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은둔자 (리커버)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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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결혼했고, 6월에 죽었다.) 나는 그 글들이 필요하다. 냅이 3, 40대에쓴 글에서 내가 내 3, 40대의 주제들을 발견하고 변화의 단초와 공감의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 냅이 5, 60대에 쓴 글이 있었다면 나는 그글에 내 5, 60대의 삶을 포개어 또 무언가를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그는 없다. 나는 이미 여러 번 읽었던 이 글들을 하릴없이 다시 뒤적일 뿐이다. 그러면서 늘 새삼스럽게 다시 웃는다. - P9

내가 옮긴이의 후기치고 지나치게 사적이고 남부끄러운 이야기를 쓴 것도 그런 느낌 때문일 것이다. 또 냅을 읽은 경험이 나와 비슷한 독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 알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이 긴 글은 다음의 한 문장으로 줄여도 괜찮을 듯싶다. 자,
여기 책으로 저를 (아주 조금이지만) 바꾼 작가를 소개합니다, 그립고기쁜 마음으로, - P9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친구는 중얼거렸다. "늘 혼자 있다.
니. 얼마나 즐거울까."

글쎄,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내가 누리는 이런 수준의고독이 즐거운 것은 사실이다. 사치와 안도감이 있다는 것도, 엄청난 자유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친구가 잠시 벗어난시간과 혼자 있는 시간을, 쉴 시간과 빈 시간을, 고독과 고립을 헷갈리고 있다는 것도 안다. 마치 내가 일하지 않는 동안은 만면에미소를 띠고 집 안을 어슬렁거리며, 빵을 굽고, 끝도 없이 거품 목욕을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친구는 이 시간에서 끝없는 평온과 고요만을 보았다. 나로 말하면, 이 시간에서 그보다 좀 더 걱정스러운 것, 그보다 분명 더 어려운 것을 본다. 내가 이렇게 많은 시간을혼자 보내는 것은 그 시간을 늘 혹은 틀림없이 즐기기 때문이 아니다. 내게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기 때문이다.
고립은 고립되고 싶은 충동은 두려움과 자기 보호에 관련된 일이다. 고립은 고치를 만드는 것, 매혹적으로 편한 나머지 벗어나기가 어려워지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 P17

고립은 또한 음흉하다. 우울증과 똑같은 방식으로, 그것은 잡초처럼 슬금슬금 자라나서 당신을 붙들고는 다시는 놓아주지 않는 어떤 마음 상태다. 당신은 한동안 혼자 지내며, 그저 고독할 뿐인데… 그러다 어느새 고립된다. 당신은 만족하고 있는데.......
그러다 어느새 외롭다. 당신은 스스로 잘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데…… 그러다 어느새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상태에 갇힌다. 고독과고립의 경계선은 무척 가늘고 모호하며,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기에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다. - P18

혼자 있는다는 것, 그 모든 다양한 형태는 혼자 살거나, 싱글이거나, 배우자나 가족이나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갖거나 연습이 필요한 기술이다. 고독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을 돌볼의욕이 있어야 하고, 자신을 달래고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교적인 생활을 가꾸는 것도 역시 어려운 일이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기꺼이 취약해질 줄 알아야 한다. 캐럴린 하일브런이그 쌍둥이 기술을 터득하는 데는 60년이 걸렸다. 내 친구 그레이스는 40대 중반인 지금 그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20년 동안 혼자 살아온 그는 이제 프라이버시와 교유의 균형을 예전보다 더 자주 달성할 줄 안다. 나로 말하면,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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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충격 - 지중해, 내 푸른 영혼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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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바다!"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젊음의목소리가 이 책 속에서 출렁이길 바란다. 열흘 뒤면 나는 다시 프로방스로 떠난다. 그곳에서는 아직도, 행복은 습관이 아니라 충격이다. 행복은이 땅 위에 태어난 우리의 하나뿐인 의무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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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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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키니는 너무 커져서 금방 싱거워진다. 옥수수 수확은 아직 멀었지만, 익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곰이나 너구리가 숲 속 어딘가에서 달콤하게 익어가는 기척을 맡으려 하..
고 있다. 그들의 후각은 무척 멀리까지 뻗는다. - P155

밭일을 하는 동안은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것을보고 그저 손만 움직인다. 등에 태양을 느끼면서 숨을 쉬고 숨을토하는 것을 내 귀가 듣고 있다. 일군 밭과 수확물에서 흙내가물씬 풍긴다. 다 파낸 것 같은데도 유키코가 흙에 손을 집어넣으면 남아 있던 것이 두 개, 세 개 굴러나온다. - P160

