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 기분에 지지 않고 삶의 통제력을 되찾는 몸 중심 심리연습
미셸 블룸 지음, 동현민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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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추구하는 방향은 몸을 일깨워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

그 방법은 소메틱으로써 얼핏 들을 땐

요가나 명상, 마인드풀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불안과 공포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있다.

넘쳐나는 심리학책들 중에서 내용면으로만 보면

이 책의 완성도는 매우 높은 축에 속한다.

근데 책 제목만의 느낌상으로만 보면 

너무 단순한 책 같이 보인다, 그게 아쉽다.

그러니, 직접 읽으며 판단해보지 않는다면

익숙한 불안이란 소재를 다룸에도 

왜 다른 느낌을 주는지 알순 없을 것이다.

단순히 이 책의 성격만을 간단히 답해야 될 땐

앞서 말한 것처럼 소메틱 관련 책이라고 설명될 테지만,

이 책만의 진짜 가치는, 

심리적 부분에 설명된 암묵기억과

신체의 각성과 노력의 콜라보에 있기도 하다.


암묵기억.


암묵적이란 말을 알고 암묵지라는 용어도 알고 있다면

암묵기억에 대한 느낌은 더 잘 와닿을 것 같다.

저자는 개인별로 스스로는 기억을 못하지만 

현재의 불안이 있다면 그건 일종의 고통이고 공포로 보며,

당장의 눈에 보이는 불안을 안겨줬다 생각하는 그 현상이 아닌 

사람마다 이전에 겪은 일들로 인해 

외부자극을 해석하는 본인만의 패턴이 존재케 하는

암묵기억이란 존재에 주목하는 바가 크다.


책에 실린 예를 들어 저자의 논리전개를 따라가 보겠다.


한 주부가 있다.

전업주부이기 이전에 직업을 가졌던 사람으로써

현재는 집안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나

왠지 현생활을 힘들게 하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이 여자의 암묵기억을 찾아가는 작업은 시작됐고

당사자와 같이 저자가 그 여정에 동참한다.

그렇다면 암묵기억이란 무의식과도 같지 않은지

의문을 가질 법 한데 비슷한 듯 둘은 다른게 있다.

무의식은 그저 의식자체에 숨어있는 무언가가

자신의 현재에 작용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면,

암묵기억은 몸에 흔적을 남긴 흉터와 같이 취급된다.

꼭 어릴 때라고만 단정할 수도 없다.

어떤 사고패턴을 만든 내면의 흉터는 

무의식과 같은 무형이 아닌 존재가 분명하게 인지된다.


사람마다 특유의 사고방식과 정서와 당시의 환경이 결합돼,

만일 어릴적 아이로써의 기억저장이 암묵기억을 만들었다면

어른이 된 지금의 시점에선 그렇게 판단되지 않을 만한 일에도

당시의 어린감성으로 간직한 기억과 판단이

어른이 된 자신에게 판단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사례 속 여성의 경우,

직장을 다니지 않고 전적으로 남편에게 의지하된 이후

양심상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런 방식의 생각에 암묵기억이 큰 역할을 했다.


그녀는 어릴 적 책임감이 주어지길 원했고

뭔가를 부양자에게 받은 만큼 

본인도 댓가를 지불하고자 하는 

순수하며 여린 마음을 가졌었다.

자신은 어렸기에 받을 수 있는 처지라 생각하며 

스스로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정서적 환경이 안 됐었다.

어렀지만 그녀 자신에게도 양육자에게

자신도 뭐라도 해줄수 있는게 있기를 바랬다.

뭐라도 시켜만 준다면 하고자하는 어린 아이.

자신을 억누르는 미안함은 그래야 상쇄될거란 무의식적 바램이 있었다.


과연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자랐을 때

왜 현재 불안과 연결된다는 것일까?


그건, 현재 남편에게 경제력을 의탁한 채 살아가고 있는 자신에게

현재의 생활 자체가 어릴 적 그때와 비슷한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것.

누군가 너도 밥값을 하라고 강요한 바 없지만

타고난 성정과 어렸을 때 각인된 스스로 정한 바람직한 모습들은

현재 자신의 일도 완벽하게 해내야 성에 차는 완벽주의적인 모습까지 더해져

자기 몫을 해내는 건 당연한 것이며,

주는게 아닌 받는게 불편했던 어린 그때처럼

지금 본인의 처지를 매우 미안하고 불편하게만 받아들이기에,

본인도 모르게 어린시절 그때의 눈으로 현재를 재단하고

그런 미안함은 불안으로 드러나 해소되지 않는 외양을 띄게 되었던 것.


사실, 책에선 훨씬 한편의 소설처럼 극적인 느낌까지 들 정도로

깊고 섬세하게 내담자의 사연들을 터치하고 있다.

많은 심리학책을 읽어왔음에도 이런 느낌의 접근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번역서임에도 이런 느낌을 나게 하는 건

원문을 한글처럼 잘 번역한 번역자의 능력도 가미됐다고 본다.


결국 불안은 일종의 고통이자 공포였다.

불안은 모두가 살아가면서 다 느낄만한 것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그걸 고통과 공포란 말로 들여다보면 매우 다른 느낌을 준다.

저마다의 해석으로 일종의 공포나 고통이

불안으로 표출된다고 저자는 보고,

이를 위한 최선의 해결방법은 몸을 통한 각성이라 일깨워주려 한다.

자신 스스로 몸의 감각을 구석구석 되돌아보고

반사적인 숨쉬기가 아닌 인식되는 숨쉬기를 하며 

그렇게 내면을 되돌아보며 가만히 자신을 응시할 때 

알아서 본인 스스로가 답을 보여주는 시퀀스.


굉장히 잘 쓴 책이다.

특히, 몸을 통한 본격적인 치유로 들어가기 전의

처한 상황들에 관한 해석 부분들은 특히 더 뛰어났다.

정신적인 부분과 몸의 융합적인 치유과정을 꿈꾸기에

제대로만 접근해 간다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

자신을 발견할 길을 분명히 보여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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