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근후 지음 / 책들의정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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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글에나 쓴 그 사람의 느낌이 묻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책엔 저자 이근후의 느낌이 묻어난다.

글의 느낌을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음식재료 본연의 느낌으로만 한상 잘 차려 나오는 

그런 음식으로 접대받는 푸근한 기분이 들었다.

가식은 없으나 그렇다고 직설적으로도 안 느껴지는

참느낌의 뭔가가 묻어나오는 글들 때문에.


정신과 의사가 쓴 글이지만

한권의 에세이로써 그의 인생의 많은 부분이 녹아있다.

마치 피천득의 수필처럼 정갈하고 순박하다.

90대의 사람은 다른 생각을 하고

10대의 사람은 다른 생각을 하며 살까?

결국 그러지 않다는 걸 

저자 이근후의 글을 읽으며 느끼게 될 것이다.

다만, 세대별로 표현하는 느낌만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정도만 이해하면 될 뿐.


북한에서 발사한 미사일 관련 뉴스를 본

손자와 저자의 반응을 쓴 글이 있다.

작은 에피소드 임에도 매우 새로운 느낌을 받았는데,

손자의 반응은 요즘 한국대중의 분위기 그대로로써

'아, 북한이 미사일 쐈구나'를 뉴스에 본 정도의 일상.

하지만, 저자는 달랐다.

왜냐면, 그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라서.

나도 숫자로는 계산 가능하다.

어느 세대는 전쟁경험한 나이대의 사람이고 아닌지 정도나

전쟁경험했으면 다를 수 있다는 피상적인 느낌 정도는.

하지만, 북한 미사일 얘기 하나로

본인의 느낌을 집고 넘어갔던 이 부분에서

'그래...나와는 전혀 같을 수 없는 

다른 경험을 지닌 사람이 존재 할 수 있다'란

개인차를 불현듯 깊게 느껴볼 수 있었다.

호랑이를 창살 넘어로만 본 사람과

정글에서 마주친 사람이 어찌 같을 수가 있을까...


또, 아주 빈번하고 쉬운 사례지만

남을 탓하는 사람과 자기 탓만을 하려는 사람을

비교하며 공통점을 느껴볼 수 있는 글도 크게 와닿았다.


자기탓을 하는 사람들의 유형엔

크게 3가지 부류가 있는데,


1. 자존감이 약하고 열등감이 강해

자신을 극도로 낮춰 방어해내는 유형


2.지나치게 발달한 양심 탓으로

조금만 비양심적인 것조차도

스스로 용납할 수 없기에

모든게 자기탓인 유형


3.패배감으로 가득차 우울증까지 걸린 경우로

그 패배감을 어찌할 길 없어

그냥 내 탓이라 생각하며 항복하듯 사는 유형


이렇게 3가지로 크게 나눴지만

이들 유형간의 공통점은

자신에게 탓을 돌리며 그걸 방패삼아 

위로받으려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근데, 

이기적이 아닌 이타적인 부분이 

굳이 왜 문제가 될까?

그건, 실패의 원인을 직시할지 못함으로써

스스로의 삶에 개선과 발전을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신탓을 하고자 하는 성향이 굳어지고 심해지면

정신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과도한 내탓은 과도한 남탓과 근본은 동일하다고도 설명한다.

즉, 처한 상황에 대항해 살아남으려는

극단적 몸부림이라는 공통분모로 

동일성을 갖춘 전혀 다른 2개의 성향은 

결국 지향점이 갖은 거라고.


자신을 비하하던 상대를 멸시하던

이런 극단의 불합리한 사고방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납득 할만한 

기존의 어떤 이유를 꼭 갖춰야 

좋은 사람이라는 판단을 남으로부터의 받을 수 있단 

왜곡된 신념을 내려놓고,

부족한 면이 있음에도 살아내고 있고 살아간다는

스스로를 향한 너그러움을 자신에게 보이라 권한다.

지나친 양심과 도덕적 기준을 내려놓기...

그렇게 자신에게 너그러워 지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마무리 된 글이었다.


책에 실린 글들의 바탕을 느끼다보면

정신과 의사로써 오랜기간 근무하고

여러사람들을 보아온 그의 과거가 

책의 바탕이란 것도 전달되겠지만,

다른 일상, 다른 상황마다

이근후란 사람이 느끼고 판단해 왔던 개인적 기준이 

불특정한 어떤 독자가 읽고 느끼기에도

전혀 괴리감 없는 균형감을 갖추고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음이 

이 책을 소중하게 만들고 있다고 느낀다.


이미 90의 고령인 저자에게 삶은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다는 건 

거역할 수 없을 자연의 섭리가 안기는 큰 아쉬움이다.

그렇기에 이런 분의 좋은 글과 좋은 느낌들이

여러 사람들에게 더 향기처럼 다가가고

기억될 가능성도 더 많아졌으면 한다.


이근후 선생님. 

좋은 글과 좋은 생각,

잘 읽어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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