둑 주변이 깨끗해졌다. 왜 사람은 잡초만 깎아도 이렇게 상쾌해지는 걸까. 울퉁불퉁한 땅보다 펀펀하게 고른 편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콘크리트 마감도 보기에 나쁘지 않다. 평평한 면을 인간이 좋아하게 된 것은 도대체 언제부터일까? 인간이 처음 본 평평한 것. 바람 없는 날의 호수, 파도가 쓸고 간 모래사장, 얼어붙은 물웅덩이. 내 청바지와 티셔츠에는 주름이 가고, 풀이랑 잎사귀의 초록색 파편이 달라붙어 있다. 예초기 엔진을 끄고 헬멧을벗는다. 숲의 소리가 귀에 돌아온다. - P161

침대 옆에 있는 작은 책상에서 스톡홀름 시립도서관이 표지인 큰 판형의 책을 열어본다. 매끌매끌한 종이에 활자의 울퉁불퉁함이 느껴지는 그리운 촉감과 햇볕에 그을린 종이 냄새, 스웨덴어로 된 텍스트, 모노크롬 사진, 평면도와 입면도, 도서관 주위의 지형도도 게재되어 있다. 평면도에는 원형의 대열람실 주위를 ㄷ자형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도서관은 다소 높은 언덕에 서 있다. 정면으로 가는 진입로는완만한 오르막길이다. 엔트런스 홀에 들어서면 그곳은 천장이높고 까만 벽에 둘러싸인 어두컴컴한 공간이다. 얕은 계단을 올라가면 원형의 대열람실이 나타난다. 어두컴컴한 계단을 지나면 일전一轉해서 천장에서 자연광이 쏟아지는 하얀 벽의 공간이머리 위로 가득 펼쳐진다. 그 아래에 나타난 삼층 원형 개가식책꽂이에는 책이 가득 차 있고, 플로어에 서 있는 사람을 감싸듯이 내려다보고 있다. 다양한 색깔의 책 표지가 하나의 커다란태피스트리 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넣은 양탄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형서가의 모습, 대열람실에 들어간 순간 나이트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해방감과 동시에 그와 모순되는 밀실감이 일체가 된 감각 - P166

사람은 죽은 뒤에 숲으로 돌아간다는 태고로부터의 생사관이 스웨덴 사람들 의식에 깊이 침투되어 있었다. 그 이미지를 눈에 보이는 풍경으로 형상화할 수만 있다면 화장에 대한 심리적 저항도 희석되지 않을까? ‘숲의 묘지‘라는 프로젝트 명이 처음부터 준비된 데에는 그와 같은 배경도 있었다.
그러나 ‘숲의 묘지‘를 완성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경합에서 일등이 된 후부터 그 일이 필생의 일이 될 예감이아스플룬드에게 있었다 하더라도, 거기에 불길한 것은 하나도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숲의 묘지‘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오 년뒤 서른넷이 됐을 때, 아스플룬드는 장남을 병으로 잃게 된다.
죽음은 어느 틈엔지 가까이에 모습을 드러내고, 묵묵히 서 있었다. 아스플룬드는 장남의 죽음을 전후해서 설계에 들어간 ‘숲의..
예배당‘ 의 문 스케치에 ‘오늘은 당신, 내일은 나라는 명판板을.
그려넣었다. - P170

선생님은 내 의문에 미리 대답하듯이 말했다. "가구는 좀더뒤에 생각하자는 이구치 군 생각도 이해하지만, 건축이라는 것은 토털 계획이 중요하지. 세부적인 것은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이 결코 아니야. 물론 이구치 군도 그런 거야 알고 말한 거겠지만 말이야. 세부와 전체는 동시에 성립되어가는 거야. 수정란이세포분열을 반복해서 사람 모습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본 일이있나?" - P173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 같은 것은 놀랄 만큼 빠른단계에 완성돼. 태아는 그 손가락으로 뺨을 긁기도 하고 열었다.
닫았다. 태어나기 몇 달 전부터 손가락을 움직여. 건축에서 세부라는 것은 태아의 손가락과 같아. 주종관계에서의 종이 아니야. 손가락은 태아가 세계에 접촉하는 첨단이지. 손가락으로 세계를 알고, 손가락이 세계를 만들어. 의자는 손가락과 같은 것이야. 의자를 디자인하다 보면 공간 전체가 보이기도 하지."
무의식의 영역을 빼놓고 사람에게 태아시절의 기억은 없다.
그렇지만 이 손가락이 예전에 그렇게 세계를 탐색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서 손을 움직일 뿐만 아니라 손을 움직이는것이 생각으로 연결된다. 선생님의 건축 작법은 그 양쪽으로 성립되어 있다. 나는 내 손을 펼쳤다가 쥐었다. - P173

"나눗셈의 나머지 같은 것이 없으면 건축은 재미가 없지. 사람을 매료시키거나 기억에 남는 것은 본래적이지 않은 부분일 경우가 많거든. 그 나눗셈의 나머지는 계산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야. 완성되고 나서 한참 지나야 알 수 있지." - P180

선생님은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혼자서 있을 수 있는 자유는 정말 중요하지. 아이들에게도 똑같아. 책을 읽고 있는동안은 평소에 속한 사회나 가족과 떨어져서 책의 세계에 들어가지. 그러니까 책을 읽는 것은 고독하면서 고독하지 않은 거야..

