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컬렉션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 전11권 - 가난한 사람들 + 죄와 벌 + 백치 + 악령 +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석영중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탄생 200주년 특별 전집 한정판은 안 사면 후회막심. 그래서 산다고 해도 두꺼운 책들을 읽지 않을 것 같아서 후회 예상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붕붕툐툐 2021-10-30 2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인가요?ㅎㅎㅎㅎ 그럴 땐 하란 말이 있으니까~ 지르세욧!!ㅎㅎㅎㅎㅎ

오거서 2021-10-30 23:01   좋아요 2 | URL
붕붕툐툐님 유머에 적응했는데 이번에 해석 불가~ 오류 발생 ㅎ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21-10-31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입하셨어요??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라면 저도 사놓고 후회한다에 손 들겠습니다.
요즘 저도 엄청 고민중이네요.^^
듄도 사려고 벼르는 중인데...책값만 어마어마 하네요ㅜㅜ

오거서 2021-10-31 11:51   좋아요 0 | URL
아직 미출간 상태라서 지켜보고 있어요 ^^
 

하지만 고령 환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짐만 될 뿐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고 고백할 때면 마음이 무척 무겁다. 그들은 얼마 남지 않은 나날을 회의감에 젖어 무의미하게 허비한다. 하지만 그들이 토로하는 말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첫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부터 죽어 간다. 시간은 가차 없이 흘러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나날은 모두 헛되거나, 아니면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매 순간이 소중하다. 완화 의료 운동의 창시자인 데임 시슬리 손더스가 이런 말을 했다.nn "당신은 당신이기 때문에 중요하며, 생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중요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평온하게 생을 마치도록, 그리고 그때까지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되뇌는 이야기는 파괴적 효력이 있다. 다른 어느 분야보다 완화 의료에서 더 그럴 수 있다. 평생 한 번 겪는 죽음은 소멸하는 그 순간까지 절대로 직접 경험해 볼 수 없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선 두려움이 최악으로 치닫는다. 우리가 죽음이라고 부르는 상황은 결국 인간의 유한성이라는 물리적 사실과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이 결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종말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거나 초라하거나 외롭거나 불쾌할 거라고 상상한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된다고, 이러한 서술 자체가 그러한 결말을 짓도록 돕기 때문에 우리의 암울한 상상을 과학 기술로 뒤집을 수가 없다. 플로렌스가 경험한 것처럼, 삶이 끝나 갈 때 최악을 상상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과 달리, 환자들은 대개 죽음을 맞으려고 호스피스에 들어오지 않는다. 호스피스 업무 중 극히 일부분만 입원 환자의 병상 주변에서 이뤄진다. 대다수 업무는 데이 센터day center와 커뮤니티 활동으로 채워진다. 흔히 질병의 초기 단계여서 호스피스에 오갈 수 있을 만큼 건강한 환자들은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데이 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가한다. 또 호스피스 간호사들과 의사들은 환자가 머무르는 가정과 요양 시설, 병원의 다른 구역을 방문하여 환자와 그 가족, 비전문 의료 팀에게 갖가지 도움과 전문 기술을 제공한다. 극심한 통증과 구토, 호흡 곤란과 불안감 등 복합 증상으로 호스피스에 입원하더라도 중간에 상태가 좋아져서 퇴원하는 환자도 꽤 많다.

우리의 데이 센터는 활기가 넘친다. 미술 치료와 음악 치료 외에, 환자들은 시를 쓰고 수채화를 그리고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른다. 그 과정에서 환자들끼리 친밀한 관계를 맺어 서로 격려하고 지원한다. 함께 식사하면서 즐겁게 웃고 떠든다. 한번은 부활절 일요일에 출근했더니 사무실에 초콜릿 바구니가 가득했다. 전날 데이 센터 환자들이 호스피스 직원들을 위해 정성껏 준비했다고 한다. 말기 진단은 사형 선고가 아니라 앞으로 수년간 펼쳐질 인생 과정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우리는 그 과정을 어쩔 수 없는 상실감과 슬픔뿐만 아니라 사랑과 희망, 나눔과 친절 같은 선한 자질로 채워 갈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숨이 붙어 있는 한 우리가 인간으로서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다.

"죽음이 다가온다는 게 전혀 실감나지 않아." 한 환자가 내게 말했다. "난 아직 삶으로 충만하거든."

그날 밤 나는 혼자서 눈물을 흘렸다. 상실의 아픔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인간의 본성 때문이었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불굴의 의지를 발휘하는 우리 인간이 나를 늘 감동시켰다. 사람들은 흔히 호스피스 업무가 무척 힘들고 우울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와 정반대라고 대답한다. 호스피스에는 용기와 연민과 사랑하는 마음 등 인간 본성의 선한 자질이 가장 정제된 형태로 존재한다. 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최고의 모습을 선보이는 사람들을 수시로 목격한다. 내 주변엔 자신의 최고 경지에 다다른 사람들로 가득하다. <햄릿>의 주인공 햄릿은 냉소에 찬 목소리로 외쳤는지 모르지만, 나는 경외하는 마음으로 속삭인다.

