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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나보코프
#블라디미르_나보코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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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절망>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입에서 터져나온 말이다. 솔직히 난해하다기 보다는 ‘복잡다단하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언어빈곤이 만들어낸 표현이 그랬다.
소설의 사건적 내용만 따지자면 그리 복잡할 것도 다단할 것도 없다. <절망>은 ‘보험사기살인사건‘이 주된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 왜 복잡다단할까?
그것은 화자의 중복성이다. 1차적으로 소설에는 주인공인 게르만의 목소리가 있다. 그리고 2차적으로 작가 나보코프의 목소리 또한 개입한다. 이 두 목소리가 하나이면서 둘인 듯, 갈라지고 합쳐지거나 따로이거나 같은 것으로 지속적인 혼선을 야기한다.
사건만 따라가자면, 게르만이 보험사기살인사건을 계획하고 행동으로 옮기면서 그 일련의 과정을 자신이 직접 소설로 구성하여 자신이 벌인 일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다. 그리고 결국에 그 행동에 대한 결과가 빚어낸 절망적 상황으로 인해 게르만 스스로가 ‘절망‘에 빠진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절망‘의 실체는 꼭 <절망>을 읽으면서 스스로 발견하시길 바란다.)
그런데 그 이야기 과정에서 작가 나보코프는 자신이 창조한 게르만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러시아 문학에 대해서, 대문호로 평가받는 숱한 작가들에 대해서, 더 나아가 인간성 본질에 대해서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빚어 넣는다.
바로 이 부분이 소설 <절망>을 복잡다단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 결국 나보코프의 <절망>을 통해 나 스스로에 대한 비루한 독서력에 절망을 느껴야만 했다.
<절망>은 할 말이 참 많은 소설이다. 다만, 그 많은 것을 여기에 다 쏟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오늘은 긴 호흡으로 피드를 작성할 에너지가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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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절망>은 한 번 읽는 것으로 독서적 만족을 누릴 수 있을 만한 소설이 결코 아니라는 판단이다. 족히 몇 번의 탐독은 거쳐야만 그나마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을, 그만큼 소설 속에 담겨진 담론이 폭넓다 하겠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소설 <롤리타>로 내게 각인이 된 바 있는 작가이다. 그렇다고 소설 <롤리타>을 읽은 것도 아니다. 이번 소설 <절망>을 통해 나보코프를 처음 접한 것일 뿐. 다만, 영화 <로리타>의 인지도가 높은 탓에 나보코프를 알아온 것같은 착각을 할 뿐이다.
소설 <롤리타>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로리타>는 1962년에 스탠리 큐브릭에 의해 각색되어 영화화된 바 있다. 그리고 1997년에는 아드리안 라인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전자는 흑백영화였고, 후자는 컬러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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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모처럼 참여하게 된 독서토론모임 덕분에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3월은 내게 잔인한 달이었다. 무기력에 젖어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서 읽어내야만 하는, 그래서 <절망>을 펼쳐든 독서는 하나의 의무였다. 그래서 억지스럽게 읽은 탓에 소설이 그리 달갑지 않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독서가 의무가 되는 순간, 독서는 절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독서가 아닌 마치 공부를 하는 듯한... 아니, 어쨌든 미룰 수 없는 숙제를 하는 듯한... 그래서 참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더라도 독서는 역시 나를 바로 세워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비록 의무 같은 감정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반성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다행스럽게 무기력증을 벗어낼 수는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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