. 그의 모든 작품을 섭렵한 것은 아니지만, 평민사의 한국희곡명작선을 통해 만난 <가족死진>도 그렇고, <소년공작원>도 그랬듯이 그의 작품에서 애써 지적할 만한 군더더기를 찾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헛수고이자 속된 말로 뻘짓에 불과할 뿐이다.
유독 극작가 김성진 뿐이겠는가 마는... 요즘 젊은 작가들은 글을 잘 써도 너무 잘 쓴다. 그들이 훗날 중년이 되고 노년에 이르러 철학적 깊이가 제대로 곰삭으면 얼마나 찬란한 작품이 탄생하게 될까? 그런 날을 함께 누릴 수 없을 것 같은 아쉬움이 못내 속이 쓰리다.
✏️
희곡 <이를 탐한 대가>는 SF적인 작품이다. 단 두 명만 등장하는 에 작품에서 32세의 이수한과 45세의 탐은 냉동인간 실험 제의에 응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냉동인간으로 100년의 시간을 보낸 후 깨어나는데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테이블 위의 페이퍼 뿐이다. 그리고 그 페이퍼에 적힌 내용을 이수한이 읽는다.
📖 13쪽
이수한
(읽으며) 2121년, 잠깐만 2121년? 그렇지. 튜링테스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입니다. 주어진 시간 내로 토론을 통해 두 존재 가운데 인공지능을 찾아내시오. 15분마다 시련이 있을 예정이오니... 폭력과 살인을 포함한 모든 행동이 용인됩니다. 단, 본인을 해할 수는 없습니다. 자해와 동시에 실험은 종료되며, 두 존재 모두 사회로 나갈 수 없습니다. (탐을 보며) 이게 무슨 소리야.
둘 중에 하나는 인간이고 하나는 AI인데, 둘이 토론을 해서 AI를 찾아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며, 결국 살 길을 찾으라는 말이다.
참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냉동인간으로 100년을 보내고 눈을 떠보니 느닷없는 실험체가 되어 난감한 시험과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게 목숨을 좌지우지한다니...
이수한과 탐, 이 둘이 펼치는 토론이 이 작품의 주요 흐름을 장식한다. 그 토론을 보고 듣는 재미는 두 인물의 개인적, 상호적 양가감정이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 서로를 속이는 과정 속의 긴박함이다.
과연 누가 인간이며 누가 AI인가? 그 둘의 정체를 무엇으로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
인간적?
사전적 의미 : 마음이나 됨됨이, 하는 행동이 사람으로서의 도리에 맞는 것
‘인간적‘이라는 의미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인간‘이란 단어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적‘이 따라 붙으면 비범함으로 바뀌는 묘한 법칙이 있다.
국문학(특히 문법)적 이해를 해야할 지, 철학적 이해를 해야할 지... 아니면...?
자주 경험하는 바이지만, 우리말은 사실 알면 알수록 어렵다.
무튼, 희곡 <이를 탐한 대가>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살펴볼 것은 바로 ‘인간적‘이다.
당신에게 있어 ‘인간적‘이란 과연 어떠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