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를 밀어 넣었다.
"그런 쩨쩨한 정의는 당장 잊어버려. 나는 젊은 시절에 전 세계의박물관을 돌아다녔어. 사흘을 꼬박 봐도 다 못 보는 거대한 국립박물관부터 성질 고약한 영감이 헛간을 개조해서 만든 농기구 자료실까지 다 둘러보았지. 하지만 어느 하나도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어.
그런 것들은 그냥 창고야. 예지의 여신에게 공물을 바치려는 정열이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아. 내가 만들고 싶은 건 인간 존재를 초월한 박물관이야. 쓰레기통 속의 썩은 채소에서도 기적적인 생명의흔적을 발견하는, 현세의 삶을 속속들이 품어주는....... 뭐, 아무리설명해도 소용없을지 모르겠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항상적 기관‘ 운운하는 인간에게는 말이지. 오늘이 며칠이지? 3월 30일이야? 저런, 산토끼의 수사일(死日, 역학에서 말하는 대흉일의하나-옮긴이)인 걸 깜박했네. 산토끼의 관절이 붙은 허벅지살을먹어야 하는 날인데. 해도 저물고 있으니 나는 그만 가봐야겠어."

받아 와? 흥,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야? 상대방이 내주는 물건에는영혼이 담겨 있지 않다고 전에도 얘기했을 텐데. 우리가 찾는 유품은 예외 없이 곤란한 장소에 갇혀 있어. 우리 임무는 그걸 구해내는거고, 그 어떤 위험하고 지저분한 수단을 써서라도 말이지. 유품이박물관에 보존되는 순간, 수단의 옳고 그름 따윈 소멸되고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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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출간10주년 개정판 야생초 편지 1
황대권 글.그림 / 도솔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처음엔 자신의 만성 기관지염을 고쳐 보려고 풀을 뜯어 먹다가이내 야생초에 반해서 야생초 연구가가 된 사람!
감옥에서 어렵게 씨를 구해 각종 야생화를 정성껏 가꾸며,
삶을 이야기하는 그의 글에는 초록빛 들풀 향기가 가득합니다.
소박하고 겸손한 풀들이 옥중 동지‘ 였다고 서슴없이 고백하는그의 글들에 감옥 생활의 애환도 가득합니다.
동료들을 불러 모아 ‘들풀모듬 으로 잔치를 하는 그.
컵라면 용기, 마가린 통에 들꽃을 심고때로는 코카콜라 병 속에 청개구리를 키우며쥐와 거미와도 친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때로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야생초에 대한 그의 관찰과 연구는 전문가 수준이며,
이 관찰은 식물적인 견해를 넘어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인간관계에 대한 묵상으로까지 확산됩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이어지는 그의 야생초 관찰일기는풀 향기 가득한 식물일기이고 생명일기이며,
감옥에서도 자유로운 한 구도자의 사색일기, 수련일기라고 여겨집니다.
- 이해인 (수녀, 시인)

1994.8.23까마중작고 동그란 ‘시꺼 멈‘ 속에 조물주의완전하심이 다 들어 있다오늘은 까마중을 그렸다. 시골에서는 ‘먹달‘ 이라고도 한다. 너도 잘 알지?
어렸을 때 곧잘 시커먼 열매를 따 먹었지. 우리화단에도 해마다 잊지 않고 까마중이 자란다.
하도 잘 자라 나는대로 뽑아 버려도어느새 여기저기 - P129

감잎, 두충잎, 쑥잎, 결명자, 이 네 가지만 가지고도 기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배합해 먹으면 한 겨울 질리지않게 차맛을 즐길 수 있다.

이 나라의 가장 민중적인 야생초 네 가지를 꼽으라 하면, 나는 서슴없이 쇠비름, 참비름, 질경이, 명아주를 들겠다. 이 땅에 가장 흔할 뿐 아니라 모두가 식용으로, 또 민간 약재로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이 기막힌 색의 대비는 늦가을의 서늘한 공기와 강렬한 햇빛이 아니면빚어낼수 없는 대자연의 작품, 그것을 감히 그릴 수는 없고 여기에 스케치만 해 둔다. 나는 숨을 고르려고하늘을 쳐다보았다가 오히려 숨을 죽이고 말았다.

