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자리 흩트리기 - 나와 세상의 벽을 넘는 유쾌한 반란
김동연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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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엔 그 사람의 체취가 담긴다.
김동연씨를 모름에도 그의 글을 읽는 동안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읽는 내내 전달되는 느낌이 들었다.
끓고 있지 않는 냄비를 보는거 같은데 뜨거운게 끓고 있는거 같은
묘한 느낌이 이 책 전체에 있는듯 하다.
그냥 보통 이런 스펙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는 말들이 있다.
입지전적 인물.
그런데 보통 그런 사람들의 글들엔 묘한 공통점이 있는데
이 책에선 이상하게 그런게 잘 안느껴졌다.
전혀 안느껴지는 건 아닌데 정말 잘 안느껴졌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절제된 오기 아닐까 싶다.
자랑스러워 했던 27살 아들을 갑자기 병으로 잃기도 했을 때
그는 정말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근데 그마저도 자신의 인생스토리처럼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였다는 느낌이 분명 와 닿았다.
힘들지만 분명 의지적으로 받아들임. 내가 느끼는 그의 인생 모토같다.
굉장히 소년같으면서 강건한 내면을 지닌 이다.
주경야독을 하면서 준비했던 시험을 망친 한 일화에선
참 묘한 느낌을 준다.
잘 치렀다고 생각하고 나왔더니 가방에 답안지까지 넣고 나온 것.
그런데 마치1등 번호를 찍어놓고 사지않은 사람의 상황처럼
만약에 그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분명 합격했으리라는 속상함을 배가 시켜주는 상황을 연출한다.
끓지만 끓지않는 냄비처럼 살아가는 처세를 발휘하는 사람의
그같은 시험 실수담은 참 묘한 느낌이었다.
같은 얘기라도 누군가가 하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느낌은 매우 다른 법인데
엄청나게 듣고 자랐던 데미안의 알깨고 나오는 고통의 얘기도
저자를 통해 들으니 그또한 달랐던 듯 싶다.
줄탁동시의 예를 아주 논리적으로 잘 활용한 좋은 글이었다 느낀다.
알은 안에서 깨고 나와야 한다.
그러나 안에서 깨고 나오는 존재에겐
누군가가 밖에서 그 알을 깨주면 더 편할 수도 있다.
그 껍질을 안에서도 쪼고 밖에서도 쪼아준다면
바람직한 협업으로써 새의 부화를 도와주는 셈이니까.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이상적인 줄탁동시는 일반적이지 않다.
깨고 나오려고 애를 쓰다가 그냥 말수도 있고
나오기는 커녕 되려 그로인해 고통만 받을수도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부화되어 나오고 싶어하는 알속의 새같은 누군가는
밖에서 조금만 자신이 나오려고 하는 그 껍질 밖에서
조금만 도와주길 진정으로 바라고 또 바라고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그 껍질은 아무 도움없이 전적으로
그 알 속의 누군가 본인의 힘으로만 깨고 나올 수 있을 확률이
대부분일거라는 이성적인 답변을 책은 말하는 듯 하다.
그 차가움. 그래서 이 책이 고급스럽단 느낌을 받는 듯 하다.
나도 힘들었는데 하면서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거나
그래도 힘내세요란 말로 무작정 격려를 해주었거나 했다면
이 책 또한 그렇고 그런 보통의 자기계발서가 되버렸을 것이다.
대게가 바라는 희망을 버리게 함으로써 희망을 볼 수 있게 해주려는
저자의 경험이 녹았다고 느꼈다면 나만의 느낌일까.
잘써진 한편의 보고서 같기도 했던 이 책의
건조한 글의 흐름들이 너무 좋았고 많이 공감됐다.
그리고 나의 예전도 많이 떠올리면서 읽기도 했다.
책을 쓸 것을 많이 권유 받았었으나 계속 고사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유명을 달리한 아들로 인해
이 책을 만들어 볼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에겐 슬픔의 한부분이 독자에겐 복이 되어준 거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이 읽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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