아이가 그것을 스스로 발견한다면 살아가는 데 하나의 의지처가 되겠지. 독서라는 것은, 아니 도서관이라는 것은 교회와 비슷한 곳이 아닐까? 혼자 가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장소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야."
어딘가에서 또 쇠딱따구리가 울었다. 끼이 하는 작은, 그러나분명히 귀에 들어오는 소리. 도서관이 조용한 것은 사람들이 약..
속을 지키기 때문이 아니고, 사람이 고독하게 있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라면, 선생님은 그 공간을 어떤 형태로 만들려는 것일까.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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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1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 카피라이터의 시선으로 사로잡은 일상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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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인생을 잘 살 수밖에 없는 기본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기본기를 키우기 위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다니고, 뭔가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렇게 비옥하게 가꿔진 토양이 있어야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고, 새로운 카피도 쓰고, 무엇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물리적인 환경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적 환경에서도 나는 천혜의 환경을 누리고 있다. 남편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몸도 일으키지 않고, 안경도 끼지 않은 채로 침대 옆에 있는 책부터 펴는 사람이다. 책을 읽다 좋은 부분이 나오면 꼭 내게 읽어준다. 책을 다 읽고난 후에도 그 책을 정리한 글을 써서 내가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남편과 나의 책 취향은 꽤 다른 편인데, 내가 남편의 관심 분야에 무관심한 것과는 달리, 남편은 내 관심 분야에도 관심을 놓치지않고 괜찮은 책이 나왔다는 말을 들으면 꼭 선물로 사서 준다. 간혹내가 남편 분야에 관심을 보이면, 남편은 입문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책까지 차근차근 선물해준다. 자부한다.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부럽다는 책 친구를 나는 가지고 있다. - P16

많은 작가들도 모두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이미 거쳐 간 책들도 모두 자신의 시간을 숨죽여 다시 기다리고 있다. 그 책의 시간은 언제일까. 알 수 없다. 다만 사람과 책의 관계에도 때와 환경과 감정의 궁합이 맞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상상하는 시간이 있다. 조금 더 나이가 든 내가 책장 앞에 서서어떤 책을 손 가는 대로 펼친다. 내 글씨를 발견한다. 내가 해둔 체크표도 발견한다. 왜 그곳에 그런 메모를 해놓은 건지, 그 구절의 어떤부분이 좋았길래 체크를 해놓은 건지 쉽사리 기억나지 않는다. 나도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거기에서 발견한다. 그때의 내가 궁금해서 다시 그 책을 읽는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책을 발견한다. 그리고 새로운 부분에 새로운 감정으로 줄을 긋는다. 그렇게 영원히 새로운책을 발견해나가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내 유난한 기억력이 준축복일지도 모른다. - P33

"내가 신기한 책 하나 보여줄까?"
그리고 남편은 책 한 권을 꺼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책이었다.
아니 수없이 본 책이었다. 우리 집에도 있는 책이었다. 《자본론 이었다. 그런데 책이 이상했다. 책이 아팠다. 두드려 맞은 것 같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갖은 방법을 통해 고문을 받은 사람의 모습을 책으로 재현한다면 그 모습일 것 같았다. 아니, 고문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소중히 읽었다는 걸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소중히 한 글자한 글자 쓰다듬으며 읽었다는 걸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읽었으면, 얼마나 잘근잘근 씹으며 읽었으면, 얼마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좌절하며, 희망하며, 다시 좌절하며 읽었으면 책이 이럴까. 모든장이 손때가 덧입혀져서 부풀어 있었다. 종이 한 장보다 손때의 두께가 두꺼웠다. - P31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소설을 읽는다. 소설을 읽으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막연하게나마 인간을 배운다. 감정을 배운다. 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그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분노하지않는 것인지, 왜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왜 나와는 다른지, 왜 나와는 다른 선택으로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는지 짚어간다.
현실 속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는 희박한 이해의 가능성을 소설을 통해서 약간이나마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소망하면서 읽는다. 어쨌거나나는 카피라이터니까. - P48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어도, 내가 껴안을 순 없어도, 각자에겐 각자의 삶이 있는 법이다.
소설책을 편다. 거기 다른 사람이 있다. 거기 다른 진실들이 있다. 각자에게 각자의 진실을 돌려주려면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좁고 좁은 내가 카피라이터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 P51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돌아와 보니 봄은 우리 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다.
- 중국의 시 - P77