오늘 그린 풀은 중대가리풀이란 것이다. 별로 좋아하는 풀은 아닌데, 우리교도소의 습기진 곳에서는 어김없이 돋아나는 끈질긴 풀이라 교도소를 대표하는 풀중의 하나라고 생각되어 한번 그려 보았다. 잎이 모양없이 각져 있고 꽃이랄 것도없는 둥그런 것이 몇 마디 건너하나씩 피었다가 그대로 노랗게익어 터져 버리는 그렇고 그런 풀이다. 먹지는 못하고 약재로는 쓰는모양이다. 먹지 못한다는 것은 책에 그렇게 분류되어 있을 뿐 내가 직접 실험해 보진가가가 하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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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만이 생존 경쟁을 넘어서서 남을 무시하고 제 잘난 맛에빠져 자연의 향기를 잃고 있다. 남과 나를 비교하여 나만이 옳고 잘났다고 뻐기는 인간들은 크고 작건 못생겼건 잘생겼건 타고난 제모습의 꽃만 피워 내는 야생초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 P7

얼마나 어려운지를 사람을 생긴 그대로 사랑하기가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얼마나 어려운지를이제야 조금은 알겠다.
평화는 상대방이 내 뜻대로 되어지길바라는 마음을 그만둘 때이며행복은 그러한 마음이 위로받을 때이며기쁨은 비워진 두 마음이 부딪힐 때이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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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논어의 말 초역 시리즈
나가오 다케시 지음, 유가영 옮김 / 삼호미디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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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뛰어난 사람은즐기는 사람이다.
무슨 일이든, 단지 아는 것만으로는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 무슨 일이든, 단지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그것을 즐기는 사람만큼 잘할 수 없다.
일도 취미도 공부도, 즐길 수 있어야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실감할 수 있다.
옹야 [雍也]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지지자는 불여호지자니라, 호지자는 불여락지자니라.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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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0
오라시오 키로가 지음, 엄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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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를 받다니! 다른 것도 아닌 그들의 사랑이! 스물여덟 살의마시니, 스물두 살의 베르타. 둘은 서로를 열렬히 사랑했건만,
보통 아이 하나 가질 수 없었다. 그들이 바란 건 예쁜 아이도똑똑한 아이도 아니었다. 그저 아이 하나, 다른 아이들처럼평범한 아이 하나를 원했을 뿐이다!


누구든 묘하게 끌리는 것이 있다면, 그건 다른 이를 무참하게짓밟으면서 느끼는 잔인한 쾌감이리라. 예전에는 두 사람모두 간절히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들어도 꾹 참고 넘어갔다. 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바를 이루자,
그들은 서로 자기의 공으로 돌리며 상대의 결함 때문에백치로 태어난 네 명의 아이를 제일 큰 수치로 여겼다.

그녀도 사랑에 빠진 거라면..... ... 그녀도 그를 사랑하고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마음을 졸일 때마다. 네벨은 그녀의가슴에 걸려 있던 꽃묶음과 자기에게 뭔가를 보답하려고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의 모습을떠올렸다. 그가 꽃묶음을 잡으려고 달려갔을 때 그녀의눈동자에 일던 광채와 애타게 그를 기다리던 표정, 그리고그에게 꽃묶음을 건넬 때 언뜻 드러난 풋풋한 가슴골이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네벨은 남자의 직감으로 느꼈다. 그가 알고 있던 리디아모습을, 애틋한 첫사랑의 추억을 앞으로도 영원히 가슴속에간직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삶에서 순수한 추억보다 아름답고, 우리를 단단하게단련시켜주는 것은 없다." 네벨은 열여덟 살 때의 아름다운추억을,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여태껏 가슴에 묻고 살아왔다.
그런데 그 추억이 지금 비탄에 젖은 채, 하녀나 쓰는 허름한침대 위에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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