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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정렬
사라 워터스 지음, 신예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8월
평점 :
목차 속 소제목들 중 일부에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된 책.
사실, 대부분의 책을
제목보단 목차에 끌려 읽게 되지만,
이 책은 특히나
심리적 화두들이라고 해야할지
아님 그냥 용어정도라고 해야할지,
독자들도 대강 알고 있을법한 내용들에 대해
책의 한 챕터를 할애할 정도로
저자가 굵직하게 다루고 있음에 과연
어떤 설명들로써 이 생각들을
공유해 보고자 했는가가
일단 궁금해지도록 만드는 책이었다.
책은 두루 넓게 살펴 보면서도
매 주제들마다 허술한 건 없다.
꽤 산박하고 여성스러운 문장들로
저자의 경험과 내담자의의 사연을 잘 매치시켰다.
전문적 용어사용이나 서술들 보다는
쉽게 와닿을 만한 에세이 같은 표현이 많아
간접적으론 이 책이 잘 읽혀지는 원인 같고.
독특하고 쉽게 와닿던 용어설명 중엔
트라우마를 설명하던 챕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흔히 트라우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고도 불리는 이걸
저자는 스스로 언급과 경험 자체를 금기시 하듯
공포스러운 외형이 안에서 스스로 더 자라나게 만드는
그런 트라우마 형성은 가급적 하지 말라고 권해준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각자가 트라우마로써 받아들이고 힘들어하는
어떤 상황 또는 반복되는 불편함이란,
살아온 인생 안에서 경험했던 온갖 많은 것들이
외부적으로 측정도구처럼 쓰여
자가 해석시 반영된다고 보고 있다는 설명.
읽었던 책, 봤던 영화 등
평범한 일상 속 이같은 경험들 모두가 발휘돼
뭔가를 트라우마라 스스로 인식하게 되는데
일종의 해석장치로 작용된다는 걸 설명하려 했다.
결국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이 있다는 설명이 아닐까 싶다.
어찌됐건,
너무 과대포장하는 경향이 없도록
트라우마란 용어에서부터 느껴지는
왠지모를 거부감부터 가볍게 받아들이는
각자의 연습이 필요하리란 해석으로 읽힌 부분.
사실, 이 책 전체가
많은 심리적 기재들에 대해
'재정립'을 요하는 부분들이 많다.
처음에도 자아성찰이란 개념성립을 돕기 위해
양동이 3개를 이용해 내면을 상상하는 부분에
쉬운 설명과 관련묘사를 할애하 것도 그 중 하나.
이것은 일종의 마인드풀
즉 서양식 명상을 이해하는 것과 연결되기도 한다.
3개의 양동이는 각각
인지, 감정, 소메틱으로 부르는데,
뒷장에 가면 소메틱은 그냥 '신체'로 번역되어 있어서
소메틱 보다는 신체가 알아듣기 쉬운 단어라 생각되서
이 단어를 신체로 설명해 보겠다.
인지는 자기가 어떤 생각들로
머리를 꽉 채우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부분이고,
감정은 말 그대로 감정.
소메틱도 일단 단순히 신체라고 이해하며 출발해 보자.
이 3가지를 양동이와 묘사한 이유는,
3가지가 담긴 물이 가득찬 양동이가 있고
그것을 휘젖는 상상을 해보기 위해서.
그러게 상상하며 떠올리면
소용돌이 치던 양동이 속 물들도
고요히 물결이 잦아들고,
거기에 담겨 같이 돌던
인지, 감정, 신체에 속하는
특별히 불편히 여겼던 부분들도에
잔잔한 양동이 속 소용돌이가 멈춰듦과 동시에
바닥으로 가라앉는 상상을 해보도록 한다
저자는 이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면
바로 마음챙김의 정수를 경험한 것이라고도 설명한다.
심리상담사인 저자는
인생을 풍요롭고 정렬되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을
'호기심'이라고 보고 있는듯 하다.
호기심...
지금은 어느정도나 내게 있는지도
생각해보게 되던 부분..
호기심에 대한 이야기는 책 도처에 많지만
호기심과 연결시킨 가장 감명깊던 부분은
누군가에게 "좀더 얘기 해줄 수 있겠냐"는
질문을 던져보라는 격려.
의외의 질문이었다.
흔히 답은 자기 안에 있다는 말도 하지만
그것은 본인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답을 찾는 구조이고,
여기서의 질문은 타인으로부터 받은
질문으로 인해 찾게 되는 일종의 교감같은 영감.
혼자서 하건
남으로부터 질문 때문이건,
결국, 그 두 과정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다는 공통점은 있다.
하지만,
자문자답과 타인과의 유대감을 통한 영감은
비슷한 듯 다른 루트기에
어쩌면 서로 다른 결과를 낼지도 모르겠다.
상담자라면 으레 내담자에게
질문으로 생각을 이끌어내는게 기본이고,
저자도 이런 식의 질문을 잘 하는 일반사람이라면
좋은 심리상담가와 같은 자질의 사람이란 얘기도 하고 있지만,
뭣보다 이것이 가장 바람직하게 느껴졌던 건
단순한 질문이 아닌 상대를 향한
'호기심'의 한 형태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나 스스로에겐,
누군가에게 이런 적이 있던가
돌이켜 보는 시간이 되었다.
남이 아닌 가족 사이에서도 가능할
효율적인 대화법으로도 상상해 보면서,
어쩌면 호기심을 가지며 접근하는 대상이나
당신에 관해 더 들어보겠다는 질문을 던지고픈 대상이
타인의 개념만 있을 뿐
가족을 향한 친절은 예외로 할지 모른다는
우려 아닌 우려가 들기도 했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불완전한 정신상태이며
불완전한 상황이 반복되는 인생을 산다고 봤다.
그러니 그런 불편함들이 줄 수 있는
변화무쌍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살아감을 이해하며
잘 적응해 살아가라는 주된 설명과 함께,
상대나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주저하지 말고 쓰며 살아가서
가볍게 교류할 수 있는 삶을 살자고 권해온다.
모든 그 자체를 볼 줄 알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속 근력이 키워지길 바라는
그녀만의 역동적인 글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