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합
다지마 도시유키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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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글자도 놓치지 마라 라는 띠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나서 “아 또 당했네”라고 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이력이 너무나 아쉽다. 


이 소설은 세가지의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시대도 다르고 등장인물도 다르다. 다만 등장인물 모두가 세대와 연관되어 있거나 사건과 연관되어 있는 듯 보인다.  그런 연관성 또한 숨기지 않는다. 

보여줄 것 다보여주어 반전을 기대하지 않게 되는 깊은 속임수가 깔려 있을 줄이야 !!! 



열네살 소년 스스무는 여름방학 동안 아버지의 친구 별장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동갑인 가즈히코를 만나면서 친구가 되고 얼마안있어 동네 부잣집 소녀 가오루를 만난다. 

두소년과 한 소녀의 성장 소설이자 사랑을 담은 상큼한 이야기가 우선 마음을 슬슬 녹인다. 

스스무는 가오루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질 않고 오히려 가오루와 가즈히코가 점점 가까워져 마음을 졸이게 된다. 어느날 가오리가 자신의 별장에 두 소년을 초대하고 그곳에서 가오루의 고모와 고모부를 만나게 되면서 가오루의 불행한 집안 환경을 알게 된다. 친절한 가오루의 고모와 달리 엄마는 두소년을 탐탁히 않게 생각하고 급기야 두 소년의 집안 출입을 금지한다. 


또다른 이야기는 두 소년의 아버지가 전쟁중 호큐전절의 고바시 회장을 모시고 독일 베를린에서 머무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독일의 신문물을 보기 위해 시내를 돌던 중 만난 묘령의 여인 아이다 미치코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반나치주의자들을 숨겨주었던 일이 발각 되면서 그녀를 도와주게 된다. 그렇게 독일에 있는 사이 알게 된 그녀에게 말 못할 깊은 사연이 숨겨져 있는데 … 


세번째 이야기의 무대는 일본 본토이다. 호큐전절 기사와 부잣집 딸 히토미의 사랑이야기 .

여고생 히토미는 학교 통학중 타는 전철 기사를 사랑하게 되고 그에게 구애의 편지를 전한다. 

장난처럼 시작된 히토미와 전철 기사의 사랑은 진지하게 되고 그 일을 히토미 집안이 알게 되면서 상황은 심각해 진다. 히토미의 오빠는 호큐전철 기사를 만나러 와서 이상한 눈빛과 함께 이상한 말을 던지면서 그에게 접근하는데 … 


완전히 다른 이야기 같지만 세대를 건너서 얽히고 섥혀서 이야기는 어떤 한 사건으로 이어져 있다.

반전을 찾아내야지 하다가도 이야기의 배경이 롯코산에만 핀다는 세백합과 호수들 그리고 자연경관에 대한 묘사를 보는 순간 사건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특별한 장치를 하지 않았는데도 각각의 이야기에 홀려 전체의 큰 그림을 놓친 것 조차 모를 정도로 이야기는 매력이 있다. 특히 소년 소녀들의 풋풋한 사랑을 읽다보면 추리소설을 읽고 있다는 생각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인물의 심리적 묘사도 뛰어나다. 


수많은 반전소설을 다 읽었다고 자부했는데 이런 쉽고 간단한 논리로도 반전이 가능하구나 !!

인간에 깊이 박힌 편견이라는 것이 정말 깨지기 쉽지 않구나를 이번에 작품에도 절실히 느낀다. 

반전이라서 놀랍고 그 반전이 결말이 너무 슬퍼서 놀랍고 그리고 세소년의 사랑의 결말에 끄덕이게 되면서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다 읽고 책장을 앞으로 하나하나 짚어서 확인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되는 이야기. 

놓치지 않았는데 다 놓치고 말았다는 중얼거림을 반드시 만나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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