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치유하는 마음 털어놓기
최정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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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고 읽자마자 매우 따뜻한 감정을 느꼈다.

많은 심리책들을 읽어 봤지만 조금 다른 감정이었다.

이론적인 책이 아닌 대중을 위한 심리서적으로써

가장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게 갖춰졌다고 느꼈다.

상세함과 현실성.

실제 글쓴이의 감성도 잘 느껴지고

상세하고 섬세한 글터치가

충분히 전해주는 흡입력 있는 글들이었다.


글은 에세이에 가깝다.

사례가 누구와 누구의 대화인지 보다는

그 사례마다 등장하는 고민의 흔적들이

실제 경험한 것처럼 부드럽게 전해진다.


털어놓기란,

풍선에 바람을 빼는 작업같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바람이냐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불안이란 바람,

애도란 바람,

분노란 바람,

상실이란 바람,

배반이란 바람 등등.


저자는 자기감정과 마음을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는 사람은

무기없이 전쟁터에 나서는 것과 같다 말한다.

그런 심정은 마음의 짐이 되고

그걸 지고가는 걸 고독하게 혼자 하지 말라는 뜻이겠지.


상담으로 실제 고통을 준 어떤 상황 자체가 

없어진다고는 저자도 보지 않는단다.

다만, 어느 정도 혼자만 들일 힘을 덜 쓰면서

뭐라도 해낸 느낌을 주는 정도가 

상담의 역할이라 말하는 것도 솔직한 역할론 같고.

책의 뒷편엔 너무 대중화가 되버린

MBTI가 실려있는데 대충 부록처럼 실리지 않고,

각 성향들마다의 특징과 보완점이 잘 설명되서

단답식의 이야기들이 꽤 좋았다.


여러 내용들은 털어놓음의 효과와 연결돼 등장하는데

평소 관심있던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저자가 상담했던 대학생으로써

연속된 실패에 좌절했던 그 과정을 

이 이론으로 정리한 챕터다.

예상외로 꽤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

초등학생 때의 실패담까지 회고하며

지금 상황과 연결시키는 내담자의 모습에서,

깊고 오래된 스스로를 바라보는 측은함이 느껴진다.

실패가 슬픔이 되고 우울과 무기력으로

변형되어 갔을지도 모르니까.

초2때부터 초5까지 연습해 수영선수 선발전을 앞뒀는데

2주 앞두고 왼쪽 어깨가 탈골,

특성화고를 다닐 땐 2년 공부해 3학년을 대비했는데

대회경력을 만들려던 계획이 담당교사가 전근가서 무산,

사회로 나와 공채시험을 치뤘더니

1,2차 면접 통과했음에도 최종 3차면접 실패.

그러면서 자신은 다 안되는 사람이라 여겼다 한다.

상자에 갇힌 쥐라고 본인을 표현하면서.

순간 쓰면서 생각해본다.

내게 상자는 종이로 만든 상자로 

쥐의 힘으로도 어느정도는 

찢고 나올 상자가 연상됐다.

근데 그가 생각한 상자는

나무로 잘 지은 덫같은 상자였을까?

이 사례의 결말은 나와있지 않다.

대신, 저자는 이와 같은 무기력을 겪은 사람들에게

인생의 단 한번도 좋은 일이 

없었냐는 질문을 던져본다고 했다.


학습된 무기력 이론은 사실 너무 유명한 이론이기도 하지만,

긍정심리학의 대가로 유명해진 마틴 샐리그먼이

이 학습된 무기력을 연구한 대가라는 점이

내겐 더 이 이론을 기억하게 하는 이유다.

내가 볼 땐 긍정보다 부정을 더 잘 파해친 학자였는데

마틴 샐리그먼 스스로가 부정관련 연구를 그만두고

긍정과 행복에 목표를 둔 심리연구로 

커리어 방향을 전환했다고 생각되서.


'털어놓기'...


너무 쉬운 단어인데 잊고 살았다.

혼자 처리하기 힘든 감정을 

이보다 더 확실하게 처리해 줄 방법은 사실 흔치 않다.

저자는 다만,

털어놓을 상대는 반드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조언하고.


독자로써 책을 덮으며 

하나 더 생각해보게 되는 건,

털어놓을 상대가 심리상담사로 한정된 경우라면

이또한 속 시원할 해결책일까란 부분이다.

어딘가 숨쉴 구멍은 해결됐지만.


올해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모두에게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을

누군가가 존재하기를 진심 기원하게 된다. 

정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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