"인간은 참으로 위대한 작품이야."

사실대로 말하자면, 사이먼은 집에서 지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지 못했다. 스테로이드는 호흡을 개선하는 데 놀라운 효과가 있었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자 사이먼이 지치기 시작했다. 그의 암은 진행 속도가 유난히 빨라서 그를 순식간에 제압해 버렸다.nn "아버지가 티미의 생일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소피가 복도에서 내게 물었다.nn "솔직히 그럴 것 같지 않아요."nn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티미의 여섯 번째 생일은 일주일 후였는데, 사이먼의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었다.nn "좋은 생각이 있어요. 올해만 티미의 생일을 좀 앞당기면 어떨까요?"nn 며칠 뒤, 사이먼의 병실 문밖에 ‘티미의 생일 파티’라고 쓴 종이와 풍선이 걸렸다. 그걸 본 티미는 좋아서 비명을 지르며 할아버지 품으로 뛰어들었다. 선물 포장을 마구 뜯는 바람에 종이가 사방으로 날렸다. 가족과 친구들은 병상 주변에서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광선검, 곰 인형, 버즈 라이트이어 캐릭터를 본뜬 생일 케이크, 생일 축하 노래, 왁자한 웃음소리의 중심에는 초췌한 남자가 있었다. 고통을 참느라 어금니는 앙다물었지만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났다.nn 다음 날 아침, 사이먼은 의식이 없었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결국 공포심도, 숨을 쉬기 위한 헐떡임도 없이 차가운 모래를 남기고 물러나는 썰물처럼 조용히 떠나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를 안다고 해서 무슨 쓸모가 있을까마는, 나는 그저 아는 것 자체가 좋아서 다른 나라 역사를 공부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더 있으리라 믿고 책을 낸다. 심오한 역사철학이나 역사이론은 없다. 역사의 사실, 사실 사이의 관계에 관한 정보뿐이다.

드레퓌스 사건부터 독일 통일과 소련 해체까지 모든 사건이 극적이었다. 등장인물의 삶과 죽음은 인간의 본성과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다시 살펴봤지만 꼭 추가해야 할 다른 사건을 찾지 못했다. 다만 몇 꼭지는 빼거나 합쳤다. 4·19혁명은 졸저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돌베개, 2021)에 상세하게 서술했다는 점을 고려해 덜어냈다. 일본의 역사왜곡은 세계사의 중대 사건으로 볼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러시아혁명은 두 꼭지를 하나로 합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에 나는 응급실로 쏟아져 들어오는 환자의 수치에 집중하며 닥치는 대로 진료했다. 잠깐 만났다가 당일 근무 시간이 끝나면 더는 그들을 볼 일이 없었다. 노련하고 능숙한 의사로 단련되는 게 내 목표였다. 하지만 자신감이 커지면서 매사를 산업적 잣대로 접근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덩달아 커졌다. 의사? 나는 그저 오작동하는 신체 부품을 수선하는 기계공이었다. 결함을 파악해서 후다닥 수선하는 기계공. 우리가 수선한 건 사람이 아니라 장기臟器였다.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몇 년 뒤에 두 아들의 모습을 상상해 봐요. 열 살이나 열한 살쯤. 아버지의 존재론적 고뇌에 아이들도 빠질 만한 나이가 됐을 때를 상상해 보세요."

나는 톰이 슬며시 웃는 모습에 힘을 얻어 다시 이야기를 이어 갔다.

"애들이 당신에게, ‘아빠, 어차피 죽을 걸 뻔히 아는 상황에서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예요?’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건가요?"

톰이 한참 심사숙고하더니 대답했다. "글쎄요, 아마도 세상이 얼마나 멋진 곳인지 알려 줄 것 같네요. 멋진 세상을 누리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일요일에 공원에서 아이들과 축구를 하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뭐 그런 걸 알려 주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당신의 답변이에요. 그중에 영원히 지속하기 때문에 소중한 건 하나도 없잖아요. ‘석양이 다 무슨 소용이야? 잠깐 머물다 사라질 건데’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톰은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다 한참 만에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네, 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요. 도시를 떠나 히피처럼 살라는 말이군요, 그렇죠?"

"아마도." 내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포르쉐를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달렸겠죠. 그런데 당신이 아끼는 것들은 결국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아닌가요?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즐거움 말이에요. 그런 것들이 아름다움이나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 왜 영원히 지속돼야 하죠? 난 오히려 그런 게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우리도 그렇고요."