자신에게 맡겨진 시간 안에서, 일상적인 세계의 일상적인업무에 불후의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 같지 않은 그런 인물에게는 진실이 어울리지 않는다.‘
마이클 커닝햄 (세월) 비채 - P71

하지만 김화영이 딱 잘라서 말을 했다. 냉정하게도, 잔인하게
"참으로 이곳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아니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올 것이 아니다. 이곳은 내일의 행복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올 곳은 아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한 사람, 가득하게, 에누리 없이 시우며 행복한 사람의 땅"이라고 지중해에 대해 딱 잘라 말을 말했다. - P84

이것이 처음 《행복의 충격을 읽었을 때 내 마음속의 지진이었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나를 위한 공간은 지중해 어디에도 없다고 선언해버린 것이었다. 《결혼, 여름도, 《안과 겉도, 《이방인》도, 시지프신화에서도 같은 선언이 이어졌다. 중요한 것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능한 한 그곳에 살아남아 버티면서 멀고 구석진 고장에서식하는 괴이한 식물들을 가까이에서 관찰 "2 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계속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내게 일침을 놓고 있었다.

광채 없는 삶의 하루하루에 있어서는 시간이 우리를 떠메고 간다. 그러나 언젠가는 우리가 이 시간을 떠메고 가야 할때가 오게 마련이다. ‘내일‘, ‘나중에‘, ‘네가 출세를 하게 되면,
나이가 들면 너도 알게 돼‘ 하며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고 살고있다.
이런 모순된 태도는 참 기가 찰 일이다. 미래란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이니 말이다 (알베르 카뮈,시지프 신화)


2. 알베르 카뮈, 《결혼, 여름, 책세상, 1998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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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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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낸 세금으로 만드니까 이 시설은 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전혀 쓸모가 없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되지. 또 하나 건축가란 말이야, 역시 후대까지 기억되는 건축물을 만들지 않으면 주어진 역할을 다한 것이 못 돼. 그것은 관공서 시설관리과든 종합건설사든 똑같아. 전화국이든우체국이든, 저절로 감탄이 나오는 건축물이 있어. 건축가가 누군지 모르는 건축물이지만 안에 들어갔을 때 방문한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고, 언제 누가 어떤 생각으로 이것을 설계했는가 상상하게 된다면 정말 멋지지 않겠나? 국립현대도서관을 어디에서 수주하게 될지 모르지만,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플랜은 남겠지. 낙찰받지 못하더라도 젊은 건축가들이 이쪽이 더 좋았을라고 생각할 만한 것으로 만들고 싶네. 건축가가 죽은 뒤에 완성되는 건물도 있으니까 말이지."

구겐하임 미술관은 선생님이 사사했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죽고 반년 뒤인 1959년에 준공되었다. 의뢰받았을 때부터 십육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였다. - P140

는다. 개구부는 쓴다. 예컨대 여름 별장의 뛰어난 점을 몇 가지들라고 하면 나는 맨 먼저 설계실의 개구부라 할 것이다.
남쪽의 미닫이 유리창을 좌우로 활짝 열어젖히면 바깥에서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여름 별장에 와서, 나에게 주어진 설계실 책상에 앉아서 맨 처음 생각한 것은 이 큰유리창은 계수나무가 잎사귀를 활짝 펼치고 있는 가운뎃마당경치를 보기 위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계수나무의 황록색 잎사귀는 날이 맑든 흐리든 밝고 경쾌하다
둥근 모양의 잎사귀를 내려다보면 살짝 부유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 P143

우치다 씨는 이미 전체 도면을 다 그렸다. 균질한 연필선이 트레이싱페이퍼 위를 달리고 있다. 청사진이 되어도 우치다 씨가그린 연필선의 아름다움은 확고하게 뉘앙스를 남기고 있다. 이런 선을 그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여자도 능숙하게 대할 거라고생각했다. 섬세하면서도 속도와 결단력이 있다. 내가 만일 여자라면 이 연필 한 줄에서 우치다 씨의 손가락 움직임까지 떠올릴지도 모른다. - P144

선생님이 손을 보신 것은 우치다 씨 디자인을 좀더 세련되게 연마하는 것이아니고 반대로 좀더 투박하게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 완성된 것을 보면 원안보다 좀더 합리적이고 쓰기 좋은 형태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신경이 구석구석 미친다는 것과 신경질적인 것이 어떻게 다른가, 선생님이 덧붙인 선에 그 대답이 보이는 것 같았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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