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좋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1
고대영 글, 한상언 그림 / 길벗어린이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대영 글 / 한상언 그림 / 길벗어린이

노크하지 않고 누나 방에 들어갔다가 누나에게 혼나고.. 엄마는 누나 뒤 좀 그만 따라다니고 독립하라고 하신다.
누나는 나보다 두 살이 많다.
다섯 살, 고모네 집에서 이층 침대를 가져왔을 때 나는 누나와 둘이서 작은방에서 자게 됐다.
엄마와 따로 자야했지만 누나랑 함께여서 괜찮았다.
누나와 함께 있으면 심심하지 않고 누나하고 노는 게 가장 재미있다.
누나는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카드놀이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일요일이면 가족이 함께 목욕탕에 갔는데 다섯 살 때부터는 누나랑 함께 여탕에 못들어가게 돼서 나는 목욕하는 게 하나도 재미없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물어도 나는 누나라 대답했고 유치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그릴 때도 누나를 그렸다.
일곱 살 때 방이 세개인 아파트로 이사해서 내 방도 생겼지만 나는 하나도 좋지 않았다.
이사한 다음 날부터 나는 혼자 자야 했기 때문이다.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잘 안 오고 괜히 목도 마르고 오줌도 마려웠다.
자기 방에 불쑥 들어오고 내가 만날 자기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며 누나가 아빠한테 일렀다.
아빠도 어렸을 때 그랬고 큰 고모가 시집갔을 때 많이 서운했다며 누나한테서 독립하라 하신다.
 그날 밤, 나는 누나가 누나 짝꿍한테 시집가는 꿈을 꾸었다.
"안 돼!" 엄마가 깨우는 바람에 벌떡 일어났지만 꿈인 것이 정말 다행이다.

지원이 병관이시리즈를 쓰시는 고대영 작가님이 쓴 책이에요.

그래서일까요?
그림 속 아이의 이름이 따로 없고 생김새도 다르지만 이 두 남매의 이야기 속에 지원이와
병관이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우리 유주에게 고대영작가님의 자녀 이름이 진짜 지원이 병관이라고 이야기를 했던터라 유주가 책표지에서 고대영 작가의 이름을 보고는 이 주인공 아이가 병관이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아니라고 했두만,, 잠시 뒤에 엄마는 틀렸답니다.
엄마 아빠가 만나 데이트를 하고 결혼을 하는 장면에서 '어머나 멋져 대영씨~' 하는 대목을 손으로 가리키고는 "맞잖아~~" 하며 반박을 하네요.^^
이런들 저런들~~ 병관이가 아니더라도 이 이야기는 형제나 자매가 있다면 마치 우리집 이야기, 둘째들의 이야기 같습니다.
남매긴 하지만 반대로 오빠와 여동생인 저희집도 동생이 완전 오빠 매니아에요.
티격태격 다툴 때도 있고 심통을 낼 때도 많지만 놀고 먹고 자고 거의 모든 일상을 함께 하면서 오빠를 자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로 여기지요. 오빠가 좋아하는 반찬은 앞으로 당겨 놓아주고 오빠 양치할 치약도 짜놓고.. 거의 누나같이 챙기는 동생은 사랑의 부등호로 쳐도 완전 기울어진 사랑이라지요.
서로에게 가장 의지하고 때론 다투거나 경쟁하면서 자라는 이 두 남매처럼 우리 아이들도 이 아이들의 심정을 더 공감하며 볼 듯 하네요.

면지에 그려진 강아지처럼 이 남동생도 누나 뒤를 졸졸 따라 다녀요.
어떤 놀이를 하든 둘이 함께 하고 그러다 서로 봐줘라, 안된다 삐지기도 하고.. 기분이 풀린 누나가 책을 읽어주면 누나를 바라보는 눈에선 반짝반짝 광채가 일고 이러니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항상 누나입니다.
엄마랑은 떨어져 자도 아무렇지 않지만 누나랑 떨어져서는 잠을 못이룰 정도라니 이 누나가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일지 짐작할 만 하지요.
그런데 이 누나가 자기를 두고 시집을 간다니~~~ 얼마나 당황되었으면 "안 돼!!" 하려 해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을까요?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식장에서 울어퍼대는 이 동생을 보 참 귀엽습니다.

