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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락의 아내
토레 렌베르그 지음, 손화수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9월
평점 :
스릴러안에 깊이 스모든 슬픔과 외로움이란 말이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한남자가 있다. 아내의 부재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게 된 남자 톨락
그는 마을에서 친절하고 착한 잉에보르그의 남편으로 불리는 남자다.
어느날 갑작스럽게 맞게 된 아내의 부재로 인해 세상의 모든 일이 무가치해지며 아내를 통해 소통을 했던 마을 사람들, 아들과 딸과의 관계가 점점 힘들어진다.
그나마 그를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어릴적 마을에서 입양한 오도,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때문이다. 조그마한 마을 산속 끝에서 목재소를 하면서 일상을 견뎌내는 힘, 그것은 톨락의 아내 잉에보르그를 만나고 사랑하고 아이들을 낳았던 지난 시절의 회상이 전부다 .
그런 그에게 이제 암이라는 병마까지 겹치면서 피를 토하는 아침을 맞게 되는 그런 날이 전부다.
그리고 아들 오도를 지켜내는 것, 사라진 아내를 회상하면 사는 삶의 끝
노르웨이 소설가의 북유럽 감성은 정말 매끈하다 못해 간결하다.
울컥할 부분도 없고 스릴러도 없고 단지 톨락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이 전부인데 ..
자꾸 읽게 된다.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과 함께 ,톨락의 무심함과 고집들이 우리나라 60,70년대 아버지의 모습같다. 그래서 낯설지 않은 톨락의 외로움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사랑하지만 사랑을 제때 표현하지 못하고, 세상의 변화에 맞추지 못한채 뒤쳐지는 줄 알면서도 자신보다 세상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평범한 삶에서 느끼는 고독이란 무엇일까? 톨락이 과연 진짜 잘못살았나?
인생의 어느 한부분의 잘못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인생모두가 잘못 살았다는 느낌이 드는 자괴감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암에 걸린채 죽기 전에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 위해 마지막으로 아들과 딸을 부르는 톨락.
그리고 밝혀지는 여러가지 비밀들, 반전 , 그리고 또다른 아픈 결말 ..
다 읽고 나니 서늘한 아픔과 슬픔 그리고 고독이 오롯이 느껴진다.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데는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결국 스스로와 화해하기 마련이다.
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과거에 행했던 모든 일과 과거에 보았던 모든 것과
과거에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차례 차례 눈앞에 스친다. 하나도 빠짐없이.
좋든 싫든. 바로 그때, 우리는 스스로와 화해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다.
페이지 55
톨락의 아내가 감춰두었던 비밀, 그리고 톨락이 끝내 화해하지 못했던 아들과 딸 그리고 또다른 아들 오도 , 어쩌면 이야기는 자신과의 화해를 위해 긴 여정을 떠난 톨락의 화해의 제스처가 아닌가 싶다.
끝내 어떤것과도 화해하지 못한 톨락. 그의 모습을 통해 가부장제와 페미니즘의 오래된 종말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