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쏜살 문고
아니 에르노 지음, 윤석헌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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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아니 에르노다. 아니, 아직도 아니 에르노다.

국내에 소개된, 즉 번역된 아니 에르노의 저서는 모두 16권이다. 지금까지 내가 알기론 그렇다. 그 모든 저서를 그러모아 놓고 지금까지 10권을 훑었다. 깊이 있는 독서를 하는 편이 아니라 훑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아니 에르노를 아는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듯이, 그러나 작가는 그다지 동의하지 읺는 듯 하지만, 그의 작품이 자전적 소설로 귀결되는 만큼 그의 작품은 어느 한 시점의 자신이 직접 겪은 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경험되지 않은 것은 결코 쓰지 않는다.˝는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는 그렇게 모두 직접 경험한 자신의 이야기다.

이번에 만난 《사건》은 1963년, 아니 에르노가 23세 때에 겪은 사건을 중심으로 펼친 이야기다.

그 사건은 임신 중절이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임신 중절을 불법으로 진행한 직후까지 아니 에르노가 겪은 실화다. 그야말로 고통스럽고 한편으로는 무력감으로 혼란스러웠던 이야기여야 할진대, 아니 에르노는 객관적 시선을 놓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가 참으로 불편하고 무겁다. 어찌보면 선입견적으로 임신 중절이라는 담론 자체가 그렇듯이 우리가 느끼는 사회적 통념때문에 그렇다. 나는 낙태를 생명의 우선권에서 볼 때, 태아에게냐 아니면 임신한 여성에게냐에서 임신한 여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 적지않음이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사건》이라는 작품에서 던지는 무게는 아니 에르노가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도 낙태를 금지하느냐 허용하느냐는 세계적 주요 의제다. 미국의 경우 낙태금지법이 주마다 입장이 다르고, 바이든은 재집권을 위한 방편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낙태권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그것이 미국을 들썩이기 하고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은 따져묻지 않아도 분분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바 아니겠는가.

이렇듯 아직도 찬반 운운하는 낙태권에 대해 아니 에르노는 이미 자신의 저서 《사건》에서 그 의미를 곱씹고 있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독자는 그것을 자신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아무튼...
아니 에르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적은 분량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던지는 메시지는 가장 무거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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