톰은 다음 날 아침 퇴원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운명으로부터 한동안 자신을 지켜 줄 장치를 가슴에 달고 살아서 걸어 나갔다. 우리의 대화가 그에게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그의 두려움을 이해하려고 시도한 덕분에 적어도 그는 담당 의사가 자기에게 마음 쓴다는 건 알지 않았을까.

톰과 이야기하던 중에 문득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는데, 그 당장엔 차마 꺼내지 못했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톰도 일리가 있다고 수긍했을 것 같다. 톰이 급성 심장 마비로 진짜 죽었다고 가정한다면, 그의 삶은 단박에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죽음으로써 삶의 덧없음을 보여 주기는커녕 역설적으로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했을지도 모른다. 부검을 통해 그의 브루가다 증후군이 밝혀졌을 테고, 그러면 두 아들은 유전자 검사를 받을 것이다. 톰은 인생의 전성기에 목숨을 잃음으로써 두 아들의 생명을 구했을 수도 있다. 유전적 질환이 대부분 그렇듯이, 브루가다 증후군도 자식에게 유전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줄리는 방금 론의 병상에서 상실감을 더 이상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진 채 흐느꼈던 것이다. 옛날 같으면 의사는 이런 경우에 진정제를 놔 주었다. 하지만 비탄에 잠긴 사람을 둔감하게 하는 벤조디아제핀 주사제는 사실 의사의 불편함을 더는 목적이 더 컸다. 나는 기존의 약물로는 도와줄 게 없는 상황에서 뭔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궁리했다. 그러다 불쑥 내 능력 밖의 제안을 하고 말았다.

"줄리, 론에게 작별을 고하고 싶으세요? 내 말은, 그러니까 남편 옆에 눕고 싶으세요?"

흐느낌이 뚝 그쳤다. 줄리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래도 될까요? 그… 그게 가능한 건가요?"

그래도 되는지는 나도 잘 몰랐다. 론은 쿠션이 보강된 침대를 거의 다 차지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를 불편하게 할까 봐 걱정되긴 했지만, 일단 간호사들과 힘을 합쳐 무기력해진 그의 몸을 옆으로 살짝 옮겼다. 시간과 요령이 필요한 일이었다. 한참 만에 줄리가 누울 만한 공간이 마련되었다. 줄리는 조심스럽게 남편의 품으로 파고들어 손을 잡고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주문처럼 속삭이면서 뺨에 와 닿는 가냘픈 그의 숨결을 느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삼켰다. 사랑하는 부부의 너무도 소중한 마지막 순간을 위해 우리는 조명을 낮추고 조용히 병실을 나왔다.

(…)

그날 내가 취한 행동이 옳거나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그걸 의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통곡하면서 몸을 일으키는 줄리를 간호사가 얼른 부축해 주었다. 우리는 따끈한 차를 건네고, 안아 주고, 기댈 어깨도 제공했다. 어떤 위로도 줄리의 상실감을 덜어 준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몇 주 뒤, 줄리가 선물 바구니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줄리는 비탄에 잠겨 눈앞이 캄캄할 때 호스피스 의료진이 보여 준 호의와 배려가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됐는지 모른다고 했다.

병원이라는 공간에 깃든 염려와 연민에도 불구하고, 대학 병원보다 더 삭막한 건축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네온 등이 번득이는 각 구역과 기나긴 복도로 이뤄진 병원 건물에서는 오로지 위생과 효율성만 중요하다. 손이 닿는 곳은 전부 소독제로 닦여 있고, 조명은 눈에 거슬릴 만큼 강하고 기능적이다. 병원은 결국 병약자를 위한 대규모 수용 시설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실제로, 포드 자동차의 대규모 공장을 여럿 건축한 미국의 유명 건축가 앨버트 칸은 1925년 미시간 대학 병원을 설계할 때 공장 조립 라인의 논리를 적용했다. 효율성과 생산성, 멸균과 청결만을 따졌다. 존엄과 온기가 절실하게 필요한 곳에 공항 탑승구처럼 삭막한 환경을 조성했으니, 사람들이 집에서 눈을 감고 싶어 하는 게 전혀 놀랍지 않다.

어원학적으로 볼 때, 의학은 보이는 모습과 다르다. ‘의사doctor’는 라틴어 도세르docere에서 온 말로 ‘가르치다’라는 뜻이다. 반면 ‘환자patient’는 라틴어 파티엔스patiens에서 온 말로 ‘참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NHS 병원 안팎에서 환자에게 요구하는 인내와 극기는 실로 엄청나다. 가령 응급실에서는 진료 순서가 올 때까지 몇 시간씩 대기해야 하고, 암 치료를 시작하려면 몇 주, 심지어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환자에게 고통을 덜어 주겠다고 해 놓고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킨다. 의사가 다가올 때까지 환자는 수술복 차림에 손목 밴드를 차고 초조하게 기다릴 뿐이다. 미력하나마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결정하도록 타고난 종種으로서, 이러한 현실은 확실히 참아 내기 어렵다.