평소때 우리 아이들을 보듯 생생한 일상을 그려낸 이 책에선 그림만 보면서도 웃음짓게 되는 부분이 많아요.
엄마, 아빠의 만남에서부터 아이들의 출생이 담긴 페이지도 그렇고 아이들이 서로 게임을 하며 실랑이를 벌이거나 누나를 이기고 좋아하는 동생과 거꾸록 동생에게 져서 분한 누나의 표정이 재밌게 그려졌어요.
낙서같은 그림이 잔뜩 그려졌는가 하면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짐작해 볼 수 있을 만큼 그림이 굵직굵직, 인물들의 표정이 크게 보입니다. 
일반적인 그림책과 달리 노란색 소포지같은 재질의 종이에 물감과 연필로 자유롭게 그려졌고 글도 제법 많아 그림이 재잘재잘 더 수다스러운 거 같아요.      
내용으로나 그림으로나 시끌벅적한 [누나가 좋다]입니다.

책을 읽고서 어떤 책놀이를 할까 하다가 책 속에서 끝말잇기를 하는 주인공들을 보고 유주에게 끝말잇기를 하자고 했어요.
주거니 받거니 말로 좀 하다가 유주에게 끝말잇기를 적으면서 해보자고 했더니 좋다네요.
유주가 놀 동안 후다닥 A4종이를 접고 아예 책 모양으로 엮어 유주만의 책이라 주었어요.
(아주 바쁘게 열심히 만든 엄마의 정성을 봐서라도 글씨 좀 바르게 써보라고 ㅎㅎ )


끝말잇기를 하겠다고 앉았는데 흰 종이를 보고는 또 그림본능이 살아났습니다.^^;;

우선 책에 나온 꼬마 고대영을 그리겠다며 시집가는 큰누나를 보고 우는 아이를 펼치네요.
그리곤 해맑게 웃는 아이도 옆에 그리고는 병관이라 하고 뒷장에는 지원이가 나오는 책을 뽑아다가 책상에 앉은 지원이를 그렸어요.

한참 그림 그리기를 하고는 끝말잇기를 시작했어요.
책 제목인 '누나'가 제시어.. 따로 정해진거 없이 계속 페이지가 끝날 때까지 적기로 했는데 하나 적고 '엄마는 뭐로 할꺼냐?" 묻고 또 하나 적고.. 아주 더디게 적었습니다.

페이지가 끝날 때까지 하루에 한 쪽씩 하기로 해서 담날에도 끝말잇기를 하는 유주..
속도가 느려서 왜 그러냐 물었더니 말로 할 때는 생각이 나는데 글로 적으려니까 생각이 잘 안난다며 투정반입니다.
맞은편에서 숙제를 하던 규현이가 슬그머니 나서서 좀 거드니 속도가 다시 붙어서는 다 마쳤다고 가져왔어요.
역시 유주에겐 멋진 오빠! 이래서 유주에겐 '오빠가 좋다!!' 입니다. 



'료'로 끝나면 '요'로 쓰는거라더니 료가 요로 바뀌어 쓰여지기도 하고 틀린 글자도 보입니다.

언제나 파도타기하는 유주체 글씨..

아이들에게 첫 시작 낱말과 마지막 낱말로 문장을 만들어 보자고 했어요.
'누나가 수박을 먹는다.', '사냥꾼이 돼지를 잡는다.' 
이렇게 아주 간단한 문장을 만들고는 둘이 이어서 두 번째 단어와 뒤 두 번째 단어.. 계속 해 문장 만들기를 해 봅니다.
말도 안되고 얼렁뚱땅인 것도 부지기수이지만 그냥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노는 모습이 흐뭇하고 둘이라서 좋단  생각 들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