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모험을 끝내는 법 - 제5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수상작 모음 작은 책마을 34
윤아린 외 지음, 이경국 외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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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작으로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내 이름은 모험을 끝내는 법]을 비롯해 모두 세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책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상상하기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이 책 속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 법한 이야기들로 상상이 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대상 수상작인 [내 이름은 모험을 끝내는 법]에는 결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마지막 페이지가 찢겨진 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재활용 쓰레기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모험을 끝내는 법'은 지칠대로 지쳐 자신의 모험이 그대로 끝났으면 하고 체념해 있었다.
다른 재활용품들의 이야기에 화가 난 모험을 끝내는 법은 표지만 보고서 자기를 데려갔다가 버린 아이를 원망한다.
우리 아이들이 흔히 접하는 것중에 으뜸은 아마도 책이 아닐까? 아이들에게 책은 무엇일지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표지가 멋있지만 이야기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어렵고 지루하다고 두 번 다시 펴보지 않는 책들도 부지기수일테다.
그런데 책의 결말이 싫다고 찢어 버리다니.. 책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 안타깝고 또 그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겠다.
그런 순간 모험을 끝내는 법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된다.
재활용통에서 모험을 끝내는 법을 찾은 남자아이는 집으로 가져가 책을 읽고 결말을 새롭게 글로 써낸다.
결말없이 버려졌던 책은 다시 책 속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을 얻으면서 행복해지고 아이는 어느새 책의 독자에서 책의 저자가 되어 책에 자신의 이름을 쓰게 된다.
'모험을 끝내는 법'의 저자 서영우처럼 우리 아이들도 책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아이로 또 이야기를 만드는 데 어려워하지 않고 상상을 즐기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괴물 난동 사건의 진실]은 어느 날 우연히 괴물을 만나게 된 승찬이의 모험을 일기체로 담은 동화다. 
방학식날 동화축제를 하느라 엄마가 만들어주신 괴물 옷을 입게 된 승찬이는 외진 숲길로 집에 오다가 괴물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괴물 회의에 참석하게 된 승찬이는 다시 또 얼떨결에 사람들을 혼내주는 특공대원에 지원하게 되었다.
어릴 때는 승찬이의 엉뚱한 경험같은 상상을 했던거 같다.
저녁엔 도깨비들도 살아나 돌아다니고 산 뒤에는 다른 나라로 바로 갈 수 있는 길이 있기도 하다고.. 책에는 벼락바위에서 괴물들이 회의를 하러 모이는 구름까지 바로 가는 통로가 있고 그래서 그들이 움직일 때 비가 쏟아진다는 즐거운 상상이 담겨 있다.
괴물의 권리를 찾기 위해 인간을 혼내주기로 했던 괴물들은 되레 사람들로부터 감사인사를 듣고 되고 사람들과 괴물들은 승찬이를 통해 화해의 물꼬를 트게 된다.
오해와 불신으로 가졌던 원망을 어렵지않게 풀어낸 이 이야기에는 유쾌한 상상으로 풀어낸 소재들이 많아 재밌었는데 우리 큰아이도 세 편의 이야기중 이 동화가 가장 재밌다고 꼽았다.

세 번째 [책이 된 어느 날]은 실제 현실을 담은 이야기이면서 상상의 끈을 적절히 당기어 재미를 준다.
아이들에게 다독보다는 정독이 그리고 거짓보다는 진실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이다.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그렇고 요즘은 독서에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추진하면서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권한다.
이 동화에서도 독서인증제때문에 도서실에서 책을 빌려 독서 권수를 늘리고 책을 제대로 읽는 대신 인터넷서점의 서평으로 대략의 내용을 알게되는 아이가 등장한다.
학교 대표로 다독상을 받게 되었지만 친구들로 부터 사실이 밝혀진 영우는 집을 가출하려다 책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우를 찾으러 학교를 간 엄마는 영우의 사정을 듣게 되고 영우인 책 [나 좀 봐 주세요]를 읽는다.

'솔직히 나는 책 읽는 게 재미가 없다. 읽어도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엄마는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이걸 안 보느냐고, 늘 덜떨어진 애 취급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차라리 내가 책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한 번쯤은 엄마가 나를 제대로 봐 줄 테니까.  (p. 96 본문에서)
주인공 영우는 다독상을 타기 위해 그리고 책읽기를 즐기는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그런 실수를 하게 된다.
그야말로 책읽기의 즐거움 보다는 다독상이라는 결과물에 연연해 정작 자신의 본질까지 변해 버린 것은 아닐까?
영우의 속마음을 알게 된 엄마 그리고 엄마의 이해를 보면서 다시 영우로 돌아오는 결말이 다행이기도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정말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영우의 엄마는 일주일에 한 번씩 책을 사들이는데 주로 베스트셀러들로 책을 다 읽지는 않는다. 장식품처럼 책을 꽂아 놓고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서평을 읽으며 내용을 다 아는 것처럼 그리고 무척이나 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영우를 누나와 자주 비교하고 있는데 내 모습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리 비춰질 수 있겠단 생각에 갑자기 호흡이 빨라졌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을 가볍게 보지 않는가?
한 번 읽고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는 않는가?
아,, 내 앞에 놓인 이 책은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책을 읽는 나도 잠깐 즐거운 상상을 해보게 된다.  
[내 이름은 모험을 끝내는 법] 동화 세 편은 현실과 상상이 잘 어우려져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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