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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9월
평점 :
샤덴 프로이데란 독일말이 있다.
남이 안되는 걸 즐거워하단 말로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정도 쯤으로 이해해도 무방.
난 이런 식의 독일어나
단어의 부정이냐 긍정이냐 그 의미차이에 상관없이
또 있는지 자체를 몰랐는데
이 책 때문에 비슷한 류의 함축된 독일단어들을
독일에 사는 한국인으로써의 저자가 가진
경험과 해석을 더해 배워볼 수 있었다.
쉬운 단어부터 시작해 보자면 '아르바이트'
일단 발음은 중간 R발음 없이 '아바이트'가 맞는다고 한다.
한국에선 '알바'라고 통용되는 이 단어가
독일에선 '일, 작업, 노동, 과제'의 뜻으로
일반적 의미의 '근무'를 뜻한다.
이게 일본이 가져와 본래의 뜻이 아닌
'부업'의 개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우리도 그대로 이 단어를 가져와
본업이 아닌 파트타임 고용직의
업무 등을 부르는데 사용하고 있는 거였다.
여기까지 알았다면 정작 독일에서는
알바란 뜻의 단어가 뭔지도 궁금할 수 있는데,
친절하게 저자가 알아서 첨부해 놨다.
미니좁(minijob)이나
타일차이트아르바이트(teilzeidarbeit)란 단어가
한국의 알바의 뜻이라 한다.
저자는 아르바이트란 단어 자체가 아닌
한국적 감성으로 좀더 이해하며 풀어놨는데,
왠지 '주늑'들어있는 단어로 쓰이는 느낌이
바로 이 아르바이트란 단어 같다는 것.
때론 알바생이란 말조차도
하대하는 말처럼 쓰이고 있다는 느낌도 전하면서,
알바인, 알바자가 아닌 알바생으로 불리기에
학생이란 뜻의 이 '생'이란 접미사가
더 내려다보기 쉬운 의미를
내포하게 만든다고도 보고 있었다.
근데 약간의 반전이 있었던 건,
아르바이트의 어원을 보면
역사속에선 필연적으로 가난한 하인이 되거나
운명적으로 고된 노동을 하게 되는 사람들 중엔
고아들이 많았는데,
아비가 없는 고아의 어근 orbh에서
영어 orphan과 독일어 arbeit가 유래했다고 보기에
사실 아르바이트는 '슬픈 단어'가 맞다는 뉘앙스.
거기에 위트있는 저자는 이런 말로도 마무리한다.
'이런 어원을 일본인 한국인들은 알아챈 건가?'라고.
이 책은 보캐브러리 같은 류도 아니고
본격적인 독일단어 풀이집도 아니다.
독일에서 살아가는 한국여성의 에세이집으로써
독일어에만 있는 특유의 단어들을
한국문화에서 살다 독일로 간 저자의 한국감성으로
독일단어의 해석을 달아 본 내용의 글들이다.
어쨌거나 저자의 감성을 징검다리 삼아
독일 낱말들의 샛강을 따라 건너가면 되는 책.
독일말이 어렵다고 하나
이렇게 읽으니 부담없이 친근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