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임영태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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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제목에 끌리고 작가에게 끌리는 그런 책으로.
재미로 소설을 고르던 때가 더 쉽고 즐거웠던거 같은데
점차 나 스스로 읽기란 휴식을 또다른 배움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가 싶다.
이번 책은 그나마 작가에게서 느껴지는 나만 느꼈을지 모를 어떤 푸근함이
책제목과 다를 뭔가도 기대하며 가볍게 책을 선택하게 했던거 같다.
사실 제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설 속엔 책제목에 들어있는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이 4가지 단어를
모두 느끼게 해주는 주변과 스스로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좀 우스운 얘기가 될런진 모르겠지만, 책 초반부를 읽어나가면서는
이런 생각도 했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편의점 알바를 희망했었다거나
관련된 뭔가라도 하고 있다면 정말 공감하면 읽겠구나란 느낌.
작가들은 집필을 위해 사전 조사나 경험을 해본다 하는데
만약 직접 경험없이 간접경험만으로 편의점 알바의 일상을
이정도까지 풀어낼 수 있다면 대단한거 같다.
편의점에서 야간타임 알바를 하는 주인공의 삶을 스토리로 이어간다.
눈감자마자 잠드는 부인과는 다르게 잠들기 전에 갖은 생각을
어느새 취미로 가져버린 주인공에게 제시간을 이탈한 잠자리 시간은
작은 고통이고 또다른 도전이었을 것이다. 삶이 주어준.
편의점 알바를 하고, 슈퍼를 할까 알아보러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도 보고,
계약한지 얼마 안 된 전세집에서 나가야 되는 상황으로 인해
집주인 사람과 딜아닌 딜도 해야하는 주인공.
음악생활을 한 청년기의 사람좋은 선배의 부고나
삶의 불만을 가져다준 아버지의 모습과 도움을 청해보는 동생의 모습 등등
특별하지 않으듯 하면서도 매우 특별한 그것들이 이 책을
독자가 쉽게 보지 못하게 만들어줄 특별함이라 여겨본다.
몇몇의 얘기들은 직접적으로 몇몇은 간접적으로나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처럼 여기진 않을까도 싶다.
동생에게 부탁을 해야했던 형으로써의 회상이 책에 잠깐 등장한다.
아버지와 자신이 야간 철거 알바식으로 노가다를 뛴 경험.
시간대가 밤이라 힘들었고, 일하며 맡게되는 먼지와
일자체의 고됨이 당일의 일을 끝마칠 쯤엔 피곤으로 쌓였던 한때.
아버지는 같이 돌아오는 차안에서 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했던거 같다.
우리가 좀더 고생하면 니 동생 공납금은 만들수 있을거 같다고.
동생에게 부탁하러 간 형의 입장과 동생을 위해 알바를 뛰던 형의 기억을
비슷한 연속선상에서 읽게 만듦으로써 독자에겐 알아서
형이 이렇게 항변하듯 지금의 상황을 얘기하고 싶다는 걸
작가는 느끼게 하고 싶었던거 같다며 읽었던 대목이다.
그 대목의 나의 언급은 시시콜콜하게 동생과 주인공의
이런 사연으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좀더 우아한 갈등배경을 보여줌으로써 주인공의 정당성이라면 정당성일수도 있겠고
반대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자신의 머리속의 회상으로만
현재의 비참함을 더 독자에게 알아두란 작가의 담백한 배치같기도 했다.
책은 이런 식이다.
어떤 극적 반전이나 극적 사건이 아닌
애매하지만 현실인, 현실이지만 과거를 보여주기도 하는
다양한 연결고리 같은 인과관계같은 부조리함 같은 것들을
계속 보여주고 또 보여준다.
재밌다고 표현하고 싶지만 삶의 무게를 다루는 작품들은
무겁던 가볍던 재밌다는 표현은 실례인거 같아 못하겠다.
그러나, 소설을 추천하고 읽게 만드는 단어로
제일 쉬운 한단어는 결국 재미란 단어일거 같다.
난 이 책이 재밌었다.
그리고 이 책을 재밌게 읽을만큼 어리지만은 않게되서
이 책을 재밌게 읽었을거 같기도 하다.
대학생 독자라면 편의점의 이야기들을
나이가 많은 독자라면 주인공 부부의 삶 전체를
몰입해 읽어나갈지 모른겠단 추측도 해본다.
작가의 소설들 중 3부작 구성의 완성이 이 책이기도 하단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앞선 책들도 읽어보고 싶으나
처음에 해당하는 첫장품의 배경인 비디오대여점을 떠올리니
쉽게 결심이 설거 같지 않기도 하다. 왜냐하면
간혹 길을 지나다 DVD들에 밀려 산더미같이 쎃여있던 비디오들의
낡고 먼지쌓인 모습들이 주던 허망함이, 비디오에 대한
좋은 추억들마저 이젠 정말 묻어둘 시대를 살고있진 않은가 해서다.
가로읽기 시대에 세로읽기를 경험해보려는 듯한 느낌이랄까.
말이 샜다.
이 책은 그런 시대를 타기에는 영리한 편리함으로 무장했다.
먹고 사는 문제와 흔히 볼수 있는 영원한 뫼비우스 띠 같은
삶의 모습들로 책을 감싸놨으니까.
그래서 잘 읽히는 한글 소설의 맛을 더할나위없이 보여준다.
해석하지 않고 눈으로 바로 입력해 들어오는 한글의 맛을.
페이지 넘기는 부담이 없어서 더욱 좋았고 글읽는다는게 더 즐거울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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