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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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2쪽
책에 대한 우리의 표상을 짓누르고 있는 금기들은 학창시절부터 우리로 하여금 책을 신성한 대상으로 생각하게 하면서, 책에 어떤 변화를 가하는 순간 곧바로 죄책감을 느끼게 해온 것들이다.

✏️
한때는 독서 중에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는 순간 연필로 밑줄을 긋는다는 불온한 생각을 결코 할 수가 없었다. 책은 그만큼 신성한 존재였기 때문에 그 어떤 흔적도 남기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심지어 책장을 구긴다는 행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것은 그야말로 책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전혀 없는 심각한 불순이었다.

초등학교(나는 국민학교 시절이었다) 시절 새학기를 맞아 새교과서를 받으면 가장 먼저 한 일은 철 지난 달력으로 책거풀(책가위의 경상도 방언)을 입히는 일이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예쁜 포장지였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투명 아스테이지(투명필름)였다. 이러한 행위는 책이란 지극히도 소중하게 다뤄야하는 대상이었기에 만에 하나 책을 상하게 할 만한 외부의 온갖 충격들로부터 책을 보호하도록 갑옷을 두르게 하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공감할 테고... 누군가는 뭔소리인가 하겠지만... 어쨌든 책의 몸뚱이조차 그토록 소중히 다뤘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독서라는 행위는 그야말로 무엇과 비교할 수도 없으리만큼 신성시되는 행위였을 것이란 사실은 쉽사리 짐작하고 남을 일이다.

독서는 엄숙하고 장엄한 종교의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잘못 배우고 살아왔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독서에 대한 숱한 고정관념들을 쉬이 무너뜨린다. 그동안 우리가 잘못 길들여온 독서에 대한 매너리즘적 버릇과 보편화시켜버린 관념들을 제대로 비틀고 헤집어 놓는다.

이 말의 진면목은 이 책을 직접 만나보셔서 통감해보시길 바란다.

📖 174쪽
우리의 내면을 억압적으로 지배하며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 것, 즉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자만이 자기 진실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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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07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릴때 책에 대한 기억, 완전 저랑 똑같아요. 그래서 교과서가 1년을 갖고 다녔어도 마칠때쯤에도 새책같았죠. 아 제가 공부를 안하게 아니고요. 책을 저렇게 신성시하는 잘못된 태도때문에 말입니다. ㅎㅎ
 
사건 쏜살 문고
아니 에르노 지음, 윤석헌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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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아니 에르노다. 아니, 아직도 아니 에르노다.

국내에 소개된, 즉 번역된 아니 에르노의 저서는 모두 16권이다. 지금까지 내가 알기론 그렇다. 그 모든 저서를 그러모아 놓고 지금까지 10권을 훑었다. 깊이 있는 독서를 하는 편이 아니라 훑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아니 에르노를 아는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듯이, 그러나 작가는 그다지 동의하지 읺는 듯 하지만, 그의 작품이 자전적 소설로 귀결되는 만큼 그의 작품은 어느 한 시점의 자신이 직접 겪은 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경험되지 않은 것은 결코 쓰지 않는다.˝는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는 그렇게 모두 직접 경험한 자신의 이야기다.

이번에 만난 《사건》은 1963년, 아니 에르노가 23세 때에 겪은 사건을 중심으로 펼친 이야기다.

그 사건은 임신 중절이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임신 중절을 불법으로 진행한 직후까지 아니 에르노가 겪은 실화다. 그야말로 고통스럽고 한편으로는 무력감으로 혼란스러웠던 이야기여야 할진대, 아니 에르노는 객관적 시선을 놓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가 참으로 불편하고 무겁다. 어찌보면 선입견적으로 임신 중절이라는 담론 자체가 그렇듯이 우리가 느끼는 사회적 통념때문에 그렇다. 나는 낙태를 생명의 우선권에서 볼 때, 태아에게냐 아니면 임신한 여성에게냐에서 임신한 여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 적지않음이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사건》이라는 작품에서 던지는 무게는 아니 에르노가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도 낙태를 금지하느냐 허용하느냐는 세계적 주요 의제다. 미국의 경우 낙태금지법이 주마다 입장이 다르고, 바이든은 재집권을 위한 방편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낙태권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그것이 미국을 들썩이기 하고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은 따져묻지 않아도 분분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바 아니겠는가.

이렇듯 아직도 찬반 운운하는 낙태권에 대해 아니 에르노는 이미 자신의 저서 《사건》에서 그 의미를 곱씹고 있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독자는 그것을 자신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아무튼...
아니 에르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적은 분량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던지는 메시지는 가장 무거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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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 호텔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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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노벨문학상 수상!!!

......

아니 에르노를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장르로 굳혀진 그의 문학세계이자 그의 삶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행위에 가깝다.

에르노는 자신의 글을 소설이라고 명명하지만, 원론적으로 허구를 바탕으로 하는 소설이란 형식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철저하게 허구가 배반되고 너무나 극명한 사실에 입각한 글쓰기를 표명하면서 에르노는 자신의 글쓰기 또는 작품 세계를 소설이라는 기존의 형식을 뛰어넘어 오직 자신의 장르로 탈바꿈시켜 버린다.

‘경험되지 않은 것은 결코 쓰지 않는다‘는 그의 신념과 문학적 글쓰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르노의 글은 경험되어진 사실을 가감없이 숨김없이 과감하게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과거 또는 자신의 기억에 대한 일체의 왜곡이나 꾸밈조차 없는 객관적 견지에서 기술하는 글쓰기를 고집한다.

그래서 그의 글은 묘사나 감정에 치우침이 전혀 없는 객관적 거리를 고수함으로써 ‘밋밋한 글쓰기‘라고 명명되어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아니 에르노와 그의 작품을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는데 또다른 역할을 한다. 아쉽기는 하지만 이러한 정의는 읽는 이로 하여금 호불호를 극명하게 갈라놓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

아니 에르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배경에는 오직 경험되어진 것에 의한 일체 왜곡됨 없는 밋밋한 글쓰기라는 방법론과 그러한 글쓰기의 과정을 한 개인의 삶에서 훌쩍 뛰어넘어 사회로 국가로 세계로까지 넘나드는 확장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지난한 여정성에 자리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카사노바 호텔》은 그런 에르노의 시선이 집약된 책이라 할 만하다. 자신의 삶에서 자신을 주변을 사회를 국가를 세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서의 글들이 에세이 형식의 짤막한 12편의 글들에 담겨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아니 에르노를 만나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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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13 2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 읽어보려고 하는데 참고하겠습니다. 좋은 안내 감사드려요.
 

작가가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존재하는 사람들, 계속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글을 쓸 때, 이야기의 종결은 없다. 더 정확히는, 대상과의 사이에 다른 아무것도 없이, 글쓰기로만 관계가 지속된다면 종결은 있을 수 없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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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세상에 있는 힘을 모두 합한다고 해도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꿀 수는 없어요. 미워하는 사람을 노예로 바꿀 수는 있지만, 그가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어요. 세상에 있는 힘을 모두 합한다고 해도 광신도를 교양 있는 사람으로 바꿀 수는 없지요. 그리고 세상에 있는 힘을 모두 합한다고 해도 복수에 메마른 사람을 바꿀 수는 없지요-친구로.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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