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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어떻게 사기가 되는가 - 거짓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쑨중싱 지음, 박소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11월
평점 :
책제목처럼
신뢰가 사기가 되는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참 버겁다.
항상 살얼음을 밟고 건너는 듯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듯,
인간관계에 대한 경계와 불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경고가 절실한 현실 같아서.
이 책을 읽음으로써 결국 얻게 될 지혜의 끝은
불미스러운 상황과 사람을 피할 수 있게 해 줄
혜안을 갖추는 것이 되야 하겠으나,
우선은 그냥 이 책을 읽으며
신뢰와 사기의 상호연관성을
체계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유익한 내용의 책이라 느낄 수 있었다.
책의 구성은 특이한 편이다.
보통의 책들은
설명 후에 필요한 예가 따라붙는게 보통인데,
이 책은 사기와 신뢰의 관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중국역사 속 현장들을 책의 맨 앞에 포진시켰다.
일종에 역사로 먼저 사례 공부를 해보는 들어가는 셈.
그 후에서야,
신뢰가 무엇이고
사기성을 띤다는게 무엇인지
분류가 잘 된 이론과 서술 부분이 뒤따른다.
저자가 대만 사람이고
중국 역사들로 시작한 책이기에,
서술 부분들도 당연히 중국색채가 강할거라 짐작했는데,
오히려 연결되는 부분에선
중국적인 내용은 극히 적거나 없었고
서양이론들로 내용으로 대부분을 채워갔다.
사회학 명예교수인 저자는,
원래 사회학엔 심리학이 쓰이진 않지만
사기와 신뢰를 설명하기 위해선
사회심리학 정도도 필요없는 사회학이랃
심리학으로 건드려야 될 부분이
많다는 걸 언급하며 필요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론과 독자 스스로의 정리로써
읽은 내용들이 남길 원해서였을까,
저자 스스로 어느 정도는 5개 이내의 정의들로
등장하는 개념들을 들려주기 위해
단순화 하고 목록화 한 노력이 느껴진다.
안그랬다면
사기꾼들의 묘수를 말할때마다
껀껀마다 하나씩 정의가 되야 하는
촌극이 되버렸을 테니까.
속는 사람보다는
속이는 사람을 설명하는 비중이
더 많은 책이지만,
우선.
속는 사람의 심리 중
가장 이해가 잘 됐던 '자기기만'부터 이야기 해 본다.
자기 기만...
이는 자기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기에
셀프로 사기를 치고 당하는 관계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안타까운 사기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곧 가해자도 되는 현실이니까.
남에게 1차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 다행인걸까?
다음은 속이는 사람들...
일단 이런 부류들부터 책은 언급하는데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이 대표적이다.
사기가 성립되기 위해선
가해자의 입장에서 고려된
의도, 행동, 상황, 결과의 4요소가 모두 충족되야 한다.
만일 사기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들
위 4가지 요소가 모두 포함된 일을 벌렸다면
사기라 부르는게 맞겠고,
사기를 쳤다고 가해자 스스로 인식했다 해도
위 4가지 중 어떤 1가지가 빠지거나
위와 같은 요소로는
전혀 의도한 바가 없었다고 한다면
이는 사기로 성립될 수 없다고도 고려했다.
법을 통한 재판을 받는게 아님에도
법적인 상황판단처럼 느껴지기도 한 부분.
앞서 말한,
사기꾼의 부류로 등장한 구분을 좀더 정리해 보면
이를 위해 인격장애, 위조, 임포스터 증후군이 먼저 언급되는데,
정리된 부류들을 들여다보면
통합적이고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될 부분이라 생각한다.
일단,
사이코패스는 살인사건이 쉽게 같이 연상되지만
단순히 살인자라고 통칭되지 않은 이유는
사이코패스는 살인을 저지르기 전까진
겉으로 알 수 있는 판단기준이 없기 때문.
다음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의 입장과 상처받음은 안중에 없고
자기중심적이며 언제나 자신만이 중요시 하기에
사기를 사기로 느끼지 않은 채로
얼마든지 사기를 칠 수 있는 입장이란게 중요했다.
마키아벨리즘에서는
군주론에 등장하는 저자이름의 이론 같으나
내용면에서는 좀 다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었는데,
본인의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행위를
지칭하기 위해 쓰인 그 용어적 성격이 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자 스스로도 위의 마키아벨리즘이란
군주론에 쓰인 이론을 바탕으로
축소적으로 설명해 보고자 쓰인 이유가 크고,
사기꾼에게 마키아벨리즘이란 용어를 쓰려면
애초에 의도적으로 저지른 사기여야 하겠고
상황별 능력별 다른 수단을 쓸 줄 아는 걸 말하는
순수한 마키아벨리즘과는 차이가 있다는
전제가 필요할 것이라 말한다.
평소 신뢰와 사기를 연결시켜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지만,
이 책을 제목으로 처음 만난 순간
당연한 매칭이란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김명민과 라미란이 주연이었던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 나왔던 장면이 오버랩 됐는데,
바람피는 의사남편을 둔 부인이
다 알지만 웃어주며 모른채 하고
그저 씁쓸해하는 모습에 들려지는 나레이션 때문.
바람피는 남편의 수법이 완벽해서 속일수 있는게 아니라
믿어주려 하는 사람이 있기에 속아주게 되는 것 뿐이라는.
속이는 자가 존재하기 위해선
속임을 당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당연한 전제겠지만,
이 책은
속이는 행위 자체와 사람을 대상으로가 아닌
이걸 마주쳐야 하는 사람들에게
제3자적 시각을 가르쳐 주는 측면이 크다.
어렵지 않은 책이면서 필요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니,
필요한 신뢰와
신뢰라 착각할만한 인생 속 함정들을
구분해 볼 수 있을 최소한의 지식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분명 배울게 많을 책이 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