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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바위 똥바위 ㅣ 옛날옛적에 12
김하늬 글, 권문희 그림 / 국민서관 / 2012년 5월
평점 :
김하늬 글 / 권문희 그림 / 국민서관
옛날 옛적에 신선님들은 비와 바람, 눈과 태풍 등 날씨를 살피는 일을 하며 세상을 돌보았어.
그리고 일이 끝나면 전라도 땅에 있는 신선바위에 내려와 바둑을 두며 놀았지.
바위 아래 사람들은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았는데 어느해 가뭄이 들었지 뭐야.
사람들은 속닥속닥 일을 꾸미는가 싶더니 그날부터 음식을 준비해 배불리 먹고 놀았어.
그리곤 몇날 동안 큰일을 보는 건 꾸욱! 참았단다.
마을 사람들은 신선바위에 올라 상을 차려 놓고 농사지을 단비를 내려달라 빌었어.
대장엄마는 대나무 줄기로 비가 언제 올까 여쭈었고 사람들은 신선바위에서 한바탕 시끄럽게 놀았지.
남자 어른들이 저만치 내려가고 대장엄마가 "싸시요잉!"하고 말하자 엄마들과 아이들은 서둘러 쪼그려 앉아 똥을 누기 시작했어.
바위 위에는 찰똥, 물찌똥, 고드름똥, 알똥, 활개똥, 무더기똥, 황금똥이 가득~ 똥판이 벌어졌어.
사람들은 서둘러 마을로 내려가고 신선바위를 본 신선님들은 화가 단단이 났어.
신선님들이 비구름에 천둥 번개, 소나기, 꿀비, 단비, 작달비 모두 부르자 주룩주룩 큰 비가 내렸단다.
가을이 되어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신선바위 아래 사람들은 해마다 농사를 지어 잘 먹고 잘 살았어.
그것은 다 비를 부르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래.
신선님들이 놀다가시는 신성한 신선바위가 똥바위가 된 재미난 사연을 담은 이 이야기는 전라남도 곡성군에 전해 내려오는 민담이라고 해요.
농사를 천하의 근본이라 여겼던 그 옛날에는 날씨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을텐데요..
이 책에는 비가 오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간절함을 담은 색다른 기우제 풍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썪는 줄 모른다'는 옛말처럼 신선님들이 바둑을 두느라 날씨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생각했을까요?
그리고 신성한 제를 모시며 아녀자들이 똥을 싸다니!
좀 엉뚱하기도 하지만 바위를 더럽히면 신선들이 그것을 씻어내려 할 것이라 생각한 그네들의 재치가 엿보입니다.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는 가뭄은 그야말로 하늘을 원망할 일이었겠지요?!!
먹을 것은 없고 농작물은 말라가고 속도 바짝 타들어갈것인데 사람들은 없는 살림에 먹을 것을 장만해 몇날며칠 실컷 먹습니다.
그리곤 신선바위에 올라 제를 지내고 한바탕 뛰논 다음, 큰 일을 치루지요.
먹자판, 놀자판, 똥판을 벌이는 이들을 보자면 어떤 어려움과 걱정 앞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여유있게 문제를 풀어가는 슬기와 지혜가 느껴집니다.
방귀, 똥 이야기 나오는 이야기치고 아이들이 싫다 하지 않는거 같아요.
이 책도 그러한 소재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쓰여진 글이 옛이야기의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말풍선 글을 따라 읽으며 책 속 인물이 되어 보는 것도 즐겁고요..
그리고 <줄줄이 꿴 호랑이>와 <내 더위 사려!>를 그린 권문희 작가 특유의 재미난 그림이 있어 책속으로 한껏 끌리게 되네요.
부드럽게 간드러진 그림들과 생생한 표정과 몸짓을 가진 인물들, 특히나 사람들이 똥을 싸는 장면과 신선님들의 노한 얼굴은 웃음이 절로 나와요.
맨 마지막에 아이들이 부르는 <뿌지직 뽕!>노래는 인터넷에서 찾아 듣고 같이 따라 불러 보기도 했어요.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던 이야기를 재미난 이야기와 그림, 노래로까지 다시 만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날씨를 다스리는 신선님들은 안개비, 여우비, 꽃바람, 소슬바람, 가랑눈도 뿌리고 꿀비, 단비, 작달비도 내리게 한다지요.
비와 바람, 눈 등 날씨를 알려주는 예쁜 우리말들인데 저도 잘 모르는 것이 있어서 과연 그것이 무얼까 찾아 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날씨에 어울리는 작은 책을 만들어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좋아하는 색깔로 골라 한다며 유주는 보라색과 분홍, 빨강을 골랐어요.
색종이를 대각선으로 접은 다음 삼각접기를 해서 다시 접어 모으고 모양그림을 대고 오려냈어요.
밑판이 되는 종이에 한쪽을 붙여주고.. 우산대를 빨대로 넣어주면 어렵지 않게 완성입니다.
각각 바람과 비, 눈 이름을 적고 그것이 어떤 이름인지 적어 보게 했어요.
유주가 글을 적고 있으니 규현이도 해보고 싶다 하네요.
규현이도 유주처럼 좋아하는 색을 골라 접고 오리고 붙이고 쓰고 바빴습니다.
유주는 다 완성한 다음 글을 썼는데 글을 쓴 다음 모양을 붙여주는 것이 여러모로 한결 나았어요.
우산보다는 파라솔처럼 생긴 우산북이 만들어졌어요.
꽃바람, 소슬바람, 단비, 꿀비, 작달비, 함박눈.. 날씨 이름들이 참 예쁘지요?!
집에 있는 다른 책을 찾아보니 이 외에도 날씨에 관련한 이름들이 참 많았어요.
샛바람, 높바람, 남실바람, 건들바람, 잎샘바람, 잠비, 떡비, 채찍비, 도둑눈, 잣눈..
생소해서 아이들이 아직은 어려워했지만 나중에 더 크면 좀 더 큰 우산에 더 많은 날씨 이름을 넣어도 좋겠다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