미학을 중요하게 여기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길 때, 나는 마치 반란군에 가입하는 기분을 느꼈다. 호스피스는 업무 내용뿐만 아니라 공간 배치에서도 기존의 의료 패러다임을 무너뜨렸다. 출근 첫날부터 온갖 기대와 가능성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병원에선 왜 아내가 죽어 가는 남편 옆에 누워 따스한 온기를 전할 수 없는 걸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을 때, 우리는 왜 환자가 배우자와 사랑을 나눌 방법을 먼저 찾아보지 않는 걸까? 그들이 어찌할 줄 몰라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을 왜 그냥 지켜보기만 할까? 사랑하는 아빠를 떠나보내기 전에 함께 영화를 보려고 피자를 사 들고 오는 10대에게 왜 문을 활짝 열어 주지 못할까? 반려동물이 사람보다 더 큰 위로를 줄 수도 있는데, 왜 개나 고양이를 건강에 유해하다고만 할까? 통념에서 가장 벗어난 질문을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완화 의료와 관련 없는 일반 병원 환경에선 왜 이 모든 의문을 아예 제기하지도 않는 걸까? 요컨대, 왜 유아 병동에 입원한 어린아이나 죽음의 문턱에 선 중환자일 때만 진정한 환자 중심의 병원 환경을 누리는 것일가? 고통과 불안에 떠는 모든 환자가 이러한 위로를 받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1년 10월 3주 신간 에세이 적바림.

황정은의 <일기>는 10월 2주에 이어 추천이 많았다.

10월 3주 신간 중에서도 뉴페이스인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와 <노루인간>은 10월 3주 톱 10에 들었다.

<예술가의 편지>에 이어지는 편지 시리즈 2번째 <작가의 편지>는 제인 오스틴부터 수전 손택까지 대문호 49인의 손글씨를 생생하게 담았다.

또 이웃의 힘을 빌리면, 김혼비의 산문집 <다정소감>은 김초엽의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와 함께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는 다정한 책으로 추천 받았다. (미니 님께 감사!)

신간 에세이 구경 조금 더 …



에세이 (15)


1.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13.1]

#나는삼류선수였다손흥민아버지의고백
#손흥민키운아버지손웅정의삶철학
#손흥민아버지손웅정의인생드리블
#새책 #울로프팔메외
#모든것은기본에서시작한다손흥민父손웅정에세이출간

2. 일기 日記 [9.1]

#소설가가눌러쓴인사말
#사려깊은문장들씩씩하고다정한산문집
#새책 #일기외
#일기는용기있는하루보냈다는증거

3. 노루인간 [8.7]

#북카페 #리더를위한멘탈수업외
#이미지로여는책 #노루눈빛에사로잡혀숲으로간19세그리고7년저는노루인간입니다
#43마리노루에게배운자연야생에서의7년프랑스판정글북
#신간 #모두를위한의료윤리노루인간함께라서조선소녀들유리천장을깨다

4. 작가의 편지 [7.1]

#책의향기 #랭보는마지막순간절망의편지를썼다
#대문호49인의손편지인간성까지엿보이네
#새책 #울로프팔메외

5. 다정소감 [3.2]

#새책 #봄날의새연外
#사려깊은문장들씩씩하고다정한산문집

6. 당신이 모르는 여행 [3.0]

#여행신간 #여행신간

7. 세리, 인생은 리치하게 [3.0]

#리치언니박세리에세이집인생은리치하게출간

8.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2.7]

#새책 #봄날의새연外
#신간 #신발스타일의문화사나는괜찮지않아도괜찮아가난해지지않는마음

9. 야생초 마음 [2.3]

#새로나왔어요 #야생초마음外
#10월22일문학새책

10. 하루키가 야구장에 가지 않았더라면 [2.3]

#책꽂이 #상처가될줄몰랐다는말外
#BOOKS #이주의새책10월23일자

11.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2.0]

#200자읽기 #먹거리둘러싼사회적관계조망

12. 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 [2.0]

#책의향기밑줄긋기 #죄책감없이먹는게소원이야

13. 길은 언제나 내게로 향해 있다 [1.7]

#신간 #사유하는기쁨삶이묻고나우웬이답하다길은언제나내게로향해있다

14. 요즘 언니들의 갱년기 [1.5]

#신간 #두번째글쓰기요즘언니들의갱년기트리스탄과이졸데

15.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 [1.1]

#새책 #울로프팔메외



주1. [] 안의 숫자는 주간 기준 추천+빈도 누적 점수 (나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름)
주2. 읽고 있거나 읽은 책의 리스트가 아님 (향후에 읽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