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서 존 쿠삭이 나온 공포영화 '1408'이 떠올랐다.
다른 듯 닮았다고 느껴졌던 건, 삶의 가장 기본적 휴식공간인 방을
영화 속 공포의 무대로 활용했다는 점 때문일수도 있었겠지만
관객을 교묘히 이끌어나가는 두 영화의 공통된 정교한 연출력에서 그 닮은점을 찾고 싶다.
하지만, 1408은 영화로 만들어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가 싶을 정도로
종횡무진 빠른 공간전환으로 상상과 공포감을 심어 준 영화였던 반면,
이 '에코'는 나름 스토리가 과장 되어지는 걸 자제해 가면서
영상보단 반복되는 소리로써 그리고, 같은 공간내에서 벌어지는 묘한 분위기의 반복만으로
관객의 몰입을 높여가는 깔끔하고 담백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바비는 어머니가 자살한 방으로 돌아온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나 전과자로써 겪는 사회부적응 등의 감정들은 건너뛴다.
누군가 죽어나간 방에 사는 걸 주인공 형편상 불평할 처지도 못 되고,
선입견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웃의 시선도 당연 감수해야 할 사항일 뿐이다.
헌데, 중반부쯤 밝혀지는 주인공의 사연은 슬프다.
술집에서 여자친구를 겁탈하려한 남자를 우발적으로 죽여 살인자가 됐고,
홀로 남겨진 어머니는 바비가 죄값을 치루고 있는 사이 정체모를 이유에 자살까지...
그나마 자신을 지켜주려다 이렇게 되버린 바비를 여전히 사랑하고 기다렸던
여자친구가 있기에 괴기스런 스토리 안엔 독특한 따뜻함이 흐를 수 있다.
공포의 배경인 아파트 층엔 3가구만이 살고 있다.
주인공 자신과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옆집 경찰부부, 그리고 정체모를 공포에 휩싸여있는 중년남자...
바비는 어머니가 남긴 녹음 테잎, 벽의 벌어진 틈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들으며
점차 이 아파트의 이상한 기운 때문에 주인공도 이상해져가고 있음을 느낀다
바비 자신도 그의 여자친구도...
영화 말미에 모든 저주의 원인이 밝혀지지만
그에 맞는 해결책을 궁리해 볼 순 없는 초자연적인 일인데...

꽤 괜찮은 공포영화임에도 어쩌면 가장 중요했을 결말부 처리가
다소 빠르다 싶게 간단히 마무리 되어져 버린다.
그리고, 영화의 뒷맛을 개운하겐 만들지만 웬지 공포영화의 결말로는 아쉬운
가벼운 해피엔딩도 어쩌면 김빠지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일 수도 있다.
필리핀 영화를 헐리웃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이고,
원작의 감독이 직접 이 헐리우드 판도 감독을 맡은
서양적 외양을 띄고 있지만 홍보내용처럼 동양적 정서가 흐르는 공포물인데
잘 만들어졌음에도 낮은 평가를 주는 관객평의 평은 위와 같은 이유이리라.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낮은 평이 붙은 이유로는
관람전 너무 큰 관객의 기대로 들고 싶다.
'어디 얼마나 무섭게 독특한 영화를 만들었나 한번 봐주마!'란 그런 기대...
아무 기대없이, 정보없이, 이 리뷰마져 보지 않고 순수하게 보아 준다면
결코 무시당해야 할 수준의 영화가 아니다, 상상이상으로 재밌고 괜찮다.
개인적으론, 흥행에 성공한 '7급공무원'보다 분